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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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열 가제본-

최근에 미스테리 소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에 짜릿함을 느낀 이후로

눈길이 자주 가는 쟝르가 되었다.


작열이라는 책은 그 책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여름이 배경이며 그 보다 더 뜨거운 주인공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시절 부모님을 차례로 잃은 사키코는 행복보다 불행을 먼저 알아버린 소녀로 자랐다. 

마음 둘곳이 없었는 그녀는 어딘가 자신을  닮은듯한 다다토키에게 마음을 두게 되고 

둘은 결혼을 한다. 

세상 의지할 곳은 오로지 둘 밖에 없었던 시절, 제약회사를 다니면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던 

사키코에게 다시 한번 큰 불행이 닥치게 된다.


남편의 추락사, 정황상 타살이 의심이 되고 용의자로 붙잡힌 히데오는 살고 있는 지역에서 

명성이 꽤나 높은 의사이다. 그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는 수 많은 환자들의 탄원서가 밀려들었고

메스컴을 통한 언론은 그가 살인자 일리 없다는 쪽으로 굳혀졌고 결국 사키코에게는 

석연찮은 점 투성이지만 히데오는 혐의 없음..으로 방면된다.


죽은 그녀의 남편 다다토키는 사기범으로 몰렸고 살해를 당했지만 

용의자인 의사는 오히려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 속에 무죄 방면 되어 잘 먹고 잘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사키코의 마음속에 지옥불 같은 불길이 활활 타고 있었을 것이다.


복수를 위해 성형을 하고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결혼을 하고 

그에게서 살인의 증거를 찾는다는 내용이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세상은 요지경이라서 이만한 일이 없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스테리 소설은 어느때는 로맨스 소설이 되어 가슴을 설레게 만들다가

 가족 드라마 되어 포근하고 따뜻함 가득하다가  

또 어느 순간에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긴장감을 주는 등 ..

시간이 변화하고 주인공들의 심리가 드러나면서 모양새를 바꾸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복수가 사랑이 되고, 연민이 공포가 되는 포인트가 잘 그려져 있었고

여성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서 미스테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로맨스 소설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비교적 달달한 요소들이 많았다.


나에게 '아키요시 리카코'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비교적 담백한 문체로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또 다른 작품으로 아키요시 리카코의 작품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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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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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끝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영어 Love의 뜻을 몰랐던 개화기때 양반댁 아가씨가 묻는다.

"Love가 무엇이오?"

그 뜻을 몰랐던 그녀는 

"Love가 생각보다 쉽소. 시작이 반이라 그런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의 뜻을 알고 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Love가 쉬운지 알았는데 꽤 어렵구려, 여러모로" 


어쩜 이 대사가 사랑을 대변하는 딱 3마디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란 깊어질수록 점점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자주 보는 티비 프로그램중에 사랑으로 고민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나이에 무슨 연애프로그램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다보면 말그대로 남의 연애사에

참견하고 싶어지는 오지랍퍼가 되어 티비에다 혼자말을 쏟아대며 헤어져라,마라 하면서

흥분하며 보곤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대표 연애 프로그램인 <연애의 참견>의 작가인 고민정님의 에세이다.

과연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매주 경악과 분노와 흥분을 자아내는 '남들의 연애사'를 

3년이나 지켜보았던 작가에게'Love가 무엇이오?'라고 묻고 싶어진다.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나거나 고개를 가로 젖고 싶어질듯 하지만

고민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배움도 연습도 없이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부딪쳐볼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나누며 위한한다.

누구도 가르쳐주는 이 없기에.


그래도 나는 

그럼에도 당신에게

사랑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상대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아프고 쓰라리지만

상처받아 도통 아물지 않지만 다시 상처받고 아플까봐 두렵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한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자양분없이는 잘 자랄수 없는 존재니까..


지금 사랑을 시작하여 세상이 알록달록한 연인들에게도

막 사랑이 끝나서 세상이 무채색으로 우중충한 연인들에게도

공감과 위안이 되는 책일거라고 생각이든다.


구구절절 긴 문장이 아닌 짧고 간결한 문체는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가지는 법이다.

작가의 잘 다듬어진 단어들이 내 뿜는 힘은 파워풀하여 책장을 넘길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사랑을 속삭이던 나의 말들은

불평과 불만으로 변했고

변치 않음을 맹세하던 너의 말들은

짜증과 한숨으로 바뀌었다.

- 이별을 배운적이 없어서 中 -



끝난 관계지만 한때는 사랑했던 이를

사랑했던 방식대로 감싸고 드는 나를 발견하거나

이별의 책임을 모질었던 상대에게 돌리고 난 날엔

그런 사람을 선택한 나 자신과

이 관계를 지키고자 들었던 내 시간과 노력과 갈래갈래 마음이

끝없이 하찮아져, 서러웠다.

- 왜 헤어졌어? 中-







이 책은 책 속의 글귀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도 서정적이고 감동적이다.

글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 하다

정지버턴이 누른 장면이 그대로 마음속에 들어와 박히는 느낌이다.

퇴근길 어둑해진 서울의 하늘을 전철에서 바라 보는 모습은 나의 퇴근길이 

연상되어 한참을 들여다 보게 했다.

일러스트는 박지영 작가님의 작품이다.


나도 지금껏 사랑이라는 걸 해봤고, 가슴 아프고 시린 경험도 해봤기에

남의 연애사에 참견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지 알고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겐 남의 조언같은건 귓등으로도 안 들어올테니..

그러니 자기 방식대로 처절하게 부딪히며 사랑을 몸소 배워가야 한다.

깨치고 상처 입더라도 다시 사랑이란 녀석이 톡톡 어깨를 두드리면

외면하지 말고 되돌아볼 것..

그리고 다시 아름답게 빛나기를.. 

이것이 남의 연애사에 참견하고픈 선배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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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최성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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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고학력 여성이 인생의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때

그녀의 학벌과 경력은 이력서를 써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그녀가 택한 일은 청소노동자.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결국 이력서의 학력을 고졸로 고쳐쓰고 1년만 청소노동자로 일을

하기로 맘먹었다는 내용을 보는 순간, 어쩜 이건 내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50을 넘겼고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해오던 일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자의반 타의반 이직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학력보다 경력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나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결국 학력이 나이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왔고 업계에서 일을 한지 곧 20여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 나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하기에는 학력과 경력이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던터였기에 작가의 에세이를 동질감과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읽게 되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연극영화과로 대학원을 마쳤고

희곡도 쓰고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고 음악이나 무대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라이브도 했던 저자는 소위 말하는 팔방미녀였다.

어려서부터 다재다능했고 분명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을텐데,

딱히 쓸 데가 없고 팔자만 세게 만든다는 허다한 재주와 상관없이

이 치열한 세상 한 귀퉁이를 담당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다는 저자는

하고 많은 일 중에서 청소일을 시작했다.

왜 하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예술하는 사람으로 유희의 무용성에 대한 원죄 의식에 시달리며 돈보다는 명예와

하고 싶은 일에 중점을 두고 살아왔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설픈 예술이 아닌

생계활동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방대학 시간 강사보다 미화원의 수익이

5배를 넘으니 '생계활동'을 위해서 청소일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며

비교적 담백하게 그 일을 시작한 경위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청소를 직업으로 삼고 딱 일년만 해보자며

파견직으로 집 근처 아트센터에서 청소를 시작하였고,

가끔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짐짓 고민도 했었다는 부분에서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내가 만약 그런 입장이었다면 분명 등골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괜스레 내 인생의 제2막이 화려하긴커녕 너저분해진듯하여 우울감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선뜻 청소일을 시작한 저자가 참으로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입은 옷이나 뺏지등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

누가 알려준것도 아니지만 직업의 순위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는 상대가 나보다

못한 연수입을 번다고 생각하면 갑질을 시전하는 아주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청소를 하는 미화원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것뿐이다.

못배워서 기술이 없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직업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일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

한가지의 직업군으로서 그들의 바라보아햐 할것이며 우리가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주시니 고마워해야 할것이다.


일의 본질과 속성과 과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다.

노동자는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으며,

노동자야말로 일을 잘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나이 50에 청소일을 시작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섣불리 말할수 없을 정도로 각각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것이다. 직업은 직업으로서 대해주면 될것이고 청소일을 한다고해서

그들의 인격까지 평가절하해서는 안될것이다.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자신에게 필요하다 판단하여 남들이 꺼리고, 뽀대나지 않는

청소일을 당당히하는 저자는 어느 면에서 깨어있는 자! 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할수는 있지만 누구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

당당하게 노동을 하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일에 떳떳한 저자의 당당함이

참 멋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행여 내가 현재의 일을 그만두고 이직을 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든 내가 선택한 직업의 신성함을 잊지말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앞으로의 도전에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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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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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다들 역사에 능통할거라 생각하고 각자 관심있어하는 역사의 한 부분을 이야기하곤 한다.

솔직히 이런경우 매우 당황스럽다.

사학전공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역사를 모두 꿰뚫고 있지는 않으니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들의 다자고짜 역사이야기에 대적(?)할려면 지식이 딸리기 마련이다.


​역사란 서술한 사람들의 사관에 따라 다르게 쓰여지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정사와 야사를 구별치 않고 출판 되는 서적들을 읽어보려 한다.어느 한 사관에 정체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에 신병주 교수님의 [왕비로 산다는 것]을 접하면서 다양한 역사의 포인트 중에서 왕비에 초점을 맞춘게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그렇지만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의 초점은 왕권과 귀족세력과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 이권에 따라 남성위주의 역사관이었다.

여성들의 인권과 지위가 보장되지 않았던 과거에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확률은 거의 없었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갖는 방법으로 결혼이라는 수단이 사용되어져 왔으니

세도가에서 왕비를 배출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였지만 그 만큼 위험도 따라는 일이었다.


왕비가 되는 일반적인 방법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그 세자가 차후 왕이 되면

자연스럽게 왕비가 되는 것이었다. 세자빈 간택은 상당히 신중하고 엄중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삼간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삼간택으로 왕비가 된 인물은 조선 27명의 왕의 재위중

단 6명에 불과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어도 무사히 남편이 세자가 왕이 되는 케이스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말일것이다.


화려하고 호사스러울 것만 같은 궁궐의 생활도 사실은 살벌한 암투와 권력 다툼으로 비단방석이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싶다.

계유정난, 단종 폐위와 같이 왕권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로 인해 왕위에 오를 세자가 바뀌기도 하며 세자빈의 자리에서 쫓겨나 생계를 걱정하며 여생을 보내야했던 세자빈도 있었다.

역사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궁궐 꽃들의 전쟁을 보더라도 자신의 후생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후궁들의 암투도 만만찮았고 왕실과 종파간의 알력때문에 장자가 아닌 차남이나 손자가 즉위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세자빈이 되더라도 그녀들의 안위를 보장해 줄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자칫 권력간의 싸움에 휘말려 자신은 물론 친정까지 피바람이 불어닥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왕이 될 세손을 잉태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안정장치였을것이다.

소현세자의 세자빈은 남편이 죽자 세자빈의 자리를 뺏기고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하게 되고,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갇쳐죽게 되자 혜경궁 홍씨 또한 세자빈의 지위를 잃게 된다.

성종의 모친인 인수대비는 남편인 의경세자가 죽자 마찬가지로 세자빈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조선시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왕비가 되고 왕권을 이을 아들을 낳아 무사히 대왕대비가 되는

경우가 극히 적었던 것은 조선 27대 왕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정변의 피바람이 잦았고 세력간 다툼이 끊임 없었던 이유에서 일것이다.

그러함에도 세도가들은 왕비 배출을 위해 노력한 것은 왕실 권력에 접근해보고자 했던 욕심때문이지 않았을까..그 속에 아무것도 모르는 10대의 어린 규수들이 세자빈으로 간택되기 위해 자신의 행복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궁궐로 걸어들어갔을거라 생각이 된다.

어렵게 왕비의 자리에 오른다 해도 그 또한 크게 안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순왕후는 폐비가 된 후 현재의 창신동부근에서 옷감에 물을 들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폐비 신씨와 폐비 유씨도 남편인 연산군과 광해권의 폐위로 남의 생이 고달팠을 것이다.

화물십일홍이라고 했든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영광이 오래가지 못하고

최고의 자리에서 추락하여 생계 걱정을 했다면 그녀들의 삶이 시골 촌부인 아낙네보다 낫다고도 말 못할듯 하다.

여담이지만 현 일본의 천왕인 나루히토가 황태자였을때 황태자빈으로 오와다 마사코를

맞이하자 일본 메스컴에서는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으로 연일 난리를 쳤지만

정작 그 또래의 딸을 가진 부모들은 '내 딸이었다면 결코 결혼시키지 않았을것이다'라며

오히려 마사코를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영광되고 화려해보이는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 자유를 포기해야 하고 엄격한 규율과 규제가

따르는 버겁고 힘든 자리 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일평생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것이

많은 여성들의 희망이지 않았을까.

가문의 영광과 권세를 위해 의도치 않게 왕실로 들어가 권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힘없이 스러져간 그녀들의 순탄지 않았을 삶이 같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시대는 변했어도 여전히 남성권위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여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역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지 왜곡의 오류를 덜 범하게 된다.

왕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실에 근거한 조선 역사는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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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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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

아이는 한쪽 팔을 히코리 나무 몸통에 감고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차가 우두둑 소리를 내며 자갈로 된 진입로 끝까지 들어와 몇 미터 앞에서 멈춰 섰는데도

꼼짝하지 않았다.

​소설의 첫 부분부터 강렬한 임펙트로 다가온 소설이었다.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 9살의 얼사는 그렇게 요정이 버린 아이처럼 조의 앞에 나타난다.


암에 걸린 엄마를 간병하다 자신 또한 엄마와 같은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된 조.

가슴과 난소를 제거하고 항암 치료를 마친 그녀가 다시 박사논문을 위해 대학으로 되돌아 왔을때

그녀를 대하는 남자들의 시선은 전과 달랐고 남자친구 또한 그녀를 떠났다.

그녀의 여성성과 함께 소중했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은 조는

깊은 외로움을 가슴속에 눌러 담고 조류학자를 꿈꾸며 박사 학위 논문을 위해

유리멧새의 부화 성공률에 대한 조사를 위해 숲에서 지내고 있다.

달걀 파는 젊은 남자 게이브는 조의 이웃집격인 농장에서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농장일을 하는 남자다.

어머니의 외도로 태어난 출생의 비밀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게이브는 마음 깊은

곳에 상처를 끌어안고 그를 괴롭히는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얼사는

자신은 외계에서 온 외계인이며 '5개의 기적'을 모두 만나면 자신의 별로 되돌아갈거라는

모를듯한 말만 한다. 꾀죄죄한 차림에 창백한 얼굴,온몸에 나 있는 멍과 상처..

학대받은 집안에서 도망쳐나왔을거라고 조는 생각하고 부모를 찾아주고자 이웃집 게이브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면서 이 세사람의 우정과 사랑이 시작된다.

[숲과 별이 만날 때] 라는 제목처럼 신비롭고 슬프지만 아름다운 소설이다.


숲속에서 하루 왠종일 유리멧새를 관찰하는 육체가 망가진 조.

숲속에서 누나의 경멸을 견디며 어머니의 간병을 하는 가족에게 갇혀버린 마음이 망가져버린 게이브.

그리고 바람개비 은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몸과 마음이 망가져버린 얼사.

숲이었던 조와 게이브.. 별에서 온 얼사..


마음의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상처를 알아본다.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보듬어주며 가족이 아닌 타인으로부터 진심어린 위로를 받는다.

[숲과 별이 만날 때]는 환타지로 시작하였지만 읽을수록 진하디 진한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의지할데 없던 이들이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마음의 빗장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의 가슴 따뜻한 포근함과 설렘을 함께 느꼈다.

가족보다 더 따뜻한 타인들이 만나 새로운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은

지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동임에 틀림없다.

여성으로써 가슴 제거 수술을 하고 난소마저 들어내는 대 수술을 한 조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게이브.



엄마의 불륜으로 태어난 사생아라 생각하며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게이브를

사랑하는 조.


마약을 사기 위해 몸을 팔야했던 엄마가 살해되는 장면을 지켜봐야했던 얼사의

망가진 영혼을 치유해주기 위해 필사적인 조와 게이브.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과 꿈이 되어 주는 이들의 이야기는 깊은 밤 숲속에서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웠다. 탄탄한 구성력과 독자의 마음을 빼앗을 정도의

흡인력을 가진 소설이 '글렌디 밴더라'라고 하는 신인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도 놀라웠다.

이 놀라운 신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며 응원하고 싶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마음 한켠에 서늘함이 느껴지며 따뜻한 커피 한잔이 생각날때

그 곁에 놓여 있으면 완벽한 가을날을 만드는 세트가 될것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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