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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의 성선설
신동엽.김지연 지음 / 호우야 / 2021년 8월
평점 :
이런저런 인생고민에 대해서는 다른 이들과 상의하기도 하고
푸념처럼 친구나 가족들에게 하소연도 하지만,
진짜 진짜 고민거리인데 참 남 앞에 꺼내놓기 어려운것이
性에 대한 고민거리가 아닐까 싶다.
性이라는게 지극히 음밀하고 사적인 일이라, 미주알고주알 어디가서 꺼내놓기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없다.
혼자 끙끙거리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고,
용기내서 고민 상담을 한다고 해도 또래 친구들일게 뻔하니
피드백도 고만고만 할듯하다.
그래서 전문가가 뭉쳤다!!
재치있는 입담과 유쾌함으로 오랫동안 개그맨이자 MC로 사랑받고 있는 신동엽님.
19금 토크의 전문가이신 '야설 동엽선생'(이 별명은 내가 지었다)이 2020년부터
네이버 오디오클럽에서 진행해오던 [신동엽의 성선설]이 이번에 책으로 출판되었다.
사실 난 네이버 오디오클럽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이렇게 재미나는 이야기라면
찾아서라도 들어야할 판이다.
이 책에는 또 한명의 멘토가 있는데 신동엽씨의 19금 토크를 마냥 19금으로만
치부되지 않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줄 전문가도 함께 했다.
유튜브에서 '의사언니'로 활동하며 전문적인 의학상식을 전해주고 있는
김지연 산부인과 선생님도 있으니 어쩐지 꽉찬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이 책에는 총 60개의 고민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고민이 뭐 비슷하겠지 싶었는데 왠걸,,하나도 비슷한게 없다.
고민도 가지가지 라는 말이 떠오른다.
제목만 훓어보아도 '어머나~"소리가 절로 나온다.
콘돔이 자꾸 찢어져서..
남친이 지루인지 걱정이 돼서요.
아내가 관계를 자주 거부해요.
헤어진 남친인데, 엔조이로만 지내자고 얘기해도 되는 걸까요?
님친 엄마가 저한테 피임을 물으시는데 기분이..
잠자리를 하고 나서 전여친 생각이난다고 헤어지자네요.
임신이나 피임등 성에 관련된 각가지 고민들이 총 출동하였다.
아이고 이를 어째~~하면서 고민 사연을 읽다보면
20대의 어린 커플의 이야기에는 귀여움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40대의 중년들의 고민 사연에는
'어 이거, 내친구 OO랑 케이스가 비슷한것 같은데..'하면서 몰입하게 되기도한다.
어떤 질문이든 노련한 신동엽씨의 조언을 읽다보면 '역시는 역시구나'싶다.
그쪽(?)으로의 풍부한 지식과 입담, 적절한 예시,
그리고 철저하게 고민 상담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걱정하고,
위트있지만 진지하게 조언하는 모습에서 가볍지 않은 진중함과 든든함이 엿보인다.
게다가 전문 의학 지식이 필요할 때마다 짜짠하고 '의사언니'김지연 선생님이
전문용어와 의학 지식을 시전하면 그냥 입을 헤~벌리고 듣게 된다.
남성대표 신동엽님과 여성대표 김지연 선생님은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안절부절 답답해하는 고민자들에게
'그 남자와 얼릉 헤어지세요' 라든가,
'그 친구분과는 거리를 좀 두시다가 천천히 멀리하시는게 좋겠어요"라든가
핵사이다를 아예 콸콸 쏟아붓는다.
쿵짝이 잘 맞는 두 멘토들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담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100% 믿음이 간다.
상담자에게는 세상 가장 큰 고민거리겠지만, 두 명의 전문가의 주거니 받거니
토스 두어번이면 세상 심각하던 문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그다지 대단한 고민거리는
아니게 된다는게 참 신통방통하였다.
이래서 고민은 서로 나누어야 하나보다.
나는 이 참에 네이버 오디오클럽을 함 찾아봐야겠다.
유튜브로 '의사 언니'에 대해서는 찾아봤는데, 사진보다 더 대단한 미모의 산부인과 의사쌤이셨다.
이 나이에 들어도 도움 될만한 산부인과 의료 지식을 유튜브로 습득할 수 있었다.
가까운 지인에게 알려줘야겠다.
여러 사연중에서 처음에는 심각하게 읽다가 깔깔거리며 웃은 사연을 마지막으로
소개할까한다. (남의 고민거리에 웃으면 안되지만.. )
마지막 연애 때 전남친에게 크게 실망하여 몇년간 연애를 못했던
한 여성의 사연이다. 친구가 괜찮은 남자가 있다고 소개를 해줬고
첫만남부터 괜찮은 사람인거 같아 사귀게 되었다.
사귄지 열흘만에 남친과 진도를 나가게 되었고,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담날부터 매일 아침에 오던 연락이 안오고
겨우 연락이 되었을때는 '오늘는 내가 바빠서 그러니 연락하지말라'고 한다.
주말까지 기다렸지만 연락이 없어 결국 전화로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나 전여친이 자꾸 생각나서 안되겠어. 이쯤에서 헤어지는게 너한테도
예의인거 같아" 라는 말이 되돌아 왔다.
동엽 : 와.. 진짜 양아치네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근데 진짜 다행일수도 있어요. 이 남자는 아주 질 나쁜 사람인데
그걸 모르고 만났으면..
'전 여친이 생각나서' 라니요. 어디서 개수작이야!
말도 안되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이예요, 방구예요?
미간을 모으고 진심 화내는 신동엽님의 모습이 보이는 것같았고
대신 화내고 욕해주는 신동엽님 때문에 사연자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똥 밟았네하고 잊고 돌아설 수 있을것 같다는 안도감에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 나를 위해 진심 화내주고 내 편들어주면 세상살기가 훨씬
쉬워지는데, 19금 토크계의 대가인 공자, 맹자 다음가는 '엽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른다면 어설픈 사랑에 몸과 마음을 앓고,
죄없는 자신 탓만 하는 과오는 저지르지 않을것이다.
성에 관한 궁금증이나 고민거리가 있는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길..
그리고 생각보다 그렇게 야한 책은 아니니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