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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나는 세계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나에게 경제는 늘 아리쏭한 수학문제를 푸는것처럼 어렵고 골치아픈 문제였다.
대학교 새내기였을때 전공을 제외한 교양과목들을 조교의 친철한(?)배려덕에
같은과 학생들이 모두 경제학을 신청하여 결국 D학점을 받는 불상사이후 나는
경제하고는 인연을 끊었다.셈이 느린 나에게 경제는 도대체 어울리지 않는 이성과의
데이트 같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런 내가 선뜩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것은 "공정무역"이라는 단어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몇년전에 기부와 나눔 사업을 하는"아름다운 가게"에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가끔씩 메일로 받는 소식지에서 "공정무역커피"가 소개되었고 그 커피를
구입함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우간다와 페루, 네팔등지에서 커피농사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였다.
그때 처음으로 "공정무역"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고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마시던
커피는 공정하지 못한 무역으로 들여왔단 말인가 하는 의문만 품은채 그 해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 책의 저자인 코너 우드먼도 나와 비슷한 의문을 갖고 그 의문을 풀고자
잘나가던 직장을 포기하고 전세계를 돌며 커피,초콜릿,휴대폰,신발등 우리가 자주 소비하는
상품들의 생산과정을 역추적하게 된다.
의문만 품고 아무것도 안하는 凡人(=나)와
의문에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특별한 자(=저자)의 극명한 차이를 느끼며 안달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저자인 코너 우드먼은 런던 금융가의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수입억대의
연봉자였다. 그런 그가 파산한 회사의 구조조정을 맡아 400명에게 해고통지를 하다 그 일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세계경제를 체험하고자 나선 여행에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우조차 있었다. 그만큼 이번 여행은 결코 만만찮은 여정이였다.
그가 다녀온 니카라과, 라오스,아프카니스탄, 탄자니아등 내전과 전쟁의 위험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나라들을 둘러보며 겪었던 일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내 가슴까지 졸이게 만들었다.
카리브해에 위치에 힜는 니콰라과의 바닷가재를 잡는 어부들은 하루에 우리돈 2천원 남짓을
벌기위해 변변한 잠수도구도 없이 깊은 바다속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다이빙을 한다.
감압 정지에 대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들은 감압병(잠수병)에 걸려 마을의 모든
청년들이 불구가 되어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심할 경우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호화로운 레스토랑에서 호사스럽게 비싼 바닷가재의 맛을 음미하는 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곳의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봄, 중국의 폭스콘사에서 일하던 중국의 10대후반 노동자들이 한달 사이에 16명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이름만 들어다 다 아는 애플의 아이패드를 독점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40만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4초에 한번씩 반복되는 일을 입도 뻥긋하지 못한채 하루에 12시간, 일주일에 7일씩 일하면서
월급 520위한(8만9천원)을 받는다. 그런 삶 속에서 희망을 잃는 것은 어쩜 당연하다.
라오스의 경우는 더 비참하다.
1990년대 라오스는 전 세계 아편의 주요 공급원이자 수출국이였다. 전 세계 아편의 40% 가까이
공급하던 라오스는 국제적인 압력을 극심하게 받다가 대체 작물 교체 전략을 채택했고 중국과
라오스 정부가 종전의 아편 생산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금 우대 혜택을 주는 방법을
채랙하게 된다. 그렇게 하여 라오스 북부 지방에 중국은 고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50년동안
토지를 빌려 쓸 수 있으며 처음 9년동안에는 라오스 정부에 지급하는 임대로를 면제받는다.
한마디로 남의 땅에 공짜로 농사를 짓는거나 다름없다. 이렇게 시작된 중국의 고무 사업은
열대우림의 울창한 산림을 갈아엎게 되고 모든 산의 품종은 단하나 고무나무다.
중국기업에서 일하는 라오스 인들은 한주에 4만5천원~5만5천원 정도를 받으며 새벽 4시부터 일을
한다. 정말 생각만 해도 내가 다 분통이 터지고 답답해진다.
콩고 민주공화국의 광물 채취는 너무나 열악하다. 최근 수요가 크게 증가한 콜탄은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 기기 제작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로 주석과 함께 콩고의 주요 자원중의 하나이다.
이 광물을 채취하기 위해서 젊은이들이 기어들어가다시피 굴을 파서 광물을 채취하고
산사태등으로 수도없이 갱도입구가 무너져 많은 이들의 죽거나 불구가 되기도 한다.
킬리만자로 산으로 유명한 탄자니아에서는 커피 생산이 최대의 산업이다.
커피 1kg을 1530원씩을 받고 일을 한다. 아침부터 일을 해봤자 그들이 손에 쥐는 돈은
푼돈밖에 안된다. 서양의 몇몇 기업에서는 1kg에 3480원에 사들인다. 커피 농사에 종사
하는 농부들은 왜 같은 커피를 돈을 더 주고 사려고 하는지 그 의도를 이해 못한다.
이에 저자는 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어느날 시장게 갔는데 보통 토마토 1kg에 1달러를 하는데 단돈 50센트로 파는 상인
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 상인에게 왜 이렇게 싸게 파느냐고 묻자 그 상인은 이렇게 대답
한다. 농부들을 때려서 토마토를 싸게 빼앗아 온것이다 라고..
그럼 당신은 어느쪽 토마토를 사겠는가..
우스운 비유같지만 정확한 비유이다.
공정무역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가난해지는가...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무엇일까?
공정무역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나 이 책을 읽고 나서 공정무역에 대해서 어느정도 이해와
인식을 하게 되었을때나 내가 제3세계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당장 해 줄수 있는 일은 없다.
나는 오늘도 좋아하는 커피를 마실것이고 핸드폰을 사용할것이고 더 좋은 기종이 나오면
과감하게 새 휴대폰을 구입하게 될것이다.
하지만 어느 문제에 대해서 전혀 몰랐을때와 알고난 후는 같을수가 없다.
내가 당장 그들에게 도움은 주지 못하지만 대기업들을 감시하고 그들에게 윤리적인 행동을
할것을 강요하고 감시할 수는 있을 것이다.
가난을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나라가 가난하고 피폐해지고 무능력한 정치인들에 의해 국민들의 삶이 비루해져 교육은
고사하고 문맹률이 높은 그 나라의 노동자들에게 서양의 대기업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바로 잡을 수 있다.
니콰라과의 다이버들에게 감압에 관한 교육을 하고 제대로된 장비를 지급하는 일은 바닷가재를
사가는 미국 기업들이 할 일이다.
핸드폰에서 주요한 역활을 하는 콜탄을 체취하는 광부들에게는 애플사나 모토로나같은 대기업
들이 안전장비와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커피콩을 따는 탄자니아의 노동자들에게 세계의 유수의 커피기업들은 어떻게 커피를 재배하고
어떻게 건조시켜야하는지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그러한 것들은 대기업의 윤리적 책임이며
그러한 대기업을 감시하고 독려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인 것이다.
한권의 책으로 나는 세계의 경제의 흐름을 어느정도 알게되었고,무지했던 나를 좀 더 자극
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알기쉽게 적은 경제서적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책이 아닌 그 이후의 과제를 제시받는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보긴 첨인듯하다.
흔치 않게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경제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