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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ㅣ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디오게네스는 당찬 사람으로 유명하다. 알렉산드로 대왕이 명성을 듣고 찾아왔지만, 거기 좀 비켜주시오. 따뜻한 햇볕을 즐기고 있는데 막혀서 빛이 들어오지 않고 있잖소.라고 했으며 우리나라 같으면 바로 주리를 틀고 고문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대왕은 개의치 않았다고 하니 대왕의 인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책 속은 마치 오래된 미로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며 수많은 욕망과 규범이 얽혀 있는 현대의 삶에서 디오게네스가 살았던 고대 아테네로 잠시 다이빙한 느낌이다. 그는 권력이나 부, 체면 같은 허울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항아리를 집 삼고 거리에서 살며 나는 사람을 찾는다고 외쳤다. 이 책은 그 삶과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끄집어내어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의 그 무엇을 환기 시켜준다.
처음엔 철학 입문서 생각했지만 단순한 철학자의 이야기보다는 지금 얼마나 많은 규범과 허상에 얽매여 있는지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오게네스가 제시하는 삶의 태도 정직한 개로 살 것인가, 위선자로 살 것 인가라는 문구 하나 만으로 내면이 흔들렸다.

책을 통해 개처럼 표현의 톤이 단지 충격적이고 경쾌한 수사로만 끝나는 게 아님이 암시 되고 오히려 본질적인 질문이 들어온다. 여러 챕터로 나눠 행복론, 실천론, 통찰론, 가치론, 성장론, 본질론, 진실론, 인간관계론, 신과 자립론, 죽음에 이르기까지 각 챕터는 제목만으로도 포스를 준다. 예컨대 행복론에서 행동으로부터 자유가 나온다. 괴로움은 집착에서 온다. 같은 문장들은 얼마나 집착으로 묶어왔는지를 직시하게 만든다.
실천론에서는 행동은 최고의 논증이다, 근거 없는 규칙은 깨뜨려야 한다 같은 문구가 등장한다. 그 말들은 머리 만으로 이해되는 게 아니라 몸으로도 느껴지고 자주 말로 설명하고 움직이지 않았는데 이 챕터에서 말하기 전에 행동하라는 목소리가 안으로 들려온다.
통찰론과 가치론에서는 정직한 개로 살 것인가, 위선자로 살 것인가, 규범은 강자의 무기다 같은 문장들 규범과 권력이 얽힌 구조 속에서 얼마나 순응하였는지 스스로를 속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성장론과 본질론에서는 결핍을 인정할 때 성장이 시작된다, 가짜 바쁨은 진짜 삶을 갉아먹는다 같은 쉬운 듯 어려운 문장들이 감동을 가져온다. 책의 구성과 문장 하나하나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단순히 읽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흔드는 것이다. 그 흔들림 속에서 사람을 세운다.

디오게네스가 추구한 자유는 단지 외부에서 제약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는 상태로 세상의 시선과 규칙, 권력의 테두리 안에서 내가 얼마나 움직였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얻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온 나날 오히려 놓치고 있는 게 많다는 것을 디오게네스는 반대로 덜어내라 고 말 한다. 행복은 덜어내는 데 있다는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삶이 얼마나 무겁게 채워져 있었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책은 내게 살아감에 대한 태도를 묻는다. 무례한 말에는 헛소리로 대답하라. 행동이 논증이다. 이런 문장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한 구체적인 실천으로 다가온다. 직장에서도, 관계에서도, 자신과의 대화에서도 여러 번 멈춰 섰다.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나에게 솔직한가. 그런 질문이 피어나며 내 삶의 일부가 흔들린다. 무언가를 덜어낸다는 것, 규범에서 벗어난다는 것, 나 다운 삶을 산다는 것 이 말들이 이제 막 시작점을 갖게 해 준다.
개처럼 산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했다. 충실하고 간소하고 당당하게. 상황이 바뀌어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존재. 디오게네스는 권력자 앞에서도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그 태도를 우리에게 묻는다. 나 역시 그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네가 본 것과 네가 말한 것은 일치하는가? 네가 가진 것과 네가 보여주는 것은 일치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를 붙들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조금 더 단순하게 살아보자 조금 더 솔직하게 살아보자.

책이 무조건 급진적이거나 반항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 태도 안에 유연함이 담겨 있다. 유연한 태도가 세상을 넓힌다는 문장처럼 유연함이 위안이었다. 단단하지만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는 법을 이 책은 건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내게 남긴 의미와 앞으로의 질문을 정리하자면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단순한 철학서가 아니다. 그것은 살아내는 태도에 관한 편지이자 도전이다. 책을 통해 내가 얼마나 많은 무게를 등에 지고 살아왔는지 알게 되었고 그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내 삶에서 덜어 내며 살아 갈 것이다. 덜어 낸 만큼 채워지는 것이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규범의 틀 안에서 살아왔음을 인정하고 그 틀을 깨기보다는 그 틀을 알고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싶으며 디오게네스가 말했듯이 행동이 논증이다. 말만하지 않고 행동으로 살아가고 야 한다. 정직한 개로 살기 위한 각오를 조금이나마 다지게 된다. 위선에 길들여지지 않고 자기다운 방식으로 살아가기 위해 매일 자신에게 물을 것이다. 오늘 나는 나답게 살았는가? 오늘 나는 나를 속이지 않았는가?
나처럼 지친 현대인에게 작은 충격이자 커다란 위안이다. 자유가 허락되는 순간이 바로 지금일 수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야생처럼 혹은 소소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책을 읽고 나서 조금은 둘러보기를 멈추고 정면을 보게 되었다. 당신도 만약 잠시 틈을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삶이 조금 더 가벼워질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