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감상문 - 먹고 마시며 행복했던 기록
이미나 지음, 이미란 그림 / 이지앤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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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의 오복 중의 하나가 바로 치아가 좋을 것!!(알고들 계시지..)

이렇게 오복중에 하나로 꼽을 만큼 먹고 사는 일은 우리에겐 심히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다행히 우리에겐 임플란트가 있으니 치아가 안 좋아 씹고 뜯고 맛보는 즐거움을

빼앗길 위험은 적어졌으니 처음 임플란트를 개발한 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보릿고개가 없어진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50여년은 된듯하니

이제는 살기 위해서 먹는다기 보다는 즐기기 위해서 먹는다는 것이 맞는듯하다.

​식후감상문은 우리 주변의 흔하지만 맛난 음식들에 대한 '고찰' 이라고 해야 할듯하다.

업무를 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한줄 먹는 김밥

기름 위에 얹고 후라이팬에 굴려내면 술안주로 손색없는 비엔나 소시지

몸이 아픈날 엄마가 끓여주시던 하얀 흰죽

신김치 한줌과 두툼한 돼지 고기 몇점 넣고 끓여 내는 김치찌개

손안가던 재료도 기름옷만 입으면 명물허전 최고의 일품요리가 되는 튀김

특별할것 없는 음식들에 대한 작가 이미나의 추억과 감상에 이미란 작가의 일러스트가

더해져 눈으로 글을 읽고 눈으로 음식을 먹는듯 하다.

매 페이지마다 식욕을 자극하는 그림과 글 덕분에

책을 펼친 그 곳이 어디든 간에 나는 얼큰한 찌개 냄새, 고소한 기름냄새,

달달하고 새콤하고 상큼한 냄새를 맡으며 참을 수 없는 허기와

음식의 유혹을 혹독하게 견뎌야했다.



물오뎅


마음에 드는 놈을 고른다.

호호, 입술로 더운 정도를 확인한다. 첫입은 간장만 찍는다.

두 입부터가 다르다. 위로 솟은 꼬치로 간장 속 양파를 찍고, 오뎅을 비스듬히 눕혀 양념을 묻힌 뒤

양파와 오뎅을 같이 먹는다. 씹히는 양파가 별미다.

꼬치 두 개를 비웠을 때, 국물을 먹으면 된다. 70도 내외로 먹기 좋게 식었다.

시동을 걸었으니, 이제 달려볼까.



흰 죽


엄마는 지금도 나를 걱정한다.

당신이 아플 때보다 내가 아플 때 더 아파한다.

그런 엄마에게 손수 죽 한 번 끓여드린 적 없는 내가 오늘 참, 밉다.

음식은 추억이고 기억이다.

이미나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추억에 빠지기도 하고

가물가물했던 희미한 기억이 또렷하게 되살아나기도 하면서

오래전의 나와 조우하기도 하였다.



작가의 글 중에 내가 뭉클했던 건 경양식 돈가스에 대한 글을 읽을 때였다.

경양식-간단한 서양식 일품요리..퍼석한 국어사전에 실린 경양식의 뜻이다.


하지만 나에겐 경양식은 진수성찬 부럽잖은 최고의 만찬이다.

내가 어렸을때 특별한 날이면 엄마는 날 데리고 경양식 집으로 가셔서

돈가스나 함박스테이크를 사주셨다.

그 당시 경양식은 왠지 차려입고 가야하는 제법 격조있는 레스토랑 축에 끼였고,

가격도 제법 했던것 같다.

솔직히 어떤 특별한 날이었는지 기억엔 없지만

엄마와 함께 먹던 두툼한 돈까스와 걸죽한 소스, 고소했던 스프 맛은

아직도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 엄마는 토종 한국사람 입맛인데 엄마 입맛에 느끼했을

돈까스가 맛있었을까..

딸의 특별한 날을 축하해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을

이 나이가 되었어야 겨우 조금 알게 되었으니

나는 참 많이 무심했던 딸이었던 것같다.


음식이란 존재는 그 어떤 것보다 더욱 빠르고 깊게 추억으로 빠지게 하는

매개체인듯하다.

우리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눈다.

짧은 글에 실물을 꼭 빼닮은 일러스트가 더해져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한 맛과 그리움이 가득했던 음식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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