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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6/0329/pimg_7771641481392009.jpg)
[그랜드 마더스]는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여성 작가 도리스 레싱의 4편의 중편집을 모은 소설이다.
노벨
문학상까지 받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는 즐거움에 한껏 들떠 펼쳐들었던
이 책은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질 않았다.
번역의
문제인가.. 아님 작가의 문체가 문제인가..
익숙치
않은 맞선 자리에 불려나가 나와의 공통점을 발견 못한 상대방을 살피느라
조금씩 지쳐갈
즈음에야 그 사람의 매력이 보였다고나 할지.. 어느 순간 나는 놀라운 속도로
책의
흐름에 익숙해져 작가가 이끄는 대로 딱 그만치의 속도로 책에 빠져들었다.
4편의
중편 중 가장 나의 관심을 끈 소설은 역시 표제작인 그랜드 마더스 였다.
이
작품은 앤 폰테인 감독이 영화화하여 몇년전에 국내 개봉되었던‘투 마더스’라는 영화의 원작이다.
그
영화가 개봉될 당시 줄거리를 보고서는 어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친구의
아들들과 사랑에 빠지는 엄마들의 이야기라니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군..
하면서
붙쾌한 마음에 아예 그 영화조차 볼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리스
레싱의 이 책이 나오고서야 나는 영화의 원작이 그랜드 마더스 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보지못한
영화대신 읽어보자 마음먹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지독한 편견을 가지고 이 작품을 대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어쩜 그 영화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이 소설처럼
그렇게
추잡한 내용의 영화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적어도
도리스 레싱의 "그랜드 마더스"가 원작이 맞다면 말이다.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로 레즈비언 커플로 오해받을 정도로 붙어다니던 로즈와 릴.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두 친구는 각자 결혼을 하였지만 여전히 이웃으로 지낸다.
이혼을
한 로즈, 사별을 한 릴은 결손 가정으로 각각 톰과 이안이라는 멋진 아들을 데리고 살아가는
중년의 주부다. 두 엄마들은 자매처럼 지내고 두 아들들은 형제같이 지낸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빈자리가 감당키 어려웠던 걸까.
두
아들들은 똑 같이 서로 다른 엄마에게 모성과 같은 연정을 품게 되고
그들은
죄의식에 시달리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금기된
사랑은 치명적인 매력과 향기를 품어낸다. 그들 각자의 고뇌과 고민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누군가는 이 비밀스러운 관계를 먼저 끊어야만 한다.
결국
톰과 이안은 또래의 절은 여성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이제는
정말 끝을 내야 한다고 판단한 두 어머니는 그들의 손주들을 봐주는
할머니를
자처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톰의
아내는 릴과 남편 톰이 과거에 주고 받았던 그들의 연애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분노와 배신감에 치를 떤다.
결론은...
?
도리스
레싱은 결론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나는
오랫동안 그 둘은..그 넷은.. 그 여섯은..하면서 그들의 관계를 정리하느라..
머리속이
한참 복잡했다. 하지만 아직 그럴듯한 결론을 내지 못하겠다.
여운이
길다.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는
하층민인 흑인 고아 소녀 빅토리아의 이야기이다.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 솔직히는 이모에게 더부살이 하고 있는 고아 소녀의 이야기다.
이모가
병으로 입원하는 날 갈곳 없는 빅토리아는
백인
중산층인 스테이브니 집에서 하룻밤을 신세지게 된다.
난생처음
백인의 집에 들어선 빅토리아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부자들의 세계를 알게 되고
그
이후 오랫동안 자신은 도저히 다시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 집을 동경하며 자라게 된다.
빅토리아는
똑똑했지만 가난했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결국 그렇고 그런 직업을 전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가졌고 결국 스테이브니家의 둘째아들과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연갈색 혼혈아 메리를 낳게 된다.
자신이
겪었던 가난과 무지, 편견과 흑인이라는 인종차별을 메리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았던 빅토리아는
그녀의
보석 메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
아이가 스테이브니로 자라게 하는 것..
스테이브니로
자라면서 메리가 응당 받아야 하는 많은 혜택들...
제대로
된 교육과 모자람 없는 부유함,할아버지와
할머니, 삼촌과 사촌들..
그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엄마인 빅토리아가 메리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딸을
스테이브가에 뺏겨 버리겠지만..
그것만이
그녀가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그
외에 [그것의
이유],[러브
차일드]등 4편의 중편을 만나 볼 수 있다.
4편의
소설 모두 조금씩 무겁고 조금씩 답답하다.
도리스
레싱의 시각으로 살펴보면 권력, 가난, 편견, 도덕성, 인종차별등 결코 편안한 대상은
아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비뚤어진 진실을 주저없이 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이란에서 태어나 아프리카에서 유년시절을 보내야했던
그녀의
정체성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작품들에는 곪아서 막 터질려고 하는 상처를 살살 만져 말초신경들을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아픔 같은것이 있다.
죽을것
같지 아프진 않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은 아픔이다.
그녀가
사회적으로 문학적으로 끼쳤을 영향력이 결코 적지 않겠구나싶다.
이러한
연유로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하였겠지..
길지
않은 중편 4편이 나에게 던져준 숙제와 같은 많은 문제들을
나는
풀지 못하고..
끙끙대며
그 문제들을 오래도록 싸 안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매번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단 한 번만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때문에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가?
우리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