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의 삼국지 1 (라이트 에디션) - 답답한 세상, 희망을 꿈꾸다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동양의 고전이라는 삼국지를 읽어보았냐고 물어보면 사실 나는 조금 떨떠름해진다.

읽어는 보았지만 내용을 물어보면 잘 모르겠고, 등장인물도 주연급 몇명 정도는 알겠는데

더 깊이 들어가면 이름이 가물가물해진다.

읽은거 맞냐고 오히려 내가 나한테 물어보고 싶어진다.

서양엔 톨스토이에 가로막히고 동양엔 삼국지에 가로막혀 나의 독서 지식은

자랑은 커녕 어디가서 말꺼내기도 사실 부끄럽다.


이번에 설민석 선생(감히 선생이라는 존칭을 썼다)이 내놓으신 삼국지에 딱 꽂힌것도 이러한 나의 고전 컴플렉스를 좀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티비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도 역사에 대해서 설명하는 그의

해박한 지식에 입이 떡 벌어지곤 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연구를 했을까.. 만권 정도는 읽어야지 저 정도의 방대한 동서양의 역사적 조감도가 정확하게 그려질수 있겠지

평소 저자의 강의를 즐겨 듣는 나로써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하지만 분명한 어조로 귀에 쏙쏙 박히도록 정확하고 재미지게 설명하는 그 특유의 말투 그대로 책으로 옮겨놓은 삼국지를 마다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토록 끙끙대며 읽었던 (읽다 말았던가..) 삼국지를 어쩜 이렇게 야들야들하게 설명을 하고

있는지, 이건 책을 읽는건지 얘기를 듣는건지 살짝씩 헷갈리며 페이지가 팔랑 팔랑 잘도 넘어간다.

그 많은 등장 인물들 중 필요없다 싶으면 과감히 장군1, 여인1.. 처럼 간략화 해버리는 필살기도 나오니까 인물들 때문에 이야기가 헷갈릴 위험도 덜해지고

부담감도 줄어드니 읽기가 확실히 편하다.


중간 중간 끼여있는 삽화도 우리 애들 어렸을때 읽던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림체다.

덕분에 삼국지가 딱딱하지 않고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다.

글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들이 봐도, 나 같이 삼국지의 높은 벽에 머리 찧고 나자빠진 사람들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좋은것 같다.

 

 


 

삼국지라는 명성답게 참 많은 버젼으로 번역이 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만화로 된 삼국지에서부터 무협지 저리가라 하는 삼국지도 있고,

유비를 세상없는 선비로 표현한 책도 있고, 반대로 약간 찌질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그리고 있는 책도 있다.

조조는 둘도 없는 간신배라 얘기하기도 하고, 최고의 지략가로 칭송하는 책도 있다.

어느쪽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사람을 평하는 것에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다만 모범 답안만 있을뿐이지..

평가는 각자의 몫이니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살짝 궁금해진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궁금해지는게 한가지 있다.

1700년 전의 중국 이야기를 왜 꼭 읽어보라는 거지?

좀 고리타분 하지 않나.. 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저자인 설민석 선생은

삼국지 안의 다양한 리더들의 삶을 통해 삶의 지혜와 통찰을 깨칠수 있으며

리더십을 배울수 있기 때문에 삼국지를 꼭 읽어보라고 한다.

사회 생활을 좀 해본 사람들은 알것이다.

사회 생활하면서 제일 힘든게 뭔지를..

일주일씩, 이주일씩 계속되는 야근보다 책상 위 수북한 산더미 같은 일거리 보다 더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라는 것을 말이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다양한 리더십과 팔로워십, 그들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참뜻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은 물론 조직과 사회를 성찰할 수 있다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것이다.

이정도면 삼국지를 읽을만한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왕이면 읽다 지쳐 던져 놓는 그런 책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낄낄때고 웃기도 하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고, 등장인물에 쌍욕도 하면서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읽다가 주구장창 게임만 해대는 아이들한테 슬쩍 던져줘도

어려워하지 않고 꽤나 재미나게 읽을듯 한 책이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세대를 아우르며 읽을 수 있는 설민석 선생의 매우매우 자상한 책!!

삼국지 라이트에디션을 권하고 싶다.

 

 


이제 삼국지2, 3도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