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레베카
케이트 더글러스 위긴 지음, 유기훈 그림, 박상은 옮김 / &(앤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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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꽤나 어렸을때 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빨간 머리 앤'이 여자아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며 방영이 되었다. 본방을 사수하기 힘들어 보다말다 했지만 내 기억속의 앤은 똘망똘망하고 야무지가 당찬 아이였다.

몽고메리 소설인 [빨간 머리 앤]과 아주 많이 닮은 [나의 친구 레베카]는

앤보다 5년이나 먼저 출판 되어져 나온 책이다.


미국의 아동문학 작가인 케이트 더글러스 위긴이 1903년에 쓴 작품이다.

100년이라는 시간의 다리를 건너 가난하지만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당차고 똘망한

어린 소녀를 만나는 즐거움에 푹빠져 책을 읽게 되었다.

100년전 미국은 어떤 곳이었을까..

1900년대의 조선이 그랬던 그 당시 미국의 시골도 물자가 부족했고 아이들은 줄줄이 있고, 고된 농장일은 끝이 없이 고되었다.

아이들을 돌보고 먹이고 입히고 교육하는 일은 고단하기만 했을 것이다.


레베카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혼자서 황량한 농장을 운영해야만 했다.

저당금의 이자를 갚기 위해 늘 허덕여야만 했고, 7명의 아이들을 다 건사하기가 버거워, 이모네로 레베카를 보내게 된다.


독신으로 평생을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아온 미란다와 제인 이모는 자신들의 여동생이 결혼하여 남편도 잃고 지지리 궁상으로 사는게 속상했다.

적적하기도 하고 여동생의 짐이라도 좀 덜어주고자 아이 한명을 데려와 집안일도 가르치고 교육도 시킬 요량으로 제일 여성스럽고 믿음이 가는 큰 조카 한나를 원했지만, 아직 어린 동생들이 줄줄이 있어 한나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엄마는 둘째인 어린 레베카를 이모네 댁으로 보내게 되었다.

천성이 밝고 순진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어린 레베카는 어디를 가도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맑은 에너지를 가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런 레베카를 제인 이모는 사랑으로 대하지만 언제나 엄격하기만 한 미란다 이모는 레베카의 숙녀답지 못한 모든 행동에 일일이 지적하고 야단을 친다.

​오죽하면 밝기만한 초강력 긍정에너지의 소유자 레베카가 늦은 저녁에 이모네집을 몰래 나와 엄마에게 되돌아가고자 이웃집 콥 아저씨네로 울면서 갔을까..쯧!


지금의 미국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100년전의 미국은 보수적이고 체면을 중시하고 여성들에게 많은 규율과 절제를 요구했던 시절이었으니 요조숙녀가 되기를 바라는 미란다 이모의 눈에는 레베카는 천방지축에다 조심성 없는 선머슴같이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베카는 학교에서도 공부를 꽤 열심히 하였고, 단짝친구인 엠마가 있어

학교생활도 꽤나 즐겁다.

교우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모범생이며 다른 아이들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친구를 돕겠다며 이웃동네로 비누도 팔러가는 오지랖을 보이기만 이곳에서 레베카는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인 에덤을 만나게 된다.

부유하고 젠틀하지만 독신으로 사는 에덤은 어린 레베카의 순수함에 반하게 되고

그녀를 위해 기꺼이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레베카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학교로 진학을 하면서 레베카는 시를 쓰고 글을 쓰며 자신을 미래를 꿈꾸는 아름다운 소녀로 성장을 해간다.

대단한 반전도 클라이막스도 없고 그녀를 괴롭히는 악역도 없지만

나는 기꺼이 레베카의 '동네 아줌마3'이 되어 그녀를 응원하고 사랑스러운 그 아이가 바르게 커가는 모습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세상 무뚝뚝한 미란다 이모가 세상을 떠나며 살던 집을 레베카에게 유산으로 남겼을때 마음이 울컥했다. 에덤이 레베카를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때는 괜히 마음이 두근거리며 나이차가 좀 심하게 많이 나더라도 둘이 좀 잘되었음 좋겠다고 중매쟁이처럼 안달하기도 했다.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거나 원하는 좋은 직업을 가져서 보잘것 없던 시골 소녀에서 스스로 성공한 여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보기도 했다.

​마치 내 아이를 바라보듯..

그랬다.

만약 이 소설을 나의 어릴적, 빨간 머리 앤을 만났을때쯤 읽었더라면

'동네 아줌마3'이 아니라 '레베카 급우2'쯤이 되어 레베카와 함께 손잡고 뛰어다니며 어린이의 시선으로 읽었을 것이다. 이제 그만한 막내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되어

만난 검은 아름다운 눈동자에 검은 머리를 양갈래로 곱게 땋은

작은 참새 같은 아이를 가슴에 품을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게 묘한 감정의 일렁임을 느꼈다.

100년의 시간을 지나 이제서야 나에게 온 이 책을 읽는 동안 먼지날리는 울퉁불퉁한 길을 역마차를 타고 달리기도 했고, 울창한 나무로 우거진 숲속 길을 걷기도 했고, 소박하고 마음 착한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해 했다.

고전이 주는 매력을 오랫만에 푹 느껴봤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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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10주기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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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박완서 선생님의 책에 제대로 빠져 허우적 거렸던 작품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었기에 더욱 생생하게 전해져왔었다.

일제시대때 소학교를 다니던 깡총한 단발머리의 어린 소녀에게서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을 느끼며 한동안 가슴 먹먹한 여운을 느꼈던 것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은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나의 어머니도 한국 이름 '금자'대신 '이마코'라는 일본이름으로 불리며

국민학교를 다니셨다고 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가끔 본인의 어린 시절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박완서 선생의 소설속의 이야기는 내가 어머니한테서 들었던 이야기와 너무나 닮아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누워 그 옛날 이야기를 듣는듯 하였다.

그래서 한장 한장 기대와 떨림으로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있다.

그 작품 이후로 나에게 '작가 박완서'는 정말 넘사벽 한국 최고의 작가가 되었다.

나는 뒤늦게나마(돌아가시고 난 후) 박완서 선생의 작품을 애써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분의 책속에서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나올때면 나는 어린 소녀였던

나의 어머니와 조우한듯 하여 심장이 뛰곤했다.

이번에 '세계사'에서 박완서 작가 10주기를 맞아 선생의 작품중에서 베스트 에세이들을 모아

책을 내었다고 했을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나이 마흔의 늦깎이 작가로 등단하여 돌아가시기 전까지 80여편의 단편과 15편의 장편소설,

그리고 660편의 산문을 쓰셨다고 하니 선생의 집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아직 내가 다 읽지 못한 책이 아직도 많으니 곶감 나무에서 곶감빼먹듯 아끼며 살살 읽어봐야겠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이 책에는 총 35편의 산문을 모아 놓았다.

일상에서 느낀 작가의 시점에서 본 소박하고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선생의 글은 간결하고 읽기 쉽지만 고집과 강단이 느껴진다.

치마두른 여장부같다.

 

 

수록된 산문들을 읽으며 때로는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생각이 빠지기도 하고

울컥 목이 메이기도 했다.

이중 내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깔깔거리며 웃었던 작품은 [유쾌한 오해]편이었다.

여담이지만  평소 아침에 즐겨듣는 클래식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데

유명 연기자였던 진행자가 가끔 신간중에서 독자와 함께 하고 싶은 책을 읽어주는 코너가

있는다. 그런데 얼마전에 진행자는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중에서[유쾌한 오해]편을

꽤 시간을 할애하여 낭독했다.


한낮 무더위가 남아있는 전철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내 옆에

뚱뚱한 중년 남자가 매너없이 비집고 들어와 앉는다. 내 치마자락은 그 남자의 엉덩이에

깔리고 반소매 밑에 드러난 땀에 젖은 끈끈한 팔로 양쪽 사람을 밀치듯 앉은 그 남자의

자세가 여간 거북하고 불쾌하지 않았다.

게다가 호랑이 우는 소리처럼 '어흥!!"하고 큰 소리로 하품을 한다.

짜증을 달래볼 심산으로 방금 전철을 탄 젊은 여자를 바라보았다.

맑은 피부에 화려하고 어여쁜 모자를 들고 있는 젊은 여자를 바라보던 그때

내 옆의 그 뚱뚱하고 무신경하고 매너없는 중년의 남자가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든 여자에게 손짓을 했다. 50는 넘어보이는데 20대 젊은 여자한테 추파라도

던지나 싶어 째려보고 있었는데 그 젊은 여자가 얼른 양보받은 자리에 앉더란다.

그때서야 그 여자가 만삭이였고 3살쯤 되어 보이는 딸까지 동행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젊은 만삭의 여자는 어린 딸을 무릎에 앉혔다.

그 뚱뚱한 남자를 공연히 미워하고 오해한게 풀렸다.

다시 한번 쳐다본 그 남자는 듬직하고 근사하게 보였고 그는 매우 만족스러운듯 했다.

그도 그럴듯이 자기 한 몸이 자리를 내줌으로써 세 식구를 앉힐 수 있었으니 흐뭇할 수 밖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람들의 외모와 행동으로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갖는경우가 많다.

번듯한 외모와 화려한 말빨에 세상없는 매력적인 신사로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추악한

성범죄자였던 사실을 알고 경악해했던 적이 있으니 사람을 쉬이 내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할머니와 베보자기]란 글은 내마음을 아릿하게 만들기도했다.


국민학교 6학년때 서울에서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가서 겪은 이야기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개성에서 20리쯤 떨어진 시골에 살고 계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가 개성으로 수학여행을 온다고 하니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싶었던 할머니는 수학여행 당일날 새벽에 떡을 지어 개성역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하지만 개성에서도 20리나 떨어진 두메 시골 촌부인 할머니가 부끄러웠던 나는

제발 할머니가 200여명의 고만고만한 아이들 속에서 나를 찾지 못하길 간절히 바랬다.

그런데 어디선가 "완서야, 완서야"하고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그러나 모질게 마음먹고 할머니의 부름에도

나서지 않았다.

그러자 할머니는 "보꾸엔쇼야, 보꾸엔쇼야"하며 일본어로 부르시는 것이었다.

그것은 할머니가 입에 담으신 최초의 일본말이자 마지막 일본말이었으리라.

그러니 그 발음이 오죽했을까..어린 마음에도 할머니가 부르시는 소리는

목놓아 울고 싶도록 슬프게 들렸다. 나는 슬픔과 미움과 사랑이 뒤죽박죽된 견딜 수 없이

절박한 마음으로 할머니한테로 뛰어갔다.

나는 [할머니와 베보자기]편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사실은 눈물이 찔끔나서 입고 있던 셔츠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내새끼 먹이겠다고 새벽을 떡을 지어 이고지고 왔던 할머니의 정성에 울컥했고,

커다란 보따리에 뻣뻣하게 풀 먹인 당목 치마저리를 입고 계신 할머니의 촌스러움에

동무들에게 챙피해서 땅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었다는 어린 소녀의 마음도 알듯했다.

이제와서 회한이 가슴에 사무친들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30년도 지났다는 나이든

작가의 말도 왠지 유리파편이 되어 내 가슴에 꽂혔다.

이 처럼 35편의 산문들은 어느새 중년이 된 나의 마음과 비슷도 하여

나를 되돌아보게끔 만들었고 가끔 반성하게도 만들다.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작품에서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울컥 하기도 하며

작품에 감정이입하여 울다 웃으며 한편 한편을 보물처럼 읽어갔다.

소박하고 따뜻하지만 거침없는 필체의 작가 박완서는 정말 우리 문단에서 반짝이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특히 나에게는 최고의 작가다.

작고하신지 벌써 10주년..너무 늦게 박완서 선생에게 입문을 하여 아쉽다.

나는 살아생전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두고 가신 작품들을 해마다 곱씹으며

나름대로 나의 최고의 작가를 추모하고자 한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인 관점에서 서술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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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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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자 정애리님은 1980년대 한국의 여배우 트로이카로 미모와 연기력으로 이름을 알린 배우다.

정애리님의 에세이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이라는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꼭 읽고싶다고 느낀건 그녀가 이름이 알려진 인지도 있는 연기자여서가 아니다.

오히려 연기자, 운동선수, 정치가들의 자서전이나 에세이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읽다보면 흔한 자기 자랑과 자기 연민에 빠진 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남들 앞에 내세우기 좋아하고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솔직히 질리도록 많이 봐온 터라 사양하고 싶다.


내가 정애리님의 에세이에 반응을 한 것은 그녀에 대한 나만의 [이미지]때문일 것이다.

월드비젼 홍보대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연탄은행, 생명의 전화등 소외받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 투게더'이사장직을 맡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애쓴다.

그녀가 아프리카의 뜨거운 검은 땅에서 병과 굶주림으로 타들어가는 아이들을 안고

애타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녀가 '한국의 오드리햅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얼굴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구나 싶었다.

나는 이런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시기도 질투도 못느끼고

무조건 KO패다.

 

 

 

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을 읽으며 나는 정애리님이 삶에 대한

애착과 작고 소소한 것을 소중히 여기고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할 줄 아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려한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녀의 생활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소박하고 겸손했다.

김밥 한줄, 지천에 널린 세잎클로버, 눈내린 날 길거리에 놓여있는 조그만 눈사람,

호수에서 자맥질하는 오리들, 바람, 단풍, 나무 한그루, 전봇대, 거리를 딩구는 낙엽..

너무나 흔해빠져 지나치게 되는 그 모든 것들에게 다정한 눈길을 주고

애써운 삶에 대한 격려와 위로와 감사를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책에 남겨놓았다.

나도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그녀만의 사물에 대한 깊은

고찰과 빼곡히 전해지는 애정에 대해 솔직히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물기 가득한 가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시인이구나 싶었고

갱년기에 허덕이며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매말라 가는 나는 그녀가 부러웠다.

 

 

전봇대 연가

전봇대

전봇대를 만나면 고개 들어 인사를 합니다.

사람 사는 어느 곳이든 있으니 자주 위를 올려다보지요.

왠지 어깨가 무거운 가장 같은 전봇대.

가족들 일이라면 몸이 부서져라 희생하는 엄마.

죽어라 공부하고 준비해도 내 일자리 못 찾은 취준생.

윗사람 아랫사람 일에 지친 직장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어

눈알 튀어나오게 힘든

나.

그대.

열심히 이고 지고 버텨내고 있지만

보기 흉하다고까지 합니다.

그러나

전봇대가 있기에

당신의 오늘이

깜깜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전봇대들이여.

당신을 찬양합니다.

그랬다. 길거리 전봇대를 올려다보며 가장의 무게를, 엄마의 고단함을,

취준생의 서글픔을 헤아리고 위로와 격려의 말도 잊지 않고 전하는

그녀의 헤아림에 마음이 찌릿하게 흔들리며 울컥했다.


아...이러한 마음으로 아프리카 오지로 달려가고, 추운날 연탄을 이고 지며 나르고,

헛되이 생을 포기하려는 벼랑끝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었구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없으니

함께 견뎌보자며 따뜻한 말을 건내고 그녀의 진정성 있는 말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보았을까..

이 책을 다 읽을때쯤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이 가졌고 내 주변에 행복이

흐드러지게 널려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을 저당잡히고 발목이 묶였지만 아직 그 무서운 병에

걸리지 않고 나름 건강하니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따뜻한 홍차 한잔에 책을 읽는 소중한 시간을 감사하고,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이 시간도 행복하고.. 돌아보면 감사하고 행복투성이인

삶이라는 걸..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자주 잊고 지내는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여담이지만 딸아이 이름으로 지난 10년간 월드비전에 후원을 해왔다.

월드비전 후원 10주년 기념 증서도 받았다.

딸아이는 10년을 채우고 외국으로 떠나 아직 학업중이다.

아쉽게도 딸아이가 한국을 떠나있는 동안 후원이 끊어졌다.

올해 3월 졸업을 하고 한국으로 무사히 돌아오면 가족들 이름으로 다시 후원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아니 우리나라에도 굶고 지내는 애들이 많은데,

먼나라 아프리카를 .. 그것도 도와줘도 도와줘도 미래가 안보이는 곳에 후원을 해야하니?'

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의 대답은 "우리 나라는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잖아. 저 아이들은 지금 우리가

돕지 않으면 죽을수 밖에 없는거니까.. 커피값, 점심값 정도 아끼면 되잖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에도 같은 질문에 정애리님은 나와 같은 답을 한 내용이 실려있었다.

책의 인세 전액과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는 작은 문구를

발견하고는 역시 정애리!! 라고 생각했다.

참 멋지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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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 - 독일카씨의 식물처방전
독일카씨 김강호 지음 / 길벗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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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엄마는 내가 아는 사람중에 식물을 정말 잘 키우는 분이셨다.

친구네에서 몇톨 얻어온 꽃씨를 뿌리면 화분 가득 꽃들이 피었고, 시장에서 단돈 300원에 사온 이름 모를

덩쿨 식물은 담위의 작은 화단을 다 덮고도 남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다.

누군가 버려놓은 다 죽어 가는 화분을 가져와도 엄마 손을 두어번 타면 잎에서 윤기가 나며

말라비틀어졌던 가지가 탱탱해지며 파릇파릇한 잎이 터지기 시작하는걸 나는 수도없이 봤다.


그래서 식물은 물만 주면 지네들이 알아서 잘 자라는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너무나 큰 착각이었다.

집꾸미기를 가구가 아닌 식물로 하고 싶다는 나의 욕심에 그동안 수없이 사들인 화분들은

길어야 한해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손은 마이너스 손인가..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은 따로 있는걸까..


늘어나는 빈 화분만큼이나 마음의 자괴감이 커져갈 때쯤 

내가 식물에 대한 지식이 빈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을 가고, 차가 아프면 수리센터에 가지만

식물이 아프면 굳이 화분을 들고 전문가를 찾지는 않았으니 아픈 식물들을 치료해주지는 못하고

방치만 해두었다 속절없이 요단강 건너게 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식물들에게 나는 종신형감이나 다름없다.


무지한 나에게 어렵지 않게 식물 키우는 방법을 알려줄 스승님이 필요하겠구나 싶었을때 만난 책이

'식물이 아프면 찾아오세요'라는 책이었다.

1,000만 조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네이버 블로그 1만명 이웃을 보유한 식물 의사!!

독일카씨의 식물 처방전.. 이라는 소개글은 나 같은 생초짜에겐 노벨 화학상을 받은 박사와 같은

레벨급의 고수를 만난 듯하여 눈이 번쩍 뜨였다. 

알짜배기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라 쾌재를 불렀다.

 

이 책에는 35가지의 비교적 낯익은 식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내 손을 떠나갔던 수 많은 종류의 "아이들"을 보니 진적에 공부를 해볼껄 하는 반성이 뭉클뭉클했다.

고무나무(꽤 오래 버티다 얼마전에 작고하셨다), 로즈마리, 산세베리아, 안수리움, 아이비, 제라늄, 스노우사파이어,스킨답서스, 드라세나 도리도, 금전수(현재 좀 시들시들하고 계신다)..등등 내가 키워봤던 식물들이 많아 목차만 봐도 공부 의욕이 돋는다.

 

 

 

식물을 구입하는 방법및 상토,마사토, 동생사, 적옥토, 녹소토, 펄라이트등 각종 흙에 대한 정보, 플라스틱화분, 토분, 도자기 화분, 코코넛화분등 화분에 대한 정보, 내가 제일 못했던 물주기에 대한 정보, 벌레, 비료등에 대한 정보들을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각 식물들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고무나무는 국민 식물로 통할만큼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한다(근데 우리집 고무나무는 왜?ㅠ.ㅠ)

대표적인 공기 청정 식물이고 과습에도 비교적 강한편이며 건조에도 잘 견딘다고 한다.

물 빠짐이 잘 되지 않으면 뿌리가 물러서 상하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잎에 낀 물때나 먼지는 박카스를 묻힌 마른 행주로 닦아내며 좋다고 한다.

(박카스를 좋아하는줄 알았으면 한박스라도 사줬을텐데..)

 

 

 

잔소리가 심한 장모의 혀를 닮았다하여 '장모의 혀'라고도 불린다는 산세베리아..

영상 15~30도가 유지되는 아파트 베란다나 실내에서는 사계절 내내 성장을 한다고 한다.

겨울과 여름에 잠시 휴면을 하기도 하는데 성장세가 둔화되면 과습에 주의를 해야 한다.

성장세가 둔화된것을 물을 안주어서 그런 줄 알고 물을 너무 많이 주었던 것이 나의 불찰이구나 싶었다.

햇볕을 많이 쬐어야 하는 식물이니 밝은 창가에 두어서 자라게 해야 한다.

분갈이 하는 방법도 자세히 나와 있으니 잘 읽고 따라해보면 분갈이 뿐만 아니라 삽목도 성공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그 밖에 가지치기, 번식하기등에 대한 기본적이면서도 꼭 필요한 정보들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실려있다.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자세히 읽고 공부하면 더 이상 죽어나가는 식물들이 없을것 같다.

 

 

 

집집마다 한권씩은 있었다는 백과사전처럼 식물을 키우는데 있어 꼭 필요한 기본 상식들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식물 키우기를 해보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꽤 유용한 지침서가 될듯 한다.

아파트라고 해도 각 집마다 환경적 요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집에 맞는 식물을 우선 선택하고

물주기에 게으른 사람이라면 건조해도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을 선택하여

한두개를 키워도 끝까지 잘 키울 수 있는 반려 식물을 선택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분갈이해서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것도 식물마다 좋아하는 흙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화원에서 사온

흙에 옮겨 심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것도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봄이 되면 집에서 가까운 양재화훼단지에 가서 화분을 몇개 들여올 생각이다.

실패의 원인을 알았고, 궁금한 점이 있으면 들춰볼 스승님 같은 책이 있으니

덜 두려울것 같다.

초보자에게 조곤조곤 식물 키우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친절한 스승을 만난듯 반가운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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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 - 심쿵을 부르는 로맨스 컬러링북
이규영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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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규영 작가의 글과 일러스트를 접할때면 내 안에 손톱만큼 남아 있던 사랑에 대한 설레임이

충전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특별히 대단한 것도 없는 소소한 일상이 이렇게나 사랑스럽고 평화롭고

충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그림과 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때문일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며 많은 만남을 가지고 또 그만큼의 이별을 겪으며 살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 신경이 쓰이고 관심이 가고 내 마음을 나도 어째하지 못하는

사랑에 빠지게 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듯함을 느끼곤 한다.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이 그 빛을 잃고, 믿음이 의심이 되고, 기대가 실망이 되면

미움으로 변해 이별을 할게 되고 세상 모든 것을 멈춰버린듯해서 마음이 아물때까지

한동안 어둠속을 헤매곤 한다.

​다시 사랑 따윈 하지 않겠다고 하나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말라버린 마음에도

사랑이 다시 찾아오곤 하지.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 놓치기 싫어서 더 꼭 쥐게 된다.

이규영 작가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모습들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번에는 컬러링북으로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우리 인생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느껴보게 만들었다.

서랍 속 깊숙히 넣어두었던 색연필과 팬, 그리고 파스텔등을 꺼내본다.

낮보다 더 길어진 겨울 밤에 나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면을 훔쳐보듯 수줍게

색칠을 해본다.



어렸을때부터 꼼지락 거리며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

책을 읽고 그림에 색을 덧입히는 시간은 무엇과도 바꾸지 못하는 즐거움이었다.

그림과 잘 어울리는 BGM도 소개를 해놓았으니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서 커피까지 곁들이면

갈데 없고, 갈수도 없는 코로나 시대에 훌륭한 취미생활이 되어준다.

나에게도 있었던 과거의 한때를 추억하며 페이지를 오롯히 나의 색깔로 채색해 나갔다.

잘 하고 못하고 솜씨가 있고 없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사랑은 내가 채워나가겠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채워나가고 한장의 그림이 완성되면

뿌듯함이 몰려온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마치 수 많은 톱니바퀴로 연결되어 돌아가는

그 사람 인생 속에

내가 사랑이라는 톱니바퀴가 되어

같이 돌아가는 것 같다.

그 사람의 하루가, 삶이, 인생이

나라는 톱니바퀴로 인해 달라지고

나 자신도 그 사람에게 맞춰진다."

작가의 길지 않은 글을 입 속에서 조금씩 음미하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간은

코로나로 답답하고 지리멸렬한 일상속에서 내가 숨을 쉬고 힐링하는 유일한 시간이 되었다.

그의 그림에는 꽃이 피는 봄, 비내리는 여름, 낙엽지는 가울, 흰눈내리는 겨울이 있다.

그림을 통해 온전히 사계절을 함께 한 느낌이다.

지난 시간 함께 낚시를 가고, 공원을 산책하고, 드라이브를 하고, 소풍을 갔던

추억들을 꺼내서 다시 한번 잘 닦아본다. 먼지를 털고 광이 나게 잘 닦아서 다시

추억 창고에 소중히 담아둔다.

이규영 작가님의 그림은 이번에도 지친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지금까지 내가 소장하고 있는 이규영 작가님의 작품들은 하나 같이 매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었으며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기도 하였다.

나에겐 말 그대로 '믿고 보는 작가'다.


싱글들에게는 염장질이 될 수 있겠지만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채색해 나가면서

앞으로 만나게 될 자신의 사랑을 그려보는 것 또한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색칠 같은거 별루야..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소장하고 있는 것만으로

연애 세포가 간질간질 해질것이므로 소장가치 확실한 책이다.

살다보면 어느날 지금같이, 아니 지금보다 더 세상살기 고단하다 싶을때

혼자인것 같아 외롭다 느낄때.. 슬며서 꺼내들고 아름답게 사랑했던 그때의

모습들을 추억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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