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직장인들이 여름을 보내는 즐거움은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에 삶은 풋콩을 안주 삼아 프로야구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은 야구에 열광한다.

일본인들이 애정하는 야구, 그리고 경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애환.

이케이도 준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루스벨트 게임]은 일본인들의 구미에 딱 맞은 이 두가지 재료를 잘 버무려 쓴 책이다. 일본에서 100만부나 팔렸고 일본 최고의 대형 서점인 키노쿠니야에서 소설부분 1위를 차지하였을뿐만 아니라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져 많은 인기를 얻었다.


거품경제가 빠지면서 일본은 2000년 초까지 10여년간 격심한 경제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고 기업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문을 닫게 되었으며, 대형 금융기관도 쓰러지게 되자 고용의 불안을 가져와 일본인들의 자랑거리기이도 했던 평생고용제가 사라지고 불안정안 고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직장인들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거품경제 이후 경기가 회복되어 좋았던 것도 잠시..

장기 경기침체와 미국발 금융위기로 아오시마제작소 또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거래처의 생산축소로 주문이 극감하여 다음 회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자금 압박이 심해져서 은행 대출을 받고자 하지만 은행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한 돈을 내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설상 가상 경쟁기업인 미쓰와전기는 아오시마제작소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거래처에 저가 납품공세를 펼치며 아오시마제작소를 위협한다.

1500여명의 직원들중 100여명을 구조조정 대상자로 정하고 해고 통지를 해야 하는 미카미 부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자신들을 해고시키면서 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으나마나한 실업팀 야구부는 왜 그냥 두는가..

연간 3억엔이라는 피같은 돈을 쓰면서도 과거의 명성에 한참이나 못미치는 야구부를 해체하라는 원성이 터지면서 회사내의 갈등은 극대화 된다.

라이벌인 미쓰와전기의 달콤하지만 위험한 합병제의, 회사 존폐의 위기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호소카와 사장을 비롯한 영업팀,기술개발팀,생산팀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을 치루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번 시즌에서 실적을 내어 살아남고자 하는 야구팀의 절박함이 느껴져 473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묵직한 소설임에도 도중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회사도 야구팀도 절벽을 뒤로 하고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페이지 마다 엄습하는 긴장감을 느끼며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야구부를 해체하라고 강압하는 직원들, 경쟁 회사와 합병하여 이 참에 주식으로 떼돈 좀 벌어보자고 달려드는 주주들, 자기들 살겠다고 하청업체에 무리한 단기인하를 요구하는대기업 거래처들, 야구부가 해체되면 영락없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마는 야구부원들..

모두 자기 밥그릇 지키자는 싸움얘기인가..라는 생각은 중반부를 지나면서 가슴 한구석이 뜨뜻해지는 감동으로 바뀌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힘내, 조금더 버텨봐..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계약직 직원쯤 쓰다버려도 된다는 인식이 묵인되고 있는 요즘 회사의 주인은 사장도 아니고 주주도 아닌 사원들이라는 그 원초적이고 엄연한 사실 하나를 다시 깨달았을 뿐이데 가슴 먹먹해지는 이 감동은 뭐지..

이케이도 준 작가가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1인자로 불리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참 재미있게 책을 쓰는 작가였던 것이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8대7이다.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명만 더 아웃을 잡아내면, 안타 한개만 더 뽑아내면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

이길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스코어, 한치의 헛점도 여유도 부릴수 없는 가장 아슬아슬한 점수.

숨막히도록 치열한 야구 그라운드와 우리네 인생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라운드 가운데 선 투수는 홀로 적과 싸우는 것처럼 외로워보인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내려다 보면 투수를 둘러싸고 수비수들이 포진해있다.

걱정말고 투구해. 뒤에 우리가 있어.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회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사장 혼자만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몇백, 몇천명의 직원들이 있다. 걱정말고 나가세요. 뒤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너무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모습에 울컥하게 되며 이 힘든 시기에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쳐보게 되는 멋진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
허영만.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들은 하나같이 시골스러웠다.

분홍색 쏘세지가 최고의 세련된 반찬으로 점심시간 도시락 반찬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을 때, 나의 반찬통엔 엄마의 멸치 볶음, 계란말이, 나물무침,콩자반, 짱아치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우리집이 시골 동네에선 꽤나 잘 살았던지라 돈이 없어서 안 사주신건 아닌것 같고

공장에서 가공되어 나온 음식들은 몸에 좋지 않다는 엄격하신 아버지의 고집때문인걸로 알고 있지만,

어째건 나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토록 맛나다는(?) 분홍색 쏘세지 부침을 먹어보질 못했다.

심퉁에 식사때마다 입에 댓발로 나오곤 했다. 그땐 그랬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이를 한살한살 먹으면서 기름진 음식이나 다른 나라의 낯선 음식보다는

30여년전 엄마가 해주셨던 그 맛을 닮은 음식들이 그냥 좋다.

매끼 엄마가 장을 보고(때론 집앞 텃밭에서 따온) 다듬고 씻고 데치고 썰고 무쳐서

만들어 주셨던 그 음식들이 미치도록 그리워질때가 있다.


그래서였을까..식객 허영만 선생의 백반기행을 봤을때, 앗 소리가 나왔다.

집밥 같은 백반!! 우리 엄마가 만들어준듯한 그 맛을 찾아 떠나는 맛집 기행이라니

이 얼마나 설레고 멋진 일인가..


초딩 입맛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초딩에게는 초딩에게 맞는 입맛이 있고

중년에게는 중년에게 맞는 입맛이라는게 있다.

나 같이 입맛이 촌스럽고, 역류성 식도염과 동거동락중인 중년의 여인네에게는

화려하고 거창한 음식보다 맛있고, 소화 잘되는 순박한 음식이 최고다.

그래서 단언컨데 중년을 훨씬 넘어 70대의 저자가 소개해준 맛집들은

최소한 중년 언저리의 나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취향이 비슷하여 꽤나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맛집 소개는 지역별로 나누어져 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7지역으로 나누어 지역의 맛집까지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은 맛이 있거나 기억에 남는 곳은 따로 일러스트와 함께 코멘트를 달아놓았다. 완벽한 맛집 일기다.

 

종로 맛집으로 알려진 탑골 공원 뒷편의 유진 식당은 익히 다녀보던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냄비, 들통을 들고 가서 줄서서 사온다는 망원동 뼈해장국 집 또한

쉬는날이면 달려가는 곳이다.

책 속에 소개된 맛집 중엔 이미 내가 단골로 다니는 곳도 있어서 

최소한 (이미 먹어본) 내가 맛을 보장할 수가 있다.

단골로 다니고 있는 식당이 책에 소개되어져 있으면 유치하게도 세상 뿌듯해진다.

이로써 소개되어진 나머지 맛집들에 대한 신뢰도가 수직 상승한다.


사진 몇장과 가게 이름과 주소, 영업 시간, 주메뉴등만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음식 가격은 나와 있지 않다.

하긴 맛집 블로그를 보고 찾아 갔는데 알고보니 몇년전 포스팅한 글이여서

가격이 꽤나 올라 오히려 기분이 언짢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가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포탈사이트에서 찾으면 될테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99%나 되는 맛집 가이드 북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렇게나 다양한 곳을 하나씩 찾아가서 맛볼 수 있다면 지리멸렬한 일상의 이벤트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확행의 정점이 될듯 싶다.

내 머리가 슈퍼컴퓨터가 아닌 이상 이 많은 가게들을 일일히 기억하지 못할테니

가능한 이 책은 차 안에 적당한 자리에 항시 비치를 해두어야겠다.

그리고 드라이브 하다가, 업무상 이동하다가 낯선 곳에서 뭘 먹을까 고민할때

슬쩍 꺼내서 팔랑거리며 찾아보면 좋겠다.

 

또한 점심 시간만 되면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은 천만 직장인들의 골치거리 해결에도 도움이 될것이다.

책장을 넘겨 이동 가능한 곳의 숨겨진 맛집을 찾는 재미 또한 꽤나 솔솔찮을듯 하다.



맛집을 소개한 책이나 블로그들은 넘쳐난다.

나조차도 먹어보고 맛있는 가게의 소개를 가끔 블로그에 올리곤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sns는 리얼 후기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의 가게 홍보글이

교모하게 아닌척하며 검색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아서

블로그만 믿고 갔다가 실망을 잔뜩하고 오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해준 맛집들이 저자의 호평과는 다르게 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여지진 않았을테니 실패률도 현저히 떨어질것이다.

약간의 용기와 부지런함만 갖춘다면 훨씬 풍족하고 재미진 인생을 맛볼 수 있을것이다.


여담이지만 고향인 마산에도 몇군데 맛집이 소개되어 있길래

고향 친구들과 함께하는 단체 채팅방에 올렸더니

나는 이미 가봤다는둥, 다음에 다같이 가자는둥, 회사 근처니까 동료들과 한번 가봐야겠다는둥..

조용하던 단체 방에 잠깐이지만 활력이 넘쳤다.


음식이란 그런건가 보다.

함께 먹고 나눔으로써 사람과의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고, 친근해질 수 있는 매개체!

이왕이면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입과 눈과 코로 음식을 느끼며 추억을 만들어 가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꽤나 소중한 책이 될듯하다.

보석을 캐듯 이 책을 손에 들고 백반 순례를 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민석의 삼국지 1 (라이트 에디션) - 답답한 세상, 희망을 꿈꾸다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동양의 고전이라는 삼국지를 읽어보았냐고 물어보면 사실 나는 조금 떨떠름해진다.

읽어는 보았지만 내용을 물어보면 잘 모르겠고, 등장인물도 주연급 몇명 정도는 알겠는데

더 깊이 들어가면 이름이 가물가물해진다.

읽은거 맞냐고 오히려 내가 나한테 물어보고 싶어진다.

서양엔 톨스토이에 가로막히고 동양엔 삼국지에 가로막혀 나의 독서 지식은

자랑은 커녕 어디가서 말꺼내기도 사실 부끄럽다.


이번에 설민석 선생(감히 선생이라는 존칭을 썼다)이 내놓으신 삼국지에 딱 꽂힌것도 이러한 나의 고전 컴플렉스를 좀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티비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도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입이 떡 벌어지곤 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연구를 했을까.. 만권 정도는 읽어야지 저 정도의 방대한 동서양의 역사적 조감도가 정확하게 그려질수 있겠지

평소 저자의 강의를 즐겨 듣는 나로써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귀에 쏙쏙 박히도록 정확하고 재미지게 설명하는 그 특유의 말투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은 삼국지를 마다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토록 끙끙대며 읽었던 (읽다 말았던가..) 삼국지를 어쩜 이렇게 야들야들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지, 이건 책을 읽는건지 얘기를 듣는건지 살짝씩 헷갈리며 페이지가 팔랑 팔랑 잘도 넘어간다.

그 많은 등장 인물들 중 필요없다 싶으면 과감히 장군1, 여인1.. 처럼 간략화 해버리는 필살기도 나오니까 인물들 때문에 이야기가 헷갈릴 위험도 덜해지고

부담감도 줄어드니 읽기가 확실히 편하다.


중간 중간 끼여있는 삽화도 우리 애들 어렸을때 읽던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림체다.

덕분에 삼국지가 딱딱하지 않고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글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들이 봐도, 나 같이 삼국지의 높은 벽에 머리 찧고 나자빠진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은것 같다.

 

 


 

삼국지라는 명성답게 참 많은 버젼으로 번역이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만화로 된 삼국지에서부터 무협지 저리가라 하는 삼국지도 있고,

유비를 세상없는 선비로 표현한 책도 있고, 반대로 약간 찌질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는 책도 있다.

조조는 둘도 없는 간신배라 얘기하기도 하고, 최고의 지략가로 칭송하는 책도 있다.

어느쪽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을 평하는 것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모범 답안만 있을뿐이지..

평가는 각자의 몫이니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살짝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는게 한가지 있다.

1700년 전의 중국 이야기를 왜 꼭 읽어보라는 거지?

좀 고리타분 하지 않나..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저자인 설민석 선생은

삼국지 안의 다양한 리더들의 삶을 통해 삶의 지혜와 통찰을 깨칠수 있으며

리더십을 배울수 있기 때문에 삼국지를 꼭 읽어보라고 한다.

사회 생활을 좀 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사회 생활하면서 제일 힘든게 뭔지를..

일주일씩, 이주일씩 계속되는 야근보다 책상 위 수북한 산더미 같은 일거리 보다 더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다양한 리더십과 팔로워십, 그들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참뜻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은 물론 조직과 사회를 성찰할 수 있다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것이다.

이정도면 삼국지를 읽을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읽다 지쳐 던져 놓는 그런 책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낄낄때고 웃기도 하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등장인물에 쌍욕도 하면서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읽다가 주구장창 게임만 해대는 아이들한테 슬쩍 던져줘도

어려워하지 않고 꽤나 재미나게 읽을듯 한 책이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세대를 아우르며 읽을 수 있는 설민석 선생의 매우매우 자상한 책!!

삼국지 라이트에디션을 권하고 싶다.

 

 


이제 삼국지2, 3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역사 속 위대한 여성 -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인문 교양 아카이브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사라 허먼 지음, 엄성수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고 나면 좀 있어보일려나 싶어서 펼쳐든 책이 출판사 토트에서 시리즈로 엮어나온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역사 속 위대한 여성 편이었다.

인문 지식에 목말라 하는 나는 항상 이런 류의 책에 꽂히곤 한다.

 

역사가 시작된 고대부터  최첨단 혁신을 걷고 있는 현대까지 한국을 비롯한 세계각국에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암묵적이거나 아님 아예 대놓고) 불평등을 당하고 있다.

종교적인 이유로,사회적인 통념으로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고 천대시 되는 나라들이

의의로 꽤나 많다.

솔직히 생각해보면 참 많이 아이러니하다.

지구상에 인간이란 남성과 여성, 달랑 두개의 性이 있고 각자의 성이 함께 공존하지 않으면

인류도 생존하지 못할텐데 말이다.(생물학적 용어로 번식이 불가능하여..)

이러한 남녀 불평등 현상이 2020년을 살아가는 현재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외계인 존재보다 더 불가사의 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째 여기까지 쓰고보니 페미니스트의 향기가 풀풀 풍기는 듯도 하지만

나란 사람은 남녀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게 반드시 서로에게 양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을 밝힌다.

각설하고 책 얘기를 해볼까한다.


이 책은 영국의 작가겸 편집자 사라 허먼(Sarah Herman)이 저술한 책이다.

그녀는 다방면에서 해박한 상식과 교양을 갖춘 것으로 명성이 높다고 한다.

덕분에 독자는 저자의 지식 보따리에서 꺼내준 새로운 지식을 손쉽게 나눠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한꺼번에 103명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우루루 쏟아져 나오니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나의 뇌용량 부족으로 과부하에 걸릴까 당황스럽다.


맨 처음 우주에 간 여성은 누구일까?

다르크가 화형을 당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아인슈타인의 수학 문제를 풀어준 여자 과학자는 누구일까?

최초의 여성 수상은 누구였을까?

구혼자들에게 내기를 걸어 말 1만 마리를 챙긴 공주는?

세계에서 성차별이 가장 적은 나라는 어디일까?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편집된 것이라고?

에디트 피아프는 왜 프랑스 전쟁 포로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을까?



제목들을 훑어보면 흥미 진진한 이야기들이 많다.


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한페이지나 두페이지에 걸쳐서 소개되고 있다.

시대도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고 두각을 나타낸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선구자들, 사상가들, 종교와 문화, 정치, 페미니즘, 리더들, 전사와 슈퍼우먼, 죄와 벌,

미술과 문학, 쇼 비지니스..이렇게 총 10개의 파트로 나뉘어 각 파트별로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보니 시대를 뛰어넘고, 나라를 뛰어넘고, 이념을 뛰어넘어 가며 인물들을

바삐 쫓게 된다.


한 파트가 끝나면 제대로 읽었는지, 대충 읽었은지, 독자들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파트별로 10문제씩 스피드 퀴즈가 나오는데, 이게 의외로 어렵다.

사람 이름 까먹는 것이 호박씨 까먹는 거보담 더 쉬운 나에게는 8글자 이상되는 외국인들의

이름을 외우는건 넘나 어려운 일이라 첫 문제에서 자체 채점 결과 30점이라는 미천한 점수를 받고

쇼크를 받은 후로는 스피드 퀴즈는 슬쩍 넘어가는 걸로 자신과 타협을 봤다.

정답은 책 맨 뒤쪽에 있다.

몇 십년 만에 전과 문제집을 푸는듯 했다.(그때는 꽤나 공부 잘 하는 비교적 똑똑했던 아이였는데..)



읽기도 어려운 수많은 인물들을 나열하고 필요할때 사전을 들추듯 두뇌 데이터에서 꼭 찝어서

꺼낼려면 방대한 양의 역사적인 지식과 상식을 탑재해야 할 것같다. 

돌아서면 까먹는 나이에 진입한 나로써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과 상식이 부럽다.

(물론 그녀도 컴퓨터의 폴더에,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샤샤샥~꺼내볼거라고는 생각하지만..)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가 영국인이다보니 아무래도 서양사에 더 조예가 깊은 탓인지 소개되어 있는 인물도

동양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서양인의 비중이 많고,

너무 방대한 양의 인물들을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깊이감이 딸리는 경향이 엿보인다.

분명 서양보다 더 심한 여성 차별을 받았을 동양에도 여성이라는 굴레를 벗고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신념을 위해 맞선 위대한 인물들이 상당수 있을텐데

소개가 덜 되서 약간 아쉽다.


하지만 내가 아는 인물의 예상치 못한 점을 알게 되었다거나,

반대로 전혀 알지 못했던 인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즐거움을 준 책이다.

인문지식 서적으로써 크게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권해줄만 하다.

수 많은 인물들 중 나에게 의외의 감동을 준 에디트 피아프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발췌해서 소개하고 싶다.

노래만 잘하는 가수인줄 알았는데, 목숨을 걸고 전시에 수 많은 사람을 구했다니

그녀에게 프랑스인들이 사랑을 넘어 경의를 표하는 이유를 이제서야 조금 알것 같다.


1940년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25세였던 피아프는 노래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5년 전 파리의 홍등가에서 발굴된 키 147센티미터의 이 작은 가수는 어린 시절부터

아주 힘겨운 삶을 살아왔다.

피아프는 매음굴에서 자랐고 어렸서 잠시 눈이 멀기도 했으며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나치가 독일 군인을 위해 노래를 해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녀는 프랑스군 포로도

자신의 공연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고집했다.

피아프는 또 포로수용소를 순회공연하면서 프랑스군 포로에게 몰래 지도와 나침반을

건네주었다.

베를린 인근 3-D 포로수용소에서는 모든 포로와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고집했다.

그 사진은 그녀의 영향력 있는 친구들에게 전달되었고 그 친구들은 그 사진을 보고

각 포로의 신분증을 만든 뒤 그들을 독일에 사는 자유로운 프랑스 노동자라고 선언했다.

두 번째 공연을 하러 그 포로수용소에 다시 들렀을 때 피아프는 그들에게 새로운

신분증을 전달하여 300명 가까운 포로가 탈출할 수 있게 했다.

피아프는 그 유명한 <장미및 인생 La Vie En Rose>등 많은 노래를 직접 작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식후감상문 -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
이미나 지음, 이미란 그림 / 이지앤북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의 오복 중의 하나가 바로 치아가 좋을 것!!(알고들 계시지..)

이렇게 오복중에 하나로 꼽을 만큼 먹고 사는 일은 우리에겐 심히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우리에겐 임플란트가 있으니 치아가 안 좋아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을

빼앗길 위험은 적어졌으니 처음 임플란트를 개발한 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보릿고개가 없어진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50여년은 된듯하니

이제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기 보다는 즐기기 위해서 먹는다는 것이 맞는듯하다.

​식후감상문은 우리 주변의 흔하지만 맛난 음식들에 대한 '고찰' 이라고 해야 할듯하다.

업무를 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한줄 먹는 김밥

기름 위에 얹고 후라이팬에 굴려내면 술안주로 손색없는 비엔나 소시지

몸이 아픈날 엄마가 끓여주시던 하얀 흰죽

신김치 한줌과 두툼한 돼지 고기 몇점 넣고 끓여 내는 김치찌개

손안가던 재료도 기름옷만 입으면 명물허전 최고의 일품요리가 되는 튀김

특별할것 없는 음식들에 대한 작가 이미나의 추억과 감상에 이미란 작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눈으로 글을 읽고 눈으로 음식을 먹는듯 하다.

매 페이지마다 식욕을 자극하는 그림과 글 덕분에

책을 펼친 그 곳이 어디든 간에 나는 얼큰한 찌개 냄새, 고소한 기름냄새,

달달하고 새콤하고 상큼한 냄새를 맡으며 참을 수 없는 허기와

음식의 유혹을 혹독하게 견뎌야했다.



물오뎅


마음에 드는 놈을 고른다.

호호, 입술로 더운 정도를 확인한다. 첫입은 간장만 찍는다.

두 입부터가 다르다. 위로 솟은 꼬치로 간장 속 양파를 찍고, 오뎅을 비스듬히 눕혀 양념을 묻힌 뒤

양파와 오뎅을 같이 먹는다. 씹히는 양파가 별미다.

꼬치 두 개를 비웠을 때, 국물을 먹으면 된다. 70도 내외로 먹기 좋게 식었다.

시동을 걸었으니, 이제 달려볼까.



흰 죽


엄마는 지금도 나를 걱정한다.

당신이 아플 때보다 내가 아플 때 더 아파한다.

그런 엄마에게 손수 죽 한 번 끓여드린 적 없는 내가 오늘 참, 밉다.

음식은 추억이고 기억이다.

이미나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가물가물했던 희미한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나기도 하면서

오래전의 나와 조우하기도 하였다.



작가의 글 중에 내가 뭉클했던 건 경양식 돈가스에 대한 글을 읽을 때였다.

경양식-간단한 서양식 일품요리..퍼석한 국어사전에 실린 경양식의 뜻이다.


하지만 나에겐 경양식은 진수성찬 부럽잖은 최고의 만찬이다.

내가 어렸을때 특별한 날이면 엄마는 날 데리고 경양식 집으로 가셔서

돈가스나 함박스테이크를 사주셨다.

그 당시 경양식은 왠지 차려입고 가야하는 제법 격조있는 레스토랑 축에 끼였고,

가격도 제법 했던것 같다.

솔직히 어떤 특별한 날이었는지 기억엔 없지만

엄마와 함께 먹던 두툼한 돈까스와 걸죽한 소스, 고소했던 스프 맛은

아직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는 토종 한국사람 입맛인데 엄마 입맛에 느끼했을

돈까스가 맛있었을까..

딸의 특별한 날을 축하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을

이 나이가 되었어야 겨우 조금 알게 되었으니

나는 참 많이 무심했던 딸이었던 것같다.


음식이란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 더욱 빠르고 깊게 추억으로 빠지게 하는

매개체인듯하다.

우리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눈다.

짧은 글에 실물을 꼭 빼닮은 일러스트가 더해져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맛과 그리움이 가득했던 음식 에세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