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토미가의 참극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0
아오이 유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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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1,000피스 퍼즐 맞추기를 즐겨한다.

TV프로그램중에는 퀴즈프로그램에 꽤나 열광한다.

(정답률이 40%도 안되지만)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문제 풀기에 열중하며

일희일비하곤 한다.

책중에서는 추리 소설도 즐겨 읽는다. 퍼즐을 맞추듯 문제들 풀듯 사건에 한발자욱씩

접근해가는 그 방법이 참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처럼 범인을 맞추는 정답률은 사실 반도 못된다.

​서점에 들리면 추리 소설들을 많이 들춰본다.그리고 서점가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추리 소설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곤 한다.

기괴하면서도 은밀하고 지능적인 추리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일본식 추리소설은 시대를 거쳐오면서 범죄는 더욱 기괴해지고 수법은 더욱 치밀해진것 같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추리보다는 과학적인 수사에 근거하여 범인을 잡는 CSI의 활약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퍼즐을 맞추듯 다각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여 사건을 풀어내는 아날로그적인 추리소설은 여전히 독자들이 입맛을 쩍쩍 다시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일본의 독자는 왜 이렇게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것이며 언제부터 추리소설의 대국이

되었는지 그 계보를 알아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 일것이다.

'아오이 유'의 '후나토미가의 참극'은 제목에서부터 고전미를 풀풀 풍기고 있다.

마치 에드가 엘렌 포우 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OO의 저주, OO의 몰락 같은 아주 오래되고 낡고, 음침하고, 피 냄새가 나는 듯해서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추리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3요소로 누가?, 어떻게?, 왜?..이 세가지를 꼽는다.

후나토미가의 참극은 이 세가지 요소를 아주 제대로 잘 섞어 놓은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이 84년 전인 1936년 춘추사의 신작 장편 탐정 소설 부분에서 1등을 작품인것을 알고는 살짝 당황했다. 비슷한 시기에 저술되어진 한국의 문학 작품을 보더라도 도대체 뭔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옛날 말투인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러한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젊은 독자들에 맞춰 현대의 어법과 표현으로 바꾸는 등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던 출판사의

노력도 더해져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미후네 산 중턱에 있는 여관에서 후나토미 류타로의 아내 유미코의 시체가 발견된다.

남편 류타로도 살해된 것 같은데,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후나토미가의 딸 유키토의 약혼자인 다키자와 쓰네오를 체포하고

변호사의 의로를 받은 탐정 난바 기이치로는 사라하마로 가서 조사를 시작한다.



늘 그렇지만 범인과 경찰(이 소설에서는 탐정)의 두뇌 싸움은 볼만하다.

하지만 추리 소설에서는 항상 범인이 경찰보다 한수 위에 있다.

번번히 한발 앞서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을 쫓는 탐정 난바와 그의 조력자인 비밀 탐정의

등장과 함께 진척 없던 수사는 시원시원한 전개를 맞으며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갖춰가며 독자를 한층 들뜨게 한다.

소설의 전반부가 조용한 영국 신사 같은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좀 뜨겁고 화통한 이탈리아 남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과 소설속에서 꽤 중요한 단서가 되는 지명과 기차 노선도가 낯설어 초반 몰임에 조금 힘들었고 편지와 같은 인용글들의 글씨체가 적어 읽기에 다소 불편했지만 (노안이라)아이오 유의 필력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어 갔다고 생각한다.


아이오 유 작가의 원래 직업이 전기 기사라는 점과 집필 활동 기간이 총 6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은 아마츄어 작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나토미가의 참극'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후나토미가의 참극'은 일본에서 현대 추리소설의 원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성경과도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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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
민혜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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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세상사에 지쳐갈때쯤 나는 에세이를 읽는다.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며 내 마음 같은 글을 읽을 때면 일면식도 없는 작가의 글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때가 많다.

이쁜 글로 자신을 포장하기 급급한 에세이도 있고, 비루했던 과거사를 돌려막기 하듯

써내려간 에세이도 있다. 읽다보면 살짝 지치는 에세이도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작가 민혜님의 떠난 그대 서랍을 열고..라는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의 과감하고 솔직한 글쓰기에

놀라웠다. 글이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쏟아내야 독자들에게 울림이 커진다.

이 에세이는 제법 큰 울림통을 가진 관악기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이 책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작가가 경험했고 느꼈던 점들을 가감없는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다.

평생을 함께 하던 남편이 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작가의 혼족 생활에 대한 글을 읽다보면

혼자사는 사람들만의 공감대인 자유와 고독을 느낄 수있다.

작가의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60대 언저리만큼 살아온 작가의 연륜이 더해져

가벼움보다 진중함과 한줄한줄 수려한 문체로 쉽게만 써내려간 글은 아닌듯하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멈춰 뒤로 되감기하듯 다시 읽어보고 음미하는 문장들이 많았다.


에세이 집에서 내에게 가깊은 생각을 해주게 했던 부분들을  잠깐 소개하고 싶다.

편의 유품을 정리다 발견한 알약 두개.

집안의 약들은 약통에 다 들어 있는데 서랍속의 작은 상자속에 또 다른 작은 상자속에

숨어 있던 약이 이상해서 약에 쓰여진 글씨를 읽어보니 비아그라였다.

순간 궁금증과 함께 남편에 대한 울컥함에 잠시 뒤걸음질 쳤다는 작가의 글은 동년배의

사람들은 알고 있을 듯한 연민을 느끼게 한다.


비아그라 두 알, 이 작은 알약이 주는 파장이 크다.

오만 상념의 발기가 도무지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일련의 음습하고 통속적 연상은 새털처럼 날아가는데 한 존재의 가슴에 드리웠을

내밀한 욕망과 외로움의 무게만은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색정이란 삶의 본령이자 에너지 같은 것. 그는 꺼져가는 자기 육신을 이 마법의 알약을

통해 되살리고 싶었던 것일까.

-비아그라 두 알 중-


작가가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이야기다. 그녀의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 맞은 편에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에 네모 박스같은 담배가게가 난데없이 생겼다.

가게에서 담배를 파는 학생은 낮에는 남의 가게 담배를 팔고 밤에는 야학을 다니는 형편이 어려운

남학생이었다. 사는게 하도 버겁고 힘들어 세상을 비관하여 한강다리를 배회했다고 하는

그 청년을 모른척 할 수 없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더운 물을 끓여다 주기도 했다.

그리고 종교를 가지게 권유했고, 동네 유지인 어르신을 대부로 세워주었고 그 집의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면서 형편이 풀리며 궁색의 티를 벗었고 대학생활도 편안하게 되었다.

그 담배소년의 형편이 좋아지는 것과 반비례하여 작가의 가정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옹색해지기 시작했다.

십오륙년 전 어느날, 작가의 어머니는 연락이 끊겼던 그 담배 소년과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신문에서 그가 쓴 저서 광고를 보게 되었는데 모 대학의 교수로 재임하고 있었다.

학교에 연락을 하여 통화를 할 수 있었는데 반가움에 가슴이 뛰었다는 어머니와 달리 그 담배 소년은

어물쩍거리며 전화를 받더란다.

"엄마가 이해하셔요. 우리 식구들을 보면 비참했던 그 시절이 상기되어 그랬을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그의 반응이 세삼 서운하셨나보다.

그리고 또 훌쩍 시간이 흐른 어느날 그 담배 가게가 있던 곳을 지나가 옛 생각이 났던 작가는

그때 어머니의 마음을 보듬지 못하고 담배 학생 편을 섰던게 미안해서 담배학생에 대한 실망감을

부러 강하게 어필했다.

"그 시절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으면 그랬겠니?"

세월만 한 약이 없다더니 어머니는 서운함을 다 잊으신것 같았다.

다행한 일이었다.

한편 나는 우리가 무심코 부르던 '담배학생'이란 호칭이 그에겐 피멍이 들도록 아픈 말이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자각이 뒤늦게 들었다.

인간에 대한 이해란 이리 더디 올 때도 있는가..

이젠 그를 놓아줄 때가 된것 같다. 아유, 담배학생.

-아듀 담배학생 중-

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나한테도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는

아직 해결못한 인간 관계도 시간이 약이 되어 주길 바라며 더 늦어져도 되니까

나중에 아주 나중에 백발이 성성해졌을 때라도 무거운 마음을 털고

'그럼, 그럴 수 있지..'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때가 오길 간절히 바란다.

요즘은 서너집 건너 한집꼴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1인 가정은 흔하디 흔하다.

흔히 고독은 혼자 사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혼자 살지 않더라고 고독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순간순간 농도 짙은 고독감을 느끼고 어쩜 그 쌉쌀한 맛을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고독이란 정체된 듯싶으면서도 실은 보이지 않게 꿈틀거리는 생물이었다.

나름의 맛과 감촉도 지녔다.

어느 날을 쌉쌀하면서도 달착지근하여 그대로 머물고 싶어지는가 하면, 어느 날은

날감자 맛처럼 아리고, 중증의 증상으로 덮쳐올 때면 땡감처럼 떫어 내 심신을 오그라지게도 했다.

​-고독이나 한잔 중-


나는 이 부분에 눈에 잘 띄는 형광색의 포스트 잇을 붙여놓았다.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 본듯한 글 한줄을 발견하면 그 책은 그냥 책이 아니라

나에게 소중한 책이 된다.


중년의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 독자라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거리가 많은 책이다.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이 나이가 되어 다시 한번

조용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에세이가 팔리지 않은 시대라고 한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핸드폰과 컴퓨터에 밀려서

활자책의 인기는 갈수록 시들해진다.

하지만 한권의 책이 주는 친근함과 묵직한 연대감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작가의 화통하면서도 섬세한 글을 읽으면 적잖은 글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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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당신 편 - 마음의 힘을 기르는 ‘외상 후 성장’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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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을 최근에 만났다.

반가움에 지치지도 않고 다들 몇시간을 떠들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한 친구가 나에게 "너 안본 사이에 말이 굉장히 과격해졌다" 하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 친구들하고는 프리랜서 직업을 그만두고 회사에 입사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즈음부터 못만났다. 나의 이 걸쭉한 입담을 가지게 된건 직장생활을

하고 나서부터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동안 직장에서 뭔일이 있었지..

'나는 무조건 네 편이야' 누군가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사탕발림이라도 좋으니까 내가 많이 힘들고 오롯이 혼자인것 같이 외로울때

이 말을 듣는다면 세상 무서울게 없을것 같다.


[무조건 당신편]은 그 달달한 제목 때문인지 어느 작가의 이쁜 글 가득한 에세이일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한창수 교수는 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분으로

우리나라 정신의학계에서 선도적인 연구자로 손꼽힌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위로와 격려의 메세지를 담은 에세이라기 보다는 의학적인 방법으로

울분, 우울증, 공황장애에 대한 적절한 조언과 치료법까지 적시에 제시하고 있다.

에세이를 닮은 전문 의학서라고 하는게 맞지 않을까 싶다.

그것도 상당히 부드러운 문체로 쓰여진 전문서적!


 

그 동안 그를 찾았던 내담자들의 사례를 예시로 적고 있다.

그런데 놀아운 것은 내담자들과 나의 경우가 많이 닮았거나, 아예 내 얘기다 싶을 만큼

비슷한 예시들이 많았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사례들이 많을거라 생각한다.

고객의 갑질, 직장 상사의 괴롭힘, 직장내 따돌림, 왠쑤같은 가족들..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거나 피할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참 많은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받고 산다.

이런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면 우울과 분노로 바뀌게 되면 마음의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없다고는 할 수는 없다.

다만 직종상 다른 회사보다는 좀 덜할 수는 있고 내 성격이 좀 더럽다보니

(성격 더러운게 장점이 될수도 있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다른 직장인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빨리 털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경중의 무게는 100% 주관적인 것이라 사람마다 편차가 심해서

나에게는 별일 아닌 일이 다른 이들에게는 죽을만큼 괴로운 일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직장 생활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아래와 같은 처방전을 내려준다.

아주 냉정하게 말하자면, 직장 생활이라는 건 소위 '영혼을 팔아 먹고 사는 것'이라고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받는 임금에는 실제 노동에 대한 대가뿐 아니라 감정노동에

대한 대가까지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이 감정 노동에는 '고객을 상전처럼 대하는것' '고객에게 상처를 받아도 꾹 참는 것'등이

포함되지 않습니다.(중략)

일터에서 만나는 진상들은 그저 자신의 복잡한 인생사 속에서

비뚤어진 마음을 가지게 된, 내 인생의 엑스트라일 뿐입니다.

그런 인간들을 만났을 때에는 이렇게 되뇌어보세요.


"그런 인간한테 상처를 입고 안 입고는 내가 결정한다,"

 ​

나는 이 말이 어찌나 맘에 들었는지 소리내에 3번을 읽었다.

내 인생은 주인공은 나이고, 진상들은 엑스트라 밖엔 안된다.

그러한 덜 떨어진 인간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참 맛깔스럽고 속 시원하게 한다.


가려운데 긁어주는 듯한 속 시원한 글들이 책 곳곳에 있다.

한창수 교수님이 얼마나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는지 짐작이 된다.

그들을 상담하고 아픈 마음의 상처에 잘 낫는 연고를 발라주듯 조심스러운 조언과 처방을

책에 고스란히 옮겨놓았다고나 할까..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마냥 내 마음을 어찌 그리 잘 아는지..

혹시나 만나서 얘길 하게 된다면 아차하는 사이에 내 묵은 비밀까지 탈탈 다 털어놓고 말것같다.

나는 책을 읽으며 사례자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저자의 처방에 통쾌해했다.


처방전은 격려의 말과 병원치료, 심리치료, 상담방법등등 환부의 경중에 따라 적절히

내려진다. 사방이 막힌것 같이 마음이 답답하고 주위를 둘러봐도 도무지 내 속 얘기를

꺼내놓은 사람이 없다고 느낄때, 이유없이 불쑥불쑥 화가 치밀고, 다른이들과의 관계가

숨막히도록 힘들다 싶을때, 죽고 싶을만큼 힘들어 자신을 자책하고 자해를 하는 못난짓을

하기 전에 적절한 곳을 찾아 상담을 하고 약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백번 현명하다고 말한다.



 

혼자 참고 이겨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셔도 됩니다.

그러나 도저히 안 될것 같으면 용기 내어 이 한마디를 꺼내보세요.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해보세요.

옆에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전화번로를 눌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시 이 책의 리뷰를 쓰기 맨 앞으로 되돌아가면 말투가 과격해진 나에 대한 친구들의

지적이 있었다. 거기에 대한 해명과 동시에 같은 경우로 분노조절이 힘든 사람들에게

나의 좀 저질스럽지만 오지게 잘 듣는 분노 조절 비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회사에 입사하여 소위말하는 조직의 쓴맛을 보기 전, 프리렌서로 일했던 나의 직업도 한몫했겠지만  

조곤조곤 말을 곱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끔 진상을 만나기도 하고,업무상 피할수 없는 마찰이 생겨

에이전시와 껄끄러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마음같아서는 대놓고 한소리 하고 싶지만 목소리 내어 싸워봤자

좋은 꼴을 못봤기 때문에 좋은 말로 대충 마무리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내가 아는 육두문자를 총 동원하여 분이 풀릴때까지 욕을 해준다.

속이 한결 편안해진다.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남들 앞에서 쓴소리 못하는 사람들이 써보면 효과가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입담이 과격해졌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마음이 병드는 것보다 백배 낫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이든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게 욕이 되었던, 취미생활이 되었던, 가슴에 응어리지지 않도록 풀어내야 한다.

풀어내는 방법을 모를때는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꽤 큰 도움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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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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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직장인들이 여름을 보내는 즐거움은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에 삶은 풋콩을 안주 삼아 프로야구를 보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은 야구에 열광한다.

일본인들이 애정하는 야구, 그리고 경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직장인들의 애환.

이케이도 준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루스벨트 게임]은 일본인들의 구미에 딱 맞은 이 두가지 재료를 잘 버무려 쓴 책이다. 일본에서 100만부나 팔렸고 일본 최고의 대형 서점인 키노쿠니야에서 소설부분 1위를 차지하였을뿐만 아니라 동명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져 많은 인기를 얻었다.


거품경제가 빠지면서 일본은 2000년 초까지 10여년간 격심한 경제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고 기업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문을 닫게 되었으며, 대형 금융기관도 쓰러지게 되자 고용의 불안을 가져와 일본인들의 자랑거리기이도 했던 평생고용제가 사라지고 불안정안 고용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직장인들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거품경제 이후 경기가 회복되어 좋았던 것도 잠시..

장기 경기침체와 미국발 금융위기로 아오시마제작소 또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거래처의 생산축소로 주문이 극감하여 다음 회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할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자금 압박이 심해져서 은행 대출을 받고자 하지만 은행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한 돈을 내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설상 가상 경쟁기업인 미쓰와전기는 아오시마제작소가 오랫동안 거래를 해오던 거래처에 저가 납품공세를 펼치며 아오시마제작소를 위협한다.

1500여명의 직원들중 100여명을 구조조정 대상자로 정하고 해고 통지를 해야 하는 미카미 부장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자신들을 해고시키면서 연패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으나마나한 실업팀 야구부는 왜 그냥 두는가..

연간 3억엔이라는 피같은 돈을 쓰면서도 과거의 명성에 한참이나 못미치는 야구부를 해체하라는 원성이 터지면서 회사내의 갈등은 극대화 된다.

라이벌인 미쓰와전기의 달콤하지만 위험한 합병제의, 회사 존폐의 위기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호소카와 사장을 비롯한 영업팀,기술개발팀,생산팀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전쟁을 치루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번 시즌에서 실적을 내어 살아남고자 하는 야구팀의 절박함이 느껴져 473페이지에 달하는 꽤나 묵직한 소설임에도 도중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회사도 야구팀도 절벽을 뒤로 하고 사활을 걸고 싸우고 있다.

페이지 마다 엄습하는 긴장감을 느끼며 단숨에 읽게 되는 책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야구부를 해체하라고 강압하는 직원들, 경쟁 회사와 합병하여 이 참에 주식으로 떼돈 좀 벌어보자고 달려드는 주주들, 자기들 살겠다고 하청업체에 무리한 단기인하를 요구하는대기업 거래처들, 야구부가 해체되면 영락없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마는 야구부원들..

모두 자기 밥그릇 지키자는 싸움얘기인가..라는 생각은 중반부를 지나면서 가슴 한구석이 뜨뜻해지는 감동으로 바뀌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힘내, 조금더 버텨봐..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계약직 직원쯤 쓰다버려도 된다는 인식이 묵인되고 있는 요즘 회사의 주인은 사장도 아니고 주주도 아닌 사원들이라는 그 원초적이고 엄연한 사실 하나를 다시 깨달았을 뿐이데 가슴 먹먹해지는 이 감동은 뭐지..

이케이도 준 작가가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이자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1인자로 불리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는 참 재미있게 책을 쓰는 작가였던 것이다.


 

 

야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는 8대7이다.

플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재미있는 스코어라고 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명만 더 아웃을 잡아내면, 안타 한개만 더 뽑아내면 충분히 역전의 가능성이 있다.

이길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스코어, 한치의 헛점도 여유도 부릴수 없는 가장 아슬아슬한 점수.

숨막히도록 치열한 야구 그라운드와 우리네 인생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라운드 가운데 선 투수는 홀로 적과 싸우는 것처럼 외로워보인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시선으로 내려다 보면 투수를 둘러싸고 수비수들이 포진해있다.

걱정말고 투구해. 뒤에 우리가 있어. 결코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다.


회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사장 혼자만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몇백, 몇천명의 직원들이 있다. 걱정말고 나가세요. 뒤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너무나 인간적이며 아름다운 모습에 울컥하게 되며 이 힘든 시기에 다시 한번 화이팅을 외쳐보게 되는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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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 식객이 뽑은 진짜 맛집 200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
허영만.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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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유년 시절, 엄마가 해주셨던 반찬들은 하나같이 시골스러웠다.

분홍색 쏘세지가 최고의 세련된 반찬으로 점심시간 도시락 반찬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을 때, 나의 반찬통엔 엄마의 멸치 볶음, 계란말이, 나물무침,콩자반, 짱아치 등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우리집이 시골 동네에선 꽤나 잘 살았던지라 돈이 없어서 안 사주신건 아닌것 같고

공장에서 가공되어 나온 음식들은 몸에 좋지 않다는 엄격하신 아버지의 고집때문인걸로 알고 있지만,

어째건 나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토록 맛나다는(?) 분홍색 쏘세지 부침을 먹어보질 못했다.

심퉁에 식사때마다 입에 댓발로 나오곤 했다. 그땐 그랬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이를 한살한살 먹으면서 기름진 음식이나 다른 나라의 낯선 음식보다는

30여년전 엄마가 해주셨던 그 맛을 닮은 음식들이 그냥 좋다.

매끼 엄마가 장을 보고(때론 집앞 텃밭에서 따온) 다듬고 씻고 데치고 썰고 무쳐서

만들어 주셨던 그 음식들이 미치도록 그리워질때가 있다.


그래서였을까..식객 허영만 선생의 백반기행을 봤을때, 앗 소리가 나왔다.

집밥 같은 백반!! 우리 엄마가 만들어준듯한 그 맛을 찾아 떠나는 맛집 기행이라니

이 얼마나 설레고 멋진 일인가..


초딩 입맛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초딩에게는 초딩에게 맞는 입맛이 있고

중년에게는 중년에게 맞는 입맛이라는게 있다.

나 같이 입맛이 촌스럽고, 역류성 식도염과 동거동락중인 중년의 여인네에게는

화려하고 거창한 음식보다 맛있고, 소화 잘되는 순박한 음식이 최고다.

그래서 단언컨데 중년을 훨씬 넘어 70대의 저자가 소개해준 맛집들은

최소한 중년 언저리의 나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취향이 비슷하여 꽤나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책에서 맛집 소개는 지역별로 나누어져 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7지역으로 나누어 지역의 맛집까지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인상 깊은 맛이 있거나 기억에 남는 곳은 따로 일러스트와 함께 코멘트를 달아놓았다. 완벽한 맛집 일기다.

 

종로 맛집으로 알려진 탑골 공원 뒷편의 유진 식당은 익히 다녀보던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냄비, 들통을 들고 가서 줄서서 사온다는 망원동 뼈해장국 집 또한

쉬는날이면 달려가는 곳이다.

책 속에 소개된 맛집 중엔 이미 내가 단골로 다니는 곳도 있어서 

최소한 (이미 먹어본) 내가 맛을 보장할 수가 있다.

단골로 다니고 있는 식당이 책에 소개되어져 있으면 유치하게도 세상 뿌듯해진다.

이로써 소개되어진 나머지 맛집들에 대한 신뢰도가 수직 상승한다.


사진 몇장과 가게 이름과 주소, 영업 시간, 주메뉴등만 간단히 소개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음식 가격은 나와 있지 않다.

하긴 맛집 블로그를 보고 찾아 갔는데 알고보니 몇년전 포스팅한 글이여서

가격이 꽤나 올라 오히려 기분이 언짢았던 경험이 있는지라 가격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포탈사이트에서 찾으면 될테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 99%나 되는 맛집 가이드 북은 나를 설레게 한다.

이렇게나 다양한 곳을 하나씩 찾아가서 맛볼 수 있다면 지리멸렬한 일상의 이벤트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확행의 정점이 될듯 싶다.

내 머리가 슈퍼컴퓨터가 아닌 이상 이 많은 가게들을 일일히 기억하지 못할테니

가능한 이 책은 차 안에 적당한 자리에 항시 비치를 해두어야겠다.

그리고 드라이브 하다가, 업무상 이동하다가 낯선 곳에서 뭘 먹을까 고민할때

슬쩍 꺼내서 팔랑거리며 찾아보면 좋겠다.

 

또한 점심 시간만 되면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은 천만 직장인들의 골치거리 해결에도 도움이 될것이다.

책장을 넘겨 이동 가능한 곳의 숨겨진 맛집을 찾는 재미 또한 꽤나 솔솔찮을듯 하다.



맛집을 소개한 책이나 블로그들은 넘쳐난다.

나조차도 먹어보고 맛있는 가게의 소개를 가끔 블로그에 올리곤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sns는 리얼 후기보다는 상업적인 목적의 가게 홍보글이

교모하게 아닌척하며 검색 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아서

블로그만 믿고 갔다가 실망을 잔뜩하고 오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해준 맛집들이 저자의 호평과는 다르게 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여지진 않았을테니 실패률도 현저히 떨어질것이다.

약간의 용기와 부지런함만 갖춘다면 훨씬 풍족하고 재미진 인생을 맛볼 수 있을것이다.


여담이지만 고향인 마산에도 몇군데 맛집이 소개되어 있길래

고향 친구들과 함께하는 단체 채팅방에 올렸더니

나는 이미 가봤다는둥, 다음에 다같이 가자는둥, 회사 근처니까 동료들과 한번 가봐야겠다는둥..

조용하던 단체 방에 잠깐이지만 활력이 넘쳤다.


음식이란 그런건가 보다.

함께 먹고 나눔으로써 사람과의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고, 친근해질 수 있는 매개체!

이왕이면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입과 눈과 코로 음식을 느끼며 추억을 만들어 가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꽤나 소중한 책이 될듯하다.

보석을 캐듯 이 책을 손에 들고 백반 순례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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