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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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가 한국 문학계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그의 작품을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연극으로 그 작품과 다시 조우하면서 이문열이란 작가는 천재구나..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리투아니아 여인은 작가 이문열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여 완성할때까지 18년의 시간이 걸렸고,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이가 한때 티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음악 감독 박칼린이라는 사실로 인해 더욱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질펀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소설속의 김혜련란 캐릭터는

박칼린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의 모티브로 삼아 탄생한 인물이며 

실제 100%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매순간 상기해야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삶은 닮아있다.



언제적 사진인지 기억조차 희미한 수백개의 십자가가 언덕을 덮고 있는 십자가의 언덕인 샤울레이 

사진 한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1970년대의 중반 전망없는 재수생으로 지내던 부산 부민동의 어느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번째 골목 끝, 공터가에 있는 집 한채에 살고 있던 가족들이 조금 다른 외양을 하고 있는것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갈색 눈에 금발 머리를 땋아 내린 열짜리 이국소녀 김혜련과의 만남.

외양은 영락없는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투박한 부산사투리를 쏟아내는 그녀가 동네 아이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한국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후 작은 극단에서 총무겸 소품담당으로 일하던 나는 음악 스탭으로 오게된 그녀와 조우한다. 

이렇게 그녀와 나는 극단 관계자와 음악 감독이라는 업무상의 인연으로 우연한 만남과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게 된다.


극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없지만 소설의 배경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발트 3국중의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소련의 식민지로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혜련에게서 듣는 리투아니아의 전쟁과 아픈 역사,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혜련의 외할머니와 두 이모와 엄마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워서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된다.


김혜련의 조국은 리투아니인가, 미국인가, 아님 어릴때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인가..

코카서스 인종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그녀, 

하지만 어릴적 골목길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에 눈물 지었던 것처럼 그녀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크게 음악적으로 성공을 하자 비난 어린 시기와 질투로 그녀의 음악적 성취까지 문제 삼고 그녀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준다.







이문열 작가가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그의 필력이 주는 압도적인 몰입감은 근래에 여타의 책에서는 경험하기 드문 현상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이 작품을 읽을때 문학적인 시각으로써만 대하고자 노력했다.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을 따지게 된다면 솔직히 나는 이문열 작가와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열 작가는 자전적 경험을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는데, 리투아니아 여인에서도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홍위병들도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파와 지도자를 따라 주지 않는 작가를 문화 권력이란 이름으로 몰아댔다.

처음에는 인터넷 대자보로 그 작가를 난도질하더니 급기야는 그 집 앞에 몰려가 서점에서 아직 팔리고 있는 그의 책을 장례 지내기까지 했다.

(중략)

한국의 홍위병들도 어느 분야건 권위나 인기를 누린 이면 모두 문화 권력의 팻말을 달아 매도하고 표독스러운

언어로 사형을 가했다.'


시민단체의 행동을 홍위병에 비유하는 그의 논법은 이후 진중권과 벌인 논쟁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번졌고 이문열 작가의 책들이 그의 집앞에서 화형식을 당한 일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작품으로써의 리투아니아 여인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과 재미 또한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자유성이 보장되어야 하듯 문학의 자유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나는 그와 정치적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그의 문학적 성취와 작품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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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 '무진기행' 김승옥 작가 추천 소설
다자이 오사무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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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문학사에서 다자이 오사무가 차지하는 영향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작가들 중 다자이 오사무를 동경하여 작가가 되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그의 사후 여러 작품들속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하는 등 70여년이 지난 그의 사후에도 

꾸준히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작가다.


다자이 오사무는 1909년 아오모리현 지주의 집에서 태어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동경해 소설가를 지망하고, 도쿄제국대학 재학 중 '열차'로 데뷔했다. 

여러 작품들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약하다 자살 시도를 일으키는 등 구설수에 오른 

사생활로도 화재가 되었다. 

1948년 그의 대표작이기도 한 [인간 실격]을 쓴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인간 실격은 일본 교과서에다 실렸을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내가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간실격'을 읽어보고자 한 것은 이 작품이 다자이 오사무의 본인의 삶을 투영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거의 90%정도는 그의 삶과 작품 속 요조의 삶은 동일하다고 봐야할것이다.


'너무나도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 


첫문장이 주는 강력할 울림 때문일까..가슴속에서 쿵소리가 나는듯 했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의 도리일텐데 부끄러운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하는 주인공에게 인간 실력이라고 말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나에게 있어 좀 난해한 작품이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들이 보통 난해하고 퇴폐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요조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릴때부터 몸이 약하였다.

집에는 많은 하인들을 두었는데, 부모님이 바빠 집을 비울일이 많아 하인들이

요조를 돌봤는데, 그들로부터 못된 짓(?)을 당하고 익힌것 같다.


병약한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을 두려워하는 나약함을 익살로 포장하며 살아간다.

알콜과 여자에 중독되어 가며 병약했던 그는 결국 폐결핵까지 앓게 되고 

몰핀에 의존하며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들어간다.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그를 모다못한 지인들이 폐결핵 치료를 하러 병원에 입원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정신병원에 가둬두기조차 한다.

그는 이 일에 극노하였지만 따져보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우울한 현실과 더 암울한 미래.. 소설의 어느 구석에서도 밝은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극도로 섬세한 성격때문인지 소심한 성격때문인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이상하리만치 그의 곁에는 여자들이 따른다.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갈아타며 그녀들이 벌어오는 돈이나, 여자들의 옷가지들을

팔아가며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 실격이라는 제목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는 생애 5번의 자살을 시도했고, 마지막에 그녀의 애인과 함께 

끈으로 서로 몸을 묶은 후 강에 뛰어들어 자살을 한다.

자신의 나약함과 정신적인 문제를 이 책에 전부 털어놓았다. 

어쩌면 그의 유서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를 일본의 문단에서는 천재적인 작가라는 평을 하고있고, 일본의 수 많은 젊은이들이

다자이 오사무를 우상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그부분이 좀 마음에 걸린다. 

그의 작품속의 우울함이 일본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상실감과 우울감을 

대변하고 있는건 아닌지.. 

언제가 읽었던 일본의 현대 소설속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동경하여 어떻게든 

애인과 자살하고 싶다고 떠들고 다니는 소설속 인물 이야기를 읽고

아연실색 하였던 경험도 있었던터라 이 작품을 대하는 나는 여느때와 달리

조금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전쟁 직후, 불안한 사회와 그 속에서 살아가야했던 나약한 인간들의 결핍된 삶을

잘 그려낸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책에는 인간실격 외에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아침],[메리크리스마스]와 같이 짧지만 또 다른 느낌의 그의 작품도 접할 수 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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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 - 서울에서 제주까지 모든 길이 여행이 되는 국내 드라이브 코스 45
이주영.허준성.여미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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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삶의 질이 달라져버린 요즘, 누군가 나에게 제일 힘든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맘 편히 술 한잔 할 기회가 없다는 점,

그리고 좋아하는 여행을 맘껏 다닐 수 없다는 점을 냉큼 말할것이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각종 꽃축제, 여름이면 각종 산이나 해변에서 열리는 축제, 

수확의 계절인 가을축제, 눈과 얼음의 계절인 겨울축제등이 전부 다 취소되었다.

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겨울을 이기고 애써 피어난 꽃모가지를 댕강댕강 쳐내는 

잔인한 퍼포먼스(?)를 뉴스에서 보고 어찌나 상심을 했던지..


그렇게 2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더욱 안전한 여행을 갈망하게 되었고, 

언텍트 시대에 걸맞은 여행 방법을 찾아내고 공유하며 힘든 시간들을 견디고 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바깥 나들이 시간이 턱없이 줄어들자 내 생활은 유수분이 몽땅 

빠져나간듯 푸석거렸다.

이대로라면 미이라가 될듯하여 지금까지의 여행 패턴을 바꿔, 언텍스 시대에 맞는 

슬기로운 여행 방법을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주목한 것이 차박에 관한 책과, 바로 '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였다.


나는 지금껏 버스투어와 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전국각지로 여행을 꽤나 많이 다녔다.

패키지 투어가 주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꽤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대부분의 국내 버스투어상품들이 사라지고 이용자체를 꺼려하게 되었다.


그 대안으로 자차를 이용하여 드라이브하며 여행을 한다면 

대중교통이 주는 불안감도 덜 수 있고, 기동성도 좋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박을 해도 되니

단점도 없지 않지만, 시대의 특수성으로 인해 장점이 전보다 훨씬 부각되고 있다.


'대한민국 드라이브 가이드'는 여행작가 3명이 함께 공동작업한 작품이다.

이주영, 허준성, 여미현 여행작가들은 여행에 관심 좀 가지고 책이나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세명의 여행작가들의 이름이나, 

그들이 낸 책들이 눈에 익을 것이다.

인지도가 있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행 작가들이 소개하는 여행지라 더욱 믿음이 간다.







이 책에는 계절별 추천코스, 테마별 추천코스, 지역별 코스로 나누어 45개의 지역을

소개하고 있다.

지역별 코스로는 서울,경기,인천을 하나로 묶고, 충청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로

6개지역으로 나누고 있어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부터 당일코스로 차근히 

둘러봐도 참 좋을듯 하다.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도, 가볍게 훌쩍 떠날 수 있는 곳들을 많이 소개해놓고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을듯하다.


내가 이책을 보면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살린 큼지막한 지도가 

코스별로 턱하나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요즘이야 어느 차에나 장착되어 있는 네비게이션이나 티맵을 켜고 가고자 하는 곳을 

입력하면 안내하는대로 달리면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지역 전체를 두고 봤을때 내가 방문한 곳이 강원도 어디쯤 붙어있는지는 

큼지막한 지도를 봐야 알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한귀퉁이에 있는 안내센터에 꼭 들려서 그 지역

지도를 꼬박꼬박 챙기며 내가 지나는 길을 표시하고 확인을 해야 여행한 맛이 난다.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큼직한 사이즈의 책의 넓은 지면을 할해하여 지도를 턱하니 

실어두어서 나 같은 '종이지도 지향파'들에겐 여간 유용한게 아니다.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달리다보면 주변의 관광지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코스 소개와 함께 주변관광지도 소개하고 있다. 드라이브 도중에 시간이 되면

중간중간 둘러보면 된다. 간단히 주소, 연락처, 홈페이지, 운영시간등의 정보를 실어두었다.

또한 [알고 가요!]코너에서는 여행지의 꿀팁을 귀뜸해주고 있다. 

예를 들면 


당포성은 별과 은하수를 볼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밤에도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편이다. 별을 관측하기에는 그믐(말일)무렵이 좋다


수목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나무가 있다. 주차장에 있는 살구나무로, 

수령 120년이 넘는 수목원의 터줏대감이다.


수목원에는 매점과 쓰레기통이 없으니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쓰레기는 꼭 가지고 돌아가자 






또한 여행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맛집, 멋집이 아닐까 싶다.

그 지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명물 음식을 작가들이 직접 맛보고 엄선하여 

추천하고 있으니, 드라이브 중에 쉬엄쉬엄 들려 본다면 오감을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다가 내가 다녀왔던 맛집이 실려있어서 반가움이 배가 되었다.

지난 여행의 추억도 되새길 수 있어서 오래된 앨범을 들춰보는듯 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여행 정보지가 아니라는 점이 맘에든다.

시중에 나와 있는 여행가이드북을 보면 너무 많은 정보를 앞뒤없이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어서 여행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체할뻔하여 계획짜는걸 포기한 적도 있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을 세우고 여행 가는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솔직히 계획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여러 변수가 생겨 100% 계획대로 안되기 마련이고,

계획대로 움직일려고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어 쓴다면 피곤하기 마련이라,

계획은 40%정도, 나머지는 그날의 날씨에 따라, 마음가는대로, 상황에 따라, 알아서..

라는게 나의 여행 패턴이었고, 당분간은 바뀔것 같지 않다.


그런 나의 대~~충~~ 여행에 딱 맞는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나머지는 당신의 스타일대로 채우시면 됩니다.

시간되면 들려보시고 아니면 다음 기회에!


라는 뉴앙스를 책에서 느낀건 나뿐일까..

어찌되었던 상당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앞으로 가보지 못한 여행지를 방문할때는 그 어떤 책이나 정보보다 이 책을 우선시

할듯 하다. 올해는 드라이브 하듯 가볍게 떠나는 나만의 여행을 가득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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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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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산모 수첩은 일본 작가 야기 에미(八木詠美)의 작품으로 제36회 다자이 오사무 상을 수상하였다.

야기 에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자이 오사무상을 받을 정도라면 믿고 읽어도

될것 같은 얄팍한 심리와 궁금증이 더해져서 첫장을 넘기는 손길에 경쾌함이 묻어 있다.


시바타는 결혼을 하지 않은 34세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독립하여 혼자살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손님이 오면 커피 심부름을 해야하고 어질러놓은 회의실의 

뒷정리도 해야한다. 본인 업무 외에도 해야할 잡무가 많아도 너무 많았고, 게다가 회사내에서

그녀의 이름대신 "어이~"라고 부르는 직장 상사도 있다. 


어느날 드디어 마시다만 커피잔에 담배꽁초를 던져놓아 담배냄새가 쩔어있는

회의실을 치우다말고 폭발해버린 그녀는..

지나가는 과장님에게 냅다 이렇게 말한다.


"저 임신했어요. 커피 냄새만 맡으면 입덧을 해서요. 

담배 연기도 마시면 안되고요. 

원래 이 건물 전체가 금연 아닌가요?"


그리하여 나는 덜컥 임신을 했다. (임신 5주차 중)




직장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적인 대우가 싫어서 '저, 임신했어요. '라고 

말해버린 주인공 시바타. 정말 큰거 한방을 날리셨다.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전이고, 해마다 떨어지는 출산률로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임산부들의 복지와 사내 배려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고 혜택 또한 많다.


게다가 남의 사생활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개인주의 덕분에

처녀가 아이를 가진(?) 엄청난 사건임에도 아무도 애 아빠가 누구냐, 부모님은 알고 계시냐,

출산 준비는 어떻게 할거냐..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임신했다는 거짓말 덕분에 시바타의 회사 생활은 꽃길을 걷는듯 하다.

(사실 나는 한국은 이 경우 직장내 사람들의 반응이 지극히 궁금하다)


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귀가하는 사람들로 전철이 혼잡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한 듯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가 아직 떠 있을때 퇴근할 수 있게 되었고, 지겹던 커피 심부름을 안해도 된다. 

야근도 하지 않게 되었고, 퇴근 길에 장을 봐서 집에서 저녁도 해먹고 저녁 산책도 하게 된다.

임신 주수에 맞춰 배에다 수건이나 옷가지 등을 넣고 배를 부풀리고

임산부들을 위한 홈비디오 스트레칭도 따라하고, 임신부를 위한 에어로빅 교실에도 나가게 된다.


발칙한 거짓말로 시작된 가짜 임신부의 이야기에 다짜고짜 시바타와 공범자가 

되어버린 나는 거짓말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진다. 

거짓말이 들통나서 임신부라고 배려하고 몸상태를 걱정해주는 직장 동료들,

같은 임산부라고 친절이 더해진 에어로빅 교실의 예비 맘들을 배신감을 느낄텐데 어쩌지..


눈이 와서 도쿄의 교통이 마비될뻔 했던 날에는 차라리 눈길에 미끄러져서

유산했다고 하는게 나을것 같은데,,하며 출산일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독자들의 걱정은 보름달 차오르듯 커진다. 

정작 시바타 본인은 일상이 평온하고 대범해 보이는데 말이다.

과연 그녀는 가공의 태아를 어떻게 했을까.. 낳았을까(?).. 거짓임을 털어놓았을까..

이 이상의 얘기는 책을 통해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작품은 한마디로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처지에 대해 비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드렛일은 왜 여자들만 해야하는가..하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임산부 행세는

그녀를 잠깐 잡무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주는 듯 하지만, 결국 출산을 하고 나면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일도 해야하고, 심지어 일도 해야하는 고된 일 또한 여자들의 몫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될뿐이다. 


공동육아, 공동가사 분담이라는 말 들을 많이 듣게 되었지만, 여전히 육아와 가사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은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으나 아래 통계를 보면

한국이나 일본의 남성들은 조금 반성해야 할듯 하다.


OECD 국가별 성별 가사분담률을 보면 한국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OECD 국가 남성 가사 분담률 평균 33.6%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남성 가사분담률이 높은 곳은 노르웨이(43.4%), 덴마크(43.4%), 스웨덴(42.7%) 등 북유럽 국가들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17.1%), 포르투갈(22.7%), 멕시코(23.2%) 등이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통계가 잡힌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하루 평균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1시간 미만으로, 

45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 남성 가사노동시간은 138분이었다. 

반면 한국 여성은 하루 평균 남성의 5배가 넘는 227분을 가사노동에 할애했다.


임신부라고 거짓말이라도 하길 잘했네 싶다가도,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슬며서 부아가 치밀기도 하였다.

작품 속 배경이 일본이지만 한국도 일본과 사회, 문화적 배경에 유사한 점이 많으니 

이러한 미혼여성들의 걱정이 남의 일마냥 뒷짐 지고 보기에는 속이 꽤나 쓰리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랑과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서로가 상대를 이해할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지 길고 힘든 육아를 이겨내지

않을까 싶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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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 - 어쩌면 내게 꼭 필요했던 위로
하태완 지음 / 빅피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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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완 작가의 글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결핍을 느낄 때 읽으면

이상하게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 같은 느낌이 든다.

서늘한 가슴을 데워주는 그의 글에서 36.5도의 온도를 느낄 수 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글의 온도 덕분에 읽으면 바로 내 몸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오래, 조금씩, 읽어야 좋다.


겨울만 되면 찾아오는 나의 오랜 고질병인 '겨울 우울증'이 기승을 부린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을 저당잡힌지 벌써 두 해를 넘고 있는터라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져

한층 힘겨운 겨울을 보내는 나에겐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줄 감성 에세이가 약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약을 먹듯 매일 시간을 할애하여 조금씩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그 약효를 톡톡히 보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더욱 예민한 시기에 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과의 물리적인 거리는 멀리할 수 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더욱 사람들과의 훈훈하고 따스한 교류를 그리워한다. 

한때는 사람들에게 치이는 것이 힘들어, 얽히고 섥힌 관계를 좀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었는데, 인간은 참 간사한 동물이라 

거리를 두고 떨어지라고 하니

온기를 찾아 더 옹기종기 모이고 싶어하는 저주받을 간사함이란...


살다보면 그 잘난 사랑 때문에,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나와의 약속 때문에

위염같은 속쓰림에 시달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상대를 약간 추궁하고, 나를 지독하게 닥달하며 지냈다. 

못난 짓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마음을 못 추스린 내 잘못이 제일 클지모르겠지만 

그렇게 매사에 나를 못살게구는 나의 성질머리 때문에 '나'는 지치고 외로웠다.

그런 나를 돌아보지도 않았던 매정했던 '나'를 위해 

저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차분히 경청하듯 읽어내려갔다.


때로는 같은 페이지를 정독한 후,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했다.

내 눈으로 글을 읽고, 내 목소리로 말을 하고, 내 귀로 들으면서

그가 말하는 귀중한 조언을 세심하게 새겨들을려는 나름대로의 노력이었다.


사랑이건 일이건 최선을 다했다면 당연히 '잠시 멈춤'이라는 안내 표지판을 

맞닥뜨리기 마련이고, 

그것은 곧 내게 있어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 것이라고..


작가의 말처럼 나는 지금 잠시 멈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달달 볶아대던 

나를 살며시 놓아주기로 했다.

코로나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일도, 마음같지 않게 진전없는 애정도,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염려하고 걱정하는 '쓸데없이 빠른 미래지향적인'사고를 

내려놓고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요동치는 마음을 토닥이며 숨고르기를 하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 부족해도, 조금은 모가 나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온전히 나를 이해해주는 글들을 만나서 

읽는 내내 몇번인가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활자가 주는 완벽한 안락함을 느끼며 오래도록 음미해보고 싶은 여린듯 힘있는 글들이

결핌의 시대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메세지가 

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부디 이 도타운 글에서 힘을 얻어, 모든 생명들이 움츠려드는 시리고 차가운 이 계절을

조금은 덜 힘들어하며 보낼 수 있기를 바래본다.


나는 하태완 작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건네는 '다정'을 

아무런 의심없이 받아서 주머니 속에 챙겨넣고, 내 마음이 시리고 흔들릴때마다

주머니 속의 '다정'을 만지작 거리며 버텨내고자 한다.

몹시도 따뜻하고 고마운 '다정'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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