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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조조 모예스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하고 깊이 있는 잔향을 남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남기는 메세지는 "사랑"이였다.
흔해 빠진 사랑 타령이냐고 빈정 거릴 수도 있겠지만,
조조 모예스 작품에서의 사랑은 삶의 바닥까지 내려가 허우적 거리지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이 다시 사랑으로 치유되고 회복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 특유의 여성적인 감각으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표현을 읽고 있자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곤 한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라는 작품 또한 그러했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 이야기는 제1차 세계대전의 암울하고 어두웠던 시절과
2006년의 런던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독자를 이끈다.
제1차 세계대전, 독일군이 주둔한 프랑스 작은 마을인 생페론
주인공인 소피는 여동생과 남동생, 조카들과 함께 과거의 품격을 잃은 호텔을 운영하며
잿빛 전쟁속에서 하루하루 불안과 공포와 굶주림을 견디며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녀에게는 화가인 남편이 그녀의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린 초상화가 있다.
그녀 자신조차 그 초상화가 낯설 정도로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모습이지만
전쟁터로 떠난 남편이 다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은
전쟁속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을에 주둔하는 독일군 사령관이 소피의 초상화에 반해버리고,
그 초상화를 닮은(?) 그녀에게 호감을 갖는다.
적군이 주둔한 마을에서 막대한 권력을 가진 독일군 사령관에게 그녀는
가장 위험한 거래를 하게된다.
그건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초상화와 포로수용소에 있는 남편을 맞바꾸는 것이였다.
과연 소피의 위험한 거래는 이루어졌을까..
2006년 런던에 살고 있는 리브..
촉망 받는 건축가였던 그녀의 남편은 어느날 리브가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한순간에 허망하게 남편을 잃은 그녀에게 남겨진 것은 재정적인 곤란함과
남편이 남겨놓은 글라스 하우스뿐이다.
그 어마어마한 집을 지키기 위해서 감당하기 힘든 세금을 내야했고,
결혼후 남편에게 의존했던 그녀는 경제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겐 남편이 신혼여행지에서 선물로 사준 그림 한점이 있다.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그 그림을 보며 늘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던 그녀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 사랑은 바로 그녀를 더욱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데..
바로 전쟁중에 빼앗긴 그림을 반환해 달라는 반환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과연 리브는 남편의 선물이였던 그 그림을 빼앗기게 되는가..
이 그림이 세계 1차 대전때의 소피를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전혀 다른 시공간의 두 여인은 하나로 연결된다.
남편을 잃고 가난과 공포와 절망속을 헤매는 두 여인의 절묘하게 닮아 있다.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 수록 더욱 빠르게 시공간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읽고 있는 나는 애가 타들어간다.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였다.
그런 내모습이 잠깐 의아하기도 할 정도로 조조 모예스의 작품은 독자를 확 틀어잡는 힘이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내가 감독이 되어 한편의 영화를 찍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묘사하는 대로 한컷 한컷 내 마음속으로 내 머리속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한편의 대서사시처럼 모든 장면들을 세세하게 그릴 수 있도록 작가는 독자를 이끈다.
다시한번 작가의 위력에 감탄하게 된다.
끝까지 믿음과 용기를 버리지 않았던 소피와 리브...
쉽게 사랑하고 쉽게 잊혀지는 요즘의 패스트푸드 같은 사랑이 아닌
죽음 같은 고통을 견뎌낸 사람들에게만 쥘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위대하게 느껴진다.
또 한번 우리에게 깊은 감명을 선물해준
조조 모예스에게 사랑과 존경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