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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리스트 - 술과 공간 그리고 오사카, 오사카에 사는 사람들
마츠다 아키히로 지음 / 용감한까치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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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리스트
사회 초년생 시절에 술이 싫어도 선배, 고참이 들이미니 할 수 없이 소주 몇 잔을 마시곤 하였다. 소주 서너 잔이 들어가면 얼굴이 붉게 되고 속에서는 난리가 난다. 몇 년 동안 이런 생활을 하다 술이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술을 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을 시켰다. 즉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몸에 없는 것이다.
일본에는 종업원이 술을 따라준다. 이것을 마스자케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뒷술로 통한다. 여기에 일부러 술을 넘치도록 부어 놓고는 행운과 복이 따른다고 하는데, 이건 좀 무리한 행동으로 손님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배부른 것이 행복이니 젓가락을 놓지 말자 뜻으로 오까 와디가 있다. 한 그릇 더 달라는 내용인데, 이게 우리가 자주 쓰는 리플의 뜻이 아닐까.
작년 초에 가족과 함께 오사카로 여행 때 유명한 라멘 집을 찾아갔다. 메뉴 선택을 위한 설문지 비슷한 종이에 취향에 맞춰 작성을 해야 한다. 파 넣을지 말지, 짜지 않게, 맵게 등 작성을 하여 직원에게 주면 식당의 홀 쪽으로 자리가 비면 안내를 해 준다. 테이블은 없고 조그마한 의자와 음식이 나오면 받는 작은 창이 있다. 안에서 누가 요리하는지 보이지 않으며 옆 사람과도 좁아 대화를 할 여유도 없는 공간이다. 각자 먹고 싶은 라면을 시켜서 먹고 나오는 일종의 혼 밥을 연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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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숙소 주위 동네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면으로 요리를 하는 식당에 들렀는데, 기계에서 메뉴를 선택 밥값을 지불하고 기다리니 면 집 특유의 장인 정신을 가진 주방장이 음식을 내어 놓았다. 국물을 한 숟갈 뜨니 너무 짜다. 간을 너무 한 듯하다. 미지근한 물을 달라고 해야 하나 하면서 서로 눈치만 보며 망설이다. 음식을 짜지 않게 좀 해 달라고 이야기도 못하고 그냥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남기고 나온 일도 있었다.
일본 사람들은 선 술집에서 술 한 병과 안주 1개 시켜 놓고 주야장천 대화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술 문화와 많이 다르다. 우리는 부어라 마셔라 해서 마무리를 하고 나오면 거의 제정신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 일본인은 조금씩 홀짝하다 나오니 술을 마신 모습이 아닌 듯 보인다.
직장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동료들과 피로를 풀면서 시원한 생 맥주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은 낙으로 생각이 된다. 쌓인 스트레스도 풀어주니 이보다 더 좋은 박카스가 어디 있을까. 이런 힘든 시간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샐러리맨에게 다 있기에 그 마음은 모두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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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음식의 메뉴가 다양하다. 닭고기 꼬치 형태의 야끼 토르, 우리도 식당에서 가끔 먹는 오코 미노 야키, 그리고 국물이 진한 돈코츠라로멘, 사토 미안(조개구이), 오란다니, 술에서 꽃향기가 나는 고구마 소주, 화로에 구워주는 로바다야키, 등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책의 저자 마츠다 아키히로는 애주가로 술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 기가 막힌다. 다양한 술 향기에 맞는 표정 또한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맛있는 음식이 입에 들어가면 얼굴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맛을 보고, 식감을 느끼고, 목으로 넘어가면 부드럽게 소화가 되고 그러다 일부는 몸에 영양소로 남는다. 요즘 TV 프로에 먹방 코너에서 4명이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는데 식당 주인이 놀라며 음식을 만들어 내기가 바쁘다. 여성으로 조그마한 체구에 그 많은 음식 20인분이 다 어디로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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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라고 하면 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꼭 가보는 오사카성, 도톤보리, 주택 박물관 등으로 관광지만 둘러보고 오곤 했는데, 이렇게 맛집이 다양하게 많은 줄 몰랐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대를 물려서 하는 사업으로 각 식당마다 전통과 그 특유의 가훈이 묻어 나는 식당이 많다. 체인점이 많은 우리와 다른 점이다.
일본은 술부터 시키고 우리는 안주부터 시키는 차이가 있고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실 때는 고개를 돌려 예를 갖추는데, 일본은 그것이 오히려 실례라고 한다. 식당에 가면 먼저 추천 메뉴를 시켜서 맛을 보고 입에 맞는 것을 찾아 골라서 추가로 시키면 된다. 좋은 술안주 맛집 소개를 해준 정명호 님께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낸다.
감사합니다.(제네시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