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최성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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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고학력 여성이 인생의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할때

그녀의 학벌과 경력은 이력서를 써는데 어떤 도움도 되지 않았다.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그녀가 택한 일은 청소노동자.

대학원까지 나왔지만 결국 이력서의 학력을 고졸로 고쳐쓰고 1년만 청소노동자로 일을

하기로 맘먹었다는 내용을 보는 순간, 어쩜 이건 내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50을 넘겼고 코로나로 인해 그동안 해오던 일이 바닥을 치고 있는 요즘

자의반 타의반 이직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일을 하는데 있어서 학력보다 경력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나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결국 학력이 나이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왔고 업계에서 일을 한지 곧 20여년이 되어가고 있지만

이 나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재취업을 하기에는 학력과 경력이 별로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던터였기에 작가의 에세이를 동질감과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읽게 되었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연극영화과로 대학원을 마쳤고

희곡도 쓰고 연기도 하고 연출도 하고 음악이나 무대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라이브도 했던 저자는 소위 말하는 팔방미녀였다.

어려서부터 다재다능했고 분명 똑똑하다는 소리도 들었을텐데,

딱히 쓸 데가 없고 팔자만 세게 만든다는 허다한 재주와 상관없이

이 치열한 세상 한 귀퉁이를 담당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었다는 저자는

하고 많은 일 중에서 청소일을 시작했다.

왜 하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예술하는 사람으로 유희의 무용성에 대한 원죄 의식에 시달리며 돈보다는 명예와

하고 싶은 일에 중점을 두고 살아왔지만 생계를 위해서는 어설픈 예술이 아닌

생계활동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방대학 시간 강사보다 미화원의 수익이

5배를 넘으니 '생계활동'을 위해서 청소일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며

비교적 담백하게 그 일을 시작한 경위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청소를 직업으로 삼고 딱 일년만 해보자며

파견직으로 집 근처 아트센터에서 청소를 시작하였고,

가끔 혹시나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하나

짐짓 고민도 했었다는 부분에서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내가 만약 그런 입장이었다면 분명 등골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괜스레 내 인생의 제2막이 화려하긴커녕 너저분해진듯하여 우울감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선뜻 청소일을 시작한 저자가 참으로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상대방이 입은 옷이나 뺏지등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한다.

누가 알려준것도 아니지만 직업의 순위를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는 상대가 나보다

못한 연수입을 번다고 생각하면 갑질을 시전하는 아주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청소를 하는 미화원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것뿐이다.

못배워서 기술이 없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직업이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일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

한가지의 직업군으로서 그들의 바라보아햐 할것이며 우리가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해주시니 고마워해야 할것이다.


일의 본질과 속성과 과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다.

노동자는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으며,

노동자야말로 일을 잘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나이 50에 청소일을 시작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섣불리 말할수 없을 정도로 각각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것이다. 직업은 직업으로서 대해주면 될것이고 청소일을 한다고해서

그들의 인격까지 평가절하해서는 안될것이다.


세상의 편견을 넘어 자신에게 필요하다 판단하여 남들이 꺼리고, 뽀대나지 않는

청소일을 당당히하는 저자는 어느 면에서 깨어있는 자! 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할수는 있지만 누구나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일.

당당하게 노동을 하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일에 떳떳한 저자의 당당함이

참 멋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행여 내가 현재의 일을 그만두고 이직을 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든 내가 선택한 직업의 신성함을 잊지말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녀의 앞으로의 도전에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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