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조조 모예스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하고 깊이 있는 잔향을 남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남기는 메세지는 "사랑"이였다.

흔해 빠진 사랑 타령이냐고 빈정 거릴 수도 있겠지만,

조조 모예스 작품에서의 사랑은 삶의 바닥까지 내려가 허우적 거리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시 사랑으로 치유되고 회복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 특유의 여성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표현을 읽고 있자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곤 한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라는 작품 또한 그러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의 암울하고 어두웠던 시절과

​2006년의 런던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독자를 이끈다.



제1차 세계대전, 독일군이 주둔한 프랑스 작은 마을인 생페론

주인공인 소피는 여동생과 남동생, 조카들과 함께 과거의 품격을 잃은 호텔을 운영하며

잿빛 전쟁속에서 하루하루 불안과 공포와 굶주림을 견디며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녀에게는 화가인 남편이 그녀의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초상화가 있다.

그녀 자신조차 그 초상화가 낯설 정도로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모습이지만

전쟁터로 떠난 남편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은

전쟁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을에 주둔하는 독일군 사령관이 소피의 초상화에 반해버리고,

그 초상화를 닮은(?)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다.​

적군이 주둔한 마을에서 막대한 권력을 가진 독일군 사령관에게 그녀는

가장 위험한 거래를 하게​된다.

그건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초상화와 포로수용소에 있는 남편을 맞바꾸는 것이였다.

과연 소피의 위험한 거래는 이루어졌을까..

2006년 런던에 살고 있는 리브..

촉망 받는 건축가였던 그녀의 남편은 어느날 리브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한순간에 허망하게 남편을 잃은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재정적인 곤란함과

남편이 남겨놓은 글라스 하우스뿐이다.

어마어마한 집을 지키기 위해서 감당하기 힘든 세금을 내야했고,

결혼후 남편에게 의존했던 그녀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겐 남편이 신혼여행지에서 선물로 사준 그림 한점이 있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그 그림을 보며 늘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던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 사랑은 바로 그녀를 더욱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데..

바로 전쟁중에 빼앗긴 그림을 반환해 달라는 반환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과연 리브는 남편의 선물이였던 그 그림을 빼앗기게 되는가..


이 그림이 세계 1차 대전때의 소피를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혀 다른 시공간의 두 여인은 하나로 연결된다.

남편을 잃고 가난과 공포와 절망속을 헤매는 두 여인의 절묘하게 닮아 있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 수록 더욱 빠르게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고 있는 나는 애가 타들어간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였다.

그런 내모습이 잠깐 의아하기도 할 정도로 조조 모예스의 작품은 독자를 확 틀어잡는 힘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감독이 되어 한편의 영화를 찍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묘사하는 대로 한컷 한컷 내 마음속으로 내 머리속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한편의 대서사시처럼 모든 장면들을 세세하게 그릴 수 있도록 작가는 독자를 이끈다.

다시한번 작가의 위력에 감탄하게 된다.

끝까지 믿음과 용기를 버리지 않았던 소피와 리브...

쉽게 사랑하고 쉽게 잊혀지는 요즘의 패스트푸드 같은 사랑이 아닌

죽음 같은 고통을 견뎌낸 사람들에게만 쥘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위대하게 느껴진다.


또 한번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선물해준

조조 모예스에게 사랑과 존경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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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그랜드 마더스]는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의 4편의 중편집을 모은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즐거움에 한껏 들떠 펼쳐들었던

이 책은​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가.. 아님 작가의 문체가 문제인가..

익숙치 않은 맞선 자리에 불려나가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 못한 상대방을 살피느라

조금씩 지쳐갈 즈음에야 ​그 사람의 매력이 보였다고나 할지.. 어느 순간 나는 놀라운 속도로

책의 흐름에 익숙해져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딱 그만치의 속도로 책에 빠져들었다.

4편의 중편 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끈 소설은 역시 표제작인 그랜드 마더스 였다.​

이 작품은 앤 폰테인 감독이 영화화하여 몇년전에 국내 개봉되었던‘투 마더스’라는 영화의 원작이다.

그 영화가 개봉될 당시 줄거리를 보고서는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친구의 아들들과 사랑에 빠지는 엄마들의 이야기라니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군..

하면서 붙쾌한 마음에 아예 그 영화조차 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이 책이 나오고서야 ​나는 영화의 원작이 그랜드 마더스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지못한 영화대신 읽어보자 마음먹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쩜 그 영화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소설처럼

그렇게 추잡한 내용의 영화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적어도 도리스 레싱의 "그랜드 마더스"가 원작이 맞다면 말이다.​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레즈비언 커플로 오해받을 정도로 붙어다니던 로즈와 릴.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두 친구는 각자 결혼을 하였지만 여전히 이웃으로 지낸다.

이혼을 한 로즈, 사별을 한 릴은 결손 가정으로 각각 톰과 이안이라는 멋진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중년의 주부다. 두 엄마들은 자매처럼 지내고 두 아들들은 형제같이 지낸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가 감당키 어려웠던 걸까.

두 아들들은 똑 같이 서로 다른 엄마에게 모성과 같은 연정을 품게 되고

그들은 죄의식에 시달리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금기된 사랑은 치명적인 매력과 향기를 품어낸다. 그들 각자의 고뇌과 고민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먼저 끊어야만 한다.

결국 톰과 이안은 또래의 절은 여성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이제는 정말 끝을 내야 한다고 판단한 두 어머니는 그들의 손주들을 봐주는

할머니를 자처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톰의 아내는 릴과 남편 톰이 과거에 주고 받았던 그들의 연애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떤다.

결론은... ?

도리스 레싱은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나는 오랫동안 그 둘은..그 넷은.. 그 여섯은..하면서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느라..

머리속이 한참 복잡했다. 하지만 아직 그럴듯한 결론을 내지 못하겠다.

여운이 길다.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는 하층민인 흑인 고아 소녀 빅토리아의 이야기이다.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 솔직히는 이모에게 더부살이 하고 있는 고아 소녀의 이야기다.

이모가 병으로 입원하는 날 갈곳 없는 빅토리아는

백인 중산층인 스테이브니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된다​.

난생처음 백인의 집에 들어선 빅토리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자들의 세계를 알게 되고

​그 이후 오랫동안 자신은 도저히 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 집을 동경하며 자라게 된다.

빅토리아는 똑똑했지만 가난했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결국 그렇고 그런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졌고 결국 스테이브니家​의 둘째아들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연갈색 혼혈아 메리를 낳게 된다.

자신이 겪었던 가난과​ 무지, 편견과 흑인이라는 인종차별을 메리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던 빅토리아는

그녀의 보석 메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 아이가 스테이브니로 자라게 하는 것..

스테이브니로 자라면서 메리가 응당 받아야 하는 많은 혜택들...

제대로 된 교육과 모자람 없는 부유함,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과 사촌들..

그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엄마인 빅토리아가 메리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딸을 스테이브가에 뺏겨 버리겠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 외에 ​[그것의 이유],[러브 차일드]등 4편의 중편을 만나 볼 수 있다.

4편의 소설 모두 조금씩 무겁고 조금씩 답답하다.

​도리스 레싱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권력, 가난, 편견, 도덕성, 인종차별등 결코 ​편안한 대상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뚤어진 진실을 주저없이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란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야했던

그녀의 정체성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곪아서 막 터질려고 하는 상처를 살살 만져 말초신경들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아픔 같은것이 있다.

죽을것 같지 아프진 않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은 아픔이다.​

그녀가 사회적으로 문학적으로 끼쳤을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겠구나싶다.​

이러한 연유로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였겠지..

길지 않은 중편 4편이 나에게 던져준 숙제와 같은 많은 문제들을

나는 풀지 못하고..

끙끙대며 그 문제들을 오래도록 싸 안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번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때문에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가?

우리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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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 산책 - 단어 따라 어원 따라
이재명.정문훈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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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재미있다.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책을 읽는 두가지의 즐거움이다.

그런 의미로 볼때 이 책은 나에게 완벽하게 두가지의 즐거움을 준 책이었다.

 

37개의 주변에서 들어봤고 귀에 익은 단어들의 어원을 파헤치면서

여태 내가 가보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이탈리아등등 세계 여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게 만들었고 나의 무지몽매함에 무릎 꿇고 읽게 만들었던 책..

내 머리 위로 지식 한바가지를 끼얹어 준 책이었다.

 

묘한 승부욕을 자극하면서 읽게 만들었던 이 책은..

재미로 따지자면 추리소설 저리가라할 정도다.

오랫만에 알량한 나의 지식의 얕음을 알게 해 준

"단어따라 어원따라 세계 문화산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단어부터가 나한테는 쇼크였다.

Australian 이라는 단어가 너무 길고 어려워서 줄여서 불렀다는 Aussie - 오지

솔직히 나는 이 단어가 한자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했는데..

호주인이라는 뜻의 영어해서 나온 단어였다니 첫장부터 한방 먹고 들어간다.

 

코로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인데 유학할 때 한국에서는 본적도 없던

날렵하게 생긴 하얀병에 들어있는 이 맥주 맛이 궁금해서 한번 두번 마시기 시작하다가

푹 빠지게 된 맥주다.​

코로나를 주문하면 맥주 주둥이에 라임 한조각이 끼워져 나온다.

그걸 손가락으로 쏙 밀어서 맥주 속에 퐁당 빠트린 후 병째 맥주를 마시는데 

라임과 맥주의 절묘한 조화가 기가 막히다.

가끔은 살사라고 하는 맥시코산 땡고추가 나오기도 하였는데 알싸한 매운 맥주맛도

그때까지 내가 맛 보지 못한 특별한 맛이였다.

호기를 부린답시고 살사를 과하게 많이 넣은 날엔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되지만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 맥주에 라임에 왜 끼워져 나오는지를 나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맥시코는 지리적으로 고산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더운 날씨로 인해

맥주에 소량의 소금을 넣어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병 주위로 벌레들이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라임이나 레몬으로 병 입구를 막았다.

이러한 습관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행해졌던 것이 새로운 문화로 정착하게 된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후 코로나를 시키면 라임은 커녕 그 흔한 레몬 한조각이 나오는 곳이 없어

그냥 아쉽게 코로나를 마시곤 했는데 라임이 빠진 코로나를 그들은 '맥시코인의 오줌'

이라고 한다니.. 앞으로 나는 코로나를 마실때 마다 이 말이 생각나서

혼자 박장대소를 할것 같다.

루이카토즈 라는 브랜드명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이 브랜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 회사에서 일하는 친척이 있어 장갑, 머플러, 지갑등

몇몇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루이카토즈가 루이 14세를 말하는 것이라는 걸 또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패션에 남다른 열정을 지녔던 그는 옷을 갈아 입는 데만 100명의 하인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내복등을 건네는 시중을 드는 일은 모두가 부러워 할 만큼

당대최고의 직책이었다.

오늘날 패션 쇼에 쓰이는 봄/여름시즌, 가을/겨울 시즌도 그가 창시하였다고 한다.

내가 사용하는 브랜드가 루이14세를 뜻한다니 괜히 사용하고 있는 루이카토즈 상품을

한번 더 만지작 거리게 된다.

 

점심 식사 후 커피가 땡길때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를 잡을 때

자주 찾는 스타벅스..

이 스타벅스의 어원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의 이름이 바로 스타벅스다.

1970년대 초 시애틀의 영어교사였던 제리 볼드윈이 교사를 그만두고

'스타벅스'라는 커피 전문점을 차렸고 초록색으로 그려진 로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인어, 사이렌이다.

고전 문학의 주인공이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고 노랫소리로 뱃사람을 홀렸던 인어 사이렌은

커피 향기로 전세계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 "포기할까 말까", "고백할까 말까"를 검색하면..??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숨겨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이스트에그"라고 한다.

 

재미삼아 나도 네이버 검색창에 "포기할가 말까"를 쳐봤더니.

포기하지 마세요. Don't give up 이라는 메세지가 떴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래서 내친김에 "고백할까 말까"라고 쳐봤더니..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거예요'라는 셰익스피어의 메세지가 떴다.

누군가에게서 왠지 위로 받았다는 마음에 그 메세지를 간직하고 싶어서

캡쳐를 해두었다.

개발자의 특별한 선물인 이스트 에그' 부활절 달걀을 의미하는 숨겨놓은 달걀을 잘 간직해야겠다.

 

얼마전 테러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났던 벨기에..

벨기에 하면 떠오르는게 오줌싸는 꼬마 동상이다.

이 유명한 동상이 고작 30센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니..

이 동상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하니..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틀린 말은 아니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내가 몰랐던 ..다른 사람들도 분명 모르고 있을

깨알 같은 지식과 상식들이 페이지마다 수북하다.

이 책 한권이면 어느 모임에 가더라도 화제의 중심에서 잘난 척을 좀 할 수 있을듯하다.

 

오랫만에 꽤나 재미있는 책 한권이 생겼다.

내 책장의 제일 눈에 띄는 곳에 꽂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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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미식가 - 외로울 때 꺼내먹는 한 끼 에세이
윤시윤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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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를 짚어보는 내 손바닥에 뜨끈함이 전해진다.

직감적으로 큰일이다 ​싶었다.

어지간하면 그냥 피해가겠는데 이러다가는 정말 나중에 큰 코 다치지 싶어 휘청휘청 취한 사람마냥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선생님의 내 상태를 보시더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열이 38도를 넘었어요. 지금도 아프시겠지만 더 아플겁니다" 하신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항생제와 소염제 진통제를 하루 3번 한줌씩 먹어야했다.

연일뉴스에 나오던 A형 독감이었던가 보다.

그렇게 나는 3주동안 지독한 근육통과 열과 기침에 시달려야했고..

그리고 딱 그 기간 동안 기가 막힐 타이밍으로 정말 철저하게 나는 혼자였다.​

독감보다  더 지독한건 외로움이였다.

외로움의 맛은.... 목구멍에 걸려서 좀체 내려가지 않는 쓰디쓴 감기약​ 맛이다.

그렇게 정의를 내리고 나서 난 아픈 와중에도 혼자 깔깔 웃었다.

윤시윤 작가의 흉내를 내고 있는 내가 웃겼던 것이다.​

윤시윤 작가의 "외로운 미식가"라는 책을 받아서 막 펼치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나는

지독한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몸이 아프니 입맛이 없어지고.. 속이 허해지니 마음이 비어갔다.

그렇게 텅텅 소리가 날 정도로 내 마음이 비어가던 그때..

유일하게 빈 깡통같은 내 마음을 알아채고 위로의 말을 건내주었던 것이

바로 "외로운 미식가" ..이 책이였다.

부제목에 적혀 있는 [외로울때 꺼내 먹는 한 끼 에세이]

정말 이 말이 나한테 기가막히게 들어맞는구나 싶어 책 표지를 볼때마다 가슴이 뭉클거렸다.

윤시윤 작가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하고 있는 18년차 예능작가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아직 이상적인 사랑을 기다리며 남들이 흉내내지 못하는

톡톡튀는 감성으로 글을 써가는 예능작가이다.

그런 작가의 이력과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색깔 고운 그림과

그리고 살아가는 일상의 소소함을 작가 특유의 맛으로 표현하는 그 센스가 ​

나는 너무 부럽다.

 

이별, 바람의 맛...은 풀맛!

"왜 어릴때 길에 있던 풀 씹어 먹은 적 없어? 그때 그 맛이 오늘 바람 같아"

이별을 하고 긴 머리를 자른 후

짧아진 머리칼을 바람이 살랑 불어와 건딜고 지나간다.

이별한 후의 바람에서는...달큰하면서도 씁쓸한 풀맛이 나는구나..

그 어떠한 구체적인 표현보다 더욱 절실하게 전해졌던 이별의 맛...

나는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수줍은 고백은 포도맛 탄산음료

고3시절 어느 남학생이 불쑥 건내준 포도맛 탄산음료 한병.

그 시절 순수한 청춘들이 건내는 서툴고도 상큼했던 고백은 포도맛 탄산 음료로 기억된다.

어쩜 첫사랑의 맛으로 포도맛이라니...너무 환상적이지 않은가..

 

사랑할때의 공기의 맛은...

핑크 레모네이드 맛이 나는 4월의 공기 맛...

그 표현은 듣는 순간..내 마음까지 싱그러워졌다.

투명하고 깨끗한 핑크색이 심장을 설레게 하고 달달하면서도

톡 쏘는 상큼함.. 사랑할때에만 느낄 수 있는 그 맛..!!

 

독감으로 한동안 입맛을 잃었던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죽어있던 내 미각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가 표현하는 그 모든 맛들..그 톡쏘면서도 상큼하고 떨뜨름하면서도

시큼하고 달달하면서도 짭조롬한 모든 맛들이 사실 일상속에 묻어 있다.

그 살아있는 온갖 맛들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가 내 혓바닥 아래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매 순간을 느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싶다는 강한 욕구..

그건 그 어떤 보약보다 더욱 나를 정신차리게 만들었다.

그녀의 책속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자극했고..기운내라고 격려하는듯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구질해보일 수 있는 나의 일상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떨뜨름한 맛은 아닐거라는 기대감에..

나는 드디어 지독한 독감을 털고 기운을 차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휴일날 아침..

소박하지만 정갈한 어느 시골 밥집에서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나오는 청국장과

맵지도 짜지도 않은 산나물 반찬들을 오랫시간을 들여

천천히 씹어서 삼켰다.

까끌까끌하던 내 입안에 엄마가 해주시거 같은 그 음식 그 맛을 느끼는 순간..

나는 비로소 몇주동안 나를 죽일듯이 달려들던 지독한 독감이라는 녀석과

볼장 다 봤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 속으로 생각했다.

 

삶은 청국장 뚝배기에 가라 앉아 있는 콩알갱이처럼..

천천히 오래오래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는 것이라고..

나의 일상도 이렇듯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맛이 나고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맛이 나기를 나는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 더 많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삶이기를 원한다.

 

많이 아프고 외로웠던 시기..

핸드백 무게마저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힘들었던 그때

묵직한 화장품 파우치를 포기하고 핸드백 속에 넣어다녔던 책..

'외로운 미식가'

딱 나를 닮았던 그 책 한권이 있어서 버텨 낼수 있었던 그 시간..

고맙고 또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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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마젤란펭귄과 철부지 교사의 우연한 동거
톰 미첼 지음, 박여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키우던 애완 동물들이 길거리에 버러져 로드 킬을 당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인간이 자기의 편의를 위해서 사서 키우던 개나 고양이들을 늙었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휴가철에 어느 낯선 산길 도로 위에 무더기로 버린다는 씁쓸한 뉴스를 자주 접하고 보면

인간의 이기심에 나조차 부끄러워질 정도다.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뒤 흔들 그 무렵

오로지 젊은 피 하나로 아르헨티나에서 생활하는 영국인 청년 톰과 그와 뜻하지 않게 함께 동거를

하게 된 마젤란 펭귄의 이야기이다.

흔히 희귀한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펭귄이라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스물세살의 영국 청년 톰은 아르헨티나에서 신입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낯선 환경과 모험심을 즐기는 톰에게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혼돈스러운 아르헨티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친구의 비어 있는 우루과이 해변의 휴양지 아파트를 빌려 몇 일간의 달콤한 휴가를 즐기던 톰은 그곳 해변가에서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온통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 있는 수천마리의 펭귄의 사체를 보게 된 것이다.

기름 유출 사고가 대단한 사고로 여겨지지 않았던 그 당시로써는

수천마리의 펭귄들의 죽음도 그다지 대단치 않은 일이였다.

무섭고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였다.


아연실색하던 그는 수천마리의 펭귄의 사체들 중에서 꿈틀거리는 한마리의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

펭귄의 마지막 고통을 들어주기 위해 펭귄에게 다가갔던 그는..

펭귄을 뒤덮고 있는 기름때를 벗겨주기로 한다.


펭귄의 부리에 손을 물려가며 저항하는 펭귄을 씻기고 또 씻겨

그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려고 하지만..

펭귄은 톰을 필사적으로 따른다.


톰은 이 무릎 높이만한 마젤란 펭귄에서 "후안 살바도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후안은 톰의 펭귄이 되었고 평생 지속될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그 둘은 인간과 애완동물이 아닌.. 친구가 된다.


나는 어느새 이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친구의 이야기에 홀딱 빠지게 되었다.

죽어가는 동물을 내 몰라라 하지 못했던 톰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시대도 아니였으니 낯선 동물인 펭귄을 어떻게 키우고 어떤 먹이를 주어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막막하였을텐데..

그 모든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내하면서까지 펭귄과의 우정을 택했던 그의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지는 건 몇년을 키우던 애완견을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참 많이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과 펭귄의 낯선 동거와 우정을 그린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학교 숙소의 테라스에 자리 잡은 이 귀엽고 말썽꾸러기 펭귄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쁨과 감동을 주게 된다.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포획으로

지난 40년간 펭귄의 개체수는 80%가 줄었다.

인간은 그들이 가진 능력을 휘둘러 먹이사슬 고리의 맨 위를 차지하고서는

어리석게도 너무 많은 실수와 사고로 자연과 동물들에게 용서 받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무지와 허세로 지금도 수없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많은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책이였다.

나는 앞으로 펭귄을 볼때마다 후안 살바도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될것 같다.

그리고 톰과 후안이 보여줬던 깊은 우정과 사랑을 상기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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