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박완서다 -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나는 누구다
이경식 지음 / 일송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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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부터 박완서 작가에 대해서 애정을 갖게 되었는지 곰곰생각해보면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을 읽으면서였던것 같다.

일제 시대에 소학교를 다녔던 박완서 작가님의 이야기는 그 비슷한 시절 소학교를 다녔던

엄마의 이야기와 너무 비슷해서 제법 두툼했던 그 소설을 몇일을 밤잠을 줄여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박완서 작가님은 1931년에 출생하여 1950년에 서울대학교 문리대에 합격을 하였다.

하지만 합격의 기쁨도 잠시 그해 6월에 전쟁이 터졌고 한국의 격변기에 청춘을 보내고

늦깎이 작가로 등단하여 정말 열정적으로 쉼없이 작품활동에 몰입하셨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은 이후 나름 박완서 작가님의 책들을 찾아서 읽으며

팬심을 쌓아갔다.

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 것이 2011년이고, 공교롭게도 그 즈음에 엄마도 돌아가셨다.

이제는 다시 엄마를 만날 수도 없고, 박완서 작가님의 신작을 읽는것도 틀렸구나 싶어서

얼마나 원통하고 애석했는지..

이번에 일송북에서 '나는 박완서다'라는 도서가 출간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장을 넘기다가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죽은게 2011년 1월이니까 벌써 13년하고도 절반이나 되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

로 시작하는 첫문장 때문이었다.

1인칭 시점에서 시작되는 글은 정확하게 말하면 박완서 작가님이 직접 적은 자서전이 아니라

다른 이가 쓰는 평전을 자신이 직접 적은 것처럼 글을 쓰내려간 자평전이 맞다.

평전은 해당 인물이 살았던 인생의 시간적인 순서와 상관없이 그 개인의 본질을 잘 드러내는

특정한 주제나 사건을 설정하고 여기에 필자의 논평을 덧붙이는 글이다.

이 책은 자서전 느낌을 물씬 나는 평전이라는 걸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타인이 써내려간 자평전이지만 첫문장을 배제하고 읽는다면 마치 박완서 작가님이

직접 쓰셨다고 해도 위화감 하나없이 신나서 읽게 되는 내용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듯 평소의 생각이나 말씀들이 글 속에 그대로 뭍어 있어서

"뭐지..? 어쩜 이렇게 깜빡 속을 정도로 잘 쓰신거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며 글을 읽다가 이 책의 저자인 이경식님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 책을 쓴 이경식 저자는 1970년대에 '휘청거리는 오후'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라는

산문을 읽고 그녀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1987년에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 담고 있는 리얼리즘의 의미를 주제로 석사 학위 논문을

발표하였다.

박완서 작가의 책과 그녀가 잡지사나 출판사와 인터뷰한 내용들을 자세히 조사하고

깊이 연구하였기에 박완서 본인이 저술했다고해도 의심없을, 자평전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책이 탄생한게 아닌가 싶다.

박완서 작가님을 대표하는 단어로는

1. 유교적인 양반 의식

2. 대한민국 아줌마의 억척본능

3. 빨갱이 트라우마

등을 꼽았다.

할아버지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양반이라는 자부심만큼은 당신의 상투만큼이나 꼿꼿했고

남녀유별이라는 유교 철칙을 내세워서 집안의 여자들이 송도 출입을 하지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논이나 밭에도 내보내지 않으셨다.

박완서 작가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그런 양반의식에 진저리를 쳤고,

큰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박적골 시골에서 떠나와 아이들을 서울로 데려가

공부를 시키고 어린 딸에게 신여성이 되라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도 박완서 작가 자신도 양반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의식 속에 녹아서 정신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나중에는 소설 속에서 되살아 났다고

회고 하고 있다.

언젠가 어떤 문예지에서 문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때 설문 항목 가운데 하나가 순우리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나는 '넉넉하다'라는 단어를 써서 냈다. 지금 가만히 돌이켜봐도

결핍과 부재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그랬을까 싶다.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온 인생 모델은 그녀의 어머니였다.

6.25 전쟁통의 그 어수선한 서울에서 어머니와 올케와 조카를 보살펴야했던 스무살의 박완서 작가가

빈집털이 도둑질로 가족들을 연명하였고, 미군 부대에서 미군을 상대로 초상화를 판매하는

일을 하면서도 단단하게 견딜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강함과 억척스러움

이었을 것이다.

박완서 작가님의 오빠는 이념과 사상의 틈바구니에서 말라가듯 죽음을 맞았고,

일찍 돌아신 아버지를 대신하였던 삼촌도 인민군 치하의 서울땅에서 인민군에게 부역하였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셨다.

그녀의 꽃다운 나이 스무살에 빨갱이로 낙인찍혀 조리돌림 당하지 않을려고

입을 닫고 숨죽인채 그렇게 살아야했다.

언젠가는 이런 것들을 소설로 쓰리라는 마음속의 다짐이 어쩌면 그 어둡고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그녀를 버틸 수 있게 만든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는 박완서다'라는 책을 통해 내가 미처 몰랐던 박완서 작가를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 저기 흩뿌려져 있던 퍼즐 조각들을 하나씩 끼워맞춰 박완서 라는 한 인물을

완성해 내었다고 할까.. 조금은 피상적이었던 박완서 작가를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어서

무척이나 몰입하며 읽었던 책이다.

부 제목처럼 대한민국 현대사의 격랑속에서 소설이 된 사람

박완서 작가에 대한 평론을 1인칭 시점에서 작성하여 딱딱하지 않고 친근감을 주었던

자평전이었다.

박완서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책이다.



일송북에서는 한국의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단체.분야별로

인물 500인 선정위원회가 선정한 인물들에 대해 시리즈로 출판하고 있다.

그중 다수는 학교에서 배웠던 인물들도 있지만 잘 모르는 인물들도 있어서 향후 더 많은 인물들과

만나볼까 한다.

새로운 지식을 쌓는 일이야 말로 독서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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