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성선설
신동엽.김지연 지음 / 호우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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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인생고민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과 상의하기도 하고 

푸념처럼 친구나 가족들에게 하소연도 하지만, 

진짜 진짜 고민거리인데 참 남 앞에 꺼내놓기 어려운것이 

性에 대한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다.


性이라는게 지극히 음밀하고 사적인 일이라, 미주알고주알 어디가서 꺼내놓기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없다.

혼자 끙끙거리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고,

용기내서 고민 상담을 한다고 해도 또래 친구들일게 뻔하니

피드백도 고만고만 할듯하다.


그래서 전문가가 뭉쳤다!!


재치있는 입담과 유쾌함으로 오랫동안 개그맨이자 MC로 사랑받고 있는 신동엽님.

19금 토크의 전문가이신 '야설 동엽선생'(이 별명은 내가 지었다)이 2020년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럽에서 진행해오던 [신동엽의 성선설]이 이번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사실 난 네이버 오디오클럽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이렇게 재미나는 이야기라면

찾아서라도 들어야할 판이다.


이 책에는 또 한명의 멘토가 있는데 신동엽씨의 19금 토크를 마냥 19금으로만

치부되지 않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줄 전문가도 함께 했다.

유튜브에서 '의사언니'로 활동하며 전문적인 의학상식을 전해주고 있는 

김지연 산부인과 선생님도 있으니 어쩐지 꽉찬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 책에는 총 60개의 고민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고민이 뭐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왠걸,,하나도 비슷한게 없다.

고민도 가지가지 라는 말이 떠오른다.


제목만 훓어보아도 '어머나~"소리가 절로 나온다.


콘돔이 자꾸 찢어져서..

남친이 지루인지 걱정이 돼서요.

아내가 관계를 자주 거부해요.

헤어진 남친인데, 엔조이로만 지내자고 얘기해도 되는 걸까요?

님친 엄마가 저한테 피임을 물으시는데 기분이..

잠자리를 하고 나서 전여친 생각이난다고 헤어지자네요.


임신이나 피임등 성에 관련된 각가지 고민들이 총 출동하였다.

아이고 이를 어째~~하면서 고민 사연을 읽다보면 

20대의 어린 커플의 이야기에는 귀여움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40대의 중년들의 고민 사연에는 

'어 이거, 내친구 OO랑 케이스가 비슷한것 같은데..'하면서 몰입하게 되기도한다.


어떤 질문이든 노련한 신동엽씨의 조언을 읽다보면 '역시는 역시구나'싶다.

그쪽(?)으로의 풍부한 지식과 입담, 적절한 예시, 

그리고 철저하게 고민 상담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걱정하고,

위트있지만 진지하게 조언하는 모습에서 가볍지 않은 진중함과 든든함이 엿보인다.


게다가 전문 의학 지식이 필요할 때마다 짜짠하고 '의사언니'김지연 선생님이 

전문용어와 의학 지식을 시전하면 그냥 입을 헤~벌리고 듣게 된다.


남성대표 신동엽님과 여성대표 김지연 선생님은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안절부절 답답해하는 고민자들에게 

'그 남자와 얼릉 헤어지세요' 라든가,

'그 친구분과는 거리를 좀 두시다가 천천히 멀리하시는게 좋겠어요"라든가

핵사이다를 아예 콸콸 쏟아붓는다.


쿵짝이 잘 맞는 두 멘토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담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100% 믿음이 간다.






상담자에게는 세상 가장 큰 고민거리겠지만, 두 명의 전문가의 주거니 받거니 

토스 두어번이면 세상 심각하던 문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그다지 대단한 고민거리는 

아니게 된다는게 참 신통방통하였다.

이래서 고민은 서로 나누어야 하나보다. 


나는 이 참에 네이버 오디오클럽을 함 찾아봐야겠다.

유튜브로 '의사 언니'에 대해서는 찾아봤는데, 사진보다 더 대단한 미모의 산부인과 의사쌤이셨다.

이 나이에 들어도 도움 될만한 산부인과 의료 지식을 유튜브로 습득할 수 있었다.

가까운 지인에게 알려줘야겠다.



여러 사연중에서 처음에는 심각하게 읽다가 깔깔거리며 웃은 사연을 마지막으로

소개할까한다. (남의 고민거리에 웃으면 안되지만.. )


마지막 연애 때 전남친에게 크게 실망하여 몇년간 연애를 못했던 

한 여성의 사연이다. 친구가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소개를 해줬고

첫만남부터 괜찮은 사람인거 같아 사귀게 되었다.

사귄지 열흘만에 남친과 진도를 나가게 되었고,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담날부터 매일 아침에 오던 연락이 안오고 

겨우 연락이 되었을때는 '오늘는 내가 바빠서 그러니 연락하지말라'고 한다.

주말까지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결국 전화로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나 전여친이 자꾸 생각나서 안되겠어. 이쯤에서 헤어지는게 너한테도 

예의인거 같아" 라는 말이 되돌아 왔다.


동엽 : 와.. 진짜 양아치네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근데 진짜 다행일수도 있어요. 이 남자는 아주 질 나쁜 사람인데

그걸 모르고 만났으면..

'전 여친이 생각나서' 라니요. 어디서 개수작이야!

말도 안되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예요, 방구예요?


미간을 모으고 진심 화내는 신동엽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같았고

대신 화내고 욕해주는 신동엽님 때문에 사연자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똥 밟았네하고 잊고 돌아설 수 있을것 같다는 안도감에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나를 위해 진심 화내주고 내 편들어주면 세상살기가 훨씬

쉬워지는데, 19금 토크계의 대가인 공자, 맹자 다음가는 '엽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른다면 어설픈 사랑에 몸과 마음을 앓고,

죄없는 자신 탓만 하는 과오는 저지르지 않을것이다.


성에 관한 궁금증이나 고민거리가 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야한 책은 아니니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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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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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치다테 마키코 .. 저자의 이름은 다소 생소하지만 73세인 그녀의 작품에서는 

팔딱팔딱한 생생함과 위트와 재미가 느껴져 작가의 나이를 의식할 사이도 없었다.


73세의 할머니 작가에 의해 탄생한 78세의 할머니 케릭터 '오시 하나'도 

그 나이쯤되면 의례 상상하게 되는 꼰대 노인네의 느낌이 전혀 없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가발을 쓰고, 네일을 하고 멋진 스카프에 어울리는 옷을 갖춰 입는

세련되고 아름다운 멋쟁이 할머니다.


혹자는 그 나이에 주책이네..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이를 먹었으니, 곧 죽을 나이니까 라며 말끝마다 노인임을 강조하고 

뒷방 늙은이 같이 쳐져 있는것 보다 내눈엔 사실 훨씬 더 좋아보인다. 


동창회에서 만난 도저히 같은 나이로 보이지 않던 영락없이 그 나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인 동창들의 모습을 보며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자신의 젊고 세련된 모습에 

속으로 환호하고, 재능없는 그림을 그리며 어설픈 화가 흉내를 내는 꽤재재한 

모습의 큰 며느리도 탐탁치않다.


도쿄의 아자부라는 지역에서 주류도매업을 하는 그녀에게는 평생 종이접기가 취미이고

가게를 성실히 이끌어오던 남편이 있었다.

남자의 취미치고는 수수하다 못해 답답스러워 보이지만 평생 한눈 팔지 않고

'하나는 나의 보물이야', '평생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당신과 결혼한 일이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남편이 옆에 있다.

평생 일궈온가게를 장남에게 물려주고 맨션에서 보내는 노부부의 소소하면서도 유유자적한 삶..

이정도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던 그녀였다.

적어도 남편이 급사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루 아침에 의지하던 남편을 잃은 그녀는 모든것이 다 허허롭다. 

차라리 이대로 어서 남편을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외출할때는 치장을 한다. 

본인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남들의 입방아에 '그렇게 죽어라 멋을 내더니 남편이 죽고나니 별수 없구만."

이라는 소리를 죽기보다 듣기 싫은 그녀의 자존심 때문에라도 치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터지게 된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뜻하지 않는 곳에서 발견된 남편의 유서.

평소 유서따윈 절대 쓰지 않을거라고 늘 입에 달고 살던 남자가 친필로 쓴 자필 유서라니..

법원 집행관까지 입회한 가운데 개봉한 유서에는 정말 뒤로 나자빠질만한 일이 적혀 있었다.


평생 한눈팔지 않고(그렇게 믿고) 취미라고는 시시껄렁한 종이 접기가 다였던 남편한테 

40년동안이나 숨겨둔 내연녀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30대 중반의 아들이 있다는 것..

살다살다 이렇게 된통 뒷통수를 맞아본 적이 있을까 싶은데..


남편의 과거를 찾아간 '하나'는 여의사인 세컨드와 의젓하게 자란 남편의 아들 앞에서도

악다구리를 쓰기는 커녕 품위을 지키며 꼿꼿하게 그리고 예의를 갖춰

그들의 잘못을 요목조목 일깨워주는 '일본식' 복수극도 통쾌하게 펼친다.



한국의 드라마였다면 아마 귀싸대기 몇 대도 모잘라, 

얼굴들고 못살게 만들겠다며 동네방네 부정한 여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40년이나 감쪽같이 자신을 속인 남편과는 '사후이혼'을 하고

자신은 죽어서도 남편 옆 무덤에 들어가는 걸 거부한다.

한국식 복수와 일본식 복수는 정서적 차이도 있어서 많이 다르다 싶은데

'하나' 할머니의 복수는 일본인들의 눈에는 꽤나 고소하고 통쾌한 복수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쩜 모두 불행해질 수 있었던 일이었지만 우리의 멋쟁이 할머니 '하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멋드러지게 정리하고 

아들, 딸, 손주, 며느리..심지어 세컨드의 아들에게 조차 '노인의 품격'을 갖춘

멋진 할머니로 추앙 받으며 그녀답게 그녀의 방식으로 

곧 죽을테니까.. 

곧 죽을거지만.. 

곧 죽는다해도.. 고고하고, 세련되고, 품격을 잃지않고 오늘을 살아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젊었을때 살았던 일본에서의 생활과 한국과 꽤나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였다.

종종 전철에서 위아래, 모자까지 깔맞춤한 조금은 요란하게 멋을 부린 

일본의 할머니들을 만날때가 있었다. 


물론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내가 많이 봐왔던 한국의 할머니들은

그만한 연세라면 빠글빠글한 짦은 파마머리에 

헐렁한 월남치마나 몸빼바지, 그리고 헐렁한 셔츠를 입고 이 나이에 편한게 최고!

라고 외칠듯한데, 누구를 위해서 그렇게 치장을 하고 외출을 했을까 싶었던 할머니들을 모습은 

그 당시 어린 나에게는 좀 우스꽝스럽고 이해가 안되는 모습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아무것도 모르는 오만했던 생각이었다. 


화장을 하고,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그 만큼 삶에 열심이라는 것을

지금 이 나이가 되니까 비로소 알것 같다. 

자신을 가꾸는 것은 자신의 삶에 깊은 애착과 의욕이 있을때에만 (그 귀찮은게) 

가능하기 때문일것이다.


주인공 하나 할머니는 '곧 죽을거니까' 이 나이에 내가 하고 싶은거 하고 살란다고 한다.

이왕이면 '곧 죽을거니까' 아무렇게나 대충 느슨하게 사는것보다 얼마나 임펙트 있은 

삶인가.. 

엄지척을 해드리고 싶다.


78세의 할머니의 이야기는 오늘 대충 널부러져 있고 싶은 나를 털고 일어나게 해주었다.

오늘은 더욱 알록달록하게 살아야겠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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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한 대화를 위한 지식 키워드 164
임요희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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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할때 즐겁다 못해 신이날때가 있다. 

이야기가 끝이 없이 이어질때가 있는데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보니 그 사람의 리엑션이 상당히 좋았기 때문인걸 알 수 있었다.

어디서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상대방의 지적 수준에 맞는 대화를 이해하고

적절한 리엑션을 할 수있다면 사회생활은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학문이나 직업때문에 어느 한 분야에 깊은 지식도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일상을 재미있고 다채롭게 보내기 위해서는 

넓고 얕은 잡학, 상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틈나는대로 인문지식이나 상식에 관한 책을 읽어보려고 애쓰는데 

그런 나에게 딱 알맞은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무려 164개의 단어들이 나온다.


모르면 한참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신조어가 29개

몰라도 괜찮지만 알고 있으면 교양과 지식인으로 단숨에 대접받는 역사문명에 관한 키워드가 32개

한두번은 들었겠지만 절대 제대로 설명이 어려운 문화예술,건강레저에 관한 키워드 41개

뭔가 사회를 주도해갈듯한 정치.경제 키워드 37개

행복한 삶을 위한 철학.과학 키워드 25개


아는것도 있지만 모르는것 투성이라 더욱 입맛이 다셔지는 책이라며 애써 부끄러움을

희석해본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나 같이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사실 읽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십상이라, 손이 자주 가는 곳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휘리릭 펼친 다음에 읽고 

또 읽는 반복 독서법도 좋고, 

좀 쑥스럽긴 하지만 누군가에서 설명한다는 가정하에 소리를 내어 읽는 방법도 

내 머리속에 지우개를 냅따 던져 버리는..의외로 좋은 암기법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최근에 유행하는 신조어를 몰라 뒷방늙은이 취급을 받는것을

극도로 혐오하여 파트1의 사회.신조어가 상당히 유익하였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였기에 파트2의 역사문명에 관한 키워드도 재미있게 읽었다.




각각의 키워드에 관한 설명은 약 1페이지반 분량으로 할애를 하고 있다.

끝도 없는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구구절절 길지 않은 설명도 마음에 든다. 

혹시나 부족한 설명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함께 읽으면 좋은 책'도 실어두었다.

필요한 사람들은 찾아서 읽어보면 될터이다.


필요할때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되지 않는가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지식의 바다에서 조난당할때가 더러 있기에 내가 찾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서 

미리 책으로 읽고 필요한 부분을 검색하여 보충한다면 얇고 넙데데한 지식을 

도톰하게 만들수도 있으니 책을 먼저 읽어보는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핫했던 가스라이팅(모 연예인의 사건으로인해), 뇌피셜, 그루밍,

페르소나, 퀴어, 바넘효과와 같은 사회.신조어에 많은 관심이 가서 두어번씩 읽으며

머리속에 넣어 둘려고하는데 아무래도 한번씩은 더 읽어야 할듯하다.


알아두면 피가되고 살이되는 지식들로 가득한 잡식사전!

어쩔수 없는 내 기억력의 한계로 다 읽었지만 아직 다 읽은것 같지 않은 느낌의 책이지만 

그래서 책장으로 직행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내 가방속을 차지하고 있을것 같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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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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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고 지금 이 시대가 험해서 그런지 요즘 뉴스를 볼때마다 차마 믿을 수 없고 믿기도 싫은

잔혹하고 몰인정한 사건 사고가 특히 많은듯하다.

저항할 수도 없는 작은 생명체인 아이을 때려서 죽이거나 친구를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친족간의 살인도 비일비재하여 뉴스를 보기가 두려워질때가 많다.

법이라는게 있으니 그런 천인공로할 죄를 지은자는 응당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을것 

같지만, 가끔 어처구니 없는 형량이 선고되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우리의 법은 예전에는 제대로 공정하게 실행되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실학자이자 지식인이며, 천문, 과학, 지리에도 밝았다는 다산 정약용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의 역작인 흠흠신서..18세기 조선의 과학수사 지식을 집대성한 한국 법제사상

최초의 판례 연구서라고 할 수 있는데 CSI같은 과학수사 드라마 매니아인 나에겐 

이 책을 읽은 재미가 실로 솔솔했다. 




이 책은 정조 시대에 일어났던 36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수사가 미흡하여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필한 흠흠신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법으로 사람을 다스리는 일에

얼마나 깊은 고민을 담고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고자 했는지 그의 고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살인 사건들은 그 시대상이 그러하듯 

어쩔 수 없이 양반과 천민, 남성과 여성에게 차별이 없을 수 없었다.

특히 여성들이 받았던 차별에 울컥할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


아버지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남편의 바람기에 항의하다 매를 맞아 죽은 아내의 경우,

성격이 포악하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억울하고 아쉽기 짝이 없다. 


영조시대까지만 하더라고 강력하고 잔인한 형벌이 주어졌지만 정조에 이르러서는 비교적

관대하고 참형도 적었다.

범죄에 대해 강력한 법으로 엄격히 다스리기 보다는 관용으로 선정을 베풀어 오히려 임금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가지게 하려는 정조는 뜻이 엿보인다.

정조의 온화한 성정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어로 말하면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와 고의적인 범죄에 대한 형의 차등을 두었고,

반인륜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여 더욱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정조의 법해석과 정약용의 법해석이 다를 경우도 있지만 위와 같은 맥락에서 죄의 경중을

바르게 따지고자 고심한 흔적을 볼때마다 살짝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선의 사법 제도에서 최대 문제 중 하나는 지방의 사법 권력르로 군림했던

관찰사나 부사 같은 수령들이 사법적 경험이나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인 계급인 아전이 재판을 대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제하여

제대로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매우 쳐라'식으로 다짜고짜 곤장을 치고 보는

비인간적인 수사법이 횡행하였다.


다산은 이러한 작태을 안타까워하여 흠흠신서에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및 비평을 적어두었다.

현대 사법기관이 판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흠흠신서는 판례에 대한 책으로

이해해도 될듯하다.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던때라 각종 사건사고들이 있었고 현재의 과학 기술로 본다면

매우 원시적이긴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나름 과학적인 지식으로 사후흔적들에 대한

비교적 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건에 동일한 법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인정을 고려하여 사형을 면해주는 등

법이 판결의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을 절대시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한

점이다.


한편의 범죄 드라마를 보는듯한 각각의 사건들을 읽어가는 재미와 지방관료들의 법적 해석과

다산, 정종의 해석의 차이점을 보는 것 또한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인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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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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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가고파의 노래를 나즈막히 부르게 되는 그곳

바로 마산이다. 

마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사춘기 여고시절을 보냈다.

서울로 공부를 하러 떠나오게 되고,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게 되자 고향을 자주 찾지를 못했다.

하지만 마산에는 나의 어릴적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가끔 찾아 갈때마다 

맨발로 뛰어나와 나를 반겨주는 것이 '어릴적 추억'이었다.


내가 이 책이 눈에 들어온게 된것은 사실 두가지 이유에서 였다.


이 책의 저자인 최명순 필립네리 수녀님은 마산에 있는'진동 요셉의 집'에서 아름다운

생태공동체에서 생활하신다. 

마산이라는 곳도 반가운데 게다가 진동이라니..

진동은 마산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내가 어렸을때는 정말 깡촌이었다.

그곳에 아버지가 사둔 농지가 좀 있어서 부지런한 엄마는 그곳에 주말농장처럼 각종 채소와

고구마 감자 같은 것을 심고놓고 일꾼으로는 빵점짜리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내가 자란 고향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이렇듯 어릴적 추억이

터져나오다니 나도 놀라웠다. 


또 한가지는 저자가 수녀님이라는 점이다. 

나는 카톨릭 재단인 성지여중, 여고를 다녔다. 수녀님이 교장선생님이셨고, 

담임 선생님도 얼굴이 무척이 이쁘신 (하지만 굉장히 무서운..) 수녀님이셨다.

6년을 수녀님들과 학교 생활을 함께 해서 그런지, 지금도 길가다 수녀님들을 뵙게 되면

괜히 정겨워서 한번 더 뒤돌아보곤 한다.


내 고향 마산에서 낯설지 않은 수녀님이 쓰신 에세이라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건 

당연한거 아닐까..(이것이 학연, 지연이면 뭐 어쩔 수 없다 ㅎㅎ)


최명순 수녀님은 일흔다섯의 연세에 마산의 요셉의 집에서 닭을 돌보며 지내고 계신다.

닭을?? 이라고 의문점이 먼저 들었다.

키워서 잡아 드실려고 하시는건가? 자업자족 하실려고? 

하지만 이곳 공동체에서는 친화경으로 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고

닭을 키우고 그 닭이 싸놓은 닭똥으로 또 농사를 지으신다.

그것이 지칠대로 지친 지구를 살리는 작지만 큰 실천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며

소박하고 청렴하게 생활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서 아하! 싶었다.


좁아터진 양계장에서 밤낮없이 알을 조명을 받으며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알낳기만을 강요당하는 스트레스 가득한 닭이 아니고,

마당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땅을 파서 지렁이와 벌레를 잡아 먹고, 수녀님이 키우시는 채소잎을 

먹고 자라는 건강한 닭들이 낳은 건강한 달걀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되고 

그 병아리를 다시 닭으로 키우는..


닭들을 돌보는 일이 처음부터 쉬웠겠는가.

익숙치 않은 일을 맡았지만 매일 매일 작은 닭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면밀히 

살펴며 일기를 쓰듯 기록한 것이 이 책 '닭장일기'다.

마치 갓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매일 매일 아이들의 상태를 기록하는 유아수첩처럼

병아리에게 이름을 붙이고 '병아리 엄마'같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수녀님은 이렇게 소박한 일상을 기록해 나가며 우리네 인생 이야기도 하신다.

장애를 가진 병아리를 거둬서 살뜰히 살피시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님마음을

안타까워 하시기도 하고 실수로 비싼 청계를 깨트려서 몇일을 일반 계란으로

대체하시며 누구에게든 예기치 않을때 일어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75세의 수녀님으로부터

담담하게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 속에서 큰 울림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많이 지쳐있다.

젊었을때야 그 속도에 맞출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버겁게 느껴진다.

내 삶을 뒤돌아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고 쫓기듯 내달려와 헐떡이고 있다.


5G세상에 2G보다 더딘 속도지만 지극히 정상적이며 건강한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이 답답하기는커녕

솔직히 부러웠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조금 더 일을 한 후에 은퇴를 하게 되면 자연속에서 지내며

소박하고 검소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세상을 온통 바이러스가 뒤덮어,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그리운 이들과도

함께하지 못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해로운 생명체는 인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간은 오만하고

유해했다.

지금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큰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욕심을 줄이고, 자연과 더불어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과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애써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을 돌보는 작은 일로부터 인생을 이야기하고 지구를 걱정하며 비약적으로 커져버렸지만

결국 우리은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신 책이지 않나 싶다.


PS 수녀님께서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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