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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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직장인들이 여름을 보내는 즐거움은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에 삶은 풋콩을 안주 삼아 프로야구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은 야구에 열광한다.

일본인들이 애정하는 야구, 그리고 경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애환.

이케이도 준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루스벨트 게임]은 일본인들의 구미에 딱 맞은 이 두가지 재료를 잘 버무려 쓴 책이다. 일본에서 100만부나 팔렸고 일본 최고의 대형 서점인 키노쿠니야에서 소설부분 1위를 차지하였을뿐만 아니라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져 많은 인기를 얻었다.


거품경제가 빠지면서 일본은 2000년 초까지 10여년간 격심한 경제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고 기업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문을 닫게 되었으며, 대형 금융기관도 쓰러지게 되자 고용의 불안을 가져와 일본인들의 자랑거리기이도 했던 평생고용제가 사라지고 불안정안 고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직장인들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거품경제 이후 경기가 회복되어 좋았던 것도 잠시..

장기 경기침체와 미국발 금융위기로 아오시마제작소 또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거래처의 생산축소로 주문이 극감하여 다음 회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자금 압박이 심해져서 은행 대출을 받고자 하지만 은행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한 돈을 내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설상 가상 경쟁기업인 미쓰와전기는 아오시마제작소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거래처에 저가 납품공세를 펼치며 아오시마제작소를 위협한다.

1500여명의 직원들중 100여명을 구조조정 대상자로 정하고 해고 통지를 해야 하는 미카미 부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자신들을 해고시키면서 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으나마나한 실업팀 야구부는 왜 그냥 두는가..

연간 3억엔이라는 피같은 돈을 쓰면서도 과거의 명성에 한참이나 못미치는 야구부를 해체하라는 원성이 터지면서 회사내의 갈등은 극대화 된다.

라이벌인 미쓰와전기의 달콤하지만 위험한 합병제의, 회사 존폐의 위기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호소카와 사장을 비롯한 영업팀,기술개발팀,생산팀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을 치루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번 시즌에서 실적을 내어 살아남고자 하는 야구팀의 절박함이 느껴져 473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묵직한 소설임에도 도중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회사도 야구팀도 절벽을 뒤로 하고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페이지 마다 엄습하는 긴장감을 느끼며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야구부를 해체하라고 강압하는 직원들, 경쟁 회사와 합병하여 이 참에 주식으로 떼돈 좀 벌어보자고 달려드는 주주들, 자기들 살겠다고 하청업체에 무리한 단기인하를 요구하는대기업 거래처들, 야구부가 해체되면 영락없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마는 야구부원들..

모두 자기 밥그릇 지키자는 싸움얘기인가..라는 생각은 중반부를 지나면서 가슴 한구석이 뜨뜻해지는 감동으로 바뀌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힘내, 조금더 버텨봐..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계약직 직원쯤 쓰다버려도 된다는 인식이 묵인되고 있는 요즘 회사의 주인은 사장도 아니고 주주도 아닌 사원들이라는 그 원초적이고 엄연한 사실 하나를 다시 깨달았을 뿐이데 가슴 먹먹해지는 이 감동은 뭐지..

이케이도 준 작가가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1인자로 불리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참 재미있게 책을 쓰는 작가였던 것이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8대7이다.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명만 더 아웃을 잡아내면, 안타 한개만 더 뽑아내면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

이길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스코어, 한치의 헛점도 여유도 부릴수 없는 가장 아슬아슬한 점수.

숨막히도록 치열한 야구 그라운드와 우리네 인생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라운드 가운데 선 투수는 홀로 적과 싸우는 것처럼 외로워보인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내려다 보면 투수를 둘러싸고 수비수들이 포진해있다.

걱정말고 투구해. 뒤에 우리가 있어.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회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사장 혼자만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몇백, 몇천명의 직원들이 있다. 걱정말고 나가세요. 뒤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너무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모습에 울컥하게 되며 이 힘든 시기에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쳐보게 되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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