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평점 :
나는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자랐다.
내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물 눈에 보이네..가고파의 노래를 나즈막히 부르게 되는 그곳
바로 마산이다.
마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사춘기 여고시절을 보냈다.
서울로 공부를 하러 떠나오게 되고,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게 되자 고향을 자주 찾지를 못했다.
하지만 마산에는 나의 어릴적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가끔 찾아 갈때마다
맨발로 뛰어나와 나를 반겨주는 것이 '어릴적 추억'이었다.
내가 이 책이 눈에 들어온게 된것은 사실 두가지 이유에서 였다.
이 책의 저자인 최명순 필립네리 수녀님은 마산에 있는'진동 요셉의 집'에서 아름다운
생태공동체에서 생활하신다.
마산이라는 곳도 반가운데 게다가 진동이라니..
진동은 마산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내가 어렸을때는 정말 깡촌이었다.
그곳에 아버지가 사둔 농지가 좀 있어서 부지런한 엄마는 그곳에 주말농장처럼 각종 채소와
고구마 감자 같은 것을 심고놓고 일꾼으로는 빵점짜리 나를 데리고 다니셨다.
내가 자란 고향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이렇듯 어릴적 추억이
터져나오다니 나도 놀라웠다.
또 한가지는 저자가 수녀님이라는 점이다.
나는 카톨릭 재단인 성지여중, 여고를 다녔다. 수녀님이 교장선생님이셨고,
담임 선생님도 얼굴이 무척이 이쁘신 (하지만 굉장히 무서운..) 수녀님이셨다.
6년을 수녀님들과 학교 생활을 함께 해서 그런지, 지금도 길가다 수녀님들을 뵙게 되면
괜히 정겨워서 한번 더 뒤돌아보곤 한다.
내 고향 마산에서 낯설지 않은 수녀님이 쓰신 에세이라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건
당연한거 아닐까..(이것이 학연, 지연이면 뭐 어쩔 수 없다 ㅎㅎ)
최명순 수녀님은 일흔다섯의 연세에 마산의 요셉의 집에서 닭을 돌보며 지내고 계신다.
닭을?? 이라고 의문점이 먼저 들었다.
키워서 잡아 드실려고 하시는건가? 자업자족 하실려고?
하지만 이곳 공동체에서는 친화경으로 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농사를 짓고
닭을 키우고 그 닭이 싸놓은 닭똥으로 또 농사를 지으신다.
그것이 지칠대로 지친 지구를 살리는 작지만 큰 실천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며
소박하고 청렴하게 생활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고서 아하! 싶었다.
좁아터진 양계장에서 밤낮없이 알을 조명을 받으며 밤인지 낮인지도 모르고
알낳기만을 강요당하는 스트레스 가득한 닭이 아니고,
마당을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니고,
땅을 파서 지렁이와 벌레를 잡아 먹고, 수녀님이 키우시는 채소잎을
먹고 자라는 건강한 닭들이 낳은 건강한 달걀이 부화하여 병아리가 되고
그 병아리를 다시 닭으로 키우는..
닭들을 돌보는 일이 처음부터 쉬웠겠는가.
익숙치 않은 일을 맡았지만 매일 매일 작은 닭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면밀히
살펴며 일기를 쓰듯 기록한 것이 이 책 '닭장일기'다.
마치 갓난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매일 매일 아이들의 상태를 기록하는 유아수첩처럼
병아리에게 이름을 붙이고 '병아리 엄마'같이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수녀님은 이렇게 소박한 일상을 기록해 나가며 우리네 인생 이야기도 하신다.
장애를 가진 병아리를 거둬서 살뜰히 살피시면서 장애가 있는 아이의 부모님마음을
안타까워 하시기도 하고 실수로 비싼 청계를 깨트려서 몇일을 일반 계란으로
대체하시며 누구에게든 예기치 않을때 일어날 수 있는 실수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하여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75세의 수녀님으로부터
담담하게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 속에서 큰 울림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많이 지쳐있다.
젊었을때야 그 속도에 맞출 수 있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버겁게 느껴진다.
내 삶을 뒤돌아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고 쫓기듯 내달려와 헐떡이고 있다.
5G세상에 2G보다 더딘 속도지만 지극히 정상적이며 건강한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이 답답하기는커녕
솔직히 부러웠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조금 더 일을 한 후에 은퇴를 하게 되면 자연속에서 지내며
소박하고 검소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세상을 온통 바이러스가 뒤덮어,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걱정하며, 그리운 이들과도
함께하지 못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해로운 생명체는 인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간은 오만하고
유해했다.
지금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큰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다.
욕심을 줄이고, 자연과 더불어 모든 생명을 가진 것들과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애써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을 돌보는 작은 일로부터 인생을 이야기하고 지구를 걱정하며 비약적으로 커져버렸지만
결국 우리은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많은 생각거리를 남겨주신 책이지 않나 싶다.
PS 수녀님께서 오래도록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