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 예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북한에서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거라고 나는 어렸을때부터 생각했던거 같다.

오직 지구상에서 한국인들이 갈 수 없는 나라.. 지척에 두고 있지만 참 낯설고 잘 모르는 나라..

그 북한에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북한이 자기 조국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는 것은 꽤나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모니카 마이사스.. 이 책을 쓴 저자이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적도기니에서 태어났고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 나라의 대통령이였다.

헉..대통령의 딸이라니..누릴거 다 누리고 살 수 있는 귀하디 귀한 자리이지 않은가..

 

근데 적도 기니가 도대체 어디쯤 있는 나라지..라는 의문에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지도를 찾아보았다. 아프리카 중앙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조그마한 나라..

서양의 식민지 정책으로 주변국들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고 적도기니 또한 오랫동안 스페인의 식민지로 지내다 1972년 적도기니의 초대 대통령인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는 강력한 탈 스페인 통치를 하다 반대군에 의해 처형을 당한다..라는게 것이 내가 인터넷에서 찾은 적도기니의 대략적 정보였고, 이 책 또한 그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구 70만정도 되는 작은 나라, 강력한 스페인의 식민통치 아래 있었던 이름도 생소한 그 나라에서 저자인 모니카 마시아스가 태어났고 정국의 불안을 느낀 그녀의 아버지는 친분이 돈독한 북한의 김일성 주석에게 그녀의 세자녀를 맡기면서 모니카는 7살부터 16년 동안 폐쇄된 북한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게된다면 그녀는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와 함께 적도기니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세월의 모진 칼날이 그녀를 상처내고 어쩜 생명의 위협도 받을 수 있었을텐데 비교적 안전한 북한에서 그것도 북한의 최고 권력자의 비호아래 교육과 안전을 보호받으며 클 수 있었다는 것은 꽤 큰 행운이 아닐까라는 내 생각은 제 3자의 안일한 평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차츰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조차 까만피부의 흑인은 눈에 띄고 낯선 존재인데 하물며 페쇄적인 북한에서는 오죽 하였을까..7살 어린 나이에 앞뒤 영문도 모르고 북한으로 보내진 그녀는 부모의 사랑도 느끼지 못하고 자랐을 것이다.

생김새는 아프리카인이지만 그녀의 사고방식은 북한에서 교육 받은 사상과 동일할테니 생각이나 정서는 영락없는 북한 주민이였을텐데..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여전히 겉돌았을테니 어린 나이에 받았을 정서적인 불안감과 정체성의 혼돈을

감히 짐작하게 된다.

그나마 몇몇 그녀를 아껴주고 편견없이 대하는 친구가 있어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대학교를 졸업한 후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나게 된다. 나는 누구인지..어디서 왔는지..그 뿌리를 찾아 그녀는 스페인의 사라고사와 마드리드, 미국의 뉴욕..그리고 한국으로 길고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어디에서든 그녀는 이방인였지만 낙천적이며 당차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아버지에 대한 세상의 평가를 알게 된 것도 그 즈음이였다.

그녀가 어렸을때 듬직하게만 느껴졌던 자신의 아버지가 수천명을 죽인 악마라는 평과 자신을 키워줬던 김일성 주석이 독재자라는 세상의 평을 접한 후

심한 충격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나는 악마의 딸이란 말인가...라고 절규하는 그녀의 소리없는 오열이 느껴지는 듯하여 내 마음조차 안타깝다.

역사라는 것은 그 역사를 평가하는 사람들의 이념과 이익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어지기 마련이다.

이토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경우 한국에서는 의사, 열사라는 칭호로 

그를 영웅시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도자를 암살한 암살범으로 평가하지 않는가..

나는 적도 기니의 역사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녀의 아버지인 마시아스 옹게마 대통령도악마라는 평가와 영웅이라는 평가를 분명 동시에 받고 있을거라는 생각하며 그녀가 더 이상 세상의 평가에 마음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가 한국으로 왔을때 그녀는 한국과 북한의 공통점만 보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두나라의 다른점을 찾으려고만 하였다. 정치과 경제만 다를뿐 사람들도 같고 말도 같은데 정작 한국 사람들은 이런저런 점이 북한과 다르다..라는 점을 강조하더라는 그녀의 말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입으로는 한민족이라고 하지만, 정말 우리는 같은 민족, 같은 나라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통일쯤은 안되도 좋으니 이대로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살아가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지..우리의 안일한 통일 의지를 검은 피부의 외국인으로

부터 지적받게 되자 솔직히 정신이 번쩍 들며 반성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녀의 삶이 참 모질구나 싶었다.

하지만 모니카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았다.

아버지를 죽인 현 적도기니 대통령도 그녀는 용서했다.

사랑은 증오를 이기고 부정은 긍정이 이긴다.

인생을 탓하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오늘 참 많이 내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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