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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ㅣ 어른의 과학 취향 1
장홍제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
화학을 다루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에게 가장 많은 질문은 연금술로 납을 금으로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약, 폭탄 이야기다. 그러나 질문의 3가지 보다 더 관심 보인 것은 술이다. 술이 사람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술이 태어난 과정, 그리고 어떤 술이 우리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겼는지 풀어 놓은 책이다.
기호 식품이 술을 우리가 잘 마시면 스트레스를 풀고 다음 날 밝은 내일을 만들 수 있고 또 만남의 장소에서 어색한 분위기를 대화가 잘 되는 화기애애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좋은 점이 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추한 모습을 보여 술을 마시지 아니함만 못하다.
음주의 결론은 좋은 점, 나쁜 점을 잘 가려서 적당히 마셔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잘하는 것이다, 가끔 술을 마시고 사고를 치는 사람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절대 선처를 해주면 안 된다. 술기운 때문에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말이며 본심이 술기운의 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평가하고 싶을 때는 술을 먹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술로 안전감을 찾고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에 윤활유 작용을 하여 긴장감도 풀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이만한 재료가 없다. 술은 잔에 적당하게 차야 한다는 조언이 있다. 계영배라는 용어로 잔에 가득 차게 되면 일부가 새어나가 70% 정도의 레벨을 유지하게 하여 과음을 하지 않게 하는 유용한 잔이다.
지나침이 심하면 사달이 나기에 조선시대 신의주의 거상 임상옥이 늘 곁에 이 잔을 두고 과함을 경계하였다고 한다. 직장의 동료는 막걸리 애주가로 병 바닥에 쌓여 있는 농축물을 섞기 위해 병을 거꾸로 세게 흔들어 잘 섞고 난 후 병 두껑을 열 때 술이 튀어나오지 않게 조금씩 열어 가스를 빼는 것을 봤다. 우리는 막걸리를 다루는 고수임을 인정해 준다.

술에 대한 에피소드의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고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술의 종류 등 화학 시간을 재현해 놓은 듯하여 책의 진도가 잘나가지 않는다. 제 같은 경우는 술을 마시면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여 한두 잔만 마셔도 얼굴과 피부의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한다. 병원에서 이런 사람은 술을 마시면 안 되다 하여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한밤중, 우리는 종종 괜히 감정적으로 들떠버린다. 불빛은 적당히 흐리고, 마음은 낮보다 더 솔직하다. 들뜨는 밤엔 화학을 마신다는 바로 그런 순간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화학을 설명하려는 과학 교양서가 아니며 오히려 화학이라는 무기를 들고, 사람의 감정과 일상, 사랑과 외로움, 그 미묘한 정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한 편의 시집 같은 에세이다.
저자는 독자의 일상 속 낯선 화학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꺼내 놓는다. 술에 취한 저녁, 좋아하는 사람의 향기, 우연히 떠오른 추억의 냄새. 그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분자와 분자의 반응이라는, 너무도 과학적인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화학은 낯설고 복잡한 학문이 아니라, 삶 속을 유영하는 보이지 않는 감각의 언어처럼 느껴진다.

책은 술과 향수, 사랑, 잠, 기억 등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감각의 주제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우리가 너무 나도 당연하게 느끼던 감정과 경험을 화학의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그 과학적 설명이 감성을 해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그 덕분에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과학을 배웠다기 보다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이른다.

특히 술에 관한 챕터는 흥미롭다. 우리는 취한 채 사랑을 고백하고, 때론 과거를 되새기고, 무모한 용기를 내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알코올이라는 화학물질이 우리의 뇌에 끼치는 영향이라니, 낭만이 사라질 법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 과정을 오히려 더 낭만적으로 그려낸다. 술이 우리를 솔직하게 만드는 건, 진실이 화학반응을 통해 솟구치기 때문이다. 이 문장은 과학과 감성이 얼마나 조화로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화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아름답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감정은 화학이다. 하지만 그 화학은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 말처럼,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화학으로 이뤄진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감성으로 살아가는 인간임을 잊지 않게 만들고 있다. 감사합니다.(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