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태양 아래 올리브_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곁에 머물 수 있을까
책 제목에 왜 올리브를 넣었을까? 올리브나무는 척박한 지중해 환경에서 생존하며 일 년 내내 잎이 푸르고 수형이 아름다워 실내 외 인테리어 식물로 많이 키우며,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와 풍부한 빛, 통풍이 잘되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나무의 용도로는 향신료로 널리 이용되어 왔으며, 과피에서 추출한 오일은 진통제·살균제·해열제로 사용, 씨앗으로부터 얻은 오일은 비누 제작, 연료 및 윤활유 등에 활용된다.
태양 아래 올리브 책은 수녀인 이레와 과학기술 저어널을 담당하는 솔민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이레는 눈앞의 사람을 먼저 구하려 하고, 솔민은 모두가 살아서 빠져나갈 방법부터 계산, 서로의 판단은 번번이 충돌하지만 흥미롭게도 한 사람의 부족함을 다른 사람의 방식이 채워주고 있다. 부딪치기 때문에 위기가 생기기도 하지만, 바로 그 차이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올리브나무를 바라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낯선 땅에 뿌리내린 나무를 보며 새로운 조직으로 옮겼던 시절이 떠올랐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기존 구성원들과 업무 방식과 사용하는 용어가 달라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상대의 경험을 인정하고 작은 일부터 책임 있게 수행하면서 조금씩 신뢰를 얻었다. 나무가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는 데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도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레에게 공감이 가는 이유는 나는 사실과 원칙을 따지는 솔민보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레에게 조금 더 공감했다. 사람의 행동은 언제나 책이나 규정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솔민에게 배울 점은 좋은 의도에도 공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운다.

사람을 그 사람 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관계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혼자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낸 시간, 서로 주고받은 믿음과 기억을 통해 조금씩 만들어진다.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오랫동안 대화하고 곁에 머문다면 그 사람의 생각과 아픔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믿음이라는 말을 주로 종교와 연결해서 생각했다.
믿음은 증명하기 어려운 존재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여겼으나 책을 읽고 나서는 타인의 마음과 고통을 대하는 자세도 믿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상대의 고통을 내가 완전히 확인하거나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되며 먼저 고통 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필요한 도움을 준 다음, 사실과 원인을 차분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믿음은 아무것이나 사실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아직 모든 것을 알지 못하더라도 상대의 목소리를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이레와 솔민은 성격과 판단 방식이 다르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해 간다. 누가 완전히 옳고 그른지 결정하기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학과 신앙의 충돌 역시 어느 한쪽의 승리로 정리되지 않는다. 과학은 거짓과 오류를 검증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강력한 방법이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이유를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반대로 믿음은 고통 속에서도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지만, 검증을 거부하는 순간 폭력과 맹신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이레와 솔민의 동행은 과학과 믿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가 어떻게 상대의 한계를 비추어주는지 보여주는 여정이다.
또 다른 장점은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하고 빠르게 바뀌는 장소와 사건, 날 선 말다툼 속에 끼어드는 유머가 이야기의 속도를 살린다. 비밀이 한꺼번에 공개되지 않고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SF 라는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두 사람의 관계와 추적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작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영혼은 어디에 깃드는지,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지,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믿는 선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질문하지만 결론을 독자에게 넘기고 있다. 태양 아래 올리브는 과학적 상상력과 긴박한 추적극, 오래된 우정의 회복을 한 편의 이야기 안에 균형 있게 담아낸 작품이다. 우리는 타인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으며 때로는 자기 자신조차 설명하지 못한다. 누구의 곁에 남기로 선택할 수 있다면, 이해의 부족이 반드시 관계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라서는 안 된다고 여겨진 땅에서도 올리브가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듯이, 사람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누군가 판단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 만으로 그 사람의 존재까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 만으로도 태양 아래 올리브는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