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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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인생을 묻는 책이다. 단순히 인생의 교훈을 나열하지 않고 과거 유럽 귀족 자제들이 떠났던 그랜드 투어는 교육 여행의 틀을 빌려 우리가 잊고 살았던 삶의 태도와 교양을 다시 불러내고 있다. 그랜드 투어는 르네상스 이후 유럽 귀족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해 떠난 대륙 횡단의 여정이었고 이를 오늘의 우리에게 삶을 배우는 여행으로 재 해석한다.

단순히 읽는 대상이 아니고 안내하는 여정의 동행자로 초대되고 지금 향해 가는 곳은 거대하고 분주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는 편지형 화법이 독자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문을 연다. 고전이라 여겨지는 체스터필드 경의 편지의 현대 번역과 해설을 담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고전 재 출간이 아니라 우리 삶에 지금 필요한 어른의 지혜를 새롭게 펼쳐 보이려는 시도다.

상 깊었던 지점은 품위라는 키워드를 통해 삶을 성찰 하게 한다는 점이며 체스터필드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친절한 태도와 고매한 행동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여기서 말하는 품위란 단순히 외형적인 예절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며 타인을 존중하는 내면적 힘이다. 언어로 말하자면 말투, 표현, 태도에서 나타나는 일관성과 진정성이며 책 속에서는 너 자신만의 이성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조언도 등장한다.

이 조언은 오늘날처럼 어떤 권위나 흐름에 휩쓸려 쉽사리 판단을 내리는 사회 속에서 더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즉, 품위를 갖춘다는 것은 남의 말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묻고 선택할 줄 아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이 책은 양보하거나 겸손하라는 권면을 통해 진정한 품위의 또 다른 면모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계성을 보여준다.

맛있는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그런 것에 너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라는 말이 단순히 금욕이나 억압이 아니라 자유롭고 책임 있는 선택의 문제였다는 것을 읽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이탈리아로 보낸 편지, 프랑스로 보낸 편지라는 세 파트로 나눠 그랜드 투어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이 구조는 단지 지리적 여행이 아니라 인문적 여정의 상징이 되며 독일에서는 사고 체계와 이성, 이탈리아에서는 예술과 고전,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품위와 교양이 주제로 등장하며 결국 나가는 글 열 가지 인생 조언으로 이어져 독자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가 흔히 배우고자 하는 무엇을 해야 한다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한다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 주변과의 관계, 내면의 성찰 모두 길 위에서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직접 유럽 현지를 탐사하며 찍은 사진들도 포함되어 있어 독서 경험이 단순히 머릿속 이미지로 머무르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깊이를 더하고 있다.


책은 고전 번역과 해설이 중심인 만큼, 일반 자기 계발서처럼 빠르고 가볍게 읽히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서 독자가 이 책을 접할 때는 생각하며 읽기 위한 여유를 갖는 게 좋다. 또한, 체스터필드 경이라는 18세기 영국 귀족의 편지글 원형이기 때문에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최대한 오늘의 언어로 풀어냈지만, 한 문단 한 문단이 던지는 의미가 무겁게 여겨지기도 한다. 따라서 읽다가 머리가 무거워지거나 잠시 멈춰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수 있다.

품위란 무엇인가, 지식이 태도와 결합될 때 교양이 된다는 논점은 동료 독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풍성하게 확장될 수 있다. 혼자 읽어도 좋지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더 큰 울림을 얻을 수 있다. 총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길 위에서 인생을 묻고 답하는 여정의 기록이며 그 여정은 결국 우리 자신 앞에 놓인 삶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저자가 전하는 인문학적 시선은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교양의 틀이며 그 틀을 가진다는 것은 단지 많은 지식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어디쯤인가,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가진 태도는 어떤가 답을 구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이 단순한 독서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인생의 여정이란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점이고 목적지에 이르렀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는 태도와 함께 지속되는 것이라는 깨달음과 마주하게 된다. 그 길 위에서 우리가 묻는 질문이야말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서고 있는 당신의 자리에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삶이 지치고 방향을 잃은 듯할 때 책장을 펼쳐보고 그 안에서 길을 묻고 인생을 다시 세워보면 어떨까. 그렇게 서서히 걸음을 옮긴다면, 언젠가 품위 있는 삶, 사랑할 만한 삶, 존중 받을 만한 삶이 그 길 위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게 인생의 길이 아닐까?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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