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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 - 우리는 정말 자유롭게 소비하고 있을까?
모지현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
세상은 늘 눈에 보이는 힘 만으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다. 군대, 무기, 국경 같은 물리적 권력만큼 보이지 않는 힘, 즉 돈과 소비의 논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한다. 새로 나온 책 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는 바로 이 보이지 않는 힘의 실체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책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 손쉽게 마시는 커피, 무심코 입는 옷 한 벌 속에도 제국주의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는 저자의 통찰은 신선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제국주의가 역사책 속에서 끝난 사건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소비와 지갑을 통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불가피하게 불편한 질문들과 마주하게 되며 과연 누구의 노동과 희생 위에 서서히 편리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가. 책은 역사적 제국주의와 오늘날 경제적 제국주의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한때 총과 칼로 식민지를 지배하던 제국들은 이제 글로벌 자본과 기업을 앞세워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착취를 이어 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채굴 되는 희귀 광물은 다국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값싸게 팔려나가고 동남아시아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으로 세계의 패스트패션을 생산한다.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그 끝 단에서 단지 저렴하고 편리한 제품을 소비할 뿐이다. 그러나 그 소비 행위조차 이미 구조적 폭력의 일부라고 말하며 이 지점에서 단순한 경제 공부를 넘어선 윤리적 각성을 경험하게 된다. 나의 지갑은 결코 개인적인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맞닿아 있는 권력의 매개체라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너무 나도 흔한 제품들이 사실은 현대판 제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콜탄과 코발트는 대부분 아프리카 콩고에서 채굴 되며 그 과정에 어린아이들이 안전 장비 하나 없이 갱도 속으로 들어가 목숨을 걸고 채굴을 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휴대폰 속에는 그들의 땀과 피가 스며 들어 있는 셈이다. 또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커피 한 잔 역시 저개발국 에티오피아 농부들의 낮은 임금과 불공정 거래 위에 세워져 있다.

책은 이러한 현실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생생한 사례와 목소리로 전한다. 단순히 지식을 얻는 것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 죄책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의식하지 못하면 변화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은 단순히 불편한 현실을 폭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독자에게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당장 글로벌 경제의 구조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소비자로서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 공정 무역 제품 구매, 불필요한 소비 줄이기 같은 작은 실천들이 모여 거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처음엔 그저 이상적인 주장처럼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현실적 대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자본의 흐름은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된다. 내가 무엇을 사는지 곧 어떤 세상을 만드는지 직결된다.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을 공정 무역 제품으로 바꾼다면 매번 옷을 살 때 패스트패션 대신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고른다면 비록 작은 변화일지라도 그 파급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바꿀 때도, 옷을 살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그 이면에 어떤 구조가 있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알았기에 내 지갑은 단순히 개인의 만족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라 세계와 연결된 정치적 행위라는 것으로 이해를 한다.
이 깨달음은 단순한 독서의 소득을 넘어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물론 모든 소비를 윤리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무엇을 외면하고 있었는지 어디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지는 분명해진다. 단순히 개인의 소비 윤리 차원을 넘어 세계 경제 구조를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며 앞으로의 삶에서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마무리를 하며
내 지갑 속에 들어온 제국주의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하고 무거운 책이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외면해 온 진실을 마주한다는 증거로 우리의 일상과 직결된 정치적 선언문에 가깝다. 소비의 행위 하나하나가 이미 세계의 구조적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에 책임 있는 선택을 고민하게 만든다.
단순한 경제 지식을 넘어 윤리적 자각을 얻고 더 이상 지갑을 열 때 무심할 수 없게 되고 작은 소비 습관 하나가 제국주의적 구조를 유지할 수도 변화 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 삶의 작은 실천으로 이어가고 싶고 앞으로 소비할 때마다 양심의 목소리가 되어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