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여인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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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작가가 한국 문학계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그의 작품을 주목하게 된 것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부터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연극으로 그 작품과 다시 조우하면서 이문열이란 작가는 천재구나..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리투아니아 여인은 작가 이문열이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여 완성할때까지 18년의 시간이 걸렸고, 이 작품의 모델이 된 이가 한때 티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음악 감독 박칼린이라는 사실로 인해 더욱 흥미로웠던 소설이다. 


'이국적인 외모에 질펀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소설속의 김혜련란 캐릭터는

박칼린을 만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의 모티브로 삼아 탄생한 인물이며 

실제 100% 그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매순간 상기해야 할 정도로 두 사람의 삶은 닮아있다.



언제적 사진인지 기억조차 희미한 수백개의 십자가가 언덕을 덮고 있는 십자가의 언덕인 샤울레이 

사진 한장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1970년대의 중반 전망없는 재수생으로 지내던 부산 부민동의 어느 골목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두번째 골목 끝, 공터가에 있는 집 한채에 살고 있던 가족들이 조금 다른 외양을 하고 있는것이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갈색 눈에 금발 머리를 땋아 내린 열짜리 이국소녀 김혜련과의 만남.

외양은 영락없는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투박한 부산사투리를 쏟아내는 그녀가 동네 아이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한국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후 작은 극단에서 총무겸 소품담당으로 일하던 나는 음악 스탭으로 오게된 그녀와 조우한다. 

이렇게 그녀와 나는 극단 관계자와 음악 감독이라는 업무상의 인연으로 우연한 만남과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게 된다.


극적인 이야기의 전개는 없지만 소설의 배경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점도 좋았지만, 발트 3국중의 하나인 리투아니아는 소련의 식민지로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혜련에게서 듣는 리투아니아의 전쟁과 아픈 역사,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혜련의 외할머니와 두 이모와 엄마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워서 그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게 된다.


김혜련의 조국은 리투아니인가, 미국인가, 아님 어릴때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인가..

코카서스 인종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한국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는 그녀, 

하지만 어릴적 골목길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소리에 눈물 지었던 것처럼 그녀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크게 음악적으로 성공을 하자 비난 어린 시기와 질투로 그녀의 음악적 성취까지 문제 삼고 그녀에게 또 한번 상처를 준다.







이문열 작가가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그의 필력이 주는 압도적인 몰입감은 근래에 여타의 책에서는 경험하기 드문 현상이다.


고백하건데 나는 이 작품을 읽을때 문학적인 시각으로써만 대하고자 노력했다.

사상이나 정치적 성향을 따지게 된다면 솔직히 나는 이문열 작가와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열 작가는 자전적 경험을 작품에 많이 투영하고 있는데, 리투아니아 여인에서도 그런 부분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홍위병들도 자기들이 지지하는 정파와 지도자를 따라 주지 않는 작가를 문화 권력이란 이름으로 몰아댔다.

처음에는 인터넷 대자보로 그 작가를 난도질하더니 급기야는 그 집 앞에 몰려가 서점에서 아직 팔리고 있는 그의 책을 장례 지내기까지 했다.

(중략)

한국의 홍위병들도 어느 분야건 권위나 인기를 누린 이면 모두 문화 권력의 팻말을 달아 매도하고 표독스러운

언어로 사형을 가했다.'


시민단체의 행동을 홍위병에 비유하는 그의 논법은 이후 진중권과 벌인 논쟁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번졌고 이문열 작가의 책들이 그의 집앞에서 화형식을 당한 일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것이다.


작품으로써의 리투아니아 여인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구성과 재미 또한 대단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자유성이 보장되어야 하듯 문학의 자유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나는 그와 정치적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그의 문학적 성취와 작품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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