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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완역 삼국지 1
나관중 지음, 백남원 그림, 박상률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박상률 완역 삼국지 1
삼국지 이야기의 힘은 대단하였다. 초등 6학년 때 담임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 삼국지 이야기를 해 주셨다. 3명이 만나는 복숭아 공원에서 도원의 결의부터 시작 관운장 적토마, 장비 수염과 장팔사모, 유비 유연한 전략 등 삼국 전쟁 이야기를 실감 있게 해줘 이야기를 해 주는 시간을 기다렸다. 삼국지 책 10번 정도 읽어야 세상을 사는데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다시 삼국지 책을 펴니 감이 새롭다.
기억에 초나라 세운 유비가 왕족 출신이라 써 대장을 하고 적토마를 타고 다니는 관운장은 긴 수염을 쓰다듬고 휘두르는 칼에 여러 적의 목이 달아나고 수염이 우락부락한 산적 인물을 가지고 있는 장비는 양쪽에 날이 있는 장팔사모의 칼로 한 시대의 주름 잡았다.

적토마는 천 리 길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말로 2,500년 전에도 훌륭한 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이탈리아 로마라고 하면 로마인 이야기가 있듯이 중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삼국지이다. 삼국지 책을 어떤 사람은 3번, 어떤 이는 10번 이상 읽지 않는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아라 할 정도로 중요한 책이다. 중국은 관우를 어느 장수보다 높이 평가를 하고 있다. 우리와 비교를 해보면 이순신 장군 정도로 보이고 적토마를 타고 청룡도를 휘두르면 막을 사람이 없다고 하니 무술 실력은 그 시대에서 가장 훌륭했다.
싸움에서 관우의 유명한 말이 생각난다. 조조가 싸움에 나가기 전 술잔에 술을 따라주지만, 관우는 "술잔이 식기 전에 적 수장의 목을 베고 돌아오겠다"라고 말하고 적진으로 달려가 화웅의 목을 단숨에 베고 돌아와 술잔을 들이키며 "아직 술이 식지 않았군요"라고 말한다. 술이 왜 따뜻할까? 정종의 술을 데워서 마시나? 관우는 고대 동양의 위인 중에 흔하지 않게 감정이 표정에 나타났던 인물로 이런 사람이 과도한 자신감을 드러낼 경우 사람들은 비교적 그의 말에 수긍 하였다.

유비와 조조, 손권의 이름과 도원결의, 적벽대전 같은 장면이 익숙한 이야기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시작부터 다른 느낌이 오고 가장 큰 이유는 번역자의 태도로 박상률은 삼국지를 단순히 고전 소설로 옮기지 않고 역사서와 소설의 경계에 놓인 이 작품이 가진 숨결과 문장의 결을 최대한 그대로 살리려는 집요함이 페이지마다 스며 있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처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사회가 정석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서 대응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사람들은 동양은 삼국지, 유럽은 로마에서 많이 찾는다. 물론 손자병법도 있지만, 삼국지는 그 깊이가 다르기에 삼국지를 읽은 사람은 뭔가 대화를 해보면 다름의 감이 온다.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등장하고 시대의 공기가 문장 사이를 흐르고 있다. 1권은 후한 말의 혼란을 배경으로 삼국지라는 거대한 서사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는데, 그 출발선부터 이미 밀도가 높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오래 다듬어진 느낌을 주며 인물의 말과 서술자의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특히 인물들의 대화에서 이 번역의 힘이 잘 드러난다. 유비의 소박함, 조조의 냉정함, 원소의 우유부단함이 말투와 리듬을 통해 분명하게 구분된다. 이는 단순한 번역 기술을 넘어 인물 해석의 결과다. 독자는 인물을 설명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말과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삼국지 1권은 황건적의 난과 후한 말 권력 구조의 붕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시기는 흔히 프롤로그처럼 가볍게 넘어가지만, 박상률 완역본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혼란의 원인과 민중의 분노, 중앙 권력의 무능이 차분하게 쌓인다. 덕분에 이후 등장하는 영웅들이 왜 칼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유비의 등장 역시 영웅의 탄생이라기보다 시대에 떠밀려 나온 한 인간의 선택처럼 그려진다. 조조 또한 단순한 간웅이 아니라, 질서가 무너진 시대에서 가장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인물로 제시된다. 이 과정에서 삼국지는 선악의 대결이 아니라 가치와 선택의 충돌이라는 본래의 얼굴을 되찾는다. 처음인 독자에게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고 재독자에게 기존 해석을 흔드는 새로운 시선이 된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