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 : 서울.수도권 (2013년 전면 개정판) - 한나절 걷기 좋은 길 52 주말이 기다려지는 여행
박미경.김영록 지음 / 터치아트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걷는 것을 하찮게 보지말라..

헐떡거리며 숨이 넘어가기 직전까지 뛰거나 높은 산을 헥헥거리며 오르는 것만큼이나 걷는 것 또한 참 많은 운동이 된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걸으면 '한눈팔기'가 가능하다.

천천히 걸으면서 이리저리 한눈을 팔고 주변의 모든 것들에 참견을 하고 관찰 할 수 있다는 것..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뛰거나 헐떡이며 산을 오를때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여유로움을 걸으면서는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걷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어디를 어떻게 걸어다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무작정 동네를 서성이는건 기분이 상쾌하긴 커녕 옆을 스쳐다니는 차들 때문에 신경만 더 쓰일것이고

아무데나 모르는 곳을 무작정 걷는 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

어디 좋은데 없어요..? 라고 누구한테 묻고 싶어질때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여행]..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우습게도 나는 이 책을 펼치기도 전에 트레킹을 겸할 수 있는 새 등산화를 사고 깜짝 세일을 하는 하드쉘 자켓을 인터넷 쇼핑으로 득템을 했다.

현관에는 때깔 고운 새 등산화가 놓여져 있고 옷걸이에는 파란색과 붉은 오렌지색이 이쁘게 배색되어진 하드쉘 자켓을 걸어두고서야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그랬다.

나는 아주 특별한 마음으로 이 책을 대했다.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휴일은 그야말로 '신성한' 것이다.

주중 내내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몸이 베베 꼬일 정도로 주말을 기다리게 된다.

딱히 대단한 계획이 있거나, 약속이 있는것도 아닌데 월요일 아침부터 주말을 기다리는 딱한 신세다.

그런데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린 주말이건만 피곤하네..약속 없네..하면서 집에서 딩굴거리며 보낸 날은 일요일 저녁때부터 오히려 온 몸이 찌뿌둥 해지면서 속에서부터 알 수 없는 부아가 슬슬 치민다.

 

속된 말로 콧구멍에 콧바람을 쐬어줘야지 주말을 주말답게 쉬었다고 할 수 있는데..그냥 흘려보내 버린 휴일날은 두둑하게 돈을 채워놓은 지갑을 도둑 맞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는 주말을 주말답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어디로 가지~~?하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행복한 걷기 여행..이 책이 있으니까..숨길려고 해도 입꼬리가 자꾸 올라간다.

 

이 책은 서울과 수도권의 걷기 좋은 코스 52군데를 소개하고 있고 테마별로 1부에서 4부까지 나누어져 있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원하는 코스를 걸어봐도 좋을 거 같다.

 

1부 고궁의 뜰과 숲을 거니는 코스

2부 도시여, 자연의 혜택을 누려라

3부 포근한 숲길, 하루도 좋고 한나절도 좋아라

4부 강물이 키워낸 무성한 생명을 보라

 

게으름을 부려 늦잠을 자고 난 휴일, 이른 점심을 먹고 창밖을 봤는데 도저히 그냥 집에 있어서는 안될거 같은 날이 있다.

그런데 너무 늦게 일어난 탓에 멀리가기는 어려울것 같고 시내로의 외출은 달갑지 않을때..가볍게 찾아 갈 수 있는 곳들..

걷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을 더한 국립중앙박물과 용산가족공원, 한강공원..

울창한 숲길을 느릿느릿 즐기며 걷는 숲길코스..

 

각 코스마다 지도와 찾아가는 길, 돌아오는 길, 여행정보, 총거리, 소요시간등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물론 소요시간은 각 개일별로 편차가 심하니 자신의 체력을 충분히 고려하여 가감할 필요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자세하고 상세하게 정보를 실어두었고 역사적인 곳은 간략하게

설명도 곁들이고 있어서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곳들의 유래도 알게되고 솔솔찮게 역사 공부도 된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여행 친구를 하나 둔거 같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은 일부러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니 가벼운 마음 한줌과 운동화를 신고 언제든 한나절 코스, 반나절 코스로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이라 부담감이 없다.

서울 곳곳에 이렇게 보석같은 곳이 숨어 있어나 싶다.

꼭꼭 숨어 있는 보석같은 코스를 아주 꼼꼼하게 코스별로 추천 코스들을 잘 선별하여 실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길이라고 해도 주둑들지 않게끔 사진들을 실어 놓았고,

'00편의점에서 우회전해서 골목끝까지 들어가서~~'이렇게 시시콜콜 자세하게 길 안내가 되어 있으니 길을 헤맬 이유도 없지만 행여 좀 헤맨다고 해서 뭐 큰 대수랴..길을 잃으면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될터이고..아니구나 싶으면 되돌아 나오면 될것을..

 

서울과 수도권에서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걸을 수 있는 곳들을 알토랑 같은 정보와 함께 실어놓아서 주말에 갈 곳 몰라 헤매는 분들에게 좋은 길잡이 노릇을 할 책이라 나는 생각한다.

 

는 지난 주말과 국경일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첫번째 코스와 열한번째 코스를 다녀왔고..이번 주말에는 세번째 코스를 돌 생각이다.

이 책에 쓰여진 코스를 다 돌려면 앞으로의 일년동안 주말이 무진장 바빠질 것이고..새로 산 등산화 밑창을 새로 갈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주말마다 행복해 할것이고 점점 더 건강해질것이다.

 

역마살 낀 분들은..

망설이지 마시고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길을 나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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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파괴자 -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관계를 망가뜨리는 사람들
랜디 건서 지음, 장호연 옮김 / 한문화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관계파괴자... 제목을 보면 임펙트가 강하다. 

그리고 곧이어 떠오르는 인물 몇명...

누구 때문에 회사 분위기 썰렁해지고, 누구누구 때문에 모임이 엉망이 되고,

누구누구 때문에 명절날 모이면 식구들 다들 분위기 다운되고...

소위 말하는 "짜증유발자"들이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는 곧이어 펼쳐질 그들에 대한 뒷담화(?)로 막힌 속이 뻥 뚫릴거라는 약간의 들떤 마음으로 책을 펼쳐든다.

하지만 잠시 후에 나는 곧 당황했다.

 

사람과 사람들의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러저러한 모임에서 꼭 고추가루 뿌리는 사람이있기 마련.."근데 그게 말야 사실은 네가(책을 읽는 바로 나!) 될수도 있어"...라고

이 책은 처음부터 말하고 있다. 상당히 당황스럽다.

 

사실 지금까지 경우없는 짓은 안하고 산다고 생각하는 자체검증 "경우 바름"인 나는 솔직히 단 한번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먼저 문제를 발생한 적은 없다고 생각하며 no problem을 외쳤는데..

"내가 다른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고?..내가?" 라고 약간 약이 오른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미국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결혼 상담가로 활동 중인 랜디 건서 박사가 말하는

[관계를 파괴하는 열가지 행동]에 우선 몇가지나 해당 사항이 있는지 체크를 해보시기 바란다.

1. 불안감 - "영원히 나를 사랑해줄래?"

2. 통제욕구 - "내가 이끌어야 해!"

3.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 "당신이 필요하지만 너무 가까운건 싫어."

4. 지고는 못 사는 성격 - "감히 내게 도전을 해?"

5. 비관적 태도 -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잖아"

6. 자기 중심적 태고 - "내게 관심을 보여줘!"

7. 중독 - "저걸 꼭 갖고야 말겠어!"

8. 순교자 정신 - "언젠가는 내 노력이 보상을 받겠지"

9. 방어적 태도 - "내 잘못이 아니야"

10. 배신 - "나는 그러겠다고 말한 적 없어!"

 

찬찬히 체크 항목을 읽다보면 초기에 경우 바르네 어쩌네 했던 내 자신이 갑자기 확~~부끄러워진다.

해당사항이 몇개나 되는지 차마 부끄러워 말도 못할 지경이다.

이쯤 되면..초기의 기세 등등함이 한풀 꺾이기 마련이고 얌전한 초등학생처럼 책을 읽으며 과연 내가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을까..만약 그랬다면 앞으로 내가 어떻게 조심하면 되지? 

관계를 개선을 방법은 있을까?

 

물론 있다.

이 책은 위의 10가지 사항에 맞게 케이스별로 실제 사례와 개선 연습,그리고 개선 방법까지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있다.하지만 성질 급한 나는 연습은 됐고, 해결 방법부터 읽어볼 요량으로 목차를 뒤져가며 나한테 해당되는 부분만 먼저 읽다가..이런 급한 내 성격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망칠 수 있겠구나 하는 자가비판을 하고나서 다시 순서대로 차근히 책을 읽는 잘못을 저지르고.. '자기 개발서"이자 "자기 반성서"..이구나 했다.

하긴 통렬한 자기 비판과 반성이 있어야 비로소 자기 자신을 개발 할 수 있으니

두 단어는 어쩜 일맥 상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건 나는 이 책을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읽었다.

처음부터 네가 잘못일 수도 있어..라며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고 읽기 시작하였던 점도 있고(이건 굉장히 사적인 감정), 각각의 사례를 좀 더 많이 실었더라면 공감대가 더 형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대단히 미국적인 접근방법으로 설명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다는 점,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파트너'라는 단어에 확~하고 감정 이입이 덜 된다는 점이 나의 독서 스피드를 잡고 늘어졌다는 것이다.

말하지면 '파트너'라는 두리뭉실한 표현보다 친구, 연인, 동료, 남편,아내 라는 똑 부러지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좀 더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당신이 친구들과의 사이를 망칠 수 있다..라든가, 당신이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를 파괴할 수 있다든가..당신이 부부사이를 꼬이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면 좀 더 집중 할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나서 머리 속을 정리하고 나한테 맞는 단어들로 다시 재 편집하는 약간의 수고스러움이 더해져야 책 내용이 비로서 완성이 되어진다.

독자의 몫이니 달게 받아들여야겠다. 

 

마지막 정리까지 제대로 끝낸다면 비로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금 더 성숙해진 자신을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의도치 않았던 자기 반성의 시간들을 가졌고, 내가 그동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화내고, 짜증내고, 삐지고, 허탈해했던 그 모든 것들이 어쩜 나한테서 기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어서 나한테는 꽤 유용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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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빨간 자전거 - 당신을 위한 행복 배달부 TV동화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원작, KBS.쏘울크리에이티브.KBS미디어 기획 / 비룡소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고향을 잃었다.

찾아가도 반겨줄 이 하나 없고, 솔직히 찾아 갈 곳도 없어졌다.

그래서 고향, 시골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진다.

그건 아마 고향에 내 사랑하는 이들과 내 어릴때의 추억을 묻어 두었기 때문이리라.

 

내가 이 책을 읽을 무렵이 공교롭게도 고향찾는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추석 명절 연휴때였다.

가만히 있어도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생각나는 그 즈음, 나는 이 책을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으며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랬다.

 

시골 마을 야화리..그 곳엔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주름진 얼굴로 남아 있는

내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과 표현 방식이 뭉퉁한 내 아버지 같은 할아버지들이 흙과 바람을 벗삼아 이웃과의 정을 나누며 세월을 지내는 곳이다.

젊은이들은 다들 도회로 떠나고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허리굽고 검버섯이 가득한 가죽같은 살갖을 한 노인들뿐..그리고 이 곳 야화리를 곳곳을 빨간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마음 따뜻한 총각 집배원..그들이 들려주는 조분조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 또한 어느새 야화리 들녘을 걷게 된다.

 

홀로 사시는 희문 할아버지와 이혼한 딸이 맡긴 손자, 나이는 드셨지만 언제나 개구장이 같은 박노인과 백노인,베트남에서 시집온 리엔,외로운 과부 경산댁과 홀아비 황씨 할아버지, 그리고 총각 집배원..

이들의 이야기가 꼭 내 이웃 같아 그들의 사연에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게 된다.

다문화 가정의 리엔이 아이를 낳았을 때는 괜히 나까지 덩달이 싱글벙글하게 되고, 과부 경산댁과 홀아비 황씨 할아버지가 젊었을때 못 이룬 사랑을 확인하고 주름진 두 손을 잡았을 때는 내 마음 조차 설레였다. 단전 고지서를 차마 꺼내드리지 못하고 카메라 살려고 모아둔 돈으로 할머니의 전기새를 대신 내준 집배원에겐 착하고 좋은 여자를 중매서고 싶어지는 건..내가 오지랍이 넓어서 일까..

 

자식이 보고 싶어도 그것조차 부담될까 싶어 부모는 쉽게 다녀가라는 말을 못하고 행여 객지에서 자식이 힘들까 그들의 힘듬을 얘기하지 못하고 오로지 가슴으로 껴안는 부모님들..퍼줘도 퍼줘도 아까울 줄 모르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이야기는 그 사랑을 받기만 하고 정작 돌려드리지 못하고 있는 자식들에게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하는듯하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섬기기를 다하여라..라는 옛말 처럼 더 늦기 전에 받은 사랑의 반의 반만이라도 돌려드리라고 말하는듯 하다.

 

사연 하나 하나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천진스러운 노인분들의 엉뚱한 행동에 깔깔 거리며 웃기도 하고, 그들의 깊이를 재지 못할 자식 사랑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중년을 넘긴 어른들에게 이 처럼 저릿한 감동을 주는 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오랫만에 가슴 저 아래에서 부터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책을 만나 한동안 내 가슴은 말랑말랑해 질거같다.

 

이젠 차를 타고 시골 길을 달리다 낮은 들녘에 벼 익는 냄새와 과수원에서 사과 익는 향기를 바람결에 맡게 된다면 달리는 차를 멈추고 이 곳이 야화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같다.

그리고 나는 잠시 내 어머니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의 고향같은 그곳..야화리가 실제하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이 번에 소 팔면 애들 학원비라도 보태 줘야겠구먼"

"당신 이는 어쩌구요?"

"이는 내년에 하지 뭐"

아름다운 야화리의 달밤, 오늘도 자식 걱정에 부모님의 밤은 깊어 갑니다. (30억짜리 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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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즐거운 일이 가득 라이프스타일 아이콘 Lifestyle Icon 1
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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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아침도 굶고 미친듯이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모니터를 쳐다보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들어서면서 동시에 한숨이 나온다.
현관 앞에 어지러히 쓰러져 있는 신발들
거실에 벗어놓은 파자마가 허물 벗어 놓은 것처럼 허느적거리고 있고
싱크대에는 어제 저녁 미처 하지못한 설겆이 그릇들이 수북하다.
아... 살림은 나한테 언제나 막장까지 밀어놓은 숙제같은 존재다.
 
해도 표안나고, 안하면 단박에 표가 나는게 집안일이라고 하던데..
하나 안하나 때깔 안나는 것은 내가 살림에 재주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왕하는거 좀 더 즐겁고 재미있게 가사일을 할 수 없을까..
집 안일에 지쳐갈때쯤 이 책을 발견했다.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고 불리는 구리하라 하루미씨의 일상에서 찾아낸 행복 이야기 부제목이 맘에 든다.
그녀의 일상을 빼꼼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요리연구가이며 라이프스타일 리스트인 구리하라씨는 그녀의 요리만큼이나 산뜻한 살림 지혜로 일본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제발 한국의 살림 젬병인 나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첫느낌은 웬지 모를 포근함과 따뜻함이였다.
그녀의 직업이 주는 도도하고 비싼(?)느낌이 아닌 소소하면서도 세련되고 실제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에 친근감이 확..와 닿았다. 
캠핑용 접이식 침대하나에 조그마한 목제 테이블 하나..그녀만의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 값 비싼 고급 가구를 들이지 않아도 나만의 멋진 공간을 연출할 줄 아는 그녀의 센스에 단박에 "프로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주부들이 가장 싫어하는 물걸레질..
낡아서 헤진 수건을 싹둑싹둑 짤라서 걸레로 쓰다가 더러워지면 아쉬움없이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리는 날라리 주부인 나에 비해..그녀는 선물로 받은 수건에 색실로 스티치를 하며 귀여운 걸레를 만든다. 여행지의 숙소에서, 혹은 싸우나에서 한장 슬쩍해오는 수건으로 걸레로 쓰는 나하고는 참...차원이 다르다.
첫장부터 참패다.
 
마당이 있는 그녀의 집에는 항상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당에서 꺾어온 꽃 한송이를 자연스러운 느낌대로 화병에 꽂는것..
집안 전체에 향긋한 꽃내음이 나는..그것만으로 벌써 집은 힐링의 최적지가 되는 셈이다.
가끔 집안에서 꽤꽤한 냄새가 나는 우리집에게..미안한 마음이 든다.
 
1년 365일 그녀는 세탁을 한다. 그만큼 다림질도 매일하게 된다.
행주에 식탁보, 잠옷, 앞치마, 티셔츠에 수건까지..
생각만 해도 진절진절 해질거 같은데 '포기하지 말기' '할거면 즐겁게 하기'가 모토인 그녀에겐 매일매일 다림질도 즐거움이다.
 
평소 화장을 잘 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특별히 신경쓰는 곳이 등과 발뒤꿈치..
발뒤꿈치는 갈라지지 않도록 뜨거운 물에 씻고 크림을 바른뒤 랩으로 잘 싼 뒤 양말을 신으면 아기 피부처럼 보들보들 해진다고 한다.
비싼 화장품을 쓰거나 유행하는 피부 관리 숍을 다니기보다 자신이 아는 방법으로 성실하게 꾸준하게 발관리는 하는게..그녀의 미학이다. 
 
이쯤 읽다보니 그녀가 솔직히 다시 보인다.
비싼 그릇에 비싼 포도주, 입이 쩍 벌어지는 고가의 가구들을 보여주며 라이프 스타일이 어쩌구 저쩌구 했다면 솔직이 읽다가 책을 집어 던졌을 수도 있다.
돈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책에서는 가식이나 꾸민듯한 화려함이 없다.
소박하다. 진솔하다. 화사하다. 깔끔하다. 향기롭다. 신선하다. 따뜻하다..라는게 내가 받은 느낌이다.
 
읽는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책..
뒷집사는 언니 같은 그녀의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그녀만의 스타일이..
무척 사랑스럽다.
덕분에 꾸질했던 나의 일상도 뽀송뽀송 해질듯하여 내 마음조차 싱그럽다.
 
좋아하는 음식은 한꺼번에 먹기가 아까워 조금씩 조금씩 아껴 먹듯이
사랑스러운 이 책을 나는 매일매일 조금씩 아껴 읽었다.
 
"사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은 때로 삶을 피곤하고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으면 피곤한 삶도
꽤 살 만해집니다"
그녀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내 가슴속에서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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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북한에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거라고 나는 어렸을때부터 생각했던거 같다.

오직 지구상에서 한국인들이 갈 수 없는 나라.. 지척에 두고 있지만 참 낯설고 잘 모르는 나라..

그 북한에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북한이 자기 조국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은 꽤나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모니카 마이사스.. 이 책을 쓴 저자이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적도기니에서 태어났고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 나라의 대통령이였다.

헉..대통령의 딸이라니..누릴거 다 누리고 살 수 있는 귀하디 귀한 자리이지 않은가..

 

근데 적도 기니가 도대체 어디쯤 있는 나라지..라는 의문에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지도를 찾아보았다. 아프리카 중앙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조그마한 나라..

서양의 식민지 정책으로 주변국들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고 적도기니 또한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로 지내다 1972년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는 강력한 탈 스페인 통치를 하다 반대군에 의해 처형을 당한다..라는게 것이 내가 인터넷에서 찾은 적도기니의 대략적 정보였고, 이 책 또한 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구 70만정도 되는 작은 나라, 강력한 스페인의 식민통치 아래 있었던 이름도 생소한 그 나라에서 저자인 모니카 마시아스가 태어났고 정국의 불안을 느낀 그녀의 아버지는 친분이 돈독한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그녀의 세자녀를 맡기면서 모니카는 7살부터 16년 동안 폐쇄된 북한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게된다면 그녀는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 함께 적도기니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세월의 모진 칼날이 그녀를 상처내고 어쩜 생명의 위협도 받을 수 있었을텐데 비교적 안전한 북한에서 그것도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비호아래 교육과 안전을 보호받으며 클 수 있었다는 것은 꽤 큰 행운이 아닐까라는 내 생각은 제 3자의 안일한 평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차츰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조차 까만피부의 흑인은 눈에 띄고 낯선 존재인데 하물며 페쇄적인 북한에서는 오죽 하였을까..7살 어린 나이에 앞뒤 영문도 모르고 북한으로 보내진 그녀는 부모의 사랑도 느끼지 못하고 자랐을 것이다.

생김새는 아프리카인이지만 그녀의 사고방식은 북한에서 교육 받은 사상과 동일할테니 생각이나 정서는 영락없는 북한 주민이였을텐데..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여전히 겉돌았을테니 어린 나이에 받았을 정서적인 불안감과 정체성의 혼돈을

감히 짐작하게 된다.

그나마 몇몇 그녀를 아껴주고 편견없이 대하는 친구가 있어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게 된다. 나는 누구인지..어디서 왔는지..그 뿌리를 찾아 그녀는 스페인의 사라고사와 마드리드, 미국의 뉴욕..그리고 한국으로 길고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디에서든 그녀는 이방인였지만 낙천적이며 당차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에 대한 세상의 평가를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였다.

그녀가 어렸을때 듬직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아버지가 수천명을 죽인 악마라는 평과 자신을 키워줬던 김일성 주석이 독재자라는 세상의 평을 접한 후

심한 충격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나는 악마의 딸이란 말인가...라고 절규하는 그녀의 소리없는 오열이 느껴지는 듯하여 내 마음조차 안타깝다.

역사라는 것은 그 역사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이념과 이익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어지기 마련이다.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경우 한국에서는 의사, 열사라는 칭호로 

그를 영웅시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도자를 암살한 암살범으로 평가하지 않는가..

나는 적도 기니의 역사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녀의 아버지인 마시아스 옹게마 대통령도악마라는 평가와 영웅이라는 평가를 분명 동시에 받고 있을거라는 생각하며 그녀가 더 이상 세상의 평가에 마음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가 한국으로 왔을때 그녀는 한국과 북한의 공통점만 보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두나라의 다른점을 찾으려고만 하였다. 정치과 경제만 다를뿐 사람들도 같고 말도 같은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이런저런 점이 북한과 다르다..라는 점을 강조하더라는 그녀의 말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입으로는 한민족이라고 하지만, 정말 우리는 같은 민족, 같은 나라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통일쯤은 안되도 좋으니 이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살아가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우리의 안일한 통일 의지를 검은 피부의 외국인으로

부터 지적받게 되자 솔직히 정신이 번쩍 들며 반성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녀의 삶이 참 모질구나 싶었다.

하지만 모니카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았다.

아버지를 죽인 현 적도기니 대통령도 그녀는 용서했다.

사랑은 증오를 이기고 부정은 긍정이 이긴다.

인생을 탓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오늘 참 많이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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