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의 심리 처방전
김은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십의 심리 처방전

50의 나이를 먹으면 지천명이라고 하며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때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단순히 나이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무게가 더해지는 과정이다. 특히 오십이라는 시점은 청춘의 열정과 노년의 여유 사이에서 잠시 멈춰 서는 갈림길 같은 순간이며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이 쌓아 올린 결과를 돌아보면서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런 갈림길 앞에서 방향을 잃고 흔들리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마음의 약속 같은 책이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언어로 그러나 결코 피상적이지 않은 통찰로 오십의 마음을 다독여 준다. 한 장 한 장 내 삶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한 기분을 느끼며 평생을 바쁘게 달려온 흔적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취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교차하며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모른 척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오십의 심리를 진단하면서도 결코 두려움이나 부족함으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아이들이 자라 집을 떠나고 직장에서 한 발 비켜

나며 사회적 무대에서 조금씩 밀려나더라도 그것이 삶의 끝은 아니라는 것을 반복해서 일깨운다. 저자는 오십이 되면 누구나 겪는 심리적 변화와 공허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것이 결코 패배가 아님을 강조한다.



한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불안에 시달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글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동시에 새로운 전환의 신호라는 것을. 오십은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무너지는 시기가 아니라 나 자신을 진짜로 만나는 두 번째 사춘기 같은 시기라는 사실이 마음 깊이 와 닿았다. 읽는 내내 불안을 다독여주는 위로의 손길을 받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처방의 방식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추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작은 일상 속에서 얼마든지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침 햇살 아래 잠시 걷는 것, 오랫동안 미뤄둔 취미를 다시 꺼내는 것, 가족과의 대화를 조금 더 진솔하게 나누는 것,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건네는 것. 책은 이런 소박한 실천이 무너진 마음을 다시 붙잡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인생을 바꾸는 거창한 비밀 따위는 없다는 사실 그저 매일의 작은 선택이 쌓여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평범하지만 절대적인 진실이 우리의 마음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매일 저녁 잠깐의 산책을 해 보면 단순히 걷는 행위일 뿐인데도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저자가 말한 일상의 처방이 결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은 독자가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도록 이끈다는 점이며 읽다 보면 자꾸만 멈추어 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 때문에 불안한가, 무엇을 잃을까 두려운가, 앞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이 질문이 좀 불편하지만, 나 자신과의 대화는 그동안 외면해왔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한동안 깊은 여운에 잠긴다. 오십은 두려움의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나이라는 사실이 선명히 마음에 남고 단순히 심리학적 조언을 넘어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태도 자체를 바꾸게 만든다. 더 이상 사회적 역할과 성취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자유, 나를 위한 시간을 채워가야 한다는 책임, 그리고 남은 날들을 후회보다는 감사로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 이 모든 것이 이 책을 통해 마음에 자리를 잡게 해 준다.

인생의 절반을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불안과 공허 속에서 이 책은 따뜻한 등불이 된다. 책을 읽으며 두려움과 허황된 기대를 허물고 희망을 품게 한다. 오십의 심리 처방전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 삶을 이끌어줄 지혜로운 벗이 되는 책이다. 그리고 울림은 책을 덮은 이후에도 여전히 내 안에서 조용히 울리고 있음을 느낀다. 감사합니다.(제네시스 드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