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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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산모 수첩은 일본 작가 야기 에미(八木詠美)의 작품으로 제36회 다자이 오사무 상을 수상하였다.

야기 에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다자이 오사무상을 받을 정도라면 믿고 읽어도

될것 같은 얄팍한 심리와 궁금증이 더해져서 첫장을 넘기는 손길에 경쾌함이 묻어 있다.


시바타는 결혼을 하지 않은 34세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독립하여 혼자살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회사에서 손님이 오면 커피 심부름을 해야하고 어질러놓은 회의실의 

뒷정리도 해야한다. 본인 업무 외에도 해야할 잡무가 많아도 너무 많았고, 게다가 회사내에서

그녀의 이름대신 "어이~"라고 부르는 직장 상사도 있다. 


어느날 드디어 마시다만 커피잔에 담배꽁초를 던져놓아 담배냄새가 쩔어있는

회의실을 치우다말고 폭발해버린 그녀는..

지나가는 과장님에게 냅다 이렇게 말한다.


"저 임신했어요. 커피 냄새만 맡으면 입덧을 해서요. 

담배 연기도 마시면 안되고요. 

원래 이 건물 전체가 금연 아닌가요?"


그리하여 나는 덜컥 임신을 했다. (임신 5주차 중)




직장내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차별적인 대우가 싫어서 '저, 임신했어요. '라고 

말해버린 주인공 시바타. 정말 큰거 한방을 날리셨다.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지 오래전이고, 해마다 떨어지는 출산률로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임산부들의 복지와 사내 배려는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고 혜택 또한 많다.


게다가 남의 사생활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일본인 특유의 개인주의 덕분에

처녀가 아이를 가진(?) 엄청난 사건임에도 아무도 애 아빠가 누구냐, 부모님은 알고 계시냐,

출산 준비는 어떻게 할거냐..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임신했다는 거짓말 덕분에 시바타의 회사 생활은 꽃길을 걷는듯 하다.

(사실 나는 한국은 이 경우 직장내 사람들의 반응이 지극히 궁금하다)


마 이렇게 이른 시간에 귀가하는 사람들로 전철이 혼잡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한 듯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퇴근하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해가 아직 떠 있을때 퇴근할 수 있게 되었고, 지겹던 커피 심부름을 안해도 된다. 

야근도 하지 않게 되었고, 퇴근 길에 장을 봐서 집에서 저녁도 해먹고 저녁 산책도 하게 된다.

임신 주수에 맞춰 배에다 수건이나 옷가지 등을 넣고 배를 부풀리고

임산부들을 위한 홈비디오 스트레칭도 따라하고, 임신부를 위한 에어로빅 교실에도 나가게 된다.


발칙한 거짓말로 시작된 가짜 임신부의 이야기에 다짜고짜 시바타와 공범자가 

되어버린 나는 거짓말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해진다. 

거짓말이 들통나서 임신부라고 배려하고 몸상태를 걱정해주는 직장 동료들,

같은 임산부라고 친절이 더해진 에어로빅 교실의 예비 맘들을 배신감을 느낄텐데 어쩌지..


눈이 와서 도쿄의 교통이 마비될뻔 했던 날에는 차라리 눈길에 미끄러져서

유산했다고 하는게 나을것 같은데,,하며 출산일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독자들의 걱정은 보름달 차오르듯 커진다. 

정작 시바타 본인은 일상이 평온하고 대범해 보이는데 말이다.

과연 그녀는 가공의 태아를 어떻게 했을까.. 낳았을까(?).. 거짓임을 털어놓았을까..

이 이상의 얘기는 책을 통해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작품은 한마디로 일본 사회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비중과 처지에 대해 비꼬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드렛일은 왜 여자들만 해야하는가..하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된 임산부 행세는

그녀를 잠깐 잡무 스트레스에서 해방시켜주는 듯 하지만, 결국 출산을 하고 나면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 일도 해야하고, 심지어 일도 해야하는 고된 일 또한 여자들의 몫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깨닫게 될뿐이다. 


공동육아, 공동가사 분담이라는 말 들을 많이 듣게 되었지만, 여전히 육아와 가사에 

시달리게 된다. 이것은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으나 아래 통계를 보면

한국이나 일본의 남성들은 조금 반성해야 할듯 하다.


OECD 국가별 성별 가사분담률을 보면 한국 남성의 가사분담률은 16.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OECD 국가 남성 가사 분담률 평균 33.6%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남성 가사분담률이 높은 곳은 노르웨이(43.4%), 덴마크(43.4%), 스웨덴(42.7%) 등 북유럽 국가들이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17.1%), 포르투갈(22.7%), 멕시코(23.2%) 등이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통계가 잡힌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하루 평균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1시간 미만으로, 

45분에 불과했다. 

OECD 평균 남성 가사노동시간은 138분이었다. 

반면 한국 여성은 하루 평균 남성의 5배가 넘는 227분을 가사노동에 할애했다.


임신부라고 거짓말이라도 하길 잘했네 싶다가도,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부조리한 상황에

슬며서 부아가 치밀기도 하였다.

작품 속 배경이 일본이지만 한국도 일본과 사회, 문화적 배경에 유사한 점이 많으니 

이러한 미혼여성들의 걱정이 남의 일마냥 뒷짐 지고 보기에는 속이 꽤나 쓰리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사랑과 이해와 배려가 아닐까 싶다. 

서로가 상대를 이해할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지 길고 힘든 육아를 이겨내지

않을까 싶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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