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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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째 몸살 감기로 끙끙거리고 있다.

병원을 가볼까 했지만 코로나 시대에 타이레놀 몇알 쥐어주고 

코로나 검사하세요 할것이 뻔해서 몇일째 약국 약으로 버티고 있다.


몸도 마음도 바닥을 치고 있을때 '견디기 위한 시간을 위한 말들'이라는 

책을 읽었다.

"매일을 버티는 우리를 안아주는 애틋하고 사려 깊은 문장" 

표지에 적혀있는 문구가 마음을 때린다.


말 그대로 우리는 매일을 버티고 있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살다보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나고 절망스러운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내 마음 같지 않았던 인간 관계, 내 편이라고 믿었던 가족도 남보다 못하다 싶을때


그럴때마다 살아가는게 참 버겁다 느껴졌다. 

남들은 다들 멀쩡한거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삐뚤게 가는것 같지.

인생이란 늘 이런걸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박애희 작가의 필력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13년동안 방송작가로 일을 했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 

방송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이렇게나 글을 잘 써야하는구나 실감했다.


인생은 기쁨보다 슬픔에게 자주 자리를 내어준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살면서 느꼈던 행복보다 슬픔에 더 많이

우리들은 흔들렸으니까..

슬픔에 내던져진 채로 그 슬픔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 거리며

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단단해졌으니까..

슬픔 또한 단단한 나를 만드는 구성물질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살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이 이야기는 솔직히 많이 울컥하면서 읽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해주지 않을까 싶다.

칼날 같이 날카로운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베이고 다쳐서

만신창이가 될때가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우울감이 극에 달했을때

k는 그동안 자신에게 잘 해줬던 이들에게 문자를 보내 밥을 사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연락없이 지냈던 지인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k의 연락을 

반가워했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는 사이 k는 본인이 이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고, 

선배 언니의 도움으로 집구석에만 있던 k가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듯 나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우울증이 많이 호전 되었다는 이야기... 

살려달라고 제발 누군가 나 좀 살려달라고..k는 그렇게 사람들을 찾아나섰고

그녀의 절망적인 SOS들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모두 손을 내밀어 

늪으로 침전되는 그녀를 꺼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던터라 이 글을 읽으며 폭풍 공감을 했다.

비록 SOS 무전을 받은 측이긴 하지만 어째거나 삶의 벼랑 끝에 서성이는 

이의 손을 잡고 안전지대로 데리고 나온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세상에 상처 받아 흔들리는 영혼들이 있다면 

부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용기를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44개의 이야기들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슬픔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의 슬픔을 누군가 공감하고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힐링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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