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기에 더욱 빛나는 일본문학 컬렉션 1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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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일 전에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너 저번에 읽던 책..다 읽었으면 나 좀 빌려주라"
"응? 무슨 책?"
"그거, 너 책 읽다가 갑자기 울었던 그 책말야"

아이고..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나이에 책 읽다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다니말이다. 
그랬다. 아주 오랫만에 내 마음을 휘저은 책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서점가에 일본의 작품들이 번역되어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히가시노 게이고, 에쿠니 카오리등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속속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현대의 일본문학 작품을 살펴보는 것도 독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호기심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좀더 앞선 근현대 작품을 읽어보는 것 또한 일본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것이다.
그래서 찾아서 읽게 된 책이 작가와 비평사에서 나온 [짧았기에 더욱 빛나는]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창작의 혼을 태우며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명의 천재 작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이 책은 일본 문학사에 길이 빛날 천재 작가들의 단편들을 소개하고 있다.
1900년 무렵,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대상은 작가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못먹고 못입던 시절, 가난의 상징처럼 폐결핵은 흔해빠진 병이었고,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이 호의호식하지 못하는 일이다보니 아쉽게도 
많은 작가들이 폐결핵으로 요절하는 경우들이 많았고 불안한 현실을 비관하다가
자살하는 경우들 많았다.

이 책에 소개된 6명의 작가들은 폐결핵이나 지병, 또는 자살로 20대에 또는 30대에 
요절을 한 작가들의 단편 2편씩을 소개하고 있다. 



히구치 이치요(1872~1896년)  24세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그녀는 5천엔 지폐에 얼굴이 실려있다.
그만큼 그녀가 일본 문학에 끼친 영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기적의 14개월'이라고 불리는 1895년 섣달그믐을 발효한 후 1년 남짓한 기간중에
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표작들이 쏟아졌다. 
일본 최초의 여류직업 작가였고, 중국의 작가 위화는 그녀를 19세기 가장 
위대한 여성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는다.

아쿠다카와 류노스케(1892~1927) '그저 막연한 불안'으로 35세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본 최고의 문학 작가이다. 
일본에는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여 상을 주는 '아쿠다카와상'이라는게 있다.
작가의 이름을 딴 상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본 문학사에서 그의 발자취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다.

지이 모토지로(1901~ 1932) 지병으로 31살에 세상을 떠났다.
"밤하늘에 별처럼 순수하며 단단하고, 독창적이며 그 자체로도 충분히 하나의 소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을 남겼다"라고 평가받고 있다.

나카지마 아쓰시(1909~1942) 천식에 의한 심장발작으로 33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1920년 한문 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경성으로 이주와서 경성중학교를 다녔고 이러한 가정환경으로 
[호랑이 사냥],[순사가 있는 풍경]등 조선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 신분과 사상사이에서 좌절하고 약물 중독과 자살미수를 
반복하다 39세에 애인과 함께 자살하였다. 그의 작품 [사양]은 사양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고, [인간실격]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현재의 일본 젊은층에서도 다자이 오사무의 광팬들이 많다고 한다.

미야자와 겐지(1896~1933) 37세의 나이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일본의 국민적 작가로 사랑받은 동화작가이며 국외에서도 많은 작품들이 번역소개되고 있다.
 

총 6명의 작가와 12편의 단편, 그리고 각 작가에 대한 소개및 작품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익숙치 않은 일본 작가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여러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지만 나의 원픽은 뭐니뭐니해도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밀감'이라는 작품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피로와 권태로움으로 모든것이 우울해 보이는 산골 마을의 기차 안.
모든 것이 회색인 그 곳에 낡고 꽤재재한 옷을 입고, 온통 살같이 트고 
두 뺨은 눈에 거슬릴 정도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동상 걸려 시커먼 손을 한 계집 아이가 이등칸에 올라탄다.
누가보다도 시골뜨기였다.
손에는 3등칸 차표인 빨간색 차표를 꼬옥 쥐고 커다린 보따리를 끌어안고 있다.
이등칸과 삼등칸도 구별못하는 미련함이라니,'나'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다. 
기차가 출발을 하고 터널을 막 빠져나올려고 하는 그 참에 
그 아이는 내 앞으로 와 기차의 창문을 열어젖힌다.
창문으로 시꺼먼 연기가 한가득 기차안으로 들어오고 나는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기침을 한다.
터널을 막 빠져나온 기차는 어느 산골짜기 가난한 마을의 건널목을 지나고
있었고 기차 건널목 울타리 너머로 얼굴이 빨간 사내아이 셋이 조르르
늘어서 기차를 향해 손을 들고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이었다. 
창 밖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던 계집아이가 
동상 걸린 손을 쭉 뻗어 힘차게 흔드는가 싶던 바로 그때,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따스한 햇살에 물든 밀감 대여섯 개가 
기차를 지켜보던 아이들 머리 위로 흩어져 내렸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해질녘 철길 옆에서 남의 집살이를 
떠나는 누이를 배웅하러 나온 어린 동생들에게 품에서 밀감을 몇개를 꺼내
힘껏 던지는 어린 계집 아이. 
아마 그 밀감 몇알은 고된 남의 집 살이를 떠나는 딸아이가 안스러워 
할머니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챙겨준 사치스러운 간식거리였을지도 모른다
그걸 배웅 나와준 남동생들에게 던져주고 가는 누나의 마음은 햇살을 닮아
빛나는 밀감같았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이루 말할 수 없는 피로와 권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저속하고 따분한 인생을 겨우 잊을 수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우는 나를 보고 친구는 당황해했다.
나는 설명대신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이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잠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 입을 뗀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그걸 쓴 작가 이름이 뭐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고 하는 일본 작가야"
"참 대단한 작가구나"

그리고 우리는 밀감에 대해서 아주 오랫동안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한편의 문학 작품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고스란히 보여준 일이었다.
책이라면 고개부터 절래절래하던 친구가 이제부터 책과 좀 친해질려나..

작가와 비평사에서 일본문학 컬렉션으로 처음 발간된 책이라는데
앞으로 2편, 3편도 기대가 된다.
새로운 작품을 읽는 즐거운 흥분이 한동안 내 마음속에서 요동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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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 한 마리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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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루코는 아홉살] 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의 케이블 방송에서 더빙으로 방송될때

저렇게 일본적인 애니메이션을 한국판으로 둔갑시켜서 방송이 가능할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을때 [치비마루코 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TV에서 장기적으로 방송이 되었고,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취급받으면서 고향을 떠나온 많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애니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시즈오카라는 시골이 무대가 된것도 이색적이었고

지금은 흔치 않은 3대가 한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배경 또한

점점 핵가족화가 되어 개인주의가 만연한 일본의

중장년층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작가인 사쿠라 모모코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마루코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그후 몇편의 에세이를 집필했고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들게 되었다.


한국어로 더빙된 [마루코는 아홉살]은 당시 초딩과 중딩이었던 우리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인이라는 청국장을 먹을줄 알아야해'하는 무리하게 끼워맞춘듯한

극중 대사를 열심히 되내이며 일본 여행중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낫또 정식'을 굳이 먹겠다는 아들 녀석을 보며

대중매체의 힘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아무튼 마루코는 그 이름 그대로 동글동글하게 생긴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일본어로 마루는 둥글다.. 라는 뜻이다)

귀엽게 생긴 외모하며 아버지의 이야기, 언니의 이야기등 작가의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고 또 에세이로 탄생이 되었다.




도미 한마리는 작가의 어릴적 추억담과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순서없이 추억담과 경험담을 싣고 있는데 일본이라곤 하지만 문화적으로 유사점이 많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또한 만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위트도 에세이에서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읽는 내내 쿡쿡 웃음이 터지곤 했다.


글과 함께 실린 일러스트는 만화가로 세상에 이름을 먼저 알린 작가의 솜씨이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 이들은 낯익은 그림체에 분명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22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고 각 에피소드에 대한 그 이후의 일들은 23편에 싣고 있어서

그 뒤가 궁금한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내가 참 재미있게 읽었던 에피소드는 [영어 회화 공부]였는데 영어를 공부하고자

마음 먹은 작가가 영어책과 카세트 테이프를 구매한 후 교재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존'과

여자 주인공'앤'의 인물에 대한 탐구(?)를 읽다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웃었다.

영어 교재에 나오는 남녀의 관계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세상 제멋대로에 뻔뻔한 '앤'과

그런 여자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다니는 한심한 남자 '존'을 상상해내다니

세상에 이런 발칙하고도 재치있는 생각을 할 수있단 말인지..

그녀의 천재성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역시 작가는 사물을 파악하고 보는 시각이 다르다 싶다.


또한 [답안지 처리]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수학 시험을 완전 망쳐

12점이라는 천인공로할 점수를 받은 작가가 고민 끝에

푸세식 화장실에 답안지를 잘게 찟어서 버렸다는 에피소드다.

찟는다고 찟어서 버렸지만 12점이라는 점수가 뒤집어지지 않아

점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행여 엄마한테 들킬세라 소변이라도 눠서 어떻게

해볼려고 했지만 어린아이라 그 정도의 양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완전 범죄인줄 알고 공소시효가 지나 잊고 있었던

범인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꺼내주고 박장대소하게 하는 글이었다.


[집중력]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만화 그리기에 너무나 몰입해 있던 작가가

어시스턴트와 함께 작업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뽀옹.. 하고 방귀를 뀌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2분여 뒤에나 깨닫고

사과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사람사는 모양새는 비슷해서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일인데 작가의 필력과

글의 내용을 담박에 이해할 수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이렇듯 유쾌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에세이는 읽고 있는 동안 만화책을 보는 듯

술술 잘 읽혀졌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어른들에게 툭 한번 던져주면 단박에 도서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사쿠라 모모코는 2018년 53세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녀의 작품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밀려온다

이번에 21세기북스에서 그녀의 작품 3편을 동시에 발간을 하였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2권 더 있다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볼까 한다.




* 이 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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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만
박윤미 지음 / 참새책방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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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책을 읽는 재미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거국적으로는 지식 및 정보 취득이라는

목적이 가장 크고 그 다음은 뭐니뭐니해도 재미다.

책도 드라마도 재미없으면 곧 책장을 덮어버리거나 채널을 돌려버리기 십상이다.

웃기고 진지한 자존갑입니다만라는 책은 작가 박윤미님의 명랑발랄한 에세이로서

책을 읽다가 준비없이 몇번이나 웃음이 터졌는지 모른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웃다가 옆자리 남자의 힐끔거리는 눈초리를

애써 모른척 한 적도 몇번이나 있다.

재미로 친다면 내가 읽었던 책중에 탑 3에 들 정도로 재치 넘치고 위트로 가득하다.

 

박윤미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다 이 책이 처음 출판된 책이라해서

살짝쿵 놀랬다누가 읽어도 부담없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읽을 수 있은 책을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듯하니 앞으로의 작가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을 쓰기고 책을 내기까지 저자의 이력도 우리가 뻔하게 생각하는 그 길을

걸어오진 않았다.

글과는 무관한 이과를 가고 미국에서는 문과 계열로 유학을 하고 환경학을 공부했지만 영어 선생이

되고 그리고 결국 여러명의 배꼽을 앗아간 작가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섰으니

글쓰기와 무관한 전공을 하였다하여 부끄럽게 여기고 숨기기 보다는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여러분들이 배꼽 빠지게 웃는 재미난 책을 냈소라고

오히려 자랑하며 말하는 듯한 당당함이 참 매력적이다.

 

최근에 내가 읽은 에세이들은 부족하고 못난 자기 자신에게

너는 못나지 않았다. 너는 아직 괜찮다. 힘내라.” 라는 자기 위로와 격려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박윤미 작가의 책은 말 그대로 자존감이 하늘을 찌른다.

어딜 내놔도 나 꿀리지 않소라고당당하게 큰소리를 내는

약간은 천방지축 같지만아주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엉뚱발랄하여 잠시라도 눈을 떼면 사고칠 것 같은

조마조마한 애틋함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했다.

매 순간 웃기지 않은 적이 없지만 매 순간을 진지하게 살았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문득 가슴에 들어온다.

위로와 격려는 삶아 먹은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당당함과 위트가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우리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된다.

인생 까이꺼 별거 없으니 그렇게 을로 살지 말고 어깨 폅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쩌면 동네에서 말빨 쎈 행동대장 언니(?)인듯 하여 즐겁다.

 

맞선에 관한 이야기아이들을 가르칠때의 이야기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로

주변에서 흔히 있는 에피소드이지만그렇기 때문에 더욱 공감하고 작가의 이야기에 맘껏

웃어보기도 하고 문득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게 되는 책이다.

한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한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힘들었던 하루의 피곤도 사라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주눅들지 않고당당하게그리고 재미있고 야무지게 살아가다 보면 인생도 진지근엄한

얼굴이 아닌 조금은 녹녹한 얼굴로 우리를 맞이할테니.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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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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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언텍트 시대에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문학동호회에 가입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정식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 배우거나 이미 등단을 했거나 작가로 활동중인

분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등생반에 열등생이 끼인 듯 내내 주눅들어 있다가 나름 선행학습(?)을 해볼 생각으로 시를 공부

해보고자 마음을 먹고 적당한 책을 찾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 시는 참 어렵다.

시는 짧은 형식 속에 깊은 생각과 느낌을 담아내는 것으로 표현이 함축적이다.

이 함축된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실렸던 주옥 같은 명시들을

한줄 한줄 찢고 단어와 단어를 찢어서 

이건 이런 의미이고저건 저런 의미이며

반어법의인법의성어의태어등등 각종 국어의 문법을 배웠던 터라

시를 읽으면서도 그 시에 마음이 움직이기보다는 이 표현은 반어법이지하면서 

문법적으로 풀려고 하는 희안한 버릇이 생겨버렸다.


작가는 무슨 의도로 이 시를 썼을까 생각하기 전에 이 시가 나에게는 어떻게 느껴졌고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그걸 먼저 느껴보고 싶은데 시를 대하면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얼어붙어 버린다.

이건 필시 시와 데면데면 지내왔기 때문일것이다.

좀더 친해져야겠는데 둘은 쑥스럽고 누군가 옆에서 관계개선을 위해 분위기를 띄워주면 참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시집은 나태주 시인이 인생시 125편을 모아 실었고 고맙게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두었다.

나에게는 초등학교때 공부했던 만능 참고서 전과와 같은 느낌이랄까..

 

인생이 귀하다는 것을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 시가 있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시인이 뽑은 시..는 과연 어떤 시들일까 몹시도 궁금했다.

목차를 주욱 읽어보았다제목만 봐서는 내 수준에 알만한 시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장씩 들춰가며 읽어내려가다보니 중고등학교때 교과서에 실려서 해부가 되었던 시도

있고처음 읽어보는 시도 있었다.

나에겐 제법 어려운 시도 있고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시도 있었다.

한번 읽었을때와 두번세번 읽었을때의 느낌이 달랐다.

 

낮에 읽는 시와 밤에 읽는 시의 느낌이 달랐고

출퇴근 붐비는 전철안에서 읽는 시와 

휴일날 한적한 까페에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읽는 시의 느낌이 달랐다.

시란 참 주관적인 거구나 싶었다.

같은 글이 시간과 장소와 내 마음에 따라서 참 많이도 다르게 와 닿은다는 것이..

그 옛날 사람들이 불러오던 노래를 정리한 것이 시라고 했던가..

또 그만큼의 시간이 흘러 시는 다시 내 마음의 노래가 되어 하루를 흥얼거리게 한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시도 나태주 시인의 사견이 보태지고 시인에 대한 배경 지식이 쌓이면서

생판 남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먼 친척을 만난 듯 살갑게 다가왔다.

그래서 처음과 달리 낯선 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았고 지갑속에 잘 펼쳐서 넣어두는 지폐 한장처럼

내 빈약에 시에 대한 지식 창고에 고이 넣어두는 재산이 되었다.

 

시를 알고 싶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치 큐레이터처럼 나태주 시인의 설명이 더해져

부담없이 즐겁게 시를 대하고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시 한수 정도 낭독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도 줄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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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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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째 몸살 감기로 끙끙거리고 있다.

병원을 가볼까 했지만 코로나 시대에 타이레놀 몇알 쥐어주고 

코로나 검사하세요 할것이 뻔해서 몇일째 약국 약으로 버티고 있다.


몸도 마음도 바닥을 치고 있을때 '견디기 위한 시간을 위한 말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매일을 버티는 우리를 안아주는 애틋하고 사려 깊은 문장"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가 마음을 때린다.


말 그대로 우리는 매일을 버티고 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살다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나고 절망스러운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 마음 같지 않았던 인간 관계, 내 편이라고 믿었던 가족도 남보다 못하다 싶을때


그럴때마다 살아가는게 참 버겁다 느껴졌다. 

남들은 다들 멀쩡한거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삐뚤게 가는것 같지.

인생이란 늘 이런걸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박애희 작가의 필력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13년동안 방송작가로 일을 했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나 글을 잘 써야하는구나 실감했다.


인생은 기쁨보다 슬픔에게 자주 자리를 내어준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살면서 느꼈던 행복보다 슬픔에 더 많이

우리들은 흔들렸으니까..

슬픔에 내던져진 채로 그 슬픔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 거리며

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단단해졌으니까..

슬픔 또한 단단한 나를 만드는 구성물질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살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이 이야기는 솔직히 많이 울컥하면서 읽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해주지 않을까 싶다.

칼날 같이 날카로운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베이고 다쳐서

만신창이가 될때가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감이 극에 달했을때

k는 그동안 자신에게 잘 해줬던 이들에게 문자를 보내 밥을 사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연락없이 지냈던 지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k의 연락을 

반가워했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는 사이 k는 본인이 이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고, 

선배 언니의 도움으로 집구석에만 있던 k가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듯 나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울증이 많이 호전 되었다는 이야기... 

살려달라고 제발 누군가 나 좀 살려달라고..k는 그렇게 사람들을 찾아나섰고

그녀의 절망적인 SOS들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모두 손을 내밀어 

늪으로 침전되는 그녀를 꺼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던터라 이 글을 읽으며 폭풍 공감을 했다.

비록 SOS 무전을 받은 측이긴 하지만 어째거나 삶의 벼랑 끝에 서성이는 

이의 손을 잡고 안전지대로 데리고 나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 상처 받아 흔들리는 영혼들이 있다면 

부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용기를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4개의 이야기들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슬픔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슬픔을 누군가 공감하고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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