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 한 마리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마루코는 아홉살] 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의 케이블 방송에서 더빙으로 방송될때

저렇게 일본적인 애니메이션을 한국판으로 둔갑시켜서 방송이 가능할까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을때 [치비마루코 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TV에서 장기적으로 방송이 되었고,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으로

취급받으면서 고향을 떠나온 많은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애니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시즈오카라는 시골이 무대가 된것도 이색적이었고

지금은 흔치 않은 3대가 한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배경 또한

점점 핵가족화가 되어 개인주의가 만연한 일본의

중장년층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작가인 사쿠라 모모코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마루코라는 캐릭터를 만들었고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그후 몇편의 에세이를 집필했고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들게 되었다.


한국어로 더빙된 [마루코는 아홉살]은 당시 초딩과 중딩이었던 우리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한국인이라는 청국장을 먹을줄 알아야해'하는 무리하게 끼워맞춘듯한

극중 대사를 열심히 되내이며 일본 여행중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낫또 정식'을 굳이 먹겠다는 아들 녀석을 보며

대중매체의 힘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다.


아무튼 마루코는 그 이름 그대로 동글동글하게 생긴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일본어로 마루는 둥글다.. 라는 뜻이다)

귀엽게 생긴 외모하며 아버지의 이야기, 언니의 이야기등 작가의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고 또 에세이로 탄생이 되었다.




도미 한마리는 작가의 어릴적 추억담과 결혼 전과 결혼 후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순서없이 추억담과 경험담을 싣고 있는데 일본이라곤 하지만 문화적으로 유사점이 많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또한 만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위트도 에세이에서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읽는 내내 쿡쿡 웃음이 터지곤 했다.


글과 함께 실린 일러스트는 만화가로 세상에 이름을 먼저 알린 작가의 솜씨이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접한 이들은 낯익은 그림체에 분명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22개의 에피소드가 실려있고 각 에피소드에 대한 그 이후의 일들은 23편에 싣고 있어서

그 뒤가 궁금한 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내가 참 재미있게 읽었던 에피소드는 [영어 회화 공부]였는데 영어를 공부하고자

마음 먹은 작가가 영어책과 카세트 테이프를 구매한 후 교재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존'과

여자 주인공'앤'의 인물에 대한 탐구(?)를 읽다가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웃었다.

영어 교재에 나오는 남녀의 관계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세상 제멋대로에 뻔뻔한 '앤'과

그런 여자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다니는 한심한 남자 '존'을 상상해내다니

세상에 이런 발칙하고도 재치있는 생각을 할 수있단 말인지..

그녀의 천재성에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역시 작가는 사물을 파악하고 보는 시각이 다르다 싶다.


또한 [답안지 처리]라는 에피소드에서는 수학 시험을 완전 망쳐

12점이라는 천인공로할 점수를 받은 작가가 고민 끝에

푸세식 화장실에 답안지를 잘게 찟어서 버렸다는 에피소드다.

찟는다고 찟어서 버렸지만 12점이라는 점수가 뒤집어지지 않아

점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행여 엄마한테 들킬세라 소변이라도 눠서 어떻게

해볼려고 했지만 어린아이라 그 정도의 양이 안되었던 모양이다.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고 완전 범죄인줄 알고 공소시효가 지나 잊고 있었던

범인들에게 과거의 추억을 꺼내주고 박장대소하게 하는 글이었다.


[집중력]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만화 그리기에 너무나 몰입해 있던 작가가

어시스턴트와 함께 작업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뽀옹.. 하고 방귀를 뀌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2분여 뒤에나 깨닫고

사과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사람사는 모양새는 비슷해서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일인데 작가의 필력과

글의 내용을 담박에 이해할 수 있는 일러스트가 더해져 읽는 즐거움을 더했다.

이렇듯 유쾌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에세이는 읽고 있는 동안 만화책을 보는 듯

술술 잘 읽혀졌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어른들에게 툭 한번 던져주면 단박에 도서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인 사쿠라 모모코는 2018년 53세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녀의 작품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밀려온다

이번에 21세기북스에서 그녀의 작품 3편을 동시에 발간을 하였다.

아직 읽지 못한 책이 2권 더 있다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볼까 한다.




* 이 책은 21세기북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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