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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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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지둥 아침도 굶고 미친듯이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책상머리에 앉아
넌덜머리가 날 정도로 모니터를 쳐다보고.. 파김치가 된 몸으로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들어서면서 동시에 한숨이 나온다.
현관 앞에 어지러히 쓰러져 있는 신발들
거실에 벗어놓은 파자마가 허물 벗어 놓은 것처럼 허느적거리고 있고
싱크대에는 어제 저녁 미처 하지못한 설겆이 그릇들이 수북하다.
아... 살림은 나한테 언제나 막장까지 밀어놓은 숙제같은 존재다.
 
해도 표안나고, 안하면 단박에 표가 나는게 집안일이라고 하던데..
하나 안하나 때깔 안나는 것은 내가 살림에 재주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왕하는거 좀 더 즐겁고 재미있게 가사일을 할 수 없을까..
집 안일에 지쳐갈때쯤 이 책을 발견했다.
 
일본의 마사 스튜어트라고 불리는 구리하라 하루미씨의 일상에서 찾아낸 행복 이야기 부제목이 맘에 든다.
그녀의 일상을 빼꼼 들여다 보고 싶어졌다.
 
요리연구가이며 라이프스타일 리스트인 구리하라씨는 그녀의 요리만큼이나 산뜻한 살림 지혜로 일본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제발 한국의 살림 젬병인 나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의 첫느낌은 웬지 모를 포근함과 따뜻함이였다.
그녀의 직업이 주는 도도하고 비싼(?)느낌이 아닌 소소하면서도 세련되고 실제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라이프스타일에 친근감이 확..와 닿았다. 
캠핑용 접이식 침대하나에 조그마한 목제 테이블 하나..그녀만의 가장 소중한 공간이다. 값 비싼 고급 가구를 들이지 않아도 나만의 멋진 공간을 연출할 줄 아는 그녀의 센스에 단박에 "프로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주부들이 가장 싫어하는 물걸레질..
낡아서 헤진 수건을 싹둑싹둑 짤라서 걸레로 쓰다가 더러워지면 아쉬움없이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리는 날라리 주부인 나에 비해..그녀는 선물로 받은 수건에 색실로 스티치를 하며 귀여운 걸레를 만든다. 여행지의 숙소에서, 혹은 싸우나에서 한장 슬쩍해오는 수건으로 걸레로 쓰는 나하고는 참...차원이 다르다.
첫장부터 참패다.
 
마당이 있는 그녀의 집에는 항상 꽃이 떨어지지 않는다.
마당에서 꺾어온 꽃 한송이를 자연스러운 느낌대로 화병에 꽂는것..
집안 전체에 향긋한 꽃내음이 나는..그것만으로 벌써 집은 힐링의 최적지가 되는 셈이다.
가끔 집안에서 꽤꽤한 냄새가 나는 우리집에게..미안한 마음이 든다.
 
1년 365일 그녀는 세탁을 한다. 그만큼 다림질도 매일하게 된다.
행주에 식탁보, 잠옷, 앞치마, 티셔츠에 수건까지..
생각만 해도 진절진절 해질거 같은데 '포기하지 말기' '할거면 즐겁게 하기'가 모토인 그녀에겐 매일매일 다림질도 즐거움이다.
 
평소 화장을 잘 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특별히 신경쓰는 곳이 등과 발뒤꿈치..
발뒤꿈치는 갈라지지 않도록 뜨거운 물에 씻고 크림을 바른뒤 랩으로 잘 싼 뒤 양말을 신으면 아기 피부처럼 보들보들 해진다고 한다.
비싼 화장품을 쓰거나 유행하는 피부 관리 숍을 다니기보다 자신이 아는 방법으로 성실하게 꾸준하게 발관리는 하는게..그녀의 미학이다. 
 
이쯤 읽다보니 그녀가 솔직히 다시 보인다.
비싼 그릇에 비싼 포도주, 입이 쩍 벌어지는 고가의 가구들을 보여주며 라이프 스타일이 어쩌구 저쩌구 했다면 솔직이 읽다가 책을 집어 던졌을 수도 있다.
돈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책에서는 가식이나 꾸민듯한 화려함이 없다.
소박하다. 진솔하다. 화사하다. 깔끔하다. 향기롭다. 신선하다. 따뜻하다..라는게 내가 받은 느낌이다.
 
읽는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책..
뒷집사는 언니 같은 그녀의 소박하면서도 화사한 그녀만의 스타일이..
무척 사랑스럽다.
덕분에 꾸질했던 나의 일상도 뽀송뽀송 해질듯하여 내 마음조차 싱그럽다.
 
좋아하는 음식은 한꺼번에 먹기가 아까워 조금씩 조금씩 아껴 먹듯이
사랑스러운 이 책을 나는 매일매일 조금씩 아껴 읽었다.
 
"사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은 때로 삶을 피곤하고 힘들게 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으면 피곤한 삶도
꽤 살 만해집니다"
그녀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한마디가 내 가슴속에서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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