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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빨간 자전거 - 당신을 위한 행복 배달부 ㅣ TV동화 빨간 자전거 1
김동화 원작, KBS.쏘울크리에이티브.KBS미디어 기획 / 비룡소 / 2013년 8월
평점 :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고향을 잃었다.
찾아가도 반겨줄 이 하나 없고, 솔직히 찾아 갈 곳도 없어졌다.
그래서 고향, 시골 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 한켠이 아련해진다.
그건 아마 고향에 내 사랑하는 이들과 내 어릴때의 추억을 묻어 두었기 때문이리라.
내가 이 책을 읽을 무렵이 공교롭게도 고향찾는 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추석 명절 연휴때였다.
가만히 있어도 돌아가신 부모님들이 생각나는 그 즈음, 나는 이 책을 조금씩 조금씩 아껴 읽으며 허전하고 쓸쓸한 마음을 달랬다.
시골 마을 야화리..그 곳엔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주름진 얼굴로 남아 있는
내 어머니 같은 할머니들과 표현 방식이 뭉퉁한 내 아버지 같은 할아버지들이 흙과 바람을 벗삼아 이웃과의 정을 나누며 세월을 지내는 곳이다.
젊은이들은 다들 도회로 떠나고 그곳을 지키는 이들은 허리굽고 검버섯이 가득한 가죽같은 살갖을 한 노인들뿐..그리고 이 곳 야화리를 곳곳을 빨간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마음 따뜻한 총각 집배원..그들이 들려주는 조분조분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나 또한 어느새 야화리 들녘을 걷게 된다.
홀로 사시는 희문 할아버지와 이혼한 딸이 맡긴 손자, 나이는 드셨지만 언제나 개구장이 같은 박노인과 백노인,베트남에서 시집온 리엔,외로운 과부 경산댁과 홀아비 황씨 할아버지, 그리고 총각 집배원..
이들의 이야기가 꼭 내 이웃 같아 그들의 사연에 같이 웃고, 같이 슬퍼하게 된다.
다문화 가정의 리엔이 아이를 낳았을 때는 괜히 나까지 덩달이 싱글벙글하게 되고, 과부 경산댁과 홀아비 황씨 할아버지가 젊었을때 못 이룬 사랑을 확인하고 주름진 두 손을 잡았을 때는 내 마음 조차 설레였다. 단전 고지서를 차마 꺼내드리지 못하고 카메라 살려고 모아둔 돈으로 할머니의 전기새를 대신 내준 집배원에겐 착하고 좋은 여자를 중매서고 싶어지는 건..내가 오지랍이 넓어서 일까..
자식이 보고 싶어도 그것조차 부담될까 싶어 부모는 쉽게 다녀가라는 말을 못하고 행여 객지에서 자식이 힘들까 그들의 힘듬을 얘기하지 못하고 오로지 가슴으로 껴안는 부모님들..퍼줘도 퍼줘도 아까울 줄 모르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이야기는 그 사랑을 받기만 하고 정작 돌려드리지 못하고 있는 자식들에게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하는듯하다.
부모님 살아생전에 섬기기를 다하여라..라는 옛말 처럼 더 늦기 전에 받은 사랑의 반의 반만이라도 돌려드리라고 말하는듯 하다.
사연 하나 하나에 감동을 받기도 하고, 천진스러운 노인분들의 엉뚱한 행동에 깔깔 거리며 웃기도 하고, 그들의 깊이를 재지 못할 자식 사랑에 뭉클해지기도 한다.
중년을 넘긴 어른들에게 이 처럼 저릿한 감동을 주는 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오랫만에 가슴 저 아래에서 부터 따뜻해지는 감동적인 책을 만나 한동안 내 가슴은 말랑말랑해 질거같다.
이젠 차를 타고 시골 길을 달리다 낮은 들녘에 벼 익는 냄새와 과수원에서 사과 익는 향기를 바람결에 맡게 된다면 달리는 차를 멈추고 이 곳이 야화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같다.
그리고 나는 잠시 내 어머니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의 고향같은 그곳..야화리가 실제하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란다.
"이 번에 소 팔면 애들 학원비라도 보태 줘야겠구먼"
"당신 이는 어쩌구요?"
"이는 내년에 하지 뭐"
아름다운 야화리의 달밤, 오늘도 자식 걱정에 부모님의 밤은 깊어 갑니다. (30억짜리 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