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그랜드 마더스]는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의 4편의 중편집을 모은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즐거움에 한껏 들떠 펼쳐들었던

이 책은​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가.. 아님 작가의 문체가 문제인가..

익숙치 않은 맞선 자리에 불려나가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 못한 상대방을 살피느라

조금씩 지쳐갈 즈음에야 ​그 사람의 매력이 보였다고나 할지.. 어느 순간 나는 놀라운 속도로

책의 흐름에 익숙해져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딱 그만치의 속도로 책에 빠져들었다.

4편의 중편 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끈 소설은 역시 표제작인 그랜드 마더스 였다.​

이 작품은 앤 폰테인 감독이 영화화하여 몇년전에 국내 개봉되었던‘투 마더스’라는 영화의 원작이다.

그 영화가 개봉될 당시 줄거리를 보고서는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친구의 아들들과 사랑에 빠지는 엄마들의 이야기라니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군..

하면서 붙쾌한 마음에 아예 그 영화조차 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이 책이 나오고서야 ​나는 영화의 원작이 그랜드 마더스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지못한 영화대신 읽어보자 마음먹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쩜 그 영화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소설처럼

그렇게 추잡한 내용의 영화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적어도 도리스 레싱의 "그랜드 마더스"가 원작이 맞다면 말이다.​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레즈비언 커플로 오해받을 정도로 붙어다니던 로즈와 릴.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두 친구는 각자 결혼을 하였지만 여전히 이웃으로 지낸다.

이혼을 한 로즈, 사별을 한 릴은 결손 가정으로 각각 톰과 이안이라는 멋진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중년의 주부다. 두 엄마들은 자매처럼 지내고 두 아들들은 형제같이 지낸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가 감당키 어려웠던 걸까.

두 아들들은 똑 같이 서로 다른 엄마에게 모성과 같은 연정을 품게 되고

그들은 죄의식에 시달리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금기된 사랑은 치명적인 매력과 향기를 품어낸다. 그들 각자의 고뇌과 고민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먼저 끊어야만 한다.

결국 톰과 이안은 또래의 절은 여성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이제는 정말 끝을 내야 한다고 판단한 두 어머니는 그들의 손주들을 봐주는

할머니를 자처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톰의 아내는 릴과 남편 톰이 과거에 주고 받았던 그들의 연애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떤다.

결론은... ?

도리스 레싱은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나는 오랫동안 그 둘은..그 넷은.. 그 여섯은..하면서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느라..

머리속이 한참 복잡했다. 하지만 아직 그럴듯한 결론을 내지 못하겠다.

여운이 길다.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는 하층민인 흑인 고아 소녀 빅토리아의 이야기이다.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 솔직히는 이모에게 더부살이 하고 있는 고아 소녀의 이야기다.

이모가 병으로 입원하는 날 갈곳 없는 빅토리아는

백인 중산층인 스테이브니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된다​.

난생처음 백인의 집에 들어선 빅토리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자들의 세계를 알게 되고

​그 이후 오랫동안 자신은 도저히 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 집을 동경하며 자라게 된다.

빅토리아는 똑똑했지만 가난했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결국 그렇고 그런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졌고 결국 스테이브니家​의 둘째아들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연갈색 혼혈아 메리를 낳게 된다.

자신이 겪었던 가난과​ 무지, 편견과 흑인이라는 인종차별을 메리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던 빅토리아는

그녀의 보석 메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 아이가 스테이브니로 자라게 하는 것..

스테이브니로 자라면서 메리가 응당 받아야 하는 많은 혜택들...

제대로 된 교육과 모자람 없는 부유함,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과 사촌들..

그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엄마인 빅토리아가 메리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딸을 스테이브가에 뺏겨 버리겠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 외에 ​[그것의 이유],[러브 차일드]등 4편의 중편을 만나 볼 수 있다.

4편의 소설 모두 조금씩 무겁고 조금씩 답답하다.

​도리스 레싱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권력, 가난, 편견, 도덕성, 인종차별등 결코 ​편안한 대상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뚤어진 진실을 주저없이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란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야했던

그녀의 정체성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곪아서 막 터질려고 하는 상처를 살살 만져 말초신경들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아픔 같은것이 있다.

죽을것 같지 아프진 않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은 아픔이다.​

그녀가 사회적으로 문학적으로 끼쳤을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겠구나싶다.​

이러한 연유로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였겠지..

길지 않은 중편 4편이 나에게 던져준 숙제와 같은 많은 문제들을

나는 풀지 못하고..

끙끙대며 그 문제들을 오래도록 싸 안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번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때문에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가?

우리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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