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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평점 :

역류성 식도염이라는게 참 고약한 병이더군요.
약이 있긴 하지만 완치를 위한 약이 아니라, 증상이 심할때 완화하기 위한 약만 존재하고, 먹고, 마시는 것은 본인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지라 나 같이 식탐이 있는 사람들은 좀체 낫기가 쉽지 않은 병입니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나에게 반갑잖은 손님처럼 대면대면 동행해야하는 어줍잖은 관계라고나 할까요.
불판 위에서 구운 고기로 배불리 먹고 나면 영락없이 그날 밤은 밤새 쓰라린 속을 부여안고 침대위에서 뒤치락거리다 잠을 설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희안하게 소박하게 식사를 하면 내가 역류성 식도염 같은게 있었는지를 까먹곤 하죠.
그 소박한 식사라는게 된장찌개, 나물, 해초무침, 야채 볶음 같은 늘 밥상머리에 올라오는 특별한거 하나 없는 반찬들입니다.
집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감자, 양파, 오이, 가지, 시금치, 콩나물, 애호박, 미역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들이죠.
결국 내 쓰라린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건 마블링이 블링블링한 값비싼 소고기가 아니라,
땅에서 자라난 채소들이었죠.
소위 말하는 풀떼기들의 위대함을 알아가는 나이가 된듯 합니다.
제가 이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저자인 김윤선님도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셨다는 글을 읽으면서 입니다. 이분도 나처럼 쓰라린 속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잠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는 얘기에 급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고, 완벽한 비건은 못되지만 비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많은 나에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집사이며, 요가시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윤선님은 왜 어떤 이유로 비건주의를 선택하셨는지,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 솔직히 꽤 궁금해지더군요.

저자가 동물에게서 얻게 되는 고기를 비롯한 유제품들을 아예 피하고 오로지 채식으로 식사를 하게 된 것은 동물착취를 더 이상 외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0년부터 채식주의자로 지냈고, 2009년부터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으로 생활방식을 바꾸었다고 하네요. 자신의 생활 패턴을 그것도 먹고 마시는 음식에 대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죠.
직장 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솔직히 완전한 비건이 되는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끔 회식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지인들의 모임에 참석할라치면
대부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메뉴는 "고기"죠.
남의 살을 먹어야지 기운이 난다며,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한점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상사욕도 하고, 업무로 나를 괴롭힌 에이전시의 담당자를 씹어대며 한잔씩 보태는 술맛은 기가 찹니다.
직장인들의 樂이라고 해도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니까요.
이 얘기를 먼저 하는건 솔직히 비건으로 살아가기는 힘들다는 판단에 미리 연막탄을
터트리는 거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시면 될듯합니다.

완벽한 비건은 못되더라고, 때때로 육식주의자가 되더라도, 내 일상의 많은 날들을 채식으로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한 책은 4부로 나뉘어져 채식주의가 주는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역설하고 있습니다.
1부 : 식탁너머 생각들
2부 : 연민주의자들
3부 : 이토록 사소한 순간들
4부 : 직접 만들어본 비건요리 레시피
이중에 내가 읽으며 오잉~ 했던 부분이 2부의 연민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외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인물들이 오래전부터 동물 학대를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살아갈 권리를 존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의로 유명한 피타고라스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살아 있었을때 당시 관습으로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면 살아있는 소 100마리를죽여 제단에 바치는 기념의식을 올렸다고 해요.
그는 제물이 될 소들이 겪게 될 고통과 희생을 외면할 수 없어, 제자들과 함께 밀가루와 꿀을 개어 소모양의 케이크를 만들어 제단에 바쳤다고 합니다.
영화 '조커'에서 신들린 연기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호아킨 피닉스는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합니다.
" 우리는 자원을 얻기 위해 자연을 약탈합니다. 마치 우리의 권리라도 되는 양, 소를 강제로 임신시켜
송아지가 태어나면 어미로부터 빼앗습니다. 그리고 송아지가 먹어야할 우유를 빼앗아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시리얼에 넣습니다.
사랑과 자비를 원칙으로 삼는다면 우린 모든 지각있는존재들과
환경에 이로운 변화된 체계를 창조하고 발전시키고 시행할 수 있는 겁니다."
모두가 그의 수상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 세계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생방송에서
모든 이들이 알지만 불편해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도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그의 신념과 용기에 경의를 표하게 되네요.
세계 건축사의 위대한 인물 안토니 가우디는 평생 채식을 하며 검소하게 살았다고 해요.남루한 옷을 입고, 찬물로만 씻으며 사제와도 다를바 없는 미사와 묵상, 삼종기도,
고해성사를 하며 올곧게 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새벽 미사를 나가던중 그가 짓던 성당 앞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었는데 남루한 옷차림때문에 거지로 오해받아
택시 승차와 병원의 치료 거부를 받게 되고, 제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위대한 인물이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외에 다이애나 황태자비,레프 톨스토이, 레오나르도 다빈치, 폴 매카트니, 빈센트 반고흐, 틱낫한 스님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분들이 가졌던 연민과 자비의 마음을 통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들의 공존과 배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4부에서 저자가 직접 해서 먹어본 비건 레시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당근 하나만 넣어서 만든 김밥,
적양배추피클, 두부, 양상추, 비건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비건 샌드위치
각종 야채들의 잔치가 벌어진 잡채,
채소 듬뿍 물냉식 메밀,
브로콜리, 파프리카, 감자, 양배추를 쪄서 먹는 채소찜등
충분히 맛있고, 건강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을
사진과 만드는 방법을 실어놓았습니다.
매일은 어렵더라고 일주일에 몇번은 따라서 해먹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네요.
솔직히 저는 비건을 실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고기도 먹고, 계란이나 우유, 유제품도 먹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보다는 더욱 자주, 많이 채식을 하고자 합니다.
내 몸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집 근처의 마트로 장바구니를 가지고 장을 보러 다닌다고 합니다.
득달같이 현관앞까지 배송해주는 택배로 편하게 주문할 수 도 있지만
택배 비닐봉투의 남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플라스틱을 덜 쓰기 위한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을 더 이상의 파괴와 오염없이 우리 자식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와 내가 함께 생존하고 잘 살기 위한 노력..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우리의 환경을 지키고 동물들의 삶의 권리등을 존중을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겠습니다.
역류성 식도염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이 어느새 나에게 환경과 동물들의 복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었네요.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