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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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고 지금 이 시대가 험해서 그런지 요즘 뉴스를 볼때마다 차마 믿을 수 없고 믿기도 싫은

잔혹하고 몰인정한 사건 사고가 특히 많은듯하다.

저항할 수도 없는 작은 생명체인 아이을 때려서 죽이거나 친구를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하고

친족간의 살인도 비일비재하여 뉴스를 보기가 두려워질때가 많다.

법이라는게 있으니 그런 천인공로할 죄를 지은자는 응당 그에 합당한 형벌을 받을것 

같지만, 가끔 어처구니 없는 형량이 선고되어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한다.


우리의 법은 예전에는 제대로 공정하게 실행되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실학자이자 지식인이며, 천문, 과학, 지리에도 밝았다는 다산 정약용은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그의 역작인 흠흠신서..18세기 조선의 과학수사 지식을 집대성한 한국 법제사상

최초의 판례 연구서라고 할 수 있는데 CSI같은 과학수사 드라마 매니아인 나에겐 

이 책을 읽은 재미가 실로 솔솔했다. 




이 책은 정조 시대에 일어났던 36건의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초등수사가 미흡하여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집필한 흠흠신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법으로 사람을 다스리는 일에

얼마나 깊은 고민을 담고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고자 했는지 그의 고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조선시대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살인 사건들은 그 시대상이 그러하듯 

어쩔 수 없이 양반과 천민, 남성과 여성에게 차별이 없을 수 없었다.

특히 여성들이 받았던 차별에 울컥할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


아버지에게 대들었다는 이유로, 남편의 바람기에 항의하다 매를 맞아 죽은 아내의 경우,

성격이 포악하다는 이유로 가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억울하고 아쉽기 짝이 없다. 


영조시대까지만 하더라고 강력하고 잔인한 형벌이 주어졌지만 정조에 이르러서는 비교적

관대하고 참형도 적었다.

범죄에 대해 강력한 법으로 엄격히 다스리기 보다는 관용으로 선정을 베풀어 오히려 임금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을 가지게 하려는 정조는 뜻이 엿보인다.

정조의 온화한 성정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대어로 말하면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와 고의적인 범죄에 대한 형의 차등을 두었고,

반인륜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하여 더욱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정조의 법해석과 정약용의 법해석이 다를 경우도 있지만 위와 같은 맥락에서 죄의 경중을

바르게 따지고자 고심한 흔적을 볼때마다 살짝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선의 사법 제도에서 최대 문제 중 하나는 지방의 사법 권력르로 군림했던

관찰사나 부사 같은 수령들이 사법적 경험이나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인 계급인 아전이 재판을 대행하는 경우가 비일비제하여

제대로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매우 쳐라'식으로 다짜고짜 곤장을 치고 보는

비인간적인 수사법이 횡행하였다.


다산은 이러한 작태을 안타까워하여 흠흠신서에 형사 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및 비평을 적어두었다.

현대 사법기관이 판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흠흠신서는 판례에 대한 책으로

이해해도 될듯하다.


조선시대에도 사람이 살던때라 각종 사건사고들이 있었고 현재의 과학 기술로 본다면

매우 원시적이긴 하지만 조선시대에도 나름 과학적인 지식으로 사후흔적들에 대한

비교적 바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사건에 동일한 법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인정을 고려하여 사형을 면해주는 등

법이 판결의 기준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을 절대시 하지 않았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한

점이다.


한편의 범죄 드라마를 보는듯한 각각의 사건들을 읽어가는 재미와 지방관료들의 법적 해석과

다산, 정종의 해석의 차이점을 보는 것 또한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인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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