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후나토미가의 참극 ㅣ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10
아오이 유 지음, 이현진 옮김 / 이상미디어 / 2020년 7월
평점 :

개인적으로 1,000피스 퍼즐 맞추기를 즐겨한다.
TV프로그램중에는 퀴즈프로그램에 꽤나 열광한다.
(정답률이 40%도 안되지만)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문제 풀기에 열중하며
일희일비하곤 한다.
책중에서는 추리 소설도 즐겨 읽는다. 퍼즐을 맞추듯 문제들 풀듯 사건에 한발자욱씩
접근해가는 그 방법이 참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퀴즈 프로그램처럼 범인을 맞추는 정답률은 사실 반도 못된다.
서점에 들리면 추리 소설들을 많이 들춰본다.그리고 서점가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의 추리 소설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곤 한다.
기괴하면서도 은밀하고 지능적인 추리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일본식 추리소설은 시대를 거쳐오면서 범죄는 더욱 기괴해지고 수법은 더욱 치밀해진것 같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추리보다는 과학적인 수사에 근거하여 범인을 잡는 CSI의 활약에 열광하기도 하지만 퍼즐을 맞추듯 다각적인 시선으로 접근하여 사건을 풀어내는 아날로그적인 추리소설은 여전히 독자들이 입맛을 쩍쩍 다시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일본의 독자는 왜 이렇게 추리소설에 열광하는 것이며 언제부터 추리소설의 대국이
되었는지 그 계보를 알아보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 일것이다.
'아오이 유'의 '후나토미가의 참극'은 제목에서부터 고전미를 풀풀 풍기고 있다.
마치 에드가 엘렌 포우 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OO의 저주, OO의 몰락 같은 아주 오래되고 낡고, 음침하고, 피 냄새가 나는 듯해서 제목에서부터 끌렸다.
추리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3요소로 누가?, 어떻게?, 왜?..이 세가지를 꼽는다.
후나토미가의 참극은 이 세가지 요소를 아주 제대로 잘 섞어 놓은 추리소설이다.
이 소설이 84년 전인 1936년 춘추사의 신작 장편 탐정 소설 부분에서 1등을 작품인것을 알고는 살짝 당황했다. 비슷한 시기에 저술되어진 한국의 문학 작품을 보더라도 도대체 뭔 소리인지 모를 정도로 옛날 말투인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전혀 그러한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젊은 독자들에 맞춰 현대의 어법과 표현으로 바꾸는 등 가독성을 높이고자 했던 출판사의
노력도 더해져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고 생각한다.

미후네 산 중턱에 있는 여관에서 후나토미 류타로의 아내 유미코의 시체가 발견된다.
남편 류타로도 살해된 것 같은데,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후나토미가의 딸 유키토의 약혼자인 다키자와 쓰네오를 체포하고
변호사의 의로를 받은 탐정 난바 기이치로는 사라하마로 가서 조사를 시작한다.
늘 그렇지만 범인과 경찰(이 소설에서는 탐정)의 두뇌 싸움은 볼만하다.
하지만 추리 소설에서는 항상 범인이 경찰보다 한수 위에 있다.
번번히 한발 앞서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을 쫓는 탐정 난바와 그의 조력자인 비밀 탐정의
등장과 함께 진척 없던 수사는 시원시원한 전개를 맞으며 추리소설의 모양새를
갖춰가며 독자를 한층 들뜨게 한다.
소설의 전반부가 조용한 영국 신사 같은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좀 뜨겁고 화통한 이탈리아 남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과 소설속에서 꽤 중요한 단서가 되는 지명과 기차 노선도가 낯설어 초반 몰임에 조금 힘들었고 편지와 같은 인용글들의 글씨체가 적어 읽기에 다소 불편했지만 (노안이라)아이오 유의 필력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어 갔다고 생각한다.
아이오 유 작가의 원래 직업이 전기 기사라는 점과 집필 활동 기간이 총 6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은 아마츄어 작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나토미가의 참극'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후나토미가의 참극'은 일본에서 현대 추리소설의 원형으로 평가 받고 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성경과도 같은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