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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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끝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가 떠오른다.

영어 Love의 뜻을 몰랐던 개화기때 양반댁 아가씨가 묻는다.

"Love가 무엇이오?"

그 뜻을 몰랐던 그녀는 

"Love가 생각보다 쉽소. 시작이 반이라 그런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의 뜻을 알고 나서는 이렇게 말한다.

"Love가 쉬운지 알았는데 꽤 어렵구려, 여러모로" 


어쩜 이 대사가 사랑을 대변하는 딱 3마디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란 깊어질수록 점점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자주 보는 티비 프로그램중에 사랑으로 고민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연애의 참견>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나이에 무슨 연애프로그램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보다보면 말그대로 남의 연애사에

참견하고 싶어지는 오지랍퍼가 되어 티비에다 혼자말을 쏟아대며 헤어져라,마라 하면서

흥분하며 보곤한다.


이 책은 대한민국 대표 연애 프로그램인 <연애의 참견>의 작가인 고민정님의 에세이다.

과연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매주 경악과 분노와 흥분을 자아내는 '남들의 연애사'를 

3년이나 지켜보았던 작가에게'Love가 무엇이오?'라고 묻고 싶어진다.

사랑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나거나 고개를 가로 젖고 싶어질듯 하지만

고민정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배움도 연습도 없이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부딪쳐볼밖에 없고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이렇게 나누며 위한한다.

누구도 가르쳐주는 이 없기에.


그래도 나는 

그럼에도 당신에게

사랑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상대에게 실망하고 배신당하고 아프고 쓰라리지만

상처받아 도통 아물지 않지만 다시 상처받고 아플까봐 두렵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한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자양분없이는 잘 자랄수 없는 존재니까..


지금 사랑을 시작하여 세상이 알록달록한 연인들에게도

막 사랑이 끝나서 세상이 무채색으로 우중충한 연인들에게도

공감과 위안이 되는 책일거라고 생각이든다.


구구절절 긴 문장이 아닌 짧고 간결한 문체는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가지는 법이다.

작가의 잘 다듬어진 단어들이 내 뿜는 힘은 파워풀하여 책장을 넘길때마다 감탄사가 나온다.


사랑을 속삭이던 나의 말들은

불평과 불만으로 변했고

변치 않음을 맹세하던 너의 말들은

짜증과 한숨으로 바뀌었다.

- 이별을 배운적이 없어서 中 -



끝난 관계지만 한때는 사랑했던 이를

사랑했던 방식대로 감싸고 드는 나를 발견하거나

이별의 책임을 모질었던 상대에게 돌리고 난 날엔

그런 사람을 선택한 나 자신과

이 관계를 지키고자 들었던 내 시간과 노력과 갈래갈래 마음이

끝없이 하찮아져, 서러웠다.

- 왜 헤어졌어? 中-







이 책은 책 속의 글귀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도 서정적이고 감동적이다.

글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영화의 한장면을 보는듯 하다

정지버턴이 누른 장면이 그대로 마음속에 들어와 박히는 느낌이다.

퇴근길 어둑해진 서울의 하늘을 전철에서 바라 보는 모습은 나의 퇴근길이 

연상되어 한참을 들여다 보게 했다.

일러스트는 박지영 작가님의 작품이다.


나도 지금껏 사랑이라는 걸 해봤고, 가슴 아프고 시린 경험도 해봤기에

남의 연애사에 참견을 한다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지 알고 있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겐 남의 조언같은건 귓등으로도 안 들어올테니..

그러니 자기 방식대로 처절하게 부딪히며 사랑을 몸소 배워가야 한다.

깨치고 상처 입더라도 다시 사랑이란 녀석이 톡톡 어깨를 두드리면

외면하지 말고 되돌아볼 것..

그리고 다시 아름답게 빛나기를.. 

이것이 남의 연애사에 참견하고픈 선배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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