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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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최근들어 즐겨 읽고 있다.

좋아하는 몇몇 일본 작가들은 문체가 고루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라 좋아한다.

무거운 사색이 어울리지 않는 요즘처럼 화창한 파스텔톤 봄날에

펼쳐놓고 읽기 좋을거라 생각했던 '수상한 중고상점'

저자인 미치오 슈스케..라는 이름은 나에게는 다소 낯설었다.

그가 일본에서 생각보다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많은 작품들이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서점가에서 그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도 유독 나만 그를 비켜간걸까..

특히 미치오 슈스케 작가는 '달과 게'로 제 14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작가였는데

그의 존재를 알아챌만한 작품을 대면한 적이 없다는 것은

나의 독서량도 별볼일 없음을 증명하는 일인듯하여 속이 아린다.

'수상한 중고상점'은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난 바로 다음작품으로 발표한 책이며

일상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을 다룬 일상미스터리(?)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2012년 발표가 되었으니 딱 10년 만에 새로운 표지로 다시 출판된듯하다.

최근 리커버로 다시 출판되어지는 소설들이 많은데, 어째거나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신간과 다름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작품은 미스터리 추리극이라고는 하지만 여타의 다른

리소설들

처럼 사방팔방 피가 튄다거나 유혈이 낭자한다거나 저세상 레벨의 악한 이들이

없어서 좋다.

그다지 큰 인명피해나 재산 피해가 없는 작은 사건에 엮인 일련의 일들을 추리하며

풀어가는

책인데 드물게 보는 유해요소가 거의 없는 미스터리 소설인듯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과 장소를 살펴보면 살짝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있다.

비싸게 사서 제 값도 못 받고 싸게 파는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중고상점이

배경의 중심지이다. (벌써 웃기다)

점장인 가사사기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뭔 사건 사고만

터지면 바로 자뻑 탐정 역활을 한다. 착각도 어지간해서 그의 추리는 항상

20%가 부족하고 엉성하기만 하지만 구여운 구석이 있는 밉지 않은 인물이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가사사기의 헛다리 추리에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주악거리며

맞네.. 역시 그랬구만..하며 감탄하다가 제대로 빗나간 걸 알았을때는 뜨악함이란..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대신 신뢰를 품은 이는 부점장이다.

이 가게의 부점장이며 1인칭 시점인 '나', 히구라시는 중고상점 2층에서 점장인

가사사기와 함께 지내고 있다.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다.

가사사기의 어중간한 추리와는 다르게 매번 정확한 분석력으로 사건을 추리해 내지만

잘난척은 커녕 항상 남몰래 사건을 해결하고 그 공을 가사사기에 넘긴다.

그리고 이 매장을 들락거리며 두 남자와도 인연을 이어가는 여중학생인 미나미 나미.

반항기 뿜뿜 내뿜고 있는 당차지만 아직은 부모에게 사랑받길 희망하는 소녀다.

가사사기가 사건을 추리하고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사실은 다 틀렸는데..)

미나미는 가사사기를

추앙하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는듯하다.

그리고 저렇게나 좋아하는 미나미를 위해서라도 엉터리 가사사기 뒤에서

조용히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히구라시.

세 명의 캐릭터 설정도 절묘하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꽤 재미 있을듯한 캐릭터와

소재라 생각된다.




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나무가 자라는 절

사계절에 맞춰 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감상 포인트에 따라서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온도는 확실하게 차이가

날듯하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로 읽고 싶다면 '사건과 추리'에 초점을 맞추면

사건을 풀고 해석해가는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정이나 가족들간의 오해와 갈등에 초점을 둔다면

어느새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마치 미술품 한점을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르게 해석하듯이

'수상한 중고상점'도 독자들의 시선에 따라 다른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되는듯 하다.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도 다들 순하고 악하지 않아서

(욕심많고 약아빠진 이는 있지만..)

미스테리 소설 중에 이렇게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었던가 한참동안

생각하게 만든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유해요소가 없는 미스테리 소설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이런 형식을 띄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친김에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미치오 슈스케는 복선이라는 기술사용자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무심히 읽던 문장이 나중에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기법이다.

이번 '수상한 중고상점'에서도 그의 복선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추리를 이어가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읽어도 좋고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읽어도 좋다.

'수상한 중고상점'은 흔하지 않은 순하고 따뜻한 미스테리 소설이라

봄날 저녁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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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엌 -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
진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시그마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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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엌.

제목만 들어도 나는 이미 뭉클해진다.

이 책은 저자인 진채경님이 엄마의 밥을 얻어먹었던(?) 20년 동안의 기억과

추억을 담은 책이다.

경상도 출신인 엄마가 해주셨던 엄마표 음식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 없는 집밥 음식들이지만,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사무치도록 그리운건 저자가 성년이 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서

주부이자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건강하지 못하신 어머니가

다신 예전 그 음식들을 차려주시지못하시게 되어 그럴 것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아무렇지 않게 휘리릭 읽어내려 갈 수 없을거라는 것을..

엄마가 돌아가신지 십수년이 지나도 몸이 아프거나 힘들때는 엄마가 해주셨던

그 음식들이 생각이 난다.

반찬 좀 보내줘, 엄마.. 라며 어줍잖은 애교를 부릴 수도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고백컨데 나는 좀 서러웠다.

이 책에는 수 많은 음식들이 나온다.

여느 집에서나 해 먹는 꽈리고추찜, 묵은지 콩나물죽, 고등어 구이, 전, 들깨미역국,

김밥, 김구이..등등

이렇게만 얘기하면 '그게 뭐 대단하다고..'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해주셨던 고추물금, 갱시기죽, 들깨미역국, 들기름 바른 김구이..

라고 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우리 엄마가 우리 식구들을 위해 씻고 데치고 무치고 굽고 조려서 만든 음식..은

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는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이고, 오로지 우리 엄마의 손맛으로만

만들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음식마다 어릴적 추억과 엄마에 대한 따스하고 고마운 기억들이 베어있다.

엄마의 소박한 음식들이 정감가는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어서 책장을 넘길때마다

아련한 추억속에 잠기곤 했다.





이 책에서 나에게도 꽤나 반가운 음식들이 나온다.

저자의 엄마처럼 우리 엄마도 경상도 분이시라 해주셨던 음식들이 비슷한 것 같다.

경상도 엄마를 가졌던 나에게도 갱시기죽에 대한 추억이 있다.

묵은 김치를 살짝 털어 썰어서 멸치 몇마리와 콩나물 한줌 넣고 끓이다가

밥한덩어리를 넣어 끓여주는 음식인데, 우리 엄마는 가끔 동태 한덩어리를 넣어서

끓여주시곤 했다.

추운 겨울 감기몸살이 걸리거나 하면 엄마는 갱시기죽을 끓여주셨다.

뜨거운 죽을 후후 불어가며 한그릇 먹어치우고 나면 놀랍게도 감기가 뚝 떨어지곤했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 으슬으슬 추울때는 엄마가 해주시던 갱시기죽이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마당에 연탄 화로를 가져다 놓고 김치전이나 파전을

부쳐주셨다.

바닷가 항구도시여서 해산물이 풍부했던지라 홍합살, 오징어, 새우등을 넉넉하게

넣고 해물파전을

부칠때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동네에 퍼져서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홀린듯 들어오셔서

평상에서 앉아 파전 몇점을 드시고 한참을 수다를 떨다 가시곤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꾸물한 날씨가 한몫하여 더 없이 고소하고 맛있었다.





우뭇가사리는 해초류인데 이걸 묵처럼 굳혀서 곱게 채썰어서 여름에는

콩국물에 넣어 후루룩 마시듯이 먹으면 한 여름 갈증이 한방에 해결된다.

엄마를 따라 역전시장에 장을 보러 갈때면 엄마는 늘 항상 나에게 우뭇가사리 콩국을

사주시곤 하셨다. 파라솔을 달은 구루마에서 파는 이 음식이 우리 엄마의 최애 음식이였는데

엄마 식성을 닮아서인지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지금도 여름에 시장 한켠에서 파는 우뭇가사리 콩국을 보게 되면 엄마 생각에 한참동안

발을 못 떼고 쳐다보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은 하나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맵네, 짜네, 싱겁네 하면서 까탈을 부렸던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재수없는 딸래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별 말씀 없이 내 까탈을 다 받아주셨다.

마른 논에 물 댈때 소리랑 내 자식 목구멍으로 음식들어갈때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좋다고 하셨던 우리 엄마..

한술이라도 더 먹일려고 부엌에서 내내 서서 음식을 해주셨던 엄마 덕분에 골골하던

어린 딸이 큰 병없이 잘 컸는데, 이제는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곤

엄마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하는 것뿐이나 참으로 애석하고 분하다.

엄마의 손맛은 아무리 흉내낼려고 해도 비스므리 하게는 될려는지 모르겠지만

똑 같을 수는 없다.

엄마의 음식을 다신 먹을 수 없게 되었을때 진적에 배워둘걸 그랬다며 자책도 하였지만

배운다고 똑 같이 만들수도 없을 것 같다.

내 기억속에 그 맛과 추억이 또렷히 남아 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마음이 아파서 읽지 말까도 생각했던 '엄마의 부엌'을 덮으며

읽기를 정말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추억하면 눈물부터 나지만 엄마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으며 컸다는

것을 상기 할 수 있어서 슬프지만 행복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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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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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중의 한명인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울 준비는 되어 있다'가

소담출판사에서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130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

12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들에는 여자들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건조하지만 담백한 화법을 느껴본다.

하얗게 불타오르는 연애를 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결혼을 하고, 무미건조하고

어딘가 삐걱거리는 결혼생활을 하는 이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쓴듯한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묘한 동질감과

까끌한 이질감을함께 느끼곤 한다.

사랑에 관한 여자들의 생각과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이야기여서

쉽게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이 된다.

하지만 그곳엔 악다구니라던가 쥐어짜는 듯한 괴로움은 없다.

촌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세련된 도회적인 여자들의 절제된 감정들이 있다.

소주와는 거리가 멀고, 고급 와인과 어울리는 듯한 소설이다.

아이러니하게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소설의 어느 부분에서도

울음은 느껴지지 않는다.

한 편당 약 15페이지 분량의 짧은 단편들이라 충분한 기승전결이 없다.

클라이막스도 없고 극적인 끝맺음도 없이 한순간에 끝난다.

그럼에도 나는 이 작품을 매우 즐기면서 읽었다.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지난 1년, 사실은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 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어머니를 묻과 나자 나는 이제 자유, 란 느낌이 들었다.

자유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에쿠나 가오리 특유의 교묘한 표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녀만의 매력이다.

이런 보석같은 표현들을 찾으며 읽는 즐거움을 톡톡히 누렸다.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은 대단한 뉴스거리가 될만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사건과 감정들이 업다운을 하는 정도일것이다.

그런 '어느 순간의 감정'을 초점을 맞추고 세밀하게 표현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읽는다면 책 읽는 즐거움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색깔이나 맛은 달라도, 성분은 같고 크기도 모양도 비슷비슷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기억을 안고

다양한 얼굴로 다양한 몸짓으로, 하지만 늘 같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모양새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결국 우리들은 살아가는 모습들이 비슷하다.

그러므로 일상을 살아가는 비슷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길고 긴 인생을 살면서 순간순간 많은 경험을 하고 살아간다.

긴 인생이란 그런 순간들이 남긴 점들의 연속이지 않을까 싶다.

그 순간과 순간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왔지만

대단히 큰 의미를 가졌다고 믿었던 그 순간들도 긴 인생에서 되돌아보면 기억 저편의 평범하고 평온한 일상속에 묻혀고 만다.

이 작품은 나에게 그런 순간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다.

지금도 지속되어 가는 나의 순간들을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소주잔이 아닌 와인잔을 들며 지리멸렬한 일상을 고운 시선으로 들여다 보고 싶어지게

만들어 주었던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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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혼자 여행 어쩌다 시리즈 2
최지은 지음 / 언제나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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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이란 수고한 나에게 주는 보상 같은 것이었다.

일년에 한 번이나 두 번, 여름이나 겨울 휴가를 받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내가 부릴 수 있는 즐거움이었고 작은 사치였다.

그래서 그런지 나에겐 [여행 = 해외여행] 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되어 버린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즐거움과 작은 사치를 못 누린지 2년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는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았고 사람들은 너나 할것 없이

힘든 시기를 보냈고, 지금도 어떤이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어제 날짜로 거리두기가 없어지고, 각 나라들도 지역에 따라 관광객들에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고 하니 일상으로의 완전 회복도 얼마 남지 않은듯 하여

내심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다.

여행이 고플때면 찾게되는 여행 에세이는 여행 욕구를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대리만족도 가능해서 즐겨 읽는 쟝르다.

이번에 [언제나 북스]에서 나온 '어쩌다, 혼자여행'이라는 책을 읽으며

나에게 여행이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최지은 님은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20여년간 세계 43개국을

여행하며 본인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모아 작으마한 책으로 출판하였다.

여행자 중 최고 레벨이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20대 젊은 아가씨가 혼자서

겁도 없이 해외여행을 어떻게 다녔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서는걸 보니,

나는 아무래도 혼자 여행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빠른 판단과 결단력으로

여행지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고 여러 체험을 하면서 켜켜히 쌓인 경험들을

삶에 필요한 자양분을 흡입하듯 몸 속으로 받아들인다.

여행하는 동안 돈도 잃어보고, 비싼 카메라를 도둑맞기도 하고,

한국에서 계획하고 갔던 일들이 막상 현지에 가서보니 전혀 정보와 달라 당황한 경우들이

허다했다.

돈을 다 잃고 수중에 땡전 몇푼만 있었을때는 여행을 포기할 법도 한데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생존을 위해 앞뒤 안보고 가게들마다 찾아들어가 아르바이트를 구하였다.

덕분에 영어가 늘고, 친구들이 생기고, 돈도 벌수 있었다.

'숱한 사기를 당했지만 그 사기를 대하는 태도를 선택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당하게 내 깜냥대로 사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관점을 바꾸면 더 재미난 삶이 주어질 수 있다

영국에서 돈없이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티비를 사서 주구장창 듣다보니

영국인들의 문화가 보이고, 영어발음이 들리더라는 이야기

라오스 골목을 걷다가 남의 결혼식에 어울려 거하게 취했던 이야기

인도의 갠지스강에서 보게되는 삶과 죽음, 가난과 차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팔레스타인에서 현지인의 집에서 묵다가 떠나올때 2리터 생수병 가득 올리브절임을

넣어주셨던 할머니 이야기

이란에서는 천사가 손님으로 변해서 오는 것이라 믿음 때문에 끈임없는 친절과 배려를

받은 이야기

그렇게 20여년간의 여행에서 담아온 이야기들을 이 책에 풀어놓고 있다.

단순히 여행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이 아니라 낯선 곳을 여행하며 만난

현지인들의 삶과 그들의 문화, 그리고 그 속에 동화되어가슨 한국인의 캐미가

읽는 것이 내내 즐거웠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 또한 그동안 다녔던 해외여행을 떠올려보면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낯선 여행자에게 보여줬던 그들의 친절함과 순박한 미소와 아쉬운 짧은 인연들이

더욱 선명하고 강하게 남아서 그 느낌 그대로 그 나라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싶다.

혼자서 , 때때로 여행객들과 동행이 되기도 하면서 길 위를 걸으며

생을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가치관과 생각들, 수 많은 어려움과 희노애락을 느끼며

우리들은 더욱 단단해져간다.

혼자 여행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것인가 오롯히 자신의 삶에 대한

뜨거운 고찰을 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아닐까싶다.

여행을 통해 우린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 그 답안을 찾아볼 수 있을듯 하다.

일본 경제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난문쾌답]에서

인생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하는 시간, 만나는 사람, 사는 장소'

이 이야기를 접하고 무릎을 탁 쳤다.

'이거 완전 여행이잖아'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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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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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매일매일 그림 한점씩을 감상한다는 것은 지리멸렬한 일상에 화려한 색채를 더하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일이다.


미술에 대해서 잘아는 사람들이라도, 전혀 문외한 사람들이라도 새롭고 신비로운 

경험이 될거라 생각한다. 빅 피시에서 출판된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은 코로나로 인해

미술 관람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선물같은 책이다.

365점의 명화와 그에 얽힌 이야기와 미술에 대한 지식을 담은 책으로 219명의 예술가들의

손 끝에서 태어난 아름다운 회화를 소개하고 있다.


늘상 그림에 대한 지식에 목말라 하던 나에겐 백과 사전과 같은 책이다.

매일 한장씩 감상해도 좋고, 눈길이 가는 페이지부터 읽어가는 것도 좋다.

조금씩 조금씩 지식이 쌓이는 것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마담 아델라이드

장 에티엔 리오타르 

1753년 켄버스에 유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터키 옷차림을 한 아델라이드, 그녀는 프랑스 루이15세의 셋째딸로 

지적 욕구가 강해 외국어 공부, 독서, 악기 연주, 사냥 등에 열정적이었다고 한다.


푹신한 쇼파에 몸을 누이고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인다.

햇살 좋은 날, 거실의 쇼파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눈에 

확 들어온 그림이다.

옷감의 질감과 문양까지 사실적인 표현이 좋다.





뉴욕

조지 벨로스

1911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뉴욕에서 미술 공부를 한 벨로스는 미국인들의 일상, 특히 도시의 모습을 적나라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8인회'에 몸을 담았다.

그림은 뉴욕 맨해튼의 23번가에서 매디슨 광장 쪽을 보는 방향이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빌딩 숲. 그 사이를 슬며서 비집고 들어서는 잿빛 구름, 거리를 꽉 채운 인파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00여년전의 뉴욕, 검은 정장에 중절모를 쓴 신사들과 깃털달린 모자를 쓴 여성들

짐을 실어 나르는 마차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도시의 거리는 늘 분주하지만 생기있어서 좋다.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이 느껴지는듯하다.




피크닉 

모리스  프렌더개스트

1914~1915년 ,캔버스에 유채,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


프렌더개스트는 미국의 화단을 뜨겁게 달구었던 8인회로 활동했다.

도시의 어둡고 험한 분위기를 과도하게 직설적으로 그려 애슈캔 스쿨(재떨이 화파)이라고도 

불릴 정도였지만, 프렌더개스트는 언제나 도시와 전원, 여행지에서 여가를 즐기는 

이들을 밝고 화사하게 그려내곤 했다.


화사한 햇살 아래에서 한껏 치장한 남녀들이 나무그늘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바람이 나무잎을 흔들고 지나가고 살랑이는 여인의 스커트 자락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림이다.




여름의 즐거움

안데르스 소른

1886년, 종이에 수채, 개인소장


하얀 드레스에 모자를 쓴 여인이 부두에 서서 노를 저어 다가오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

유화가 아닌 수채화로 그려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느슨함도 없는 세밀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림 속 여인은 소른의 아내를, 배를 타고 온 남자는 화가의 친구를 각각 모델로 한 것이다.


수채화로 이렇게 묘사할 수 있다니..깜짝 놀라서 몇번이나 보게된 그림이다.

일렁이는 파도의 표현이 어찌나 사실적인지..

사진이라도 해도 믿을 정도로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에 놀라움음 금치 못한다.

낭만적이라는 건..이럴때 쓰는 말인가 보다.





오직 나만을 위한 아름답고 신비로운 전시회..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림은 보는 이의 시선으로 해석되고 기억에 남기 마련인데, 한장씩 들여다보며 

나름대로 해석하고 나름대로 머리와 가슴에 품어보게 된다.


미술관을 찾지 않아도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독일, 스페인 , 북유럽등 

총 25개국 125곳의 미술관으로 떠나보는 낭만가득한 여행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지친 우리의 일상에 따뜻한 봄기운 가득 머금고 찾아와준 고마운 책이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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