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는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열림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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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시인 중에 한명인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면

한국어 중에 어쩜 이리도 순수한 언어들이 많은지 놀라울 지경이다.

그중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단어들만 골라골라서 이쁘게 빚어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시를 탄생시키는지 경이로운 마음으로 시를 읽게 된다.

1945년생인 시인은 공주사범대를 졸업하고 4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시집, 산문집, 그림시집, 동화집등 150여권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왕성하게 활동한 덕분인지 우리 주변에서 나태주 시인의 시를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게 된건 어쩌면 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축복이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출판된 너'에게 나는' 이라는 시집은 그동안 나태주 시인이 발표한 시중에서

김예원 작가가 '너'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시들만 골라 고운 시집이 탄생되었다.

너라고 지칭되는 것은 바람일 수도 있고, 꽃일 수도 있다.

어린 아이일 수도 있고, 스쳐지나가는 타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너 일수도 있다.

읽는 이의 마음에 따라 너는 다른 형상으로 나에게 나가온다.

그래서 가볍게 읽다가도 덜컹하고 가슴에 뛰는 시들이 많았다.

네가 오는 날은

비워두는 날

하늘을 비우고 땅을 비우고

초라한 나의 인생조차 비워둔다.

그리고 소중한 이가 나를 만나러 오는 날이면 오롯이 그를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비워두고 애태우며 기다리는 여릿한 마음을 나타낸 연서같은 느낌이

들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미친듯이 무더웠고 강도 들도 바다도 들끓었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오는 길목에서 이렇게 애정과 사랑을 담은 시들을

읽는다는건 여러 의미로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인 너를 대하고, 애정을 쏟고, 그리움을 켜켜히 쌓아간다.

시인의 시 속에도 여러 모양새의 사랑이 존재한다.

내가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네가 내게로 오겠다고 말할 때

그러라고 하고

네가 나를 떠나겠다고 말할 때

또한 그러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내 생각대로, 내 고집대로 억지로 꺾고 휘어 모양을 잡는것이 아니라

너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큰 사랑이라는 시인의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애둘러 말하지 않아도 많은 말을 지껄이지 않아도

단 몇줄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깊이가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건

시가 가지는 진정한 매력이 아닌가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너에게 나는 어떤 존재이고, 나에게 너는 어떤 의미인가.

너 그리고 나

세상 모든 것은 너와 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너를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이 곧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시인의 시를 통해서 알게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포용력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263편의 시들은

매일을 전투적인 자세로 살고 있던 나를 무장해제 시키고 어느새 여유로운 마음

한조각을 쥐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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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고요
박범신 지음 / 파람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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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가님을 북토크에서 만난지가 10여년 정도 된것 같다.

10여년전에 만나뵌 작가님은 큼직한 미소가 멋진 신사분이셨다.

80년대 최고의 작가로 손꼽혔던 박범신 작가는 한때 절필을 선언하기도 하였지만

50년간 꾸준히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발표하며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박범신 작가님의 글은 감각적이면서도 유려한 문체로도 유명하다.

수 많은 베스트셀러를 발표하였고, 그의 작품들은 드라마와 영화화 되었다.

특히 은교는 영화화되어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기고 하였다.

현재 고향인 논산의 와초재에서 지내며 글을 쓰고 있는데 [두근거리는 고요]도 이곳에서

집필하였다. 와초는 박범신 작가님의 호이다. 누워있는 풀.. 이라는 뜻으로 초기 작품인

'풀잎에서 눕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나이를 먹었으나 언제나 청년 작가로 불리는 박범신 작가의 최근 작품인 두근거리는 고요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지성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을 비판하고 있다.

대작가의 특유의 유려한 문체는 참 희안하게도 순식간에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마력이 있다. 글이 껄끄럽지 않아서 빠르게 잘 읽히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 않고 깊이가 있어서독자로 하여금 여백의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오랜 시간 함께 해준 아내에 대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수십년을 함께 살아와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애정이 글 속에 녹아있다.

따로 지내고 있어서 아내가 반찬을 하여 들릴때마다 먼길을 와준게 고맙지만

아내의 잔소리가 늘어날때는 얼릉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니

온다면 반갑고, 간다면 더 반갑다는 우스개소리가 생각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봄꽃보다 더 예뻐. 이 낙엽들!"

아내의 말이 가슴에 쏙 박혀든다.

그렇고말고, 봄꽃보다 예쁜 낙엽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당신도 뭐 새댁보다 예쁜데!" 내가 추임새를 넣어주었더니

늙은 아내가 볼을 붉히면서 옆구리를 쿡 쥐어박는다.

참 좋은 가을이다.


와초재에서의 생활은 나에겐 참 부럽기 짝이없다.

조용하고 평화롭지만 조금은 외로고 쓸쓸함..

주제넘게도 이런 분위기가 글을 쓰는데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속에서는 세상을 일찍 떠난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담은 그의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작가의 젊은 시절에 대한 회상과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세지도

남겨두는것도 잊지 않았다.

또한 작가의 문학에 대한 근본과 영혼의 자유에 대한 이야기도 엿볼 수 있었다.

그의 가족과 일상과 과거와 현재를 이 책을 통해 공유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영혼의 품격이다.

올해 77세를 맞은 박범신 작가. 50년 동안 글을 써온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의 글은 한줄 한줄 버릴것이 없이 독자의 가슴에 와 닿는다.

그가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 지극히 평범하지만 소박하고 소소한 생활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일상을 퀄리티 높은 언어로 표현해놓은 그만의 필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난 기쁨과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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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무래도 카레
사카타 아키코 지음, 이진숙 옮김 / 참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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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이것 저것 반찬하기 귀찮을때, 재료가 없을때,

후다닥해서 편하게 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일품 요리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맘들에게는 꽤나 유용한 팁인데, 사실 매번 하다보면

매너지즘에 빠지기 쉽다.

그 나물에 그 반찬 같아서 가족들에게서 불만섞인 투정이 세어나오기 일쑤이다.

이때 짜잔~ 하고 내 놓을 수 있는 요리를 찾다가 사카타 아키코라는 일본 요리연구가의

[오늘은 아무래도 카레]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사카타 아키코씨는 일본에서 요리 연구가로 활동중이다.

전문가의 비법을 담아 만든 가정 요리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은 유달리 카레에 집착(?)한다고 해야할까..

일본에는 카레 전문점이 많이 있고, 한국에서 떡볶이의 맵기 정도를 정할 수 있듯

일본에서는 카레의 맵기도 손님이 정할 수 있다.

내가 아는 일본인은 아내가 카레에 진심이라서 커다란 냄비에 카레를 2박 3일 뭉근히

끓이는데 그 많은 카레를 다 먹어야 한다며, 근데 이게 정말 맛있다며 칭찬인지 불만인지..

토로한 적이 있었다.

한국 아내들은 오래 집을 비울때 곰탕을 끓이듯 일본 아내들은 집을 비울때 카레를

한 솥 해놓는것 같다.

그만큼 카레를 좋아하는 일본인 요리 전문가의 카레 요리책에는 어떤 특별한 카레가 소개

되어 있을지 기대 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에는 총 62가지의 요리가 소개되어 있다.

정통 인도카레, 태국식 카레, 유럽식 카레, 일본 가정식 카레로 각 나라별로 즐겨먹는

카레 요리를 실려 있다.

우선 향신료 소개부터 살펴보니 단순 카레 가루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향신료가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이름도 생소하고, 마트등에서 판매 되고 있는 것도 본적이 없는듯 하여 살짝 당황스럽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라는 생활 모토를 이번에도 발휘해 봐야 할 것 같다.





재료와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쿠민씨, 카다멈씨, 가람 마살라, 터머릭가루, 레드 칠리 파우더 등.. 없는 재료는

어쩔 수 없이 빼고

싫어하는 고수도 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카레의 재료에 이런 것이 들어가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새롭고 참신한 재료들을 더하면

전문가 뺨치는 카레가 완성될듯 싶다.

생각의 전환은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카레를 다른 요리에도 응용했다는 점이다.

남은 카레를 이용하여 볶음밥으로 만들거나 토스트, 우동으로 만들 수 있어서

질리지 않고 카레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여 피곤이 켜켜히 쌓인 주말에 후딱 만들어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함께 곁들여서 먹으면 좋은 샐러드등도 소개되어 있어 만들어 두면 카레 요리가

아니더라고

피자나 덮밥등 일품 요리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듯 하다.

짜임새 있게 요목조목 잘 정리해서 소개한 요리책이다.


한국에서는 인스턴트 카레 가루를 많이 사용하여 뭘 넣어도 그 맛이 그맛인데..

각종 향신료을 더하거나 아주 조금 궁리를 하면 고급진 레스트랑에서 맛 볼 수 있는

카레 요리를 가정에서 재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정독을 하게 되었다.

소장만 해도 든든하고 기분 좋아지는 책이라고 해야할까..


얼마전 코로나 유사 증상으로 입맛도 밥맛도 없이 주구장창 죽만 먹다보니

속이 허해졌는데 입맛을 확 돌릴 수 있는 매콤한 카레를 오늘 저녁 당장 만들어보고 싶다.

요리의 세계는 끝이 없어서 도전하고픈 마음이 뿜뿜 생기게 만드는 요리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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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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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은 그녀의 첫 작품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작품으로 비평가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프랑스 문단에 등장하였다.

심심풀이로 6주만에 완성했다는 첫 작품의 성공이후로 그녀가 내놓은 작품들은 세간의 이목을 끌며

영화화 되기도 하는등 천재적인 글재주를 가진 작가라는 호평을 받게 된다.

[길 모퉁이 카페]는 사강의 단편집으로 1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19편의 단편들은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별과 죽음, 인간 내면에 드리워진 고독과 번뇌를 그리고 있으며

두어편은 끊어질듯 다시 이어가는 인연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무거운 이야기에 비해서 꽤나 담담하고 우아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강의 작품들의

특징인가 싶기도 하다.

19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상식적인

삶에서 조금 빗나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늙고 돈 많은 여자의 애인 노릇을 하고 있는 젊은 남자.

사랑하는아내와의 관계에 의심스러운 친구를 죽도록 경멸하는 남자.

두번째 남편과의 이별 후 남편의 비서와 바람이 난 백작부인의 자살 등등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지만 헤어짐에 대한 무게가 어찌 가볍기만 하겠는가..

누구에게든 이별이란 어떤 모양새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시점에서는 그런 이별도 초월함으로 다루려고 하였지만 차근히 읽다보면

절제된 감정들이 글속에서 새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난치지 마. 난 장난할 여유가 없어. 난 그렇게 못해. 어서 가버려!"

계단을 오르던 여자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늙어버렸다.

나이는 오십을 넘었다.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여자는 서둘러 짐을 싸고 큰 침대에서 홀로 잠을 청했다.

이것 참 짜증난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기 전까지 오랫동안 흐느껴 울었다.

의연한 척 애인에게 이별을 고했지만 남겨졌을 때의 고독과 허망함을

아무도 모르게 침대속에서 흐느껴 우는 여자의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쎄보이지만 강철로 만든 심장을 가지지 않은 이상 한때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의 아픔을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롬의 사냥감은 산양이 아니었다.

그의 사냥감은 금발 머리에 옅은 황갈색 스웨이드 정장을 입고 있다.

그의 사냥감은 참으로 죽이기 어려운 사냥감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불륜을 의심캐하는 친구의 행동을 본 후, 살의를 느끼는

주인공에게서는 배신감과 질투로 사로잡힌 한 남자의 광기를 엿볼 수 있다.

어쩌면 수 많은 이별의 이유에는 배신감과 질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배신감과 질투는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 황폐하게 만드는

가장 위험한 감정이다. 산양을 끝까지 쫓아가지만 결국 산양에게 총을 쏘지 못한

남자의 감정에 저릿함을 느꼈다.

물론 샤를에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좀스런 남자였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정말 고약했다. 그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만약 샤를이 있었다면 기차안의 모든 화장실 문은 이미 오래전에

다 열렸을 것이다.

그리고 작은 사냥개 눈을 하고서 그녀를 쳐다보며 길고 넙적하고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을 것이다.

'무섭지 않았소? 이 말도 안되는 사고가 불쾌하지는 않았소?'

항상 자유를 추구하는 그녀는 미스트랄(기차)를 타고 애인에게로 가서

별을 통보할 예정이다. 그 남자와 이별 후 실컷 자유를 만끽하며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기차안 화장실문이 고장나는 바람에

좁고 소독약 냄새 가득한 카키색의 기차안 화장실에 갇혀버리게 된다.

이 뜻하지 않은 사건에서 그녀는 이별하려고 했던 남자 샤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할 사람은 샤를뿐이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가까스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와 샤를이 기다리는 역에서 하차한 그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럼 우리 언제 결혼해? "

많은 사람들은 만남도, 이별도 이미 결정된 운명이라고 말한곤 한다.

하지만 그건 운명이 아니고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신이 정해놓은 운명도 인간의 의지 앞에는 변수가 발생하는 법이니까..

나와 그대의 선택으로 만남도 헤어짐도 결정되는 것이니 이별 또한 운명이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만나고 헤어지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짙은 회색같은 고독의 색깔도 느낄 수 있었다.

과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사람의 심리를 제대로 그려내는 탁월한 글솜씨를 가진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이 프랑스에서 천재 작가로 명성을 날렸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대와 배경은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등 유럽각지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조금 독특하고, 평범하고,

야릇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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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요리 - 슬퍼도 배는 고프고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네코자와 에미 지음, 최서희 옮김 / 언폴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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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네코자와 에미씨는 뮤지션이자 작가이며 칼럼니스트이다.

그리고 영화 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다재다능한 그녀는 2002년 프랑스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였다.

그녀의 나이가 50을 넘었으나 독신자로 사랑하는 고양이과 함께 살고 있다.

비혼주의자들이 많은 일본에서는 아주 흔한 1인 가정의 모습이다.

후쿠시마에서 자라다 열여덟살에 도쿄로 와서 스물여섯 살에 싱어송 라이터로 데뷰하였지만

생활이 여유로웠던 적은 없다고 말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격하게 공감하겠지만 시간을 내어 장을 보고 식자재를 손질하고

혼자 먹을 소량의 음식을 하고 남은 재료들을 정리하고 설겆이 하는게 솔직히 참 귀찮다.

간편하게 인스턴트 음식을 먹거나 배달 음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혼자 식사해야 할 경우, 밥솥에 남은 밤에다 냉장고에서

밑반찬 두어가지 꺼내서 대충 떼우기 일쑤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싫은건 야채칸 구석에서 물러 문들어진 야채 꼬투리들을 볼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무리 적게 산다고 하더라도 1인분의 요리를 하고 나면 식재료들이 남기 마련이고

언제 넣어두었는지 까먹고 있다가 형체를 알 수 없는 야채들의 사체를 발견하곤

절망하곤 한다.





네코자와 에미씨는 요리사가 직업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기꺼이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요리를 한다.

그리고 햇볕 좋은 베란다에서 강을 내려다보며 혼자만의 행복한 식사를 한다.

혼자는 외톨이가 아니다.

나 자신과 단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 때

혼자 보내는 시간은 바깥 세상과 이어져 새로운 문을 열 것이다.

어쩌면 그녀가 자신을 위해서 정성껏 요리을 하고, 그녀만의 레시피를 가지게 된 것은

여유롭지 않았던 경제적인 이유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살 수 있는 식재료는 정해져 있고, 남김없이 먹기 위해서 다양한 요리를 생각하고 궁리하여

그녀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소박하지만 일상의 행복한 생활을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된 요리들은 프랑스에서 그녀가 즐겨먹던 요리들이 대부분이고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식재료들도 있어서 흉내내기 어렵지만

요리된 사진을 보고, 일상을 전하는 솔직담백한 글을 통해 음식의 맛과 풍미가 느껴진다.






나이 많은 여자가 혼자만의 공간에서 고양이들의 집사를 하며 지내는 삶이란?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그녀의 삶은

여유롭다, 자유롭다, 외로워보인다, 부럽다. 노후가 불안하겠다 등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겠지만 결국 타인들의 시선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내가 행복하고 , 내가 만족하면 그만일걸..

가끔 생각한다.

나이를 먹고 아이들이 독립을 하고 그러다 혼자만 남게 되었을때

나는 그녀처럼 나 자신을 위해 정성껏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내 자신을 절친대하듯 살갑게 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가장 가까워서, 너무 잘 알아서, 홀대를 하고 있진 않을까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아는 그녀가 부럽다.

그리고 더 늦기전에 나도 나와 친해지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영양가 듬뿍 든 음식을 나에게 대접해주고 싶다.

현재는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고 있다고 한다.

글 곳곳에서 프랑스에 대한 향수를 엿볼 수 있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고양이들과 좋아하는 사람들 틈에서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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