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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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다들 역사에 능통할거라 생각하고 각자 관심있어하는 역사의 한 부분을 이야기하곤 한다.

솔직히 이런경우 매우 당황스럽다.

사학전공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역사를 모두 꿰뚫고 있지는 않으니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들의 다자고짜 역사이야기에 대적(?)할려면 지식이 딸리기 마련이다.


​역사란 서술한 사람들의 사관에 따라 다르게 쓰여지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된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정사와 야사를 구별치 않고 출판 되는 서적들을 읽어보려 한다.어느 한 사관에 정체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에 신병주 교수님의 [왕비로 산다는 것]을 접하면서 다양한 역사의 포인트 중에서 왕비에 초점을 맞춘게 신선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그렇지만 동서를 막론하고 역사의 초점은 왕권과 귀족세력과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 이권에 따라 남성위주의 역사관이었다.

여성들의 인권과 지위가 보장되지 않았던 과거에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확률은 거의 없었다.

더 강력한 권력을 갖는 방법으로 결혼이라는 수단이 사용되어져 왔으니

세도가에서 왕비를 배출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기도 하였지만 그 만큼 위험도 따라는 일이었다.


왕비가 되는 일반적인 방법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그 세자가 차후 왕이 되면

자연스럽게 왕비가 되는 것이었다. 세자빈 간택은 상당히 신중하고 엄중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삼간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삼간택으로 왕비가 된 인물은 조선 27명의 왕의 재위중

단 6명에 불과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서 세자빈으로 간택이 되어도 무사히 남편이 세자가 왕이 되는 케이스가 결코 쉽지 않았다는 말일것이다.


화려하고 호사스러울 것만 같은 궁궐의 생활도 사실은 살벌한 암투와 권력 다툼으로 비단방석이 가시방석이나 다름없지 않았을까 싶다.

계유정난, 단종 폐위와 같이 왕권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로 인해 왕위에 오를 세자가 바뀌기도 하며 세자빈의 자리에서 쫓겨나 생계를 걱정하며 여생을 보내야했던 세자빈도 있었다.

역사 드라마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궁궐 꽃들의 전쟁을 보더라도 자신의 후생을 왕위에 올리기 위해 후궁들의 암투도 만만찮았고 왕실과 종파간의 알력때문에 장자가 아닌 차남이나 손자가 즉위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세자빈이 되더라도 그녀들의 안위를 보장해 줄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자칫 권력간의 싸움에 휘말려 자신은 물론 친정까지 피바람이 불어닥치는 경우도

적지 않았으니 왕이 될 세손을 잉태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그녀들이 할 수 있는 안정장치였을것이다.

소현세자의 세자빈은 남편이 죽자 세자빈의 자리를 뺏기고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하게 되고,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갇쳐죽게 되자 혜경궁 홍씨 또한 세자빈의 지위를 잃게 된다.

성종의 모친인 인수대비는 남편인 의경세자가 죽자 마찬가지로 세자빈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조선시대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왕비가 되고 왕권을 이을 아들을 낳아 무사히 대왕대비가 되는

경우가 극히 적었던 것은 조선 27대 왕위 동안 수많은 사건과 정변의 피바람이 잦았고 세력간 다툼이 끊임 없었던 이유에서 일것이다.

그러함에도 세도가들은 왕비 배출을 위해 노력한 것은 왕실 권력에 접근해보고자 했던 욕심때문이지 않았을까..그 속에 아무것도 모르는 10대의 어린 규수들이 세자빈으로 간택되기 위해 자신의 행복보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궁궐로 걸어들어갔을거라 생각이 된다.

어렵게 왕비의 자리에 오른다 해도 그 또한 크게 안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순왕후는 폐비가 된 후 현재의 창신동부근에서 옷감에 물을 들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고

폐비 신씨와 폐비 유씨도 남편인 연산군과 광해권의 폐위로 남의 생이 고달팠을 것이다.

화물십일홍이라고 했든가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 영광이 오래가지 못하고

최고의 자리에서 추락하여 생계 걱정을 했다면 그녀들의 삶이 시골 촌부인 아낙네보다 낫다고도 말 못할듯 하다.

여담이지만 현 일본의 천왕인 나루히토가 황태자였을때 황태자빈으로 오와다 마사코를

맞이하자 일본 메스컴에서는 새로운 신데렐라 탄생으로 연일 난리를 쳤지만

정작 그 또래의 딸을 가진 부모들은 '내 딸이었다면 결코 결혼시키지 않았을것이다'라며

오히려 마사코를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영광되고 화려해보이는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 자유를 포기해야 하고 엄격한 규율과 규제가

따르는 버겁고 힘든 자리 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일평생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행복하고 자유롭게 사는것이

많은 여성들의 희망이지 않았을까.

가문의 영광과 권세를 위해 의도치 않게 왕실로 들어가 권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힘없이 스러져간 그녀들의 순탄지 않았을 삶이 같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시대는 변했어도 여전히 남성권위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오늘의 여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일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해석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역사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지 왜곡의 오류를 덜 범하게 된다.

왕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실에 근거한 조선 역사는 또 다른 재미와 흥미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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