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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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이라는게 참 고약한 병이더군요.

약이 있긴 하지만 완치를 위한 약이 아니라, 증상이 심할때 완화하기 위한 약만 존재하고, 먹고, 마시는 것은 본인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지라 나 같이 식탐이 있는 사람들은 좀체 낫기가 쉽지 않은 병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나에게 반갑잖은 손님처럼 대면대면 동행해야하는 어줍잖은 관계라고나 할까요.

불판 위에서 구운 고기로 배불리 먹고 나면 영락없이 그날 밤은 밤새 쓰라린 속을 부여안고 침대위에서 뒤치락거리다 잠을 설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희안하게 소박하게 식사를 하면 내가 역류성 식도염 같은게 있었는지를 까먹곤 하죠.

그 소박한 식사라는게 된장찌개, 나물, 해초무침, 야채 볶음 같은 늘 밥상머리에 올라오는 특별한거 하나 없는 반찬들입니다.

집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감자, 양파, 오이, 가지, 시금치, 콩나물, 애호박, 미역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죠.

결국 내 쓰라린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건 마블링이 블링블링한 값비싼 소고기가 아니라,

땅에서 자라난 채소들이었죠.

소위 말하는 풀떼기들의 위대함을 알아가는 나이가 된듯 합니다.

제가 이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저자인 김윤선님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셨다는 글을 읽으면서 입니다. 이분도 나처럼 쓰라린 속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는 얘기에 급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완벽한 비건은 못되지만 비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많은 나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집사이며, 요가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윤선님은 왜 어떤 이유로 비건주의를 선택하셨는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솔직히 꽤 궁금해지더군요.



저자가 동물에게서 얻게 되는 고기를 비롯한 유제품들을 아예 피하고 오로지 채식으로 식사를 하게 된 것은 동물착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0년부터 채식주의자로 지냈고, 2009년부터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으로 생활방식을 바꾸었다고 하네요. 자신의 생활 패턴을 그것도 먹고 마시는 음식에 대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죠.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솔직히 완전한 비건이 되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 회식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할라치면

대부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메뉴는 "고기"죠.

남의 살을 먹어야지 기운이 난다며,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한점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상사욕도 하고, 업무로 나를 괴롭힌 에이전시의 담당자를 씹어대며 한잔씩 보태는 술맛은 기가 찹니다.

직장인들의 樂이라고 해도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이 얘기를 먼저 하는건 솔직히 비건으로 살아가기는 힘들다는 판단에 미리 연막탄을

터트리는 거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시면 될듯합니다.





완벽한 비건은 못되더라고, 때때로 육식주의자가 되더라도, 내 일상의 많은 날들을 채식으로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한 책은 4부로 나뉘어져 채식주의가 주는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1부 : 식탁너머 생각들

2부 : 연민주의자들

3부 :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

4부 : 직접 만들어본 비건요리 레시피

이중에 내가 읽으며 오잉~ 했던 부분이 2부의 연민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인물들이 오래전부터 동물 학대를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의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살아 있었을때 당시 관습으로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면 살아있는 소 100마리를죽여 제단에 바치는 기념의식을 올렸다고 해요.

그는 제물이 될 소들이 겪게 될 고통과 희생을 외면할 수 없어, 제자들과 함께 밀가루와 꿀을 개어 소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 제단에 바쳤다고 합니다.

영화 '조커'에서 신들린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합니다.

" 우리는 자원을 얻기 위해 자연을 약탈합니다. 마치 우리의 권리라도 되는 양, 소를 강제로 임신시켜

송아지가 태어나면 어미로부터 빼앗습니다. 그리고 송아지가 먹어야할 우유를 빼앗아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시리얼에 넣습니다.

사랑과 자비를 원칙으로 삼는다면 우린 모든 지각있는존재들과

환경에 이로운 변화된 체계를 창조하고 발전시키고 시행할 수 있는 겁니다."

모두가 그의 수상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세계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모든 이들이 알지만 불편해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도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그의 신념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세계 건축사의 위대한 인물 안토니 가우디는 평생 채식을 하며 검소하게 살았다고 해요.남루한 옷을 입고, 찬물로만 씻으며 사제와도 다를바 없는 미사와 묵상, 삼종기도,

고해성사를 하며 올곧게 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새벽 미사를 나가던중 그가 짓던 성당 앞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는데 남루한 옷차림때문에 거지로 오해받아

택시 승차와 병원의 치료 거부를 받게 되고,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위대한 인물이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외에 다이애나 황태자비,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매카트니, 빈센트 반고흐, 틱낫한 스님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분들이 가졌던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공존과 배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4부에서 저자가 직접 해서 먹어본 비건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근 하나만 넣어서 만든 김밥,

적양배추피클, 두부, 양상추, 비건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비건 샌드위치

각종 야채들의 잔치가 벌어진 잡채,

채소 듬뿍 물냉식 메밀,

브로콜리, 파프리카, 감자, 양배추를 쪄서 먹는 채소찜등

충분히 맛있고, 건강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을

사진과 만드는 방법을 실어놓았습니다.

매일은 어렵더라고 일주일에 몇번은 따라서 해먹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네요.

솔직히 저는 비건을 실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고기도 먹고, 계란이나 우유, 유제품도 먹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보다는 더욱 자주, 많이 채식을 하고자 합니다.

내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집 근처의 마트로 장바구니를 가지고 장을 보러 다닌다고 합니다.

득달같이 현관앞까지 배송해주는 택배로 편하게 주문할 수 도 있지만

택배 비닐봉투의 남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플라스틱을 덜 쓰기 위한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을 더 이상의 파괴와 오염없이 우리 자식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내가 함께 생존하고 잘 살기 위한 노력..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우리의 환경을 지키고 동물들의 삶의 권리등을 존중을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역류성 식도염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새 나에게 환경과 동물들의 복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네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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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항해일지 - 인생의 항로를 설계하는 법
이동현 지음 / 일요일오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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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의 저자인 이동현님은 어릴때에는 태권도 선수가 되고 싶었으나 재능이 없다 판단하여 포기를 하고

군인이 되고 싶었으나 사관학교 시험에서 몇번을 떨어져서 좌절하였다.

연이은 패배에 자신은 쓸모없는 사람인가 의기소침해 있던 그에게 목포 해양대학으로 진학은 권유받게 되고, 해양대학이 입학이 그가 바다 사나이로 태어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대학에 지원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배를 타서 돈을 벌고 싶습니다. "라고 대답한 것처럼 어쩌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다는

절박함과 배를 탄다는 새로운 도전에 자신의 미래를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끔 얘기하는 '새우잡이 배에 팔려가고 싶냐?"라는 말처럼

배를 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그렇게 타게 된 첫배에서는 매 순간이 시험같았다고 말을 한다.

배 안에서 정말 지독히 힘들었던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그건 한번 배를 타게 되면 아무리 싫어도 배 밖으로 도망을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저자는 이등항해사, 일등항해사로 커리어를 쌓아가게 된다.

하지만 한국 선사는 한번 배를 타면 6개월간 땅을 밟을 수 없고,

회사의 사정이 생기거나 교대자를 구하지 못할때는 8개월, 길면 1년간 배를 타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일하고 휴가는 고작 2개월..

보수는 많겠지만 수개월동안 땅을 밟지도 못하고, 가족들과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너무 길었기에 다른 방법을 모색하다해외 선사의 경우 3개월 배를 타면 3개월 휴가를 받는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른바 송출이라고 불리는 해외 선사로의 입사를 꿈꾸며

10시간 근무후 3시간은 영어를 공부하며 언어 실력을 쌓아간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처럼 꿋꿋하게 노력한 그는

영국 해운사에 한국인 최초로 이등항해사로 입사하였다.

보통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할 경우 전 회사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입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등항해사로의 경력이 조금 짧았던 것도 있어서 각오를 다지고

입사를 하게 된다.

한국과 달리 해외 선사의 경우 진급 체계가 엄격하다. 연속 3번의 선장의 추천을 받아야

진급을 할 수 있다. 잘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은 문화와 사고관의 차이로 외국인 동료들에게는 상급자의 명령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문제아로 보여지기도 하고,

사고방식의 차이로 자신을 괴롭히고 싫어하는 동료와 싸우기도 한다.

그렇게 계단으로 바위치기였던 해외 선사에서의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공유도 하며 후배들의 송출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덕분에 그의 도움으로 한국인으로써 해외 선사에 입사하는 경우들이 많아졌다고 하니

그 또한 본인에게도 큰 보람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그는 영국선사의 한국인 최초의 선장이 되었고, 매 순간 거친 바다와 싸우며

배와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결단력 있는 판단을 하는 고독하지만 강인한 뱃사람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그의 글을 읽으며 일등항해사에서 선장까지 오른 일들이 행운이 따라서..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늘 항상 공부하고 준비하는 그의 열정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배에서 내려 휴가를 받아도 영국으로 달려가 필요한 교육을 이수하고,

항해사로써, 선장으로써 필요한 공부를 위해 동료에게 1:1 과외를 하며

부지런히 준비했던 그 모든 과정들이 켜켜히 쌓여 기회라는 것이 찾아왔을때

움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 비교해서 절대 지지 않는

끈기와 근성의 한국 사나이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나서는 첫발자욱이 얼마나 불안하고 긴장되었을지..

그가 겪었던 쓴맛과 좌절조차 다른 좋은 날들을 위한 공부라 생각하고

팽팽하게 자신을 당겨가며 걸었을 그 길이.. 이제는 꽃길이길 바래본다.

이 책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꼭 권해보고 싶다. 녹녹찮은 사회생활에,

인간관계에 힘들어하는 젊은 이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노력한다면

분명 값진 댓가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용기와 응원이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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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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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1세기를 살면서 가장 쇼킹 했던 일을 꼽자면 바로 코로나 팬더믹이라고 말할 것이다.

안전하고 평화로울 것 같은 우리들의 일상은 전대미문의 새로운 감염병인

코로나로 인해 자유를 빼앗기고 서로를 불신하고 생활의 패턴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을 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 중에도 상당수가 코로나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

빠르게 백신의 개발되어 접종을 하였지만 백신에 대한 믿음도 불안하기만 했다.

금방 끝날것 같은 코로나는 몇년을 우리 주위에서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무슨 이런 일이 있냐고 개탄하였지만 사실 오래전도 아닌 과거에도 감염병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런 감염병은 알게 모르게 역사를 바꾸고 인식을

바꾸고 사람들의 생활패턴을 바꾸었던 적이 많았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은 재난 앞에서 무기력했던 우리들의 삶을 재조명해보는

인문지식서이며 앞으로 새로운 질병이 닥쳤을때의 행동지침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인류를 위협했던 첫번째 전염병은 페스트이다.

페스트는 전세계 인구 2억명 중33~40%의 목숨이 앗아가고

이후 200년간 인구 증가를 막은 6세기의 페스트 팬더믹를 비롯하여

14세기 페스트는 당시 유럽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수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는 전체 인구의 80%가 목숨을

잃었기도 하였다. 정말 어마어마한 위력을 과시하며

인류를 위협한 가장 강력한 전염병이지 않았을까 싶다.

페스트는 쥐와 벼룩에 의해서 인간에게 감염되는 질병으로 페스트에 걸린 쥐의 피를

빨아먹은 벼룩이 인간을 물게 되면 인간에게 감염되어 치명적으로 사망률 이 높은 질병이다.

흑히 페스트를 흑사병으로 얘기하는데 페스트가 중증화되면 병균이 혈액으로 들어가

온몸을 도는 상태가 되는데 '폐혈성 페스트'로 인해 피부에 반상출혈이 나타나고

온몸에 검푸는 반점이 생겨 이내 사망하게 된다. 페스트를 흑사병이라 부르는 데는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페스트의 창궐로 인해 14~16세기의 유럽은 획기적인 3가지의 변화가 일어난다.

첫째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인건비가 폭등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람을 대신할 신기술이 도입된다.

둘째 장인, 상인, 농민의 지위가 향상된다.

세째 신분이나 출신 가문 따위의 허울에 얽매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기술을 연마하는 새로운 인재가 등장한 일이다.






또 다른 질병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낯설었던 인플루엔자다.

급성호흡기 증후군인 인플루엔자는 지금이야 백신을 맞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목숨까지 빼앗기는 무서운 질병은 아니지만 사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류를 괴롭혀온

가장 대표적인 감염병이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어로 매년 겨울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돌림병이 돌았는데

이 질병은 별의 움직임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오늘날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단어 인플루언서도 어원이 같다.

인플루엔자는 3차례의 팬더믹을 맞게 되는데

첫번째가 '스페인 독감'으로 4천만~5천만의 목숨을 앗아갔다.

두번째는 홍콩에서 발병한 '아시아독감'으로 항공기를 비롯한 각종 교통수단의

발달로 반년만에 전세계적으로 퍼지게 된다.

세번째가 '홍콩독감'으로 100만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스페인 독감이 얼마나 창궐했는지 알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으로는 세계 제 1차 대전때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독감이 휩쓸어 양측은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고,

결국 조기 종결된다.

독감으로 마스크 사용이 의무화되자 담배관련 산업이 치명타를 받게 된다.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도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게 된다.

이 책에는 인류에게 치명적이 위협이 되었던 여러 질병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지만 무척 흥미진진하게 엮고 있다.

19세기의 유럽 도시 환경과 위생 상태를 개혁하게 만든 콜레라

세계 대전의 향방을 두번이나 바꾼 말라리아

백년전쟁의 판도를 바꾼 이질

산업혁명이 퍼트린 '하얀 페스트' 이질

스페인 남북 아메리카 대륙 정복의 첨병 천연두

파나마 운하 개통 사업을 끈질기게 방해했으나 결국 빛나게 해준 황열병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패배와 몰락의 길로 이끈 피푸스

가짜 특효약으로 푸거 가문을 유럽 최대 부호로 만든 매독

감염병이 역사를 바꾸게 된 사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어서 읽다보면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질병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재미는 물론 역사와 정치, 경제, 사회에 이르기까지 조목조목 짚어가며 이야기를

풀고 있어서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지루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인류는 여전히 감염병과의 전쟁의 치루고 있다.

우리가 한번도 듣도보도 못한 감염병이 차례 차례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이 언제 어느때 다시 일상을 위협할지 모른다.

과거의 감염병과의 전쟁의 역사를 뒤짚어 보는 것은 향후 우리가 맞이할지도

모르는 새로운 감염병에 어떻게 의연하게 대처하고 헤쳐나가야 할지를 모색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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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按酒
이효재 지음 / 초비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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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이효재님의 소개글을 보니 첫 문장으로

한복을 짓고 보자기를 매며, 살림을 가꾸어 온 사람..

첫문장만으로 이효재님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초 단위로 돌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의 삶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여유와 풍류를 멋을 아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글 속에서 많은 독자들이 대리 힐링을 하게 된다.

이번에 출판된 효재 안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고

나누고, 이어주고, 기억하게 하는 삶의 한 장면이다..라고 한다.

안주라는 것은 필히 술이 곁들여져야 구색이 맞는다.

술이라는 것이 과하면 못볼꼴을 보게 되지만,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과

적당히 하게 되면 이만큼 사람과 사람을 끄는 친화적인 매개체도 없을 것이다.






그 술상의 주인공은 술이 되어야겠지만 그 술을 빛내주는 것이 또 안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해는 금물.

이 책은 단순히 안주를 소개하는 요리책이 아니다.

좋은 안주가 곁에 있으면 대화가 깊어지고, 그 대화속에서

관계가 무르익는다. 그렇게 삶은 풍요로워지고 사람 또한 넉넉해진다.





저자는 현재 도시를 떠나 괴산에서 살고 있다.

눈을 뜨면 사방이 산에 폭 안겨있는 곳..그곳에서 자연이 주는 넉넉함을 오롯이 느끼며즐기고 있다. 도시에서는 부정어를 더 많이 듣고 또 많이 쓰며 살아갔지만, 이곳 산골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뿌옇게 탁하고 흐리지 않고, 영혼까지 맑고 밝아지는 듯 할것이다.

시골에서 살면 불편한게 너무 많을거야. 역시 도시가 최고야 하면서도

우리들의 마음 한곳에는 시골에서의 삶을 동경하는 묘한 마음이 숨겨져 있는듯 하다.









직접 시골살이를 하지는 못하는 나는 저자의 삶이 몹시도 부럽다.

그래서 그녀의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일상의 이렇게 시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 또한 여지없이 부럽기만 하다.

삶을 나의 시각으로 나의 향기로 채우고 짓고 이어가는 삶이란

백만장자가 부럽지 않은 삶이지 않을까..




그녀의 안주는 민낯이다.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칡잎으로 플레이팅의 멋을 더했을뿐..

과한 식재료로 호화롭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녀가 소개하는 몇가지의 안주는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찜기에 딱 5분만 쪄서 내놓은 방울양배추.. 여기에 홀스래디시에 청양고추를 섞어 만든

소스를 겻들이기만 하는 초단간한 음식이지만 쪄 내는 최소한의 요리법으로 방울양배추가

가지고 있는 식감과 영양을 최대한 살릴 수있는 요리가 아닌가 싶다.

오이탕탕이.

오이를 방망이로 두드려 간수를뺀 소금을 꼽게 빻아서 뿌리고 청양고추를 넣으면 끝.

너무 간단한거 아냐? 싶기도 하지만 꾸밈없는 정직한 조합으로 만들어진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가지 구이

가지른 손가락 마디 만큼 잘라서 에어프라이어에 굽고

엔쵸비를 잘게 다녀 가볍게 섞은 요리..

간단한 방법에 비해서 완성된 요리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나올법한 비쥬얼이다.

그 밖에도 단순한 재료로 만들었지만 결코 예사롭지 않을듯한 요리로는

양배추 레몬샐러드 - 썬 양배추와 레몬

오이 레몬샐러드 - 채선 오이와 레몬즙

오이전- 채썬 오이를 전으로 부쳐 낸다.

어느것 하나 과한 것이 없다.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야채로 만든 품격있는 안주들이 술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산을 바라보며 한잔 기울이며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안주를 한입 먹으면

더할 나위없이 완벽하지 않을까..



술을 못마시는 편도 아닌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술들을 보면

이렇게도 다양한 술들이 있었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각 지역마다 특산품인 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한잔쯤 마셔보고 싶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효재식 센스가 더해져 멋과 풍류를 지닌

선비같은 삶과 방식을 바라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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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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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의미 심장한 단어 전철이나 카페에서 글을 읽을때면

책 표지의 제목을 살짝 가리고 읽어야 하는 불편아닌 불편함이 있었지만

화자의 정체를 알았을때는 그 기발한 발생에무릎을 탁 치게되는 소설이었다.

일본 작가 아사이 료는 2013년에 [누구]로 148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남성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기록되었다.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문단에 이름을 올리고 인기

작가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것은 그 만큼 그의 작품들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을 반정하는 것일거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32살의 독신 남성인 쇼세이다. 이 책의 이끌어가는 '나'는 쇼세이가 아니고

그와 한몸을 하고 있는 '그것'이다. 나는 회사 사택에서 살고 있는 소심한 쇼세이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갖는 철저한 개인주의 성향을 잘 나타내고 있는

이 소설은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화자인 나는 몇차례 종이 다른 생물을 거쳐 인간의 수컷 개체로 다시 옮겨왔다.

32살의 일본에 살고 있는 독신남의 삶은 단순한듯 하지만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는

예상외로 복잡하며 굳이 이해할려고 해도 희안하다.




쇼세이는 인간은 사회라는 구조안에서 얽히고 설키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남들 앞에 나서서 자신을 알리기를 꺼려한다. 수컷 개체가 지닌 가장 원초적인 종의 존속에

을 위한 유성생식일텐데 쇼세이는 이를 원하지 않는 동성애의 성향을 지닌 인간이다.

그의 성향을 들키게 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때문에 들키지 않게 '의태'를 하고 있다.

사회적 성소수자들이 입지도 엿볼 수 있다.

대체적으로 이 소설을 새롭고 신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의 당혹감은 없어지고, 읽다보면 삐질삐질 웃음이 삐져나오는

위트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스타일의 읽을 거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신선한 작품으로 기억이 될것이다.

아사이 료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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