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요즘 JTBC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 나온다. 통신 회사 25년을 다닌 김낙수(류승룡)이 주인공이다. 상사인 상무 유승목을 대리 때부터 실적을 올려주고 받들고 모시며 개인 비서 역까지 하고 임원으로 승진 시켜준다면서 늘 부려 먹기만 25년이다. 그렇게 열심히 하였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변방인 아산 현장 안전 관리자로 쫓겨난다. 영업 2팀에 도진우 팀장은 한국의 간신이며 기회주의자다.

상무에게 늘 딸랑 하고 회사에 일어나는 일을 꼬질러고 딸랑이 1 인자로 자리 매김을 해 나간다. 지금 현재 대기업의 실상도 이와 유사하다. 진급에 개의치 않고 회사의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업 2 팀의 도진우처럼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인간 자체의 DNA가 다른 것이다. 과거 조선 시대 나쁜 짓을 하면 삼족을 멸해 뿌리를 뽑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기에 아부의 딸랑이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초기에 실적이 좀 나오고 괜찮아 보이지만 길게 가지 못한다. 왜? 인간미가 없기에 모두 떠나 주위에 남아 사있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어리숙하고 얍삽한 리더 밑에는 간신만 우글거린다. 이게 조선부터 이어온 우리의 현주소인 것이다.

제목을 보면 우리 귀에 익숙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닌다는 김 부장. 25년 차 직장인, 대기업 부장이라는 직급, 얼마 전 매수한 아파트가 두 배가 된 자가까지. 이 모든 요소가 그의 자존심을 그리고 남들의 시선을 향한 집착을 단숨에 설명한다. 그는 명품 슈트와 시계를 갖추고 회사에서 보고서를 장인처럼 쓰며 동기나 후배보다 한발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남이 가진 차, 집, 부동산, 연봉 이런 것들에 민감하고 비교 의식이 몸에 밴 인물이다.

그런 그가 위기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반전의 궤도에 접어든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더 이상 그의 안전망이 되어주지 않고, 부동산 투자라는 두 번째 무기마저 흔들리며 고개를 떨군다. 이 초반부는 그가 가진 허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예리하게 보여주며 독자의 흥미를 단숨에 끈다.

책은 단순히 한 인물의 실패담이 아니라 우리 사회 특히 한국 직장인의 풍경을 담은 거울이 된다. 김 부장이 살아온 길은 겉으로 보면 성공한 모범생의 그것이다. 대기업 입사, 승진, 아파트 자가 보유, 투자까지. 하지만 그 뒤에는 끊임없는 남과의 비교, 타이틀에 매여 스스로를 갇히게 만든 삶이 있다. 브런치 리뷰는 이렇게 적었다. 남과 비교하면서 우월감과 동시에 기쁨을 느끼며 살았던 김 부장이 남과의 비교로 우울함을 맞는 시간이 찾아온다.

회식 자리에서 아랫사람들에게 꼰대라는 소리를 듣고 집에서는 아내·아들과의 거리감이 생긴다. 그는 조직에서 위계와 계급으로 살았고 그것이 무너지자 자존감이 흔들린다. 책 속에서 그의 집착이 향하는 대상들은 결국 남이 가진 것, 남이 인정해 준 것이다. 그 집착이 그를 비틀고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중반부터 김 부장은 피할 수 없는 위기를 마주한다. 명예 퇴직이라는 가능성,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그리고 그간 자신이 믿어왔던 기준들이 더 이상 기준이 아닌 순간들이 찾아온다. 책에는 이렇게 나온다. 남은 삶을 생각해 보세요. 젊었을 때처럼 도전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그저 과거만 회상하면서 한탄하고 후회하며 죽음만 기다리느냐. 이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제껏 그가 만들어온 삶의 구조가 무너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 온전히 자신 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남이 정해준 성공의 틀에 갇혀 있었음을 그가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개다. 과거의 타이틀과 체면을 부여잡고 끝까지 붙들고 가느냐 아니면 한발 물러서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들여다보느냐. 독자로서 우리는 그의 선택을 지켜보며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내가 붙들고 있는 건 무엇인가 질문을 하게 된다.

단지 회사와 부동산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 점이 매력이다. 김 부장 곁에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이 있고 그들의 존재가 그의 붕괴 직전인 삶에 지탱이 된다. 회사 생활에 매몰되어 자신의 주변을 보지 못하고 시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직장인이라면 특히 읽어 보면 좋을 듯하다. 평이 나온다.

가족을 대하는 태도, 가정에서 책임감 그리고 스스로도 몰랐던 두려움과 죄책감이 그에게 다가오면서 그는 비로소 내면을 향한 탐색을 시작한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가야 하나 나를 위해 사는 건 뭘까 질문이 그를 변화 시키기 시작한다. 이 변화는 거창하거나 극적인 전환이 아니다. 다만 그는 예전처럼 겉으로 잘 보이기 위해 살지 않고 조금은 더 진솔해지기를 택한다. 그 선택 만으로도 희망이 보인다.

성공의 정의가 바뀌고 직장과 부동산이 더 이상 안전망이 되지 않는 세상에 이 책은 조용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남이 정해준 길을 따라가기보다 나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고 걸어갈 때 진정한 삶이 열린다는 것.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실패해도 방향을 바꿔도 늦지 않다는 것. 직장인, 중년, 부동산 투자자, 혹은 그 모든 것과 거리가 있다고 느끼는 젊은 세대 모두에게 이 책은 작지만 깊은 감동을 준다.

결국 이 책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타이틀이 아니라 그 타이틀 아래 놓인 인간 김 부장의 이야기다. 거기서 우리 모두의 모습이 읽히며 겉모습으로만 삶을 평가 받아온 이들에게 그리고 아직도 누군가 눈길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감사를 전해본다. (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