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봬도 말짱해 - Quirky Yet Fine, 콩트
박정용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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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이래봬도 말짱해

1. 마음의 멍울 어루만지는 문장들

세상은 늘 괜찮은 척을 요구한다. 몸이 아파도, 마음이 고장 나도, 우리는 여전히 말짱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하루를 버틴다. 이래봬도 말짱해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목소리다.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말없이 팔을 내밀어 준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문장을 단정하게 꺼내 들며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멋 부리지 않은 문장들 감정의 결을 숨기지 않은 고백이 이 책의 첫 인상이다. 저자는 자신의 불안, 우울, 자책, 회복의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그 과정이 누구에게 낯설지 않다. 자기 계발서가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의 일기에 더 가깝다. 그러나 그 일기는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렇다. 말짱하다는 건 결국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누가 봐도 괜찮아 보이지만 속에서는 매일 자신과 싸우는 사람들의 표정이 이 책 속에 있다. 문장은 그래서 부드럽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독자는 그 문장을 따라가며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2. 무너진 적이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

이래봬도 말짱해의 힘은 그저 위로의 말에서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진짜 힘은 경험에서 비롯된 진심이다. 저자는 스스로도 오랫동안 마음의 병을 앓으며 세상의 시선과 싸워왔다. 그 시간 속에서 느낀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정제된 문장으로 풀어낸다. 그런 진심이 있기에 이 책의 한 줄 한 줄은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저자가 괜찮은 척을 하다 보면 진짜 괜찮아지는 줄 알았다는 문장을 쓸 때 독자는 그 속에서 자신을 본다.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간다. 상처를 덮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가면을 벗겨낸다. 그는 괜찮은 척을 하는 동안 나는 내 안의 진짜 나를 잃어가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 문장은 가슴 한가운데를 찌른다.

책은 총 여러 개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는 하나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분노, 슬픔, 외로움, 자책 같은 감정들이 솔직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것이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빛이 스며드는 방식으로 감정을 다룬다.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통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준다. 무너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메시지가 단순한 위로가 아닌 삶의 태도로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의 고백을 통해 나 자신의 아픔을 다시 바라볼 용기를 얻었다.




3. 괜찮지 않은 나를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말짱해진다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은 나는 부서지면서 단단해졌다 대목이다. 처음에는 모순처럼 들리지만 읽다 보면 그 문장의 진의를 깨닫게 된다. 상처를 피하려고 애쓸수록 우리는 더 취약해진다. 반대로 상처를 받아들이고 직면할수록 사람은 단단해진다. 저자는 그 과정을 회복의 기술이라 부른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치유라는 단어가 자주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상처를 안고도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완벽히 회복되지 않아도, 여전히 불안해도 그 상태로 살아가는 법을 말이다. 그것이 진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책의 문체는 차분하지만 정직하다. 독자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느낌이다. 마치 누군가 내 옆에서 너 괜찮아 라고 묻는 듯한 따뜻한 음성으로 다가온다. 그동안 애써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허락을 받는 기분이었다. 말짱하다는 건 상처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라는 걸. 저자가 말하는 말짱함은 그저 버티는 상태가 아니라 상처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놓치지 않는 힘이었다.



4. 무너짐과 회복 사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관계와 자기 이해의 문제를 짚는다. 인간관계 속에서 불안,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는 마음, 사랑과 상실 사이에서 느끼는 혼란들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특히 누구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자기 포기였다 문장은 마음을 멈추게 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잃는다. 상대의 기분을 맞추느라 나의 감정을 희생하느라, 결국은 내 안이 텅 비게 된다. 저자는 그런 삶의 패턴을 부드럽게 그러나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리고 말한다. 나를 지키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그 말은 단순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장이다.

지하철에서 울컥했던 순간, 친구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던 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어야 했던 아침. 그런 구체적인 장면들이 독자의 마음을 깊이 흔든다. 누구나 그런 순간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거창한 철학이나 인생론 아니라 삶의 민낯을 담은 기록이다. 왜 그렇게 완벽 하려 했는지, 왜 늘 말짱한 척했는지, 왜 쉽게 지치고 상처 받았는지 결국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세상이 아니라 내 안의 가짜 말짱함이었다.



5. 읽고 나면, 조금은 더 살아보고 싶어진다

이래봬도 말짱해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마음이 부서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공동 일기장이다. 저자는 자신이 겪은 부서짐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그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강하고 동시에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 울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너진 마음을 붙잡고 버텨야 했던 날들이 누구에게 있다. 이 책은 그 시간들을 부끄럽지 않게 만든다. 오히려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든 귀한 흔적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여러 번 웃고, 울고, 멈췄다. 저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깊다. 괜찮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수 있다. 세상이 요구하는 완벽한 말짱함이 아니라 상처투성이의 말짱함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마무리 정리하면,

이래봬도 말짱해는 상처를 감춘 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진심 어린 편지다. 유려한 문장보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화려한 이론보다는 살아 있는 경험으로 채워진 이 책은 마음의 깊은 곳을 건드린다. 가면을 쓰고 버텨온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라 같이 버텨주는 마음이라는 걸 저자는 알고 있다. 삶이 버겁고,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날, 이 책은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이래봬도 말짱할 수 있다고.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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