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마젤란펭귄과 철부지 교사의 우연한 동거
톰 미첼 지음, 박여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키우던 애완 동물들이 길거리에 버러져 로드 킬을 당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인간이 자기의 편의를 위해서 사서 키우던 개나 고양이들을 늙었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휴가철에 어느 낯선 산길 도로 위에 무더기로 버린다는 씁쓸한 뉴스를 자주 접하고 보면

인간의 이기심에 나조차 부끄러워질 정도다.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뒤 흔들 그 무렵

오로지 젊은 피 하나로 아르헨티나에서 생활하는 영국인 청년 톰과 그와 뜻하지 않게 함께 동거를

하게 된 마젤란 펭귄의 이야기이다.

흔히 희귀한 애완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펭귄이라니...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스물세살의 영국 청년 톰은 아르헨티나에서 신입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낯선 환경과 모험심을 즐기는 톰에게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혼돈스러운 아르헨티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친구의 비어 있는 우루과이 해변의 휴양지 아파트를 빌려 몇 일간의 달콤한 휴가를 즐기던 톰은 그곳 해변가에서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온통 기름을 뒤집어 쓰고 죽어 있는 수천마리의 펭귄의 사체를 보게 된 것이다.

기름 유출 사고가 대단한 사고로 여겨지지 않았던 그 당시로써는

수천마리의 펭귄들의 죽음도 그다지 대단치 않은 일이였다.

무섭고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였다.


아연실색하던 그는 수천마리의 펭귄의 사체들 중에서 꿈틀거리는 한마리의 펭귄을 발견하게 된다.

펭귄의 마지막 고통을 들어주기 위해 펭귄에게 다가갔던 그는..

펭귄을 뒤덮고 있는 기름때를 벗겨주기로 한다.


펭귄의 부리에 손을 물려가며 저항하는 펭귄을 씻기고 또 씻겨

그를 바다로 다시 돌려보낼려고 하지만..

펭귄은 톰을 필사적으로 따른다.


톰은 이 무릎 높이만한 마젤란 펭귄에서 "후안 살바도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후안은 톰의 펭귄이 되었고 평생 지속될 그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그 둘은 인간과 애완동물이 아닌.. 친구가 된다.


나는 어느새 이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친구의 이야기에 홀딱 빠지게 되었다.

죽어가는 동물을 내 몰라라 하지 못했던 톰의 따뜻한 마음이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는 시대도 아니였으니 낯선 동물인 펭귄을 어떻게 키우고 어떤 먹이를 주어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막막하였을텐데..

그 모든 불편함과 불안함을 감내하면서까지 펭귄과의 우정을 택했던 그의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지는 건 몇년을 키우던 애완견을 아무렇지도 않게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이기적인 인간들을 참 많이 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과 펭귄의 낯선 동거와 우정을 그린 이 책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진다.

학교 숙소의 테라스에 자리 잡은 이 귀엽고 말썽꾸러기 펭귄은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쁨과 감동을 주게 된다.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포획으로

지난 40년간 펭귄의 개체수는 80%가 줄었다.

인간은 그들이 가진 능력을 휘둘러 먹이사슬 고리의 맨 위를 차지하고서는

어리석게도 너무 많은 실수와 사고로 자연과 동물들에게 용서 받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간들의 무지와 허세로 지금도 수없이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많은 동물들에 대한 미안함과 반성을 하게 만드는 책이였다.

나는 앞으로 펭귄을 볼때마다 후안 살바도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될것 같다.

그리고 톰과 후안이 보여줬던 깊은 우정과 사랑을 상기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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