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부엌 -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따뜻한 위로
진채경 지음, 선미화 그림 / 시그마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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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부엌.

제목만 들어도 나는 이미 뭉클해진다.

이 책은 저자인 진채경님이 엄마의 밥을 얻어먹었던(?) 20년 동안의 기억과

추억을 담은 책이다.

경상도 출신인 엄마가 해주셨던 엄마표 음식들..

돌이켜 생각해보면 특별할 것 없는 집밥 음식들이지만,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사무치도록 그리운건 저자가 성년이 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서

주부이자 직장인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이유도 있겠지만, 건강하지 못하신 어머니가

다신 예전 그 음식들을 차려주시지못하시게 되어 그럴 것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아무렇지 않게 휘리릭 읽어내려 갈 수 없을거라는 것을..

엄마가 돌아가신지 십수년이 지나도 몸이 아프거나 힘들때는 엄마가 해주셨던

그 음식들이 생각이 난다.

반찬 좀 보내줘, 엄마.. 라며 어줍잖은 애교를 부릴 수도 없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고백컨데 나는 좀 서러웠다.

이 책에는 수 많은 음식들이 나온다.

여느 집에서나 해 먹는 꽈리고추찜, 묵은지 콩나물죽, 고등어 구이, 전, 들깨미역국,

김밥, 김구이..등등

이렇게만 얘기하면 '그게 뭐 대단하다고..'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해주셨던 고추물금, 갱시기죽, 들깨미역국, 들기름 바른 김구이..

라고 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우리 엄마가 우리 식구들을 위해 씻고 데치고 무치고 굽고 조려서 만든 음식..은

적어도 나한테 있어서는 세상에서 제일 맛난 음식이고, 오로지 우리 엄마의 손맛으로만

만들 수 있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음식마다 어릴적 추억과 엄마에 대한 따스하고 고마운 기억들이 베어있다.

엄마의 소박한 음식들이 정감가는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어서 책장을 넘길때마다

아련한 추억속에 잠기곤 했다.





이 책에서 나에게도 꽤나 반가운 음식들이 나온다.

저자의 엄마처럼 우리 엄마도 경상도 분이시라 해주셨던 음식들이 비슷한 것 같다.

경상도 엄마를 가졌던 나에게도 갱시기죽에 대한 추억이 있다.

묵은 김치를 살짝 털어 썰어서 멸치 몇마리와 콩나물 한줌 넣고 끓이다가

밥한덩어리를 넣어 끓여주는 음식인데, 우리 엄마는 가끔 동태 한덩어리를 넣어서

끓여주시곤 했다.

추운 겨울 감기몸살이 걸리거나 하면 엄마는 갱시기죽을 끓여주셨다.

뜨거운 죽을 후후 불어가며 한그릇 먹어치우고 나면 놀랍게도 감기가 뚝 떨어지곤했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 으슬으슬 추울때는 엄마가 해주시던 갱시기죽이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는 마당에 연탄 화로를 가져다 놓고 김치전이나 파전을

부쳐주셨다.

바닷가 항구도시여서 해산물이 풍부했던지라 홍합살, 오징어, 새우등을 넉넉하게

넣고 해물파전을

부칠때면 고소한 기름 냄새가 동네에 퍼져서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들이

홀린듯 들어오셔서

평상에서 앉아 파전 몇점을 드시고 한참을 수다를 떨다 가시곤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꾸물한 날씨가 한몫하여 더 없이 고소하고 맛있었다.





우뭇가사리는 해초류인데 이걸 묵처럼 굳혀서 곱게 채썰어서 여름에는

콩국물에 넣어 후루룩 마시듯이 먹으면 한 여름 갈증이 한방에 해결된다.

엄마를 따라 역전시장에 장을 보러 갈때면 엄마는 늘 항상 나에게 우뭇가사리 콩국을

사주시곤 하셨다. 파라솔을 달은 구루마에서 파는 이 음식이 우리 엄마의 최애 음식이였는데

엄마 식성을 닮아서인지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지금도 여름에 시장 한켠에서 파는 우뭇가사리 콩국을 보게 되면 엄마 생각에 한참동안

발을 못 떼고 쳐다보곤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은 하나같이 맛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왜 그랬는지 맵네, 짜네, 싱겁네 하면서 까탈을 부렸던것 같다.

내가 생각해도 참 재수없는 딸래미였던 것 같다.

하지만 엄마는 별 말씀 없이 내 까탈을 다 받아주셨다.

마른 논에 물 댈때 소리랑 내 자식 목구멍으로 음식들어갈때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좋다고 하셨던 우리 엄마..

한술이라도 더 먹일려고 부엌에서 내내 서서 음식을 해주셨던 엄마 덕분에 골골하던

어린 딸이 큰 병없이 잘 컸는데, 이제는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곤

엄마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하는 것뿐이나 참으로 애석하고 분하다.

엄마의 손맛은 아무리 흉내낼려고 해도 비스므리 하게는 될려는지 모르겠지만

똑 같을 수는 없다.

엄마의 음식을 다신 먹을 수 없게 되었을때 진적에 배워둘걸 그랬다며 자책도 하였지만

배운다고 똑 같이 만들수도 없을 것 같다.

내 기억속에 그 맛과 추억이 또렷히 남아 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다.

마음이 아파서 읽지 말까도 생각했던 '엄마의 부엌'을 덮으며

읽기를 정말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를 추억하면 눈물부터 나지만 엄마의 사랑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으며 컸다는

것을 상기 할 수 있어서 슬프지만 행복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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