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정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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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던히 고요해지고 싶어.

이 책에 눈길이 갔던건 분명 제목 때문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쑥신거리는 내 일상을 탈피하여 고요하고 평온해지기를 바라고 있던 내 마음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듯했거든요.

일상의 공간을 사진으로 담고 작가의 글을 덧입혀 놓은 에세이는

맵거나 쓰지 않은 순하디 순한 맛이었습니다.

하루 하루 그저 별 탈 없이 무던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내려간

작가의 글들은 말랑말랑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매일을 날카로운 위험과 무관심과 차가운 타인들의 시선에 던져지곤 합니다.

하루종일 그런 환경에 노출되다 보면 당연하다는 듯 신경은 팽팽하게 긴장해져 버리고

온 몸은 경계 태세를 풀지 못한 채 뻣뻣하게 위축되어 버리죠.

늦은 저녁 집 현관을 들어서는 순간에서야 당길대로 당겨져 있던 온 몸의 근육이 이완되며

맥이 빠져 쇼파나 침대에 몸을 파 묻기도 합니다.

일상이 매일 이럴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이런 말을 남기네요.

"내일을 고뇌하고 있다는 건 오늘보다 잘 살아 내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의미일 거라 여기려는 희망이 있기에, 나는 그 작은 믿음의 불씨가

그들에게 닿아 여느날 내내 미미한 온기라도 지속되길 소원한다."

누군가가 나의 보잘것 없는 하루의 끝에 작은 온기라도 나눠준다면 시린 마음 한켠이

얼지 않고 온기를 머금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딘가 상당히 익숙한 듯한 골목, 곱디 고운 붉은 빛으로 물드는 도시의 하늘,

비오는 거리, 흰구름 둥실 떠있는 하늘..

늘 보아오지만 눈에 담지 못했던 풍경들이네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는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일까요?

정겹고 맑고 소박하고 사랑스러운 풍경들을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글만 읽었을때와 다르게 그런 사진들은 우리 마음을 이완시켜 줍니다.

내 일상에서 풍경이란 시속 55키로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다 보는 바깥 풍경같이

그렇게 휙휙 지나가 버리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흘러간 계절 속의 무수히 많았을 찬란했던 순간들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뒤 늦게 몰려옵니다.

이제는 달리는 자동차에서 내려 한걸음씩 발을 떼고 천천히 주변 풍경을 둘러

보고 싶습니다.

발끝도 한번 내려다보고, 하늘도 한번 올려다보고, 나란히 걷는 친구의 어깨도

한번 쳐다보며 그렇게 조금은 느리게 걸으며 내 삶에 쉼표를 던져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다는 것은 통증을 지닌 채로 서서히 낙화하는 일이다.

매일을 행복으로 살아 낼 수 없고 그렇다고 매일을 아픔으로 살 것도 아니다.

때론 웃고, 때론 울고, 때론 무뎌지고, 무던해지고..

연관성 없는 감정들이 수순과 달리, 어긋나게 밀려오고 쓸려 나간다.

책 구석구석에 남겨진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다정한 언어들이 이 추운 겨울,

우리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 얼은 손을 잡아주는 듯 합니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마음이 노곤해졌습니다.

흡사 등 따시고 배부르면 세상에 무서운게 없어지듯 내 마음이 충분히 데워지고나니

그다지 슬픈 일도, 그다지 걱정스러운 일도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조량이 떨어지고 바깥 기온도 내려가 햇볕을 쬘 시간이 부족한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증이 오기 쉬운데 마음의 허하고 우울하다 느껴지시는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냥 가볍게 처음부터 차근히 읽지 않아도 되니 내키는대로 펼쳐서 읽어보셔도

마음을 다독이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는 멋진 책임을 아실거예요.

서문에 남겨둔 작가의 질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삶은 "앓음"이라고 대답한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면서 눈물과 아픔을

견디며 단단해져 가는것 같습니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갑자기 말문이 막히네요.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조용히 자문하게 됩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비롯 내가 원하던 모습은 아니더라도

원하는 삶으로 나아가고 있는 길 위라고 생각하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다리고,

인내하고자 합니다.

"한치의 앞도 모르는 모두의 삶이 너무 야박하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너무 멀지 않은 곳에 편안함이 있기를.."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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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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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박완서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다.

작가 본인도 서두에 이야기를 꺼냈지만 나중에 책으로 내겠다거나 누가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입니다."

박완서 작가님에게는 듬직하고 감성 풍부하고 공부도 잘하는 의사 아들이 있었다.

딸들 중에 얻은 귀한 아들이라 어쩌면 더 애틋하고 아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녀의 자랑이었던 그 아들이 어느날..

홀연히 이 세상을 등지고 먼저 하늘 나라로 가게 되었고, 자식 잃은 그 처참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미친듯이 힘들었을 때 죽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고 울음대신 쓴 글이다.

"한 말씀만 하소서"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듣고 싶으셨던 것일까.. 사연을 알고 나니

제목에서 절박함이 느껴진다.





세상이 올림픽으로 떠들썩한 그때.

그녀는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만다.

나의 가장 소중한 이가 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도 온 세상은 아무일 없는듯 흘러가고

올림픽 기간이라 TV에서는 진종일 스포츠 중계를 하고, 메달 이야기로 축제 분위기다.

" 올림픽에서 우리 나라가 메달을 많이 따나보다.

밤 늦도록 손자들이 텔레비전 앞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아들이 없는데도 축제가 있고 환호와 영광이 있는 세상과 어찌 화해할 수 있을 것인가.

혼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본다."

참척의 고통 속에서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는 작가에게 올림픽으로 들썩이는

가족들도 싫었을 것이고, 괜히 위로랍시고 건내는 말도 짜증이 났을 것이다.

누가 오는 것도 싫고, 자신의 눈치를 보는 상대방을 보는 것도 불편하여

그냥 침참하듯 아무도 없는 곳에 있고 싶어 큰 딸이 살고 있는 부산으로 내려가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온전히 혼자 일 수는 없었다.

딸 아이와 사위의 배려도 마음이 쓰이고, 울컥 울컥 울음이 쳐 받아 올라오지만

소리내어 울지도 못한다.

" 가슴에 꽉 가로막힌 이 무겁고도 생전 삭아 없어질 리 없는 응어리와 수치감에

그 이상 들어맞는 비유가 어디 있을까"

나의 마음은 지옥인데, 엄마를 보러 내러온 딸들이 큰 딸네 거실에서 모여 있는 것을 보고

내 아들이 아니라 저 딸들 중 하나를 데려가시지.. 라는 생각을 했다가 화들짝 놀라

화장실로 달려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해달라고 기도를 했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마음 한켠이 아프도록 아렸다.

나중에 딸들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배신감과 섭섭함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식을 잃어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고 고장이 나버린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딸래네 집에도 마음을 잡지 못했던 박완서 작가는 혼자 오롯이 이 시간을 겪어내고자

수녀님들이 거주하는 수도원에서 머물기로 하고 거처를 옮기게 된다.

카톡린 신자였던 작가는 그 곳에서 신에게 왜 하필 내 아들을 데려갔냐고..

신이 있기나 하냐고.. 생떼를 쓰며 신에 대해 저주를 하고 부정하기도 한다.

"나는 울며불며 내 미칠듯한 고통을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내 방에서 혼자 딩굴며

신에게 퍼붓던 포악과 별로 다르지 않은 푸념이었다"

같이 지내는 수녀님에게 나는 지금껏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고약하고 못된 사람도

자식을 앞세우는 벌은 좀처럼 안 받던데, 도대체 나는 왜?

억울하고 원통하다며 지치도록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신부님이 위로의 말씀을 건네도, 결혼도 안해본 분이 자식 잃은 애미 마음을 어떻게 알아?

하며 고깝게 들리기도 했다는 작가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되기고 하였다.

세상 그 누구도 내 아픔을 알지 못할거라는 피해 의식으로 똘똘말려버린 생각이

바뀌게 된 것은 수도원에 계시는 수녀님의 한 말씀때문이었다.

'왜 하필 내가? 라고 생각했지만 왜 나라고 그런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거니까..'

라는 말에 그녀의 마음도 누그러져 조금씩 상황을 인정하게 된다.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던 수도원에 젊은이들이 방문하게 된 날.

오랫만에 왁자지껄 인기척이 나자 박완서 작가는 기뻤고 식탁에 웃음꽃이 만발하니

또한 즐거웠다고 한다.

사람을 피해 도망치듯 들어온 수녀원에서 이렇게 사람에게 위로받고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조금씩 치유가 되었고,

드디어 배가 고파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타인에 의해서 상처를 받아 괴롭고 힘들어하곤 한다.

가족이 되었던 직장 동료가 되었던 친구가 되었던.. 인간 관계가 삐걱이며 깨져버리면

그 날카로운 파편에 마음이 베이게 되고 상처나고 그 생채기는 좀체 낫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그 상처를 낫게 하는 치료약은 또 다른 타인이 건네는 다정함이다.

누군가의 선의와 따스함이 비로서 아물지 못하고 고름이 나던 상처를 낫게 할 수 있다.

참척의 고통속에서 조금씩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되는 작가의 이야기를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읽어 내려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남의 고통이 나에게 위안이 된다는 지독한 이기심에 몸서리 쳐지지만

가족이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당연한게 아니고 감사해야 할 일임을 깨닫게 된다.

살아 가는 동안, 함께 하는 동안,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든든한 존재가 되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중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속내를 다 보이고 쓴 책이지 않을까 싶다.

너무 솔직하게 쓰여진 책이라 읽는 내내 마음에 걸리고 아렸던 책이었다.

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지 벌써 11년이나 되었다.

지금은 그 곳에서 사랑하고 그리워하던 아드님을 만나 환하게 웃고 계실거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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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완서다 -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나는 누구다
이경식 지음 / 일송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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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박완서 작가에 대해서 애정을 갖게 되었는지 곰곰생각해보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읽으면서였던것 같다.

일제 시대에 소학교를 다녔던 박완서 작가님의 이야기는 그 비슷한 시절 소학교를 다녔던

엄마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해서 제법 두툼했던 그 소설을 몇일을 밤잠을 줄여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박완서 작가님은 1931년에 출생하여 1950년에 서울대학교 문리대에 합격을 하였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그해 6월에 전쟁이 터졌고 한국의 격변기에 청춘을 보내고

늦깎이 작가로 등단하여 정말 열정적으로 쉼없이 작품활동에 몰입하셨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이후 나름 박완서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서 읽으며

팬심을 쌓아갔다.

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 것이 2011년이고, 공교롭게도 그 즈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이제는 다시 엄마를 만날 수도 없고, 박완서 작가님의 신작을 읽는것도 틀렸구나 싶어서

얼마나 원통하고 애석했는지..

이번에 일송북에서 '나는 박완서다'라는 도서가 출간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기다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죽은게 2011년 1월이니까 벌써 13년하고도 절반이나 되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로 시작하는 첫문장 때문이었다.

1인칭 시점에서 시작되는 글은 정확하게 말하면 박완서 작가님이 직접 적은 자서전이 아니라

다른 이가 쓰는 평전을 자신이 직접 적은 것처럼 글을 쓰내려간 자평전이 맞다.

평전은 해당 인물이 살았던 인생의 시간적인 순서와 상관없이 그 개인의 본질을 잘 드러내는

특정한 주제나 사건을 설정하고 여기에 필자의 논평을 덧붙이는 글이다.

이 책은 자서전 느낌을 물씬 나는 평전이라는 걸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타인이 써내려간 자평전이지만 첫문장을 배제하고 읽는다면 마치 박완서 작가님이

직접 쓰셨다고 해도 위화감 하나없이 신나서 읽게 되는 내용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듯 평소의 생각이나 말씀들이 글 속에 그대로 뭍어 있어서

"뭐지..? 어쩜 이렇게 깜빡 속을 정도로 잘 쓰신거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며 글을 읽다가 이 책의 저자인 이경식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 책을 쓴 이경식 저자는 1970년대에 '휘청거리는 오후'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산문을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87년에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 담고 있는 리얼리즘의 의미를 주제로 석사 학위 논문을

발표하였다.

박완서 작가의 책과 그녀가 잡지사나 출판사와 인터뷰한 내용들을 자세히 조사하고

깊이 연구하였기에 박완서 본인이 저술했다고해도 의심없을, 자평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책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다.

박완서 작가님을 대표하는 단어로는

1. 유교적인 양반 의식

2. 대한민국 아줌마의 억척본능

3. 빨갱이 트라우마

등을 꼽았다.

할아버지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양반이라는 자부심만큼은 당신의 상투만큼이나 꼿꼿했고

남녀유별이라는 유교 철칙을 내세워서 집안의 여자들이 송도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논이나 밭에도 내보내지 않으셨다.

박완서 작가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그런 양반의식에 진저리를 쳤고,

큰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박적골 시골에서 떠나와 아이들을 서울로 데려가

공부를 시키고 어린 딸에게 신여성이 되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도 박완서 작가 자신도 양반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의식 속에 녹아서 정신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나중에는 소설 속에서 되살아 났다고

회고 하고 있다.

언젠가 어떤 문예지에서 문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때 설문 항목 가운데 하나가 순우리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나는 '넉넉하다'라는 단어를 써서 냈다. 지금 가만히 돌이켜봐도

결핍과 부재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온 인생 모델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6.25 전쟁통의 그 어수선한 서울에서 어머니와 올케와 조카를 보살펴야했던 스무살의 박완서 작가가

빈집털이 도둑질로 가족들을 연명하였고, 미군 부대에서 미군을 상대로 초상화를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도 단단하게 견딜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강함과 억척스러움

이었을 것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오빠는 이념과 사상의 틈바구니에서 말라가듯 죽음을 맞았고,

일찍 돌아신 아버지를 대신하였던 삼촌도 인민군 치하의 서울땅에서 인민군에게 부역하였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셨다.

그녀의 꽃다운 나이 스무살에 빨갱이로 낙인찍혀 조리돌림 당하지 않을려고

입을 닫고 숨죽인채 그렇게 살아야했다.

언젠가는 이런 것들을 소설로 쓰리라는 마음속의 다짐이 어쩌면 그 어둡고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그녀를 버틸 수 있게 만든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박완서다'라는 책을 통해 내가 미처 몰랐던 박완서 작가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던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끼워맞춰 박완서 라는 한 인물을

완성해 내었다고 할까.. 조금은 피상적이었던 박완서 작가를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이나 몰입하며 읽었던 책이다.

부 제목처럼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박완서 작가에 대한 평론을 1인칭 시점에서 작성하여 딱딱하지 않고 친근감을 주었던

자평전이었다.

박완서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책이다.



일송북에서는 한국의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단체.분야별로

인물 500인 선정위원회가 선정한 인물들에 대해 시리즈로 출판하고 있다.

그중 다수는 학교에서 배웠던 인물들도 있지만 잘 모르는 인물들도 있어서 향후 더 많은 인물들과

만나볼까 한다.

새로운 지식을 쌓는 일이야 말로 독서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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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안부를 묻습니다
상담사 치아(治我) 지음 / FIKA(피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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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 출퇴근 전철안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은 나의 즐거움중의 하나입니다.

사람들도 빽빽하여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불편할 정도의 고된 출퇴근길이지만

그 속에서 책을 읽으면 주변의 시끄러움이나 타인과의 지나칠 정도로 가까운 근접함의

불쾌함도 어느정도 잊을만 하거든요.

그런 나에게 '밤의 안부를 묻습니다'라는 책은 전철안에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그런 책이었어요. ㅎㅎ

왜냐하면 남녀의 성에 대해서 너무나 솔직하게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르가즘이나 애무에 대해서, 성감대에 대해서 남녀 성기에 대해서 이야기한

책을 아침 출근길에 읽다가 행여 옆의 사람이 곁눈질이라도 보기되면 어찌나..

마음이 조마조마 했거든요.ㅎㅎ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의 여인도 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라치면 괜히 부끄러워지고,

조심스러워 진다는 사실.

그동안 우리들은 반백년 넘는 동안 여자는 성에 대해서 소극적이어야 하고,

남자는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이끌어 나가야한다고 쇄뇌되어 왔고, 그러한 사고방식은

대를 이어 지금도 우리 생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성에 대해 잘 알거나 아는 척이라도 할라치면 발랑 까졌다거나,

사람이 좀 천박하다거나..하면서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십상이잖아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다들 같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같은 경험을

하지 못한

너무나 개인 편차가 많은 것이 밤의 안부, 즉 남녀의 성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은 남녀의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고민과 걱정에 대해 모법 답안을

주는 책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과감하게 말이죠.

이 책을 출간하기 전에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였다고 합니다.

그 중 성인들이 가지는 공통된 질문을 모아 답변 형식으로 써내려간 책입니다.

만남과 사랑과 성에 대한 진솔한 고민들을 상담사 경력 20여년의

베트랑 상담사의

과감하고 진솔한 답변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남녀의 성에 대해서는 선뜻 꺼내놓기 어렵고, 물어볼데도 마땅찮지만 사실상 제일 어려운 의문이잖아요.

나이가 많든 적든 가까운 지인에게조차 말하기 꺼려지는 부분인데,

이렇게 오픈하여 묻고 대답하고 조언하는 책이라니 성에 대한 족집게 강의나 백과사전 같아서

많은 도움이 될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 만남을 시작한 연인들, 오래 만나 이제는 서로에게 시큰둥한 연인들,

만나는 사람이 있지만 다른 이가 눈에 들어오는 위험한 연인들..

화성인과 금성인의 말이 다르듯, 서로가 원하는게 다른 남녀의 이야기들을

흥미 진진하게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남녀의 사랑의 주도권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

주체적인 '나'가 되어야지 관계에 꼬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만남도 이별도 결국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똑바른 내가 되어 그 선택에 주저하지 않고 바른 판단력으로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앞에

주눅들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겠죠.

혹시 남친, 여친을 만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거나 의문이 있다거나

성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찾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절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참고서 같은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미진 책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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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국 괜찮아진다
김유영 지음 / 북스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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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 보면 가끔..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때가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또 별다를 바 없을 내일..

매일 매일이 정신없이 바쁘고 힘겨워서 휘청 거릴때 나는 잘 살고 있는건가..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죠.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는 책입니다.

한마디 한마디 꾹꾹 연필로 눌러쓴 글처럼 작가 김유영님이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또렷합니다. 긍정적으로 살아가라!!

김유영 작가님이 심리상담사이기도 한 때문인지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글을 읽는 동안 선생님이 인생 상담을 해주시는듯 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마치 '이 문제의 답은 2번이지? ' 하시면서 말이죠 ㅎㅎ




'오늘 하루는 행복하게 보내야지..' 아침에 눈을 뜨면 주문처럼 나에게 다짐도 해보건만

하루해가 질 무렵이면 파김치가 되어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정도죠.

내 안의 밝은 에너지가 자꾸 고갈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몸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비타민을 먹고, 충전을 위하여 여행을 하듯..

마음이 지쳐갈때는 내 안에 울림을 주는 책을 읽고, 긍정 에너지를 채워넣어야 합니다.

인생이란 내 뜻대로 되는게 없어서 원했던 목표에 무너지기도 하고

소중했던 인연과 헤어지기도 하고, 매일 똑 같은 일상에 권태가 오기도 하죠

마음 한켠에 내 인생을 밝게 보는 힘을 품는다면, 칙칙했던 세상이 도로 밝게 느껴질 것이고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기고, 주변을 사랑할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작가는 이야기 합니다.

별볼일 없는 것 같은 내 인생도..

그 누구보다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너무 빨리, 멀리, 위험한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마음을 잘 보듬자.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생각을 하게 하는 깊이 있는 문장들로 인해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가볍게 읽기보다는 한문장 한문장을 음미하면서 읽어내려가야 하는 책입니다.

좋은 문장은 수첩에 필사도 해두면서 읽었습니다.

[관계가 끊어지면 그 곳에는 새로운 빈자리가 생긴다.

그런 빈자리를 사람들은 외로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 빈자리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아닌, 붐비고 바빴던 뒤의 한적함이다.

만남 뒤에 이별이 있듯이 한적함 뒤엔 그 어떤 것이라도

채워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버거워하곤 하죠.

대문자 B형인 나도 사람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나를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손절하는게 답입니다.

어줍잖은 관계, 인연을 위해 내 마음이 다쳐가는 걸 용납하지 않는게 현명하죠.

[마음도 관리나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나이 들수록 퇴화 속도가 빨라져

머리도 아프고 몸과 마음이 지친다.

급기야 대처할 방법도 잘 모르게 되며, 그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묵묵히 버티고 또 버틸 뿐이다]

마음도 운동이 필요하군요.

중년이 되었으니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 건강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실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일상의 활력을 주라고 저자는 조언합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오래 걷기니까 서울시 둘레길을 구간을 나눠

걸어보고 싶네요.

걸으면 몸도 건강해지고 걸으면서 머리도 마음도 가벼워지니 일석이조겠군요.

박물관 견학도 해볼까 합니다.

생각해보니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군요.

가슴이 설레입니다.

[타인에게 칭잔받고 싶다는 기대감이 오히려 마음을 병들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마음에 병이 들면 몸도 점점 병들어갈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재미있게 하면 된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인생 각자도생이니 남의 시선 따위 생각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즐겁게 사는것 그것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비결이겠죠.

상처에는 굳은 딱지가 생기듯..

죽을 듯이 힘들고 괴로운 것도 결국 지나갑니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나의 미래에 대한 밝은 생각만 가지고 있다면 말이죠.

가을이 깊어가네요.

이제 곧 겨울이 오겠네요. 겨울이 오면 계절성 우울증이 잊지도 않고 찾아오는터라..

이 가을에 내 마음을 다독이고, 튼실하게 하기 위한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다가오는 겨울쯤 무시해도 될 만큼 강한 긍정에너지를

장착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문화충전과 제휴업체와의 협약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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