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 유창선 박사의 마지막 인생 수업
유창선 지음 / 새빛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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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

책의 저자 유창선 박사는 사회학과를 전공하고 정치 평론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였다. 50대 중반에 뇌종양 수술을 하고 어렵게 재활 기간을 거쳐 다시 글을 쓰면서 본업으로 돌아오지만 다시 폐렴으로 생을 마감한다. 배우자가 지내온 날들을 회상하며 글을 모아 책을 내놓았다.

격동의 시대 유창선 박사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하다. 첫세대로 정치공론에 대해 공론장에서 활동해 온 박사는 감정의 격랑 속에서도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는 특정 진영에 서기 보다 민주주의의 원칙과 규칙 위에 서야 한다고 주장 서로 물어 뜯는 상황에서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을 하면서 활동을 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제목을 마주했을 때는 익숙한 문장으로 인상이 강하게 남고 삶을 살면서 들어온 말로 진부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며 단순한 격려의 문장이 아니라, 실제로 넘어지고 무너졌던 시간들을 통과해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밀도가 높은 내용으로 읽기 시작하면 예상과는 다르게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유창선은 오랜 시간 사회와 정치, 그리고 인간의 삶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사람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구조와 분위기까지 함께 짚어내고 책에서 말하는 넘어짐은 개인의 나약함으로만 해석되지 않는다. 때로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일이며, 누구에게 닥칠 수 있는 현실로 그려지고 이런 시선 덕분에 자신의 실패를 조금은 덜 외롭게 느껴진다.

정치와 문화에서 경험한 내용들 그리고 병을 얻어 다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모두 우리의 삶이 아닐까. 인생은 수훨하지 않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빈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창선 박사에게 주워진 시간이 부족하고 아쉽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그 분의 것을 많이 배우게 된다.

우리는 흔히 실패를 빨리 극복해야 한다고 배워왔으며 무너진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다시 일어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주입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진솔하게 다가오고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버티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무언가 이루거나 극복하는 순간 만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일어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며 반드시 이전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때로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고, 때로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며,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는 오히려 스스로의 방식으로 삶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되고 한 번쯤은 크게 넘어졌던 순간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 기억들은 대부분 선명하지 않지만, 감정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 감정을 다시 꺼내어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실패를 숨기기보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다시 일어난다는 것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단순히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자신으로 살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같은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실패를 통해 잃어버린 것 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롭게 얻은 것들에도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삶이 갑자기 달라질 것 같은 기대감보다는, 지금의 상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안정감이 남는다. 그리고 그 안정감이야말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큰 변화를 약속하지 않지만, 작은 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결국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단순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삶의 균열을 경험한 사람들이 다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기록에 가깝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대신 충분히 머물고 천천히 돌아보게 만들어 어떤 문장 하나가 아니라, 책 전체가 하나의 기억처럼 남는다. 그리고 그 기억은 삶이 다시 흔들릴 때 조용히 떠오를 것이다. 다시 일어나야 할 순간에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고 있는 책이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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