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
가모사키 단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리드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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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트릭'의 '고전'적 요소들
- [노랑방의 수수께끼], 가스통 르루, 1907.


추리소설의 '본격파'로 분류되는 '밀실살인'의 거장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 1906~1977)의 작품 몇 권을 읽다 보니, 이 '밀실트릭'에도 '고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봤다. 

미스터리소설의 원조격인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 탐정 3부작 중 첫 편인 [모르그 가의 살인](1841)에서 설정된 모녀 살인 현장도 어찌보면 '밀실'의 형태였지만, 범인이 황당하게도 오랑우탄이었으니, 소설 속 사후 '밀실'은 사전 계획된 트릭이 전혀 아닌 우연한 살인 현장에 불과했다.

추리소설의 계보를 보면, 18세기 영국의 '뉴게이트 소설'로 불리던 범죄자가 주인공인 잡소설들이 그 기원이다. 그 찌라시들은 시민 계몽용으로 '이렇게 살면 안된다'라는 교훈집이었다. 그러나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살던 다수 민중들의 눈에는 '뉴게이트' 감옥에 갇힌 중범죄자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일종의 세상에 균열을 내는 '영웅'이 되어버리는 '역설'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이 바로 지배계급에 속하던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19세기 영국식 '탐정' 소설이었는데, 탐정소설의 시조새인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오거스트 뒤팽도 귀족 풍이었지만, 포의 괴기담은 오히려 몰락해 가는 전근대적 귀족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편이었다([어셔가의 몰락]). 
한편, 코넌 도일의 탐정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탐정 에르퀼 포와로는 본격적인 '탐정'으로서 지배질서를 저해하는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당대 지배계급의 '부역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례로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세계관은 다분히 보수적이었다. 잉글랜드인 탐정 홈즈의 최대 적수는 아일랜드인 모리어티 교수였고, 영국 제국주의 '본국' 사람 크리스티의 수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불길한 노래의 소재는 '인디언'인데 원래는 '검둥이(nigger)'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S.S.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추리기법'은 직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뒤집어 버린 '연역소거법'으로 색다르지만 기존 영국의 지배계급 탐정들을 어느 정도 답습하는 형태였다. 일단 반 다인의 탐정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탐정 엘러리 퀸은 상류 계층의 자제에 하버드를 나온 천재다. 오거스트 뒤팽이나 셜록 홈즈의 후예다.

그럼에도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살인사건의 '트릭'을 구성하면서 '현실파' 추리소설이 '본격파' 추리소설로 이행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는 한다.

그렇게 '리얼리즘'을 떠나 '본격파'로 넘어오게 되면, 현실의 살인사건이 아닌, 오로지 추리소설만을 위한 살인사건들을 다루는 '본격파' 추리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밀실살인' 또는 '밀실트릭'이다.


"... 눈에 보이는 사실은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러가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므로 종종 판단을 그르치는 원인이 됩니다! 누차 말하지만 그것을 추리의 근거로 하면 안됩니다! 우선 추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사실이 자기 '추리(이성)의 동그라미' 속에 잘 들어가느냐 여부를 조사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 수중에 있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의 극히 작은 '(이성의) 동그라미'입니다.
다시 말해 범인은 '노랑방'에는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왜 모든 사람은 범인이 방에 있었다고 생각했을까요? 범인이 있었던 흔적 때문입니다! 그러나 범인은 훨씬 전에 방을 나가 버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범인은 아무래도 훨씬 전에 방을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입니다. 저의 '이성'이 범인은 훨씬 전에 나가 있었어야만 한다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 [노랑방의 수수께끼], <이성이 지시한 원>, 가스통 르루, 1907.


'밀실트릭'의 '고전'인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를 쓴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 1868~1927)라...
어딘가 낯익다 싶은데 바로 [오페라의 유령](1910) 원작자다. 

뮤지컬로 유명한 이야기의 소설 원작자인데, [오페라의 유령]도 극장 지하공간에 사는 '팬텀'이라는 괴기성이 있지만, 가스통 르루가 저널리스트 직업을 접고 본격 소설을 쓰게 된 첫 작품 [노랑방의 수수께끼]는 '본격파' 미스터리 소설의 '원조'와도 같다.

살인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두세번 살해 위험에 처했던 피해자 마띨드 스땅제르송 양의 별채 침실 '노랑방(La Chambre Jaune)'이 '밀실'이다. 

그녀가 거의 죽음 직전에 구해진 그 '노랑방'은 도저히 범인이 나갈 수 없는 구조, 즉 사건 직후 나갈 문도 안에서 잠겼고 창문 또한 열린 흔적이 없는 등의 전형적인 '밀실'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18세의 천재소년이자 <에뽀끄> 신문기자인 조제프 '룰르따비유(둥글고 큰 머리)'는 파리 경찰국 소속 민완 탐정 프레드릭 라루상과 두뇌 경쟁을 하며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가정 하에 '이성(머리)'을 '올바로 쓰기 위해' 노력한다. 룰르따비유는 본인의 말에 의하면 이성이 지시한 '동그라미(논리구조)' 안에 각 사실관계를 앞뒤가 맞물리도록 배치하기 위해 피해자의 과거 행적까지 쫓아 본국인 프랑스에서 미국행도 불사하는 열혈청년이다. 직관과 논리를 우선시하는 점에서 오거스트 뒤팽,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 등 천재 탐정의 면모가 얼핏 보인다.

그렇게 '노랑방'의 첫번째 '완전밀실'과 두번째 사건현장인 '복도'의 '광의의 밀실' 등을 거치면서 룰르따비유는 좌층우돌은 하지만 범인을 추적해 간다.

'고전'은 아니지만, 최근의 '본격파' 밀실트릭 추리소설 중 하나로서 일본 작가 가모사키 단로(1985~)는 아주 대놓고 '본격 밀실살인'만 다룬 [밀실황금시대의 살인](2022)이라는 소설에서 '밀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이 나라에서 '밀실살인'이 빈번히 일어나게 된 후로 (일본) 법무성에서는 '밀실'의 정의를 셋으로 분류했다. '완전밀실'과 '불완전밀실', 그리고 '광의의 밀실'이다. '완전밀실'과 '불완전밀실'은 합쳐서 '협의의 밀실'이라고도 불린다.
'완전밀실'의 정의는 실내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방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이 잠긴 상태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가장 표준적인 타입의 밀실이다.
그에 반해 '불완전밀실'의 정의는 실내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방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이 잠긴 상태에 준하는 상황을 말한다. 안으로 열리는 문 앞에 장애물이 놓여 있어서 그 장애물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창문은 열려 있지만 워낙 높은 층이어서 도저히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거나, 이런 타입의 밀실이 '불완전밀실'이라 불린다.
그리고 '광의의 밀실'의 정의는 '완전밀실'과 '불완전밀실', 양쪽의 정의에 모두 들어맞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예컨대 눈 밀실로 대표되는 발자국 없는 살안이나, 살인 현장이 된 광장으로 침입하는 경로가 카메라로 감시당하고 있어 지나갈 수 없는 상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밀실황금시대의 살인], <2장. 밀실트릭의 논리적 해명>, 가모사키 단로, 2022.


일본 최초로 '밀실살인'이 일어난 후 '밀실트릭'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풀리지 않을 경우 '무죄'가 된다는 판례에 따라 일본 법무성이 분석한 '밀실'의 정의라는 설정과 전혀 진지하지 않고 범인의 살인 의도 또한 별 개연성도 없이 오직 '밀실트릭'만 난무하는 가모시키 단로의 소설 [밀실황금시대의 살인](2022)에는 온갖 '밀실트릭'의 요소들이 등장한다. '비밀통로', '원격살인', 금세 물을 얼리는 '액체질소', 고무줄과 플라스틱 병 등등... 결코 현실적이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있을 법한 트릭들이다.

그럼에도 '밀실살인'에서 변함없이 단연 으뜸으로 꼽는 최고의 '고전'적 트릭 하나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밀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시간' 밖에 없다. 즉, '시간차'인데, '밀실'이라는 동일 '공간'에서 사건 당시가 아닌 그 이전의 '시간'에 이미 사건이 발생했거나 예정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밀실'이라는 '공간'을 초월하는 최고의 트릭은 '시간'이 된다.


"프레드릭 라루상, 역시 대단한 솜씨군. 정말 훌륭한 솜씨야... 정말 진심으로 존경하는 바이다. 그러나 오늘 필요한 것은 단순한 탐정을 한발 앞선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경험이 가르쳐 주는 일에서 한발 앞선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어쨌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 '논리적'이라는 것도 즉, 2+2=4라고 할때 신(神)이 논리적인 것과 뜻이 같은, 그런 '논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성(理性)'을 바르게 쓰는 일이다!"
- [노랑방의 수수께끼], <사건의 현장>, 가스통 르루, 1907.


가스통 르루의 '밀실트릭' 고전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의 결론도 바로 '시간차'였다. 
'노랑방'의 '완전밀실'은 '시간차' 공격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복도와 같은 '광의의 밀실'에서는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요소로 단박에 해결해 버린다.

물론 이야기의 앞뒤가 맞게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 다소 우연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독자들의 추리를 방해하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어떤가. 21세기 현대적 '본격파' 미스터리 소설가인 가모사키 단로의 '밀실트릭'처럼 도저히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온갖 우연적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가스통 르루의 [노랑방의 수수께끼]를 '본격파' 추리소설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가스통 르루의 '밀실트릭' 고전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는 비현실적인 '본격파' 이전의 현실적 '밀실트릭'의 면모를 지닌다.

오래된 '고전'이니 스포일러도 해보자.

[노랑방의 수수께끼]의 범인은 피해자 스땅제르송 양이 미국에서 잠시 동거했던 귀족 사기꾼 프레드릭 라루상이다. 신분을 위조하여 프랑스 경찰국에 들어가 본인이 저지른 범죄를 다른 사람에게 누명 씌우며 사건을 해결해 온 이 가명의 형사 탐정 라루상은, '밀실트릭'의 '고전'적인 두 가지 조건인 '시간차'와 '범인은 모여있는 우리들 중 하나'라는 요소들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밀실살인'의 대가 존 딕슨 카가 '마술'적 요소로 도입한 '공범'([해골성], [세 개의 관] 등)까지 가미해 볼 수도 있겠다.

혹시 모를 '밀실트릭'을 만나게 된다면, 과학적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밀실트릭'의 '고전'적인 세 가지 요소들을 가정해 보자.

1) '시간차' 공격 : '밀실'의 제한된 '공간'을 초월하는 건 '시간'이다.
2) '범인은 이 안에 있다' : 범인은 늘 우리들 중 누구이며, 어느 누구는 초반에 진범에 의해 누명을 쓴다.
3) '공범' : 또 우리 중 어느 누구는 마술의 조수와 같이 외부에서 범행을 도와줄 '공범'의 가능성이 있다.

이제 미스터리 소설의 계보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본격파' 밀실트릭을 일괄해 보았으니, 
다음으로는 추리를 역으로 거슬러 짚어간다는 '도서(倒敍;inverted)' 미스터리 소설로 넘어가봐야겠다.

아마도 비현실적 '본격파' 추리소설에서 다시금 리얼리즘 '현실파' 추리소설로 되돌아 오는 여정이 되리라.

그래서 이번주는 마을 도서관에서 아일랜드와 영국의 미스터리 소설가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Freeman Wills Crofts : 1879~1957)의 소설 두 권을 빌려온다.

***

1. [노랑방의 수수께끼(Le Mystere de la Chmbre Jaune)](1907), Gaston Leroux, 민희식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2. [오페라의 유령(Le Fantome de l'Opera)](1910), Gaston Leroux, 성귀수 옮김, <문학세계사>, 2001.
3. [밀실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2022), 가모사키 단로, 김예진 옮김, <디앤씨미디어>,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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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방의 수수께끼 동서 미스터리 북스 91
가스통 르루 지음, 민희식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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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트릭'의 '고전'적 요소들
- [노랑방의 수수께끼], 가스통 르루, 1907.


추리소설의 '본격파'로 분류되는 '밀실살인'의 거장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 1906~1977)의 작품 몇 권을 읽다 보니, 이 '밀실트릭'에도 '고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찾아봤다. 

미스터리소설의 원조격인 에드거 앨런 포의 뒤팽 탐정 3부작 중 첫 편인 [모르그 가의 살인](1841)에서 설정된 모녀 살인 현장도 어찌보면 '밀실'의 형태였지만, 범인이 황당하게도 오랑우탄이었으니, 소설 속 사후 '밀실'은 사전 계획된 트릭이 전혀 아닌 우연한 살인 현장에 불과했다.

추리소설의 계보를 보면, 18세기 영국의 '뉴게이트 소설'로 불리던 범죄자가 주인공인 잡소설들이 그 기원이다. 그 찌라시들은 시민 계몽용으로 '이렇게 살면 안된다'라는 교훈집이었다. 그러나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살던 다수 민중들의 눈에는 '뉴게이트' 감옥에 갇힌 중범죄자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일종의 세상에 균열을 내는 '영웅'이 되어버리는 '역설'을 드러내고 말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이 바로 지배계급에 속하던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19세기 영국식 '탐정' 소설이었는데, 탐정소설의 시조새인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오거스트 뒤팽도 귀족 풍이었지만, 포의 괴기담은 오히려 몰락해 가는 전근대적 귀족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편이었다([어셔가의 몰락]). 
한편, 코넌 도일의 탐정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탐정 에르퀼 포와로는 본격적인 '탐정'으로서 지배질서를 저해하는 범죄자들을 심판하는 당대 지배계급의 '부역자'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례로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세계관은 다분히 보수적이었다. 잉글랜드인 탐정 홈즈의 최대 적수는 아일랜드인 모리어티 교수였고, 영국 제국주의 '본국' 사람 크리스티의 수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불길한 노래의 소재는 '인디언'인데 원래는 '검둥이(nigger)'였다.

20세기 초 미국의 S.S.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은 '추리기법'은 직관적이고 논리적으로 뒤집어 버린 '연역소거법'으로 색다르지만 기존 영국의 지배계급 탐정들을 어느 정도 답습하는 형태였다. 일단 반 다인의 탐정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탐정 엘러리 퀸은 상류 계층의 자제에 하버드를 나온 천재다. 오거스트 뒤팽이나 셜록 홈즈의 후예다.

그럼에도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살인사건의 '트릭'을 구성하면서 '현실파' 추리소설이 '본격파' 추리소설로 이행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는 한다.

그렇게 '리얼리즘'을 떠나 '본격파'로 넘어오게 되면, 현실의 살인사건이 아닌, 오로지 추리소설만을 위한 살인사건들을 다루는 '본격파' 추리소설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밀실살인' 또는 '밀실트릭'이다.


"... 눈에 보이는 사실은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여러가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므로 종종 판단을 그르치는 원인이 됩니다! 누차 말하지만 그것을 추리의 근거로 하면 안됩니다! 우선 추리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사실이 자기 '추리(이성)의 동그라미' 속에 잘 들어가느냐 여부를 조사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 수중에 있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의 극히 작은 '(이성의) 동그라미'입니다.
다시 말해 범인은 '노랑방'에는 전혀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왜 모든 사람은 범인이 방에 있었다고 생각했을까요? 범인이 있었던 흔적 때문입니다! 그러나 범인은 훨씬 전에 방을 나가 버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도 범인은 아무래도 훨씬 전에 방을 나가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입니다. 저의 '이성'이 범인은 훨씬 전에 나가 있었어야만 한다고 일러주고 있습니다."
- [노랑방의 수수께끼], <이성이 지시한 원>, 가스통 르루, 1907.


'밀실트릭'의 '고전'인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를 쓴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 : 1868~1927)라...
어딘가 낯익다 싶은데 바로 [오페라의 유령](1910) 원작자다. 

뮤지컬로 유명한 이야기의 소설 원작자인데, [오페라의 유령]도 극장 지하공간에 사는 '팬텀'이라는 괴기성이 있지만, 가스통 르루가 저널리스트 직업을 접고 본격 소설을 쓰게 된 첫 작품 [노랑방의 수수께끼]는 '본격파' 미스터리 소설의 '원조'와도 같다.

살인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두세번 살해 위험에 처했던 피해자 마띨드 스땅제르송 양의 별채 침실 '노랑방(La Chambre Jaune)'이 '밀실'이다. 

그녀가 거의 죽음 직전에 구해진 그 '노랑방'은 도저히 범인이 나갈 수 없는 구조, 즉 사건 직후 나갈 문도 안에서 잠겼고 창문 또한 열린 흔적이 없는 등의 전형적인 '밀실'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18세의 천재소년이자 <에뽀끄> 신문기자인 조제프 '룰르따비유(둥글고 큰 머리)'는 파리 경찰국 소속 민완 탐정 프레드릭 라루상과 두뇌 경쟁을 하며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가정 하에 '이성(머리)'을 '올바로 쓰기 위해' 노력한다. 룰르따비유는 본인의 말에 의하면 이성이 지시한 '동그라미(논리구조)' 안에 각 사실관계를 앞뒤가 맞물리도록 배치하기 위해 피해자의 과거 행적까지 쫓아 본국인 프랑스에서 미국행도 불사하는 열혈청년이다. 직관과 논리를 우선시하는 점에서 오거스트 뒤팽,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 등 천재 탐정의 면모가 얼핏 보인다.

그렇게 '노랑방'의 첫번째 '완전밀실'과 두번째 사건현장인 '복도'의 '광의의 밀실' 등을 거치면서 룰르따비유는 좌층우돌은 하지만 범인을 추적해 간다.

'고전'은 아니지만, 최근의 '본격파' 밀실트릭 추리소설 중 하나로서 일본 작가 가모시키 단로(1985~)는 아주 대놓고 '본격 밀실살인'만 다룬 [밀실황금시대의 살인](2022)이라는 소설에서 '밀실'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이 나라에서 '밀실살인'이 빈번히 일어나게 된 후로 (일본) 법무성에서는 '밀실'의 정의를 셋으로 분류했다. '완전밀실'과 '불완전밀실', 그리고 '광의의 밀실'이다. '완전밀실'과 '불완전밀실'은 합쳐서 '협의의 밀실'이라고도 불린다.
'완전밀실'의 정의는 실내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방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이 잠긴 상태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가장 표준적인 타입의 밀실이다.
그에 반해 '불완전밀실'의 정의는 실내에서 살인이 일어나고, 방 안의 모든 문과 창문이 잠긴 상태에 준하는 상황을 말한다. 안으로 열리는 문 앞에 장애물이 놓여 있어서 그 장애물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는다거나, 창문은 열려 있지만 워낙 높은 층이어서 도저히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거나, 이런 타입의 밀실이 '불완전밀실'이라 불린다.
그리고 '광의의 밀실'의 정의는 '완전밀실'과 '불완전밀실', 양쪽의 정의에 모두 들어맞지 않는 상태를 가리킨다. 예컨대 눈 밀실로 대표되는 발자국 없는 살안이나, 살인 현장이 된 광장으로 침입하는 경로가 카메라로 감시당하고 있어 지나갈 수 없는 상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 [밀실황금시대의 살인], <2장. 밀실트릭의 논리적 해명>, 가모시키 단로, 2022.


일본 최초로 '밀실살인'이 일어난 후 '밀실트릭'이 완벽하게 구성되어 풀리지 않을 경우 '무죄'가 된다는 판례에 따라 일본 법무성이 분석한 '밀실'의 정의라는 설정과 전혀 진지하지 않고 범인의 살인 의도 또한 별 개연성도 없이 오직 '밀실트릭'만 난무하는 가모시키 단로의 소설 [밀실황금시대의 살인](2022)에는 온갖 '밀실트릭'의 요소들이 등장한다. '비밀통로', '원격살인', 금세 물을 얼리는 '액체질소', 고무줄과 플라스틱 병 등등... 결코 현실적이지 않지만 소설에서는 있을 법한 트릭들이다.

그럼에도 '밀실살인'에서 변함없이 단연 으뜸으로 꼽는 최고의 '고전'적 트릭 하나가 있다. 바로 '시간'이다. '밀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시간' 밖에 없다. 즉, '시간차'인데, '밀실'이라는 동일 '공간'에서 사건 당시가 아닌 그 이전의 '시간'에 이미 사건이 발생했거나 예정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밀실'이라는 '공간'을 초월하는 최고의 트릭은 '시간'이 된다.


"프레드릭 라루상, 역시 대단한 솜씨군. 정말 훌륭한 솜씨야... 정말 진심으로 존경하는 바이다. 그러나 오늘 필요한 것은 단순한 탐정을 한발 앞선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경험이 가르쳐 주는 일에서 한발 앞선 그런 일을 하는 것이다. 어쨌든 '논리적'이어야 한다. 그 '논리적'이라는 것도 즉, 2+2=4라고 할때 신(神)이 논리적인 것과 뜻이 같은, 그런 '논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성(理性)'을 바르게 쓰는 일이다!"
- [노랑방의 수수께끼], <사건의 현장>, 가스통 르루, 1907.


가스통 르루의 '밀실트릭' 고전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의 결론도 바로 '시간차'였다. 
'노랑방'의 '완전밀실'은 '시간차' 공격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복도와 같은 '광의의 밀실'에서는 '범인은 이 안에 있다'는 요소로 단박에 해결해 버린다.

물론 이야기의 앞뒤가 맞게 전개되도록 하기 위해 다소 우연적인 요소들이 포함되어 독자들의 추리를 방해하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어떤가. 21세기 현대적 '본격파' 미스터리 소설가인 가모사키 단로의 '밀실트릭'처럼 도저히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지는 않다.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는 온갖 우연적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으니 말이다. 가스통 르루의 [노랑방의 수수께끼]를 '본격파' 추리소설로 보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가스통 르루의 '밀실트릭' 고전 [노랑방의 수수께끼](1907)는 비현실적인 '본격파' 이전의 현실적 '밀실트릭'의 면모를 지닌다.

오래된 '고전'이니 스포일러도 해보자.

[노랑방의 수수께끼]의 범인은 피해자 스땅제르송 양이 미국에서 잠시 동거했던 귀족 사기꾼 프레드릭 라루상이다. 신분을 위조하여 프랑스 경찰국에 들어가 본인이 저지른 범죄를 다른 사람에게 누명 씌우며 사건을 해결해 온 이 가명의 형사 탐정 라루상은, '밀실트릭'의 '고전'적인 두 가지 조건인 '시간차'와 '범인은 모여있는 우리들 중 하나'라는 요소들을 여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밀실살인'의 대가 존 딕슨 카가 '마술'적 요소로 도입한 '공범'([해골성], [세 개의 관] 등)까지 가미해 볼 수도 있겠다.

혹시 모를 '밀실트릭'을 만나게 된다면, 과학적 수사에 착수하기 전에 직관적으로 '밀실트릭'의 '고전'적인 세 가지 요소들을 가정해 보자.

1) '시간차' 공격 : '밀실'의 제한된 '공간'을 초월하는 건 '시간'이다.
2) '범인은 이 안에 있다' : 범인은 늘 우리들 중 누구이며, 어느 누구는 초반에 진범에 의해 누명을 쓴다.
3) '공범' : 또 우리 중 어느 누구는 마술의 조수와 같이 외부에서 범행을 도와줄 '공범'의 가능성이 있다.

이제 미스터리 소설의 계보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본격파' 밀실트릭을 일괄해 보았으니, 
다음으로는 추리를 역으로 거슬러 짚어간다는 '도서(倒敍;inverted)' 미스터리 소설로 넘어가봐야겠다.

아마도 비현실적 '본격파' 추리소설에서 다시금 리얼리즘 '현실파' 추리소설로 되돌아 오는 여정이 되리라.

그래서 이번주는 마을 도서관에서 아일랜드와 영국의 미스터리 소설가 프리먼 윌스 크로프츠(Freeman Wills Crofts : 1879~1957)의 소설 두 권을 빌려온다.

***

1. [노랑방의 수수께끼(Le Mystere de la Chmbre Jaune)](1907), Gaston Leroux, 민희식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2. [오페라의 유령(Le Fantome de l'Opera)](1910), Gaston Leroux, 성귀수 옮김, <문학세계사>, 2001.
3. [밀실황금시대의 살인 - 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2022), 가모사키 단로, 김예진 옮김, <디앤씨미디어>,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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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코담뱃갑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8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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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존 딕슨 카
- 존 딕슨 카, [해골성]/[세 개의 관]/[황제의 코담뱃갑]/[제3의 총탄], 1931~1954.


마을도서관이 대량으로 새로 들여놓은 <동서미스터리북스(DMB)> 시리즈 덕분에 요즘 잠시 '미스터리소설'에 빠져 지내고 있는 중에, 어린 시절 영국의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미국의 엘러리 퀸(그리고 바너비 로스)만 읽어대면서 말로만 들었던 S.S. 반 다인까지 읽게 되었다.

그렇게 요즘 휴일이면 어김없이 동네 뒷산인 초안산을 종주하고는 마을도서관에 들러 지난 주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동서미스터리북스> 시리즈를 둘러보다가 또 빌려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미스터리소설'과 '탐정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중단편집도 다시 읽고 짧았던 '미스터리북스' 여정을 접으려고 했더랬다.

그런데 도서관 책장에 늘어선 수십 권의 '미스터리북스' 책들이 휴일의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나를 반 다인에서 에드거 앨런 포로 거슬러 오르게 했다가 다시 곁가지로 뻗어가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만난 작가가 바로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 1906~1977)다.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탐정들이 구사하는 이른바 '연역소거법'은 내가 읽기로는, 
탐정소설의 시조새인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그의 후예인 영국의 코넌 도일과 길버트 체스터튼,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린' 추리에서 이후 20세기 중반 미국의 닫힌 '밀실추리'로 이행하는 일종의 과도기로 보이는데, 도일과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귀납적 추리를 통해 범인을 쫓아간다는 점에서 '열린' 개방형인데 반해 '밀실추리'는 엄격히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사건과 추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개방된 공간인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전자는 소위 '리얼리즘' 또는 '현실파' 추리소설인 것이고, 
'밀실'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작하여 오로지 그곳에서 마무리되는 후자는 이른바 '본격파' 추리소설로 분류된다고 한다.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연역소거' 추리기법은 내가 보기엔 열린 '현실' 추리소설에서 밀실로 대표되는 '본격' 추리소설로 넘어가는 가교와도 같다는 말이다.
'연역소거법'과 '밀실살인'은 현실에는 없는 제한된 공간과 그 속의 사실관계만을 모두 제시하고는 독자들에게 '문제(수수께끼/미스터리)'를 내고는 대놓고 풀어보라 제안한다. 그래서 이 '밀실살인' 추리소설은 '현실'적이지 않은 '본격파' 추리소설로 불리는 것이며, 그 정점에 바로 '존 딕슨 카'가 있었던 거다.

존 딕슨 카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실로 여러 명인데, 대표적인 인물은 '앙리 방코랑', '기디언 펠', '다모트 킨로스', '마키스 대령' 등이 있다.


1. [해골성(The Castle Skull)](1931) : 앙리 방코랑

"제프, 내가 예언을 해주지. 폰 아른하임 남작은 나를 앞지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네. 자기의 계획대로 일찍이 명배우 마일런 아리슨(피살자)이 화려했을 무렵 무대에서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싶어하는 걸세. 그의 성격은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는 우리 앞에서 연극을 한 거라네. 튜턴 인종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 그 훌륭한 연극을 구경하고 싶은 기분도 없지는 않네. 그러나 내게도 반항심이라는 것이 있거든. 멍하니 그의 연기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 [해골성], 존 딕슨 카, 1931.

1930년에 작가로 데뷔한 딕슨 카의 초기작인 [해골성](1931)은 실제 살인범으로서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의 '조수'인 여성 등장인물을 배치하여 오래된 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프랑스인 예심판사인 '앙리 방코랑(Henry Bencolin)'이 활약한다. 

그에게는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과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와 같이 역시 '조수'인 소설가 제프리 마르가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그가 묘사한 아마추어 탐정이자 천재인 방코랑 판사는 이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다. 다만, 누구에게도 본인이 이미 아는 것을 발설하지 않고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하면서 본인의 가설을 '연역법'으로 증명하고 완성해 나간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적국인 독일과의 스파이 전쟁에서 만난 경쟁자 폰 아른하임 남작(현직 독일 고위급 경관)을 라인강변의 해골성' 사건현장에서 다시 만나 새삼 두뇌경쟁을 하면서도 방코랑은 느긋하다. 반 다인의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처럼 범인이 누군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딕슨 카의 초기작에서 활약하는 탐정 '앙리 방코랑'은 아직까지 반 다인의 탐정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탐정 '엘러리 퀸' 같은 '연역소거법' 탐정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1935) : 기디언 펠

"그 세 가지 요점이란 이런 거네. (1) 동생 '앙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있는 건 두 형제 뿐이라는 것, (2) 그 형제는 둘 다 진실을 말했다는 것, (3) 시간 문제가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말았다는 것, 등이네.
이 사건에서는 많은 일들이 매우 짧은 시간과 관련되어 있었네. 참으로 짧은 시간이지. 사건의 난관이 시간 착오에 있었다는 것은, 우리의 살인범을 '그림자 없는 남자'라고 명명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의 일부였어."
-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935.

'본격파 밀실살인'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세 개의 관](1935)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두 개의 살인사건을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 결말에서 명쾌하게 풀어 설명한다. 

이 작품의 탐정 '기디언 펠(Gideon Fell)' 박사는 영국인 법학박사로서 런던경시청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인물안데, 동료와도 같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런던경시청 해드리 경감과의 경쟁 과정에서 뜻밖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본격파' 추리소설인 '밀실살인'은 추리소설을 위한 소설이라 전혀 현실적일 수가 없다. 범인은 항상 제한된 공간에 있는 제한된 인물 중 하나다. 소설의 전개과정은 이미 작가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퍼즐이 초반에는 전부 해체되어 있다가 원래의 구성대로 재조립되는 '연역법'의 증명과정 실현에 불과하다. 독자는 '귀납적' 또는 과학적으로 이 퍼즐을 풀어보고 싶겠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작가의 머릿속을 알 수 없으니 하나하나 메모하고 시간표를 작성해서 수학문제 풀듯이 읽을 열정이 없다면 수수께끼는 끝까지 미궁이다.

고장난 시계, 인물의 숨겨진 과거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실들을 간과하면 이 수수께끼는 절대로 풀 수 없는데, 기디온 펠 박사 같은 천재들은 귀신같이 이 복잡한 문제를 결말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으면서 사건을 해결해 보인다. 
특히, [세 개의 관]은 기디언 펠 박사의 '밀실강의'로 유명하단다.

영국에 정착하여 활동했던 미국 출신 작가 딕슨 카는 마치 유럽 작가 같이 무대도 유럽, 등장인물들도 유럽 각국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이 '밀실살인'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풀어낸다.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할 수 있을 거네. 하지만 풀릴 가망이 없는 수수께끼도 있어. 이해하겠지? (피살자) 그리모와 뒤몽은 나(펠 박사)와 같은 프랑스인이 아니네. 그런 광대뼈를 가진 여자, 정직하다(honest)는 말의 묵음인 'h'를 발음하는 여자는 절대로 라틴 민족일 수가 없어.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네. 그 두 사람은 '마지르' 인일세. 정확하게 말하면 그리모는 원래 헝가리 출신이고, 진짜 이름은 카롤리, 다른 이름은 샤를 그리모 호바트. 이 남자의 어머니는 아마 프랑스인이었을 거네. 원래는 헝가리 왕국의 일부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 뒤 루마니아에 병합된 트란실바니아 공화국 출신이지. 1890년대 말이나 1900년대 초에 두 형제와 함께 카롤리 그리모 호바트는 형무소에 들어갔네. 두 형제가 있었던 것을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한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다른 한 사람은 지금 피에르 플레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남자일세."
-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935.


3. [황제의 코담뱃갑(The Emperor's Snuff-box)](1942) : 다모트 킨로스

"아투드는 갈색 장갑을 낀 사람은 토비였다고 증언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몹시 열심이었죠.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고 라이벌을 형무소에 밀어 넣겠다 그것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중환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청으로 바톨 검사를 만나러 가겠다고 나섰으니까요. 그것을 그 사나이는 해냈습니다. 꼭 가겠다고 고집을 세워서요... 
... 심리학의 문제...
...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그 사나이를 죽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 죽이지 말지어다. 그러나 억지로 살해할 필요는 없도다.' 결국은 들쑤셔서 그 사나이를 죽게 한 것이나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사나이는 건강을 되찾고 단두대가 적절히 결말을 지었겠죠. 그러나 나는 별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소."
-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 1942.

일설에 의하면 '추리소설의 여왕'이자 그 역시 '밀실살인'의 내용과 같은 [오리엔트 특급살인](1934)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를 쓴 애거서 크리스티조차도 속았다는 또 하나의 '밀실살인'의 정점인 작품, [황제의 코담배갑](1942)에는 '다모트 킨로스'라는 정신분석의사가 등장한다. 

제목이 왜 '나폴레옹 1세(황제)'가 아꼈다던 작은 '코담배갑(snuff-box)'이었는지 좀더 세심하게 알고 간파했다면 독자는 초반에 이미 살인범을 킨로스 박사처럼 알 수 있었을는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전개시키는 의문의 살인사건만을 쫓아가다 보면 십중팔구 실마리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는 결국 '본격파' 추리소설 작가 존 딕슨 카의 농간이 놀아나고 마는 거다.

물론, 반 다인과 엘러리 퀸처럼 확실한 법적, 물적 증거 없이 '연역법'으로만 접근하게 될 때는 범인을 스스로 또는 우연한 계기를 만들어 죽게 만드는 방법으로 단죄하기도 한다. 

'다모트 킨로스' 박사는 이러한 심리전을 통해 누명을 쓰게 된 미녀를 구하고 악당인 범인을 심판하는 반 다인의 고전적 수법을 쓰고 있다.


4. [제3의 총탄(The Third Bullet)](1954) : 마키스 대령

"'전 (마키스) 국장보님께서 진상을 좀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페이지 경위가 완곡하게 말했다. 전혀 악의가 없는 말이었지만 이 말이 마키스 (대령)의 감정을 건드렸다.
'자네 말은 전적으로 옳아. 난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알고, 범행이 어떻게 저질러졌는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겐 사실과 증거가 필요해. 그러니 사실을 밝혀 보자구. 오늘 새 사실을 알아낸 게 있는가?'"
- [제3의 총탄], 존 딕슨 카, 1954.

내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깔끔한 결말의 작품은 [황제의 코담배갑]에 같이 실린 [제3의  총탄](1952)이라는 중편이다. 개중 나중에 발표된 작품이라 완성도가 더 있을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 경찰국장보로 나오는 퇴역군인 '마키스 대령'이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장편보다 분량이 적은 중편소설이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틀레이크 판사를 별채라는 '밀실'에서 죽인 총탄은 각기 다른 세 개의 권총에서 발사되었다는 설정도 흥미롭고, 한정된 공간의 제한적 인물들 사이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인물을 구제하는 방식, 용의자의 숨겨진 과거와 그를 돕는 묘령의 여인이 누구인가 하는 존 딕슨 카의 모든 전작 소설들에 나오는 각종 요소들이 적절하게 작동하는 완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존 딕슨 카의 '밀실살인' 작품 하나를 읽으라 한다면,
나는 [제3의 총탄](1954)을 권하고 싶다.


5.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딕슨 카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으로서,
'본격파' 추리소설의 대가로 평가받는,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를 만나 '밀실살인'의 정점을 읽었으니,
이제 다시 마을도서관에 들러 '밀실살인'의 고전이라는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수수께끼](1907)를 빌려와야겠다.

그리고 시간 나면 딕슨 카의 다른 '밀실살인' 추리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역시 내게는,
시간 보내기에 '추리소설'만한 게 없고,
'현실파'든 '본격파'든 뭐니뭐니 해도 역시나 '고전'을 따를 게 없다.

아마도,
나의 '미스터리소설' 고전 여행은 좀더 지속될 것 같다.

***

1. [해골성(The Castle Skull)](1931), John Dickson Carr,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1935), John Dickson Carr, 김민영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3. [황제의 코담뱃갑(The Emperor's Snuff-box)](1942)/[제3의 총탄(The Third Bullet)](1954), John Dickson Carr,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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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 개의 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90
존 딕슨 카 지음, 김민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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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존 딕슨 카
- 존 딕슨 카, [해골성]/[세 개의 관]/[황제의 코담뱃갑]/[제3의 총탄], 1931~1954.


마을도서관이 대량으로 새로 들여놓은 <동서미스터리북스(DMB)> 시리즈 덕분에 요즘 잠시 '미스터리소설'에 빠져 지내고 있는 중에, 어린 시절 영국의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미국의 엘러리 퀸(그리고 바너비 로스)만 읽어대면서 말로만 들었던 S.S. 반 다인까지 읽게 되었다.

그렇게 요즘 휴일이면 어김없이 동네 뒷산인 초안산을 종주하고는 마을도서관에 들러 지난 주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동서미스터리북스> 시리즈를 둘러보다가 또 빌려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미스터리소설'과 '탐정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중단편집도 다시 읽고 짧았던 '미스터리북스' 여정을 접으려고 했더랬다.

그런데 도서관 책장에 늘어선 수십 권의 '미스터리북스' 책들이 휴일의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나를 반 다인에서 에드거 앨런 포로 거슬러 오르게 했다가 다시 곁가지로 뻗어가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만난 작가가 바로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 1906~1977)다.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탐정들이 구사하는 이른바 '연역소거법'은 내가 읽기로는, 
탐정소설의 시조새인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그의 후예인 영국의 코넌 도일과 길버트 체스터튼,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린' 추리에서 이후 20세기 중반 미국의 닫힌 '밀실추리'로 이행하는 일종의 과도기로 보이는데, 도일과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귀납적 추리를 통해 범인을 쫓아간다는 점에서 '열린' 개방형인데 반해 '밀실추리'는 엄격히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사건과 추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개방된 공간인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전자는 소위 '리얼리즘' 또는 '현실파' 추리소설인 것이고, 
'밀실'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작하여 오로지 그곳에서 마무리되는 후자는 이른바 '본격파' 추리소설로 분류된다고 한다.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연역소거' 추리기법은 내가 보기엔 열린 '현실' 추리소설에서 밀실로 대표되는 '본격' 추리소설로 넘어가는 가교와도 같다는 말이다.
'연역소거법'과 '밀실살인'은 현실에는 없는 제한된 공간과 그 속의 사실관계만을 모두 제시하고는 독자들에게 '문제(수수께끼/미스터리)'를 내고는 대놓고 풀어보라 제안한다. 그래서 이 '밀실살인' 추리소설은 '현실'적이지 않은 '본격파' 추리소설로 불리는 것이며, 그 정점에 바로 '존 딕슨 카'가 있었던 거다.

존 딕슨 카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실로 여러 명인데, 대표적인 인물은 '앙리 방코랑', '기디언 펠', '다모트 킨로스', '마키스 대령' 등이 있다.


1. [해골성(The Castle Skull)](1931) : 앙리 방코랑

"제프, 내가 예언을 해주지. 폰 아른하임 남작은 나를 앞지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네. 자기의 계획대로 일찍이 명배우 마일런 아리슨(피살자)이 화려했을 무렵 무대에서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싶어하는 걸세. 그의 성격은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는 우리 앞에서 연극을 한 거라네. 튜턴 인종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 그 훌륭한 연극을 구경하고 싶은 기분도 없지는 않네. 그러나 내게도 반항심이라는 것이 있거든. 멍하니 그의 연기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 [해골성], 존 딕슨 카, 1931.

1930년에 작가로 데뷔한 딕슨 카의 초기작인 [해골성](1931)은 실제 살인범으로서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의 '조수'인 여성 등장인물을 배치하여 오래된 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프랑스인 예심판사인 '앙리 방코랑(Henry Bencolin)'이 활약한다. 

그에게는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과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와 같이 역시 '조수'인 소설가 제프리 마르가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그가 묘사한 아마추어 탐정이자 천재인 방코랑 판사는 이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다. 다만, 누구에게도 본인이 이미 아는 것을 발설하지 않고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하면서 본인의 가설을 '연역법'으로 증명하고 완성해 나간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적국인 독일과의 스파이 전쟁에서 만난 경쟁자 폰 아른하임 남작(현직 독일 고위급 경관)을 라인강변의 해골성' 사건현장에서 다시 만나 새삼 두뇌경쟁을 하면서도 방코랑은 느긋하다. 반 다인의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처럼 범인이 누군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딕슨 카의 초기작에서 활약하는 탐정 '앙리 방코랑'은 아직까지 반 다인의 탐정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탐정 '엘러리 퀸' 같은 '연역소거법' 탐정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1935) : 기디언 펠

"그 세 가지 요점이란 이런 거네. (1) 동생 '앙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있는 건 두 형제 뿐이라는 것, (2) 그 형제는 둘 다 진실을 말했다는 것, (3) 시간 문제가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말았다는 것, 등이네.
이 사건에서는 많은 일들이 매우 짧은 시간과 관련되어 있었네. 참으로 짧은 시간이지. 사건의 난관이 시간 착오에 있었다는 것은, 우리의 살인범을 '그림자 없는 남자'라고 명명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의 일부였어."
-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935.

'본격파 밀실살인'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세 개의 관](1935)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두 개의 살인사건을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 결말에서 명쾌하게 풀어 설명한다. 

이 작품의 탐정 '기디언 펠(Gideon Fell)' 박사는 영국인 법학박사로서 런던경시청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인물안데, 동료와도 같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런던경시청 해드리 경감과의 경쟁 과정에서 뜻밖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본격파' 추리소설인 '밀실살인'은 추리소설을 위한 소설이라 전혀 현실적일 수가 없다. 범인은 항상 제한된 공간에 있는 제한된 인물 중 하나다. 소설의 전개과정은 이미 작가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퍼즐이 초반에는 전부 해체되어 있다가 원래의 구성대로 재조립되는 '연역법'의 증명과정 실현에 불과하다. 독자는 '귀납적' 또는 과학적으로 이 퍼즐을 풀어보고 싶겠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작가의 머릿속을 알 수 없으니 하나하나 메모하고 시간표를 작성해서 수학문제 풀듯이 읽을 열정이 없다면 수수께끼는 끝까지 미궁이다.

고장난 시계, 인물의 숨겨진 과거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실들을 간과하면 이 수수께끼는 절대로 풀 수 없는데, 기디온 펠 박사 같은 천재들은 귀신같이 이 복잡한 문제를 결말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으면서 사건을 해결해 보인다. 
특히, [세 개의 관]은 기디언 펠 박사의 '밀실강의'로 유명하단다.

영국에 정착하여 활동했던 미국 출신 작가 딕슨 카는 마치 유럽 작가 같이 무대도 유럽, 등장인물들도 유럽 각국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이 '밀실살인'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풀어낸다.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할 수 있을 거네. 하지만 풀릴 가망이 없는 수수께끼도 있어. 이해하겠지? (피살자) 그리모와 뒤몽은 나(펠 박사)와 같은 프랑스인이 아니네. 그런 광대뼈를 가진 여자, 정직하다(honest)는 말의 묵음인 'h'를 발음하는 여자는 절대로 라틴 민족일 수가 없어.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네. 그 두 사람은 '마지르' 인일세. 정확하게 말하면 그리모는 원래 헝가리 출신이고, 진짜 이름은 카롤리, 다른 이름은 샤를 그리모 호바트. 이 남자의 어머니는 아마 프랑스인이었을 거네. 원래는 헝가리 왕국의 일부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 뒤 루마니아에 병합된 트란실바니아 공화국 출신이지. 1890년대 말이나 1900년대 초에 두 형제와 함께 카롤리 그리모 호바트는 형무소에 들어갔네. 두 형제가 있었던 것을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한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다른 한 사람은 지금 피에르 플레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남자일세."
-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935.


3. [황제의 코담뱃갑(The Emperor's Snuff-box)](1942) : 다모트 킨로스

"아투드는 갈색 장갑을 낀 사람은 토비였다고 증언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몹시 열심이었죠.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고 라이벌을 형무소에 밀어 넣겠다 그것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중환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청으로 바톨 검사를 만나러 가겠다고 나섰으니까요. 그것을 그 사나이는 해냈습니다. 꼭 가겠다고 고집을 세워서요... 
... 심리학의 문제...
...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그 사나이를 죽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 죽이지 말지어다. 그러나 억지로 살해할 필요는 없도다.' 결국은 들쑤셔서 그 사나이를 죽게 한 것이나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사나이는 건강을 되찾고 단두대가 적절히 결말을 지었겠죠. 그러나 나는 별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소."
-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 1942.

일설에 의하면 '추리소설의 여왕'이자 그 역시 '밀실살인'의 내용과 같은 [오리엔트 특급살인](1934)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를 쓴 애거서 크리스티조차도 속았다는 또 하나의 '밀실살인'의 정점인 작품, [황제의 코담배갑](1942)에는 '다모트 킨로스'라는 정신분석의사가 등장한다. 

제목이 왜 '나폴레옹 1세(황제)'가 아꼈다던 작은 '코담배갑(snuff-box)'이었는지 좀더 세심하게 알고 간파했다면 독자는 초반에 이미 살인범을 킨로스 박사처럼 알 수 있었을는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전개시키는 의문의 살인사건만을 쫓아가다 보면 십중팔구 실마리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는 결국 '본격파' 추리소설 작가 존 딕슨 카의 농간이 놀아나고 마는 거다.

물론, 반 다인과 엘러리 퀸처럼 확실한 법적, 물적 증거 없이 '연역법'으로만 접근하게 될 때는 범인을 스스로 또는 우연한 계기를 만들어 죽게 만드는 방법으로 단죄하기도 한다. 

'다모트 킨로스' 박사는 이러한 심리전을 통해 누명을 쓰게 된 미녀를 구하고 악당인 범인을 심판하는 반 다인의 고전적 수법을 쓰고 있다.


4. [제3의 총탄(The Third Bullet)](1954) : 마키스 대령

"'전 (마키스) 국장보님께서 진상을 좀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페이지 경위가 완곡하게 말했다. 전혀 악의가 없는 말이었지만 이 말이 마키스 (대령)의 감정을 건드렸다.
'자네 말은 전적으로 옳아. 난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알고, 범행이 어떻게 저질러졌는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겐 사실과 증거가 필요해. 그러니 사실을 밝혀 보자구. 오늘 새 사실을 알아낸 게 있는가?'"
- [제3의 총탄], 존 딕슨 카, 1954.

내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깔끔한 결말의 작품은 [황제의 코담배갑]에 같이 실린 [제3의  총탄](1952)이라는 중편이다. 개중 나중에 발표된 작품이라 완성도가 더 있을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 경찰국장보로 나오는 퇴역군인 '마키스 대령'이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장편보다 분량이 적은 중편소설이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틀레이크 판사를 별채라는 '밀실'에서 죽인 총탄은 각기 다른 세 개의 권총에서 발사되었다는 설정도 흥미롭고, 한정된 공간의 제한적 인물들 사이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인물을 구제하는 방식, 용의자의 숨겨진 과거와 그를 돕는 묘령의 여인이 누구인가 하는 존 딕슨 카의 모든 전작 소설들에 나오는 각종 요소들이 적절하게 작동하는 완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존 딕슨 카의 '밀실살인' 작품 하나를 읽으라 한다면,
나는 [제3의 총탄](1954)을 권하고 싶다.


5.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딕슨 카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으로서,
'본격파' 추리소설의 대가로 평가받는,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를 만나 '밀실살인'의 정점을 읽었으니,
이제 다시 마을도서관에 들러 '밀실살인'의 고전이라는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수수께끼](1907)를 빌려와야겠다.

그리고 시간 나면 딕슨 카의 다른 '밀실살인' 추리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역시 내게는,
시간 보내기에 '추리소설'만한 게 없고,
'현실파'든 '본격파'든 뭐니뭐니 해도 역시나 '고전'을 따를 게 없다.

아마도,
나의 '미스터리소설' 고전 여행은 좀더 지속될 것 같다.

***

1. [해골성(The Castle Skull)](1931), John Dickson Carr,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1935), John Dickson Carr, 김민영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3. [황제의 코담뱃갑(The Emperor's Snuff-box)](1942)/[제3의 총탄(The Third Bullet)](1954), John Dickson Carr,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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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해골성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0
존 딕슨 카 지음, 전형기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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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존 딕슨 카
- 존 딕슨 카, [해골성]/[세 개의 관]/[황제의 코담뱃갑]/[제3의 총탄], 1931~1954.


마을도서관이 대량으로 새로 들여놓은 <동서미스터리북스(DMB)> 시리즈 덕분에 요즘 잠시 '미스터리소설'에 빠져 지내고 있는 중에, 어린 시절 영국의 코넌 도일과 애거서 크리스티, 미국의 엘러리 퀸(그리고 바너비 로스)만 읽어대면서 말로만 들었던 S.S. 반 다인까지 읽게 되었다.

그렇게 요즘 휴일이면 어김없이 동네 뒷산인 초안산을 종주하고는 마을도서관에 들러 지난 주에 빌린 책을 반납하고 <동서미스터리북스> 시리즈를 둘러보다가 또 빌려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미스터리소설'과 '탐정소설'의 원조로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의 중단편집도 다시 읽고 짧았던 '미스터리북스' 여정을 접으려고 했더랬다.

그런데 도서관 책장에 늘어선 수십 권의 '미스터리북스' 책들이 휴일의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나를 반 다인에서 에드거 앨런 포로 거슬러 오르게 했다가 다시 곁가지로 뻗어가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만난 작가가 바로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 : 1906~1977)다.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탐정들이 구사하는 이른바 '연역소거법'은 내가 읽기로는, 
탐정소설의 시조새인 미국의 에드거 앨런 포, 그리고 그의 후예인 영국의 코넌 도일과 길버트 체스터튼,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린' 추리에서 이후 20세기 중반 미국의 닫힌 '밀실추리'로 이행하는 일종의 과도기로 보이는데, 도일과 크리스티의 작품들은 귀납적 추리를 통해 범인을 쫓아간다는 점에서 '열린' 개방형인데 반해 '밀실추리'는 엄격히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사건과 추리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개방된 공간인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전자는 소위 '리얼리즘' 또는 '현실파' 추리소설인 것이고, 
'밀실'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시작하여 오로지 그곳에서 마무리되는 후자는 이른바 '본격파' 추리소설로 분류된다고 한다.

반 다인과 엘러리 퀸의 '연역소거' 추리기법은 내가 보기엔 열린 '현실' 추리소설에서 밀실로 대표되는 '본격' 추리소설로 넘어가는 가교와도 같다는 말이다.
'연역소거법'과 '밀실살인'은 현실에는 없는 제한된 공간과 그 속의 사실관계만을 모두 제시하고는 독자들에게 '문제(수수께끼/미스터리)'를 내고는 대놓고 풀어보라 제안한다. 그래서 이 '밀실살인' 추리소설은 '현실'적이지 않은 '본격파' 추리소설로 불리는 것이며, 그 정점에 바로 '존 딕슨 카'가 있었던 거다.

존 딕슨 카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은 실로 여러 명인데, 대표적인 인물은 '앙리 방코랑', '기디언 펠', '다모트 킨로스', '마키스 대령' 등이 있다.


1. [해골성(The Castle Skull)](1931) : 앙리 방코랑

"제프, 내가 예언을 해주지. 폰 아른하임 남작은 나를 앞지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네. 자기의 계획대로 일찍이 명배우 마일런 아리슨(피살자)이 화려했을 무렵 무대에서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던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싶어하는 걸세. 그의 성격은 나도 잘 알고 있네. 그는 우리 앞에서 연극을 한 거라네. 튜턴 인종이 세계에서 으뜸가는 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지. 그 훌륭한 연극을 구경하고 싶은 기분도 없지는 않네. 그러나 내게도 반항심이라는 것이 있거든. 멍하니 그의 연기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 [해골성], 존 딕슨 카, 1931.

1930년에 작가로 데뷔한 딕슨 카의 초기작인 [해골성](1931)은 실제 살인범으로서 마술사가 등장하고 그의 '조수'인 여성 등장인물을 배치하여 오래된 성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내용으로, 프랑스인 예심판사인 '앙리 방코랑(Henry Bencolin)'이 활약한다. 

그에게는 에드거 앨런 포의 탐정 뒤팽과 코넌 도일의 셜록 홈즈와 같이 역시 '조수'인 소설가 제프리 마르가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고 있는데, 그가 묘사한 아마추어 탐정이자 천재인 방코랑 판사는 이미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다. 다만, 누구에게도 본인이 이미 아는 것을 발설하지 않고 하나하나 증거를 수집하면서 본인의 가설을 '연역법'으로 증명하고 완성해 나간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적국인 독일과의 스파이 전쟁에서 만난 경쟁자 폰 아른하임 남작(현직 독일 고위급 경관)을 라인강변의 해골성' 사건현장에서 다시 만나 새삼 두뇌경쟁을 하면서도 방코랑은 느긋하다. 반 다인의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엘러리 퀸처럼 범인이 누군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딕슨 카의 초기작에서 활약하는 탐정 '앙리 방코랑'은 아직까지 반 다인의 탐정 '파일로 번스'와 엘러리 퀸의 탐정 '엘러리 퀸' 같은 '연역소거법' 탐정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1935) : 기디언 펠

"그 세 가지 요점이란 이런 거네. (1) 동생 '앙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있는 건 두 형제 뿐이라는 것, (2) 그 형제는 둘 다 진실을 말했다는 것, (3) 시간 문제가 사건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말았다는 것, 등이네.
이 사건에서는 많은 일들이 매우 짧은 시간과 관련되어 있었네. 참으로 짧은 시간이지. 사건의 난관이 시간 착오에 있었다는 것은, 우리의 살인범을 '그림자 없는 남자'라고 명명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의 일부였어."
-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935.

'본격파 밀실살인'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세 개의 관](1935)은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두 개의 살인사건을 얽히고 설키게 만들어 결말에서 명쾌하게 풀어 설명한다. 

이 작품의 탐정 '기디언 펠(Gideon Fell)' 박사는 영국인 법학박사로서 런던경시청의 '자문' 역할을 하는 인물안데, 동료와도 같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런던경시청 해드리 경감과의 경쟁 과정에서 뜻밖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다.

물론 '본격파' 추리소설인 '밀실살인'은 추리소설을 위한 소설이라 전혀 현실적일 수가 없다. 범인은 항상 제한된 공간에 있는 제한된 인물 중 하나다. 소설의 전개과정은 이미 작가의 머릿속에서 완성된 퍼즐이 초반에는 전부 해체되어 있다가 원래의 구성대로 재조립되는 '연역법'의 증명과정 실현에 불과하다. 독자는 '귀납적' 또는 과학적으로 이 퍼즐을 풀어보고 싶겠지만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작가의 머릿속을 알 수 없으니 하나하나 메모하고 시간표를 작성해서 수학문제 풀듯이 읽을 열정이 없다면 수수께끼는 끝까지 미궁이다.

고장난 시계, 인물의 숨겨진 과거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실들을 간과하면 이 수수께끼는 절대로 풀 수 없는데, 기디온 펠 박사 같은 천재들은 귀신같이 이 복잡한 문제를 결말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엮으면서 사건을 해결해 보인다. 
특히, [세 개의 관]은 기디언 펠 박사의 '밀실강의'로 유명하단다.

영국에 정착하여 활동했던 미국 출신 작가 딕슨 카는 마치 유럽 작가 같이 무대도 유럽, 등장인물들도 유럽 각국의 사람들을 끌어들여 이 '밀실살인'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풀어낸다.

"거기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할 수 있을 거네. 하지만 풀릴 가망이 없는 수수께끼도 있어. 이해하겠지? (피살자) 그리모와 뒤몽은 나(펠 박사)와 같은 프랑스인이 아니네. 그런 광대뼈를 가진 여자, 정직하다(honest)는 말의 묵음인 'h'를 발음하는 여자는 절대로 라틴 민족일 수가 없어.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네. 그 두 사람은 '마지르' 인일세. 정확하게 말하면 그리모는 원래 헝가리 출신이고, 진짜 이름은 카롤리, 다른 이름은 샤를 그리모 호바트. 이 남자의 어머니는 아마 프랑스인이었을 거네. 원래는 헝가리 왕국의 일부였지만 제1차 세계대전 뒤 루마니아에 병합된 트란실바니아 공화국 출신이지. 1890년대 말이나 1900년대 초에 두 형제와 함께 카롤리 그리모 호바트는 형무소에 들어갔네. 두 형제가 있었던 것을 내가 얘기하지 않았나? 한 사람은 본 적이 없지만, 다른 한 사람은 지금 피에르 플레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남자일세."
- [세 개의 관], 존 딕슨 카, 1935.


3. [황제의 코담뱃갑(The Emperor's Snuff-box)](1942) : 다모트 킨로스

"아투드는 갈색 장갑을 낀 사람은 토비였다고 증언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고 몹시 열심이었죠.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고 라이벌을 형무소에 밀어 넣겠다 그것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중환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시청으로 바톨 검사를 만나러 가겠다고 나섰으니까요. 그것을 그 사나이는 해냈습니다. 꼭 가겠다고 고집을 세워서요... 
... 심리학의 문제...
...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그 사나이를 죽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 죽이지 말지어다. 그러나 억지로 살해할 필요는 없도다.' 결국은 들쑤셔서 그 사나이를 죽게 한 것이나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사나이는 건강을 되찾고 단두대가 적절히 결말을 지었겠죠. 그러나 나는 별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소."
- [황제의 코담뱃갑], 존 딕슨 카, 1942.

일설에 의하면 '추리소설의 여왕'이자 그 역시 '밀실살인'의 내용과 같은 [오리엔트 특급살인](1934)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1939)를 쓴 애거서 크리스티조차도 속았다는 또 하나의 '밀실살인'의 정점인 작품, [황제의 코담배갑](1942)에는 '다모트 킨로스'라는 정신분석의사가 등장한다. 

제목이 왜 '나폴레옹 1세(황제)'가 아꼈다던 작은 '코담배갑(snuff-box)'이었는지 좀더 세심하게 알고 간파했다면 독자는 초반에 이미 살인범을 킨로스 박사처럼 알 수 있었을는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전개시키는 의문의 살인사건만을 쫓아가다 보면 십중팔구 실마리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는 결국 '본격파' 추리소설 작가 존 딕슨 카의 농간이 놀아나고 마는 거다.

물론, 반 다인과 엘러리 퀸처럼 확실한 법적, 물적 증거 없이 '연역법'으로만 접근하게 될 때는 범인을 스스로 또는 우연한 계기를 만들어 죽게 만드는 방법으로 단죄하기도 한다. 

'다모트 킨로스' 박사는 이러한 심리전을 통해 누명을 쓰게 된 미녀를 구하고 악당인 범인을 심판하는 반 다인의 고전적 수법을 쓰고 있다.


4. [제3의 총탄(The Third Bullet)](1954) : 마키스 대령

"'전 (마키스) 국장보님께서 진상을 좀 알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페이지 경위가 완곡하게 말했다. 전혀 악의가 없는 말이었지만 이 말이 마키스 (대령)의 감정을 건드렸다.
'자네 말은 전적으로 옳아. 난 살인범이 누구인지도 알고, 범행이 어떻게 저질러졌는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겐 사실과 증거가 필요해. 그러니 사실을 밝혀 보자구. 오늘 새 사실을 알아낸 게 있는가?'"
- [제3의 총탄], 존 딕슨 카, 1954.

내 개인적으로 그 중 가장 깔끔한 결말의 작품은 [황제의 코담배갑]에 같이 실린 [제3의  총탄](1952)이라는 중편이다. 개중 나중에 발표된 작품이라 완성도가 더 있을 수도 있겠고, 무엇보다 경찰국장보로 나오는 퇴역군인 '마키스 대령'이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장편보다 분량이 적은 중편소설이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틀레이크 판사를 별채라는 '밀실'에서 죽인 총탄은 각기 다른 세 개의 권총에서 발사되었다는 설정도 흥미롭고, 한정된 공간의 제한적 인물들 사이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인물을 구제하는 방식, 용의자의 숨겨진 과거와 그를 돕는 묘령의 여인이 누구인가 하는 존 딕슨 카의 모든 전작 소설들에 나오는 각종 요소들이 적절하게 작동하는 완성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존 딕슨 카의 '밀실살인' 작품 하나를 읽으라 한다면,
나는 [제3의 총탄](1954)을 권하고 싶다.


5.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 딕슨 카

'밀실살인' 미스터리소설의 거장으로서,
'본격파' 추리소설의 대가로 평가받는,
존 딕슨 카(John Dickson Carr)'를 만나 '밀실살인'의 정점을 읽었으니,
이제 다시 마을도서관에 들러 '밀실살인'의 고전이라는 '가스통 르루'의 [노란방의 수수께끼](1907)를 빌려와야겠다.

그리고 시간 나면 딕슨 카의 다른 '밀실살인' 추리소설을 또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역시 내게는,
시간 보내기에 '추리소설'만한 게 없고,
'현실파'든 '본격파'든 뭐니뭐니 해도 역시나 '고전'을 따를 게 없다.

아마도,
나의 '미스터리소설' 고전 여행은 좀더 지속될 것 같다.

***

1. [해골성(The Castle Skull)](1931), John Dickson Carr,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2. [세 개의 관(The Three Coffins)](1935), John Dickson Carr, 김민영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03.
3. [황제의 코담뱃갑(The Emperor's Snuff-box)](1942)/[제3의 총탄(The Third Bullet)](1954), John Dickson Carr, 전형기 옮김, <동서문화사>, 1977~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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