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최근들어 즐겨 읽고 있다.

좋아하는 몇몇 일본 작가들은 문체가 고루하지 않고 담백한 편이라 좋아한다.

무거운 사색이 어울리지 않는 요즘처럼 화창한 파스텔톤 봄날에

펼쳐놓고 읽기 좋을거라 생각했던 '수상한 중고상점'

저자인 미치오 슈스케..라는 이름은 나에게는 다소 낯설었다.

그가 일본에서 생각보다 꽤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많은 작품들이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서점가에서 그의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도 유독 나만 그를 비켜간걸까..

특히 미치오 슈스케 작가는 '달과 게'로 제 144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실력있는

작가였는데

그의 존재를 알아챌만한 작품을 대면한 적이 없다는 것은

나의 독서량도 별볼일 없음을 증명하는 일인듯하여 속이 아린다.

'수상한 중고상점'은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난 바로 다음작품으로 발표한 책이며

일상에서 일어날법한 일들을 다룬 일상미스터리(?)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2012년 발표가 되었으니 딱 10년 만에 새로운 표지로 다시 출판된듯하다.

최근 리커버로 다시 출판되어지는 소설들이 많은데, 어째거나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신간과 다름없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작품은 미스터리 추리극이라고는 하지만 여타의 다른

리소설들

처럼 사방팔방 피가 튄다거나 유혈이 낭자한다거나 저세상 레벨의 악한 이들이

없어서 좋다.

그다지 큰 인명피해나 재산 피해가 없는 작은 사건에 엮인 일련의 일들을 추리하며

풀어가는

책인데 드물게 보는 유해요소가 거의 없는 미스터리 소설인듯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과 장소를 살펴보면 살짝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있다.

비싸게 사서 제 값도 못 받고 싸게 파는 만성적자로 허덕이는 중고상점이

배경의 중심지이다. (벌써 웃기다)

점장인 가사사기는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뭔 사건 사고만

터지면 바로 자뻑 탐정 역활을 한다. 착각도 어지간해서 그의 추리는 항상

20%가 부족하고 엉성하기만 하지만 구여운 구석이 있는 밉지 않은 인물이다.

처음엔 멋도 모르고 가사사기의 헛다리 추리에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주악거리며

맞네.. 역시 그랬구만..하며 감탄하다가 제대로 빗나간 걸 알았을때는 뜨악함이란..

그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대신 신뢰를 품은 이는 부점장이다.

이 가게의 부점장이며 1인칭 시점인 '나', 히구라시는 중고상점 2층에서 점장인

가사사기와 함께 지내고 있다.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인물이다.

가사사기의 어중간한 추리와는 다르게 매번 정확한 분석력으로 사건을 추리해 내지만

잘난척은 커녕 항상 남몰래 사건을 해결하고 그 공을 가사사기에 넘긴다.

그리고 이 매장을 들락거리며 두 남자와도 인연을 이어가는 여중학생인 미나미 나미.

반항기 뿜뿜 내뿜고 있는 당차지만 아직은 부모에게 사랑받길 희망하는 소녀다.

가사사기가 사건을 추리하고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사실은 다 틀렸는데..)

미나미는 가사사기를

추앙하며 무한 신뢰를 보내고, 행복해하며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는듯하다.

그리고 저렇게나 좋아하는 미나미를 위해서라도 엉터리 가사사기 뒤에서

조용히 문제를 풀고 해결하는 히구라시.

세 명의 캐릭터 설정도 절묘하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꽤 재미 있을듯한 캐릭터와

소재라 생각된다.




봄, 까치로 만든 다리

여름, 쓰르라미가 우는 강

가을, 남쪽 인연

겨울, 귤나무가 자라는 절

사계절에 맞춰 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감상 포인트에 따라서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온도는 확실하게 차이가

날듯하다.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추리소설로 읽고 싶다면 '사건과 추리'에 초점을 맞추면

사건을 풀고 해석해가는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안정이나 가족들간의 오해와 갈등에 초점을 둔다면

어느새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마치 미술품 한점을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보고 다르게 해석하듯이

'수상한 중고상점'도 독자들의 시선에 따라 다른 감동과 재미를 느끼게 되는듯 하다.

주인공들을 비롯한 등장 인물들도 다들 순하고 악하지 않아서

(욕심많고 약아빠진 이는 있지만..)

미스테리 소설 중에 이렇게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책이 있었던가 한참동안

생각하게 만든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유해요소가 없는 미스테리 소설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이런 형식을 띄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친김에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미치오 슈스케는 복선이라는 기술사용자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무심히 읽던 문장이 나중에 큰 의미를 갖게 되는 기법이다.

이번 '수상한 중고상점'에서도 그의 복선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추리를 이어가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읽어도 좋고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추어서 읽어도 좋다.

'수상한 중고상점'은 흔하지 않은 순하고 따뜻한 미스테리 소설이라

봄날 저녁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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