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도부대 전설
김용우 지음 / 하움출판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노도 부대 전설

남자들은 다른 이야기는 몰라도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거품을 물고 열정을 다해 털어놓는다. 그만큼 힘들고 고생을 많이 했기에 나이를 먹어도 잊히지 않고 기억에 또릇이 남아 있는 것이다. 노도 부대 전설이라는 단어는 대개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 붙는 말이지만, 노도 부대라는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특별한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평범한 청년이었고, 누군가 아들이었으며, 어제까지는 일상 속에서 웃고 고민하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국가와 시대, 그리고 운명이라 불리는 상황은 그들을 가장 거친 현장으로 밀어 넣었다.

책은 1970년대 중반 군대 생활을 하면서 일어났던 일은 자세히 기록을 해 놓았다. 군대 생활은 빡세게 돌아가기에 세월이 많이 지났어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 겨울 연병장의 빰빠레를 모르면 군대 생활 이야기를 할 자격이 없다. 팬티 바람으로 강원도 양구 동면 팔랑리의 바람을 맞아 본 사람만이 군대 이야기가 가능하다. 세숫대야에 물을 가져와 손으로 뿌리는 물 맛을 온몸으로 느껴 본 사람만 그 고통을 알 수 있다.

수시로 군대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밥 먹은 식기를 닦고 나오면 관동 성명과 함께 식기 검사를 하는 상병에게 가야 한다. 식기 검사는 그냥 핑계고 갈구는 것이다. 무릎 조인트는 기본이고 엉덩이는 늘 그놈에게 내놓아야 하는 세상이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군대의 간부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원하고 있었으며 즐겼다. 겉으로는 구타 근절이라고 하지만 속은 은근히 바로 있었으며 알아서 군기를 확립해 주니 얼마나 좋았을까. 그것도 불쌍한 사병끼리 두들겨 패고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모자라는 병신 놈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가끔 한 번씩 전방부대에서 총기 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그만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세상에 이유 없이 갈구는데 사고가 안 생기는 것이 더 이상 하지 않나. 전국에서 모인 군대는 만만하지 않는 곳이다.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때 소대장이 이야기한 것이 생각이 난다. 여기 훈련을 받는 여러분 중 지금은 이렇게 한 중대 건강한 병력이 180명이 있지만, 제대 즉 전역을 할 때 180명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막상 전역을 할 때 보니 여러 가지 사고로 인해 제날짜에 전역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 책은 전투의 화려함이나 승리의 환호보다 그 이전의 침묵과 이후의 흔들림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부대를 구경하는 입장이 아니라, 어느 순간에는 그 안에 함께 소속된 사람처럼 책장을 넘기게 된다. 노도 부대 전설은 군사 기록이 아니라 사람의 기록이며 전쟁이나 작전의 연대기가 아니라 선택과 감정의 연속을 담아낸 이야기다.

노도 부대원들은 초인적인 존재로 묘사되지 않는다. 두려움을 느끼고, 상처를 안고, 판단을 후회하며 때로는 도망치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았던 이유는 단순한 충성심이나 명령 때문 만은 아니다. 옆에 선 동료를 혼자 남겨둘 수 없다는 감정 지금 물러서면 이후의 삶이 스스로에게 더 견디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직감 그리고 그 순간 만큼은 반드시 버텨야 한다는 묵묵한 결심 때문이었다.

완벽한 리더도 없고 무능한 상관만 있는 것도 아니다. 결정의 순간마다 흔들리고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며 그 책임을 고스란히 짊어진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조직이라는 구조가 가진 한계와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를 함께 보여준다. 노도 부대 전설은 군 조직을 이상화하지 않지만 그 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는지 차분하게 증명한다.

어떤 상처는 끝내 완전히 아물지 않으며 다만 함께 이야기될 때 조금 가벼워질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노도 부대를 떠올릴 때 단지 강인함 만을 기억하지 않게 만든다. 대신 그 강인함 뒤에 남은 흔적까지 함께 떠안게 한다. 책이 전설을 다루는 방식이며 동시에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것은 군대에서 이유 없이 두들겨 맞았다는 것을 전해 주고 있다.


노도 부대 전설은 결국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무엇을 전설이라 부르는가, 그리고 그 전설의 대가를 누가 치르는가라 질문이며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보이는 선택의 본질, 공동체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침묵과 헌신, 그리고 그 이후의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노도 부대 전설은 과거를 기리는 책이면서 동시에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